[주간조선]

이성진 기자
입력 2023.07.23. 05:30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2일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 등 분당을 시사한 발언으로 당 지도부로부터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당을 향한 쓴소리는 인터뷰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년간 도덕성만 실추하며 제대로 된 혁신을 꾀하지 못한 당과 지도부에 대한 우려와 비판부터앞세웠다.

지난 7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정반합의 관점에서 한 공동체 내의 주류 세력과 여기에 반대하는 세력 간 각축전, 이에 따른 분열과 통합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든다”며 “분열이 ‘악(惡)’이고 합치는 것만이 ‘선(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을 향한 자신의 비판은 당연하며, 이에 대한 입막음은 ‘독재 정당’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한마디로 한 지붕 아래에서 대립과 반목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주장하는 ‘도덕성 회복’, 이 대표의 ‘단결론’ 모두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날 이 의원은 자신을 향한 당의 경고 조치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의 이재명 대표 체제, 혁신위원회 행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가감 없이 논했다.

 

“당대표는 완장 차고 군림해선 안 된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12일 당이 자신에게 내린 엄중 경고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부터 내렸다. “황당했다.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알려졌는데 당이 말하는 해당 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도 않았다. 그간 내놓은 ‘당 대표 퇴진’ ‘유쾌한 결별’ 등의 발언일 것이라 스스로 짐작하는 건데 당내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를 막는 건 독재정당이나 다름없다. 해당 행위는 오히려 민심에 반했던 당 지도부의 행태들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코인 사태 등 당의 명예와 위신을 추락시킨 일이 더 많다. 당의 잣대가 공정하지 못했고 감정보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당 대표라면 오히려 당을 향한 비판 목소리와 중진들 지적에 귀 기울이며 접합점부터 마련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한다고 본다”며 “당 대표라는 자리는 완장을 차고 경고를 내리는 등 군림하는 자리가 아닌 소통하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 경고 조치의 근거가 된 “유쾌한 결별” 발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경우에 따라 20명 이상 탈당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와 관련한 마그마는 실제 끓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지난 정치사를 보면 분당 또는 합당은 여든 야든 수없이 이뤄졌고 지금의 정당들에도 그 가능성은 늘 잠복해 있다. 당 구성원들이 뜻을 같이하고 공통의 가치가 있다면 방법론이 다르더라도 분열하지 않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부재한 상황에선 그것(분열)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큰 틀에서 보면 사회의 발전은 정반합을 통해 이뤄졌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주류와 비주류 간 경쟁과 분열, 통합을 거쳐 또 다른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분열은 ‘악’이고 합치는 것만이 ‘선’이라고 볼 수 없다. 분열은 과정에 불과하다.”

그는 “다만 그 과정이 얼마만큼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맞춰져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혁신위 구성원 대부분이 당 밖에 계신다. 이 때문에 왈가불가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적어도 ‘혁신’을 위한 발언은 아니었다는 점은 짚고 싶다. 굳이 계파를 꺼내들자면 이 전 대표 계파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한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를 전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성역을 만드는 셈이다. 되레 현 체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결함을 지적하고 혁신 방안을 내놓는 것이 혁신위의 제 역할이다.”

그는 또 “양당 구조가 공고해지면서 한국 정치의 폐해, 기득권 구조가 점점 심화되는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단순히 정부, 여당만을 상대할 것이 아니라 이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타파할지 등에 대한 논의도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선거제 개편 논의 등이 그 일례일 텐데 혁신위는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지속해서 소모적인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18일 민주당 의원총회로 결의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당이 이 과정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말을 앞세운 점을 문제로 삼았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라며 또 조건을 달았다. 당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정당했던 영장 청구는 없었다. 상황에 따라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셈이다. 결의발표문이라도 있어야 문제 지적도 하고 추가 논의도 할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말에 다들 시시비비를 따지기 어려워했다. 자기 객관화가 여전히 안 되고 있다.”

 

 

“이재명의 아집이 당 구성원 위축시켜”

오는 8월 말이면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지 1주년이 된다. 이 의원은 지난 1년간의 이 대표 체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사실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이 대표 체제를 반대해왔다. 그의 사법리스크가 당에는 부담이 되고 이 대표는 정당을 사법 방패로 앞세울 수 밖에 없다는 우려에서였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고 민주당은 그의 ‘사설’ 정당이 됐다. 역설적인 건 당에서 이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속해서 당의 공론장과 민주주의를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 12월을 전후로 한 ‘질서 있는 퇴진’ 이야기도 거론되지만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당이 이 대표로 인해 상당 부분 소모됐다. 민생에 집중하는 등 공당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 않나.”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의힘 과오에만 기대고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당에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내년 총선에서 호재로 작용할 거라 본다. 그러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정부·여당 비판에만 쏟고 있다. 당 개혁이 답보 상태에 놓이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악재는 오히려 민주당에 독이 될 거다. 최근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30~4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 의원은 인터뷰 당일인 19일 예정돼 있던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간 회동에 어느 정도 기대감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전 대표는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복원을, 이 대표는 당 구성원이 힙을 합쳐야 한다는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당 상황에선 모두 필요하다. 함께 식사하며 연대만 해서 될 것도 아니고, 도덕성 회복만 주창하며 당 파열만 자초해서 될 것도 아니다. 서로의 주장을 새겨듣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 전 대표도 당 원로로서 지속해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당의 혁신도 결국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이 대표의 경우 이제는 한발 물러나 당내 다양한 인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데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의 아집이 당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대로면 제3정당에 압도당한다”

이 의원은 최근 정부·여당의 행보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국정철학, 책임의식, 현안 대응능력 모두 부재하다. 최근만 봐도 해외 순방 중 국내 수해 피해 상황을 두고 ‘대통령이 가도 상황 안 바뀐다’고 발언했는데, 그럼 대통령이 굳이 존재할 필요가 있겠나.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해선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는데 당초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바뀐 경위부터 설명했어야 했다. 지속해서 자충수를 두며 정쟁만 촉발하고 있다. 현 정부의 능력이나 가치관은 개별 사안에 대한 발언, 행보에서부터 나타난다.” 그는 “이제 1년이 막 넘었는데 앞으로의 4년이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렇게 여야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양당의 극렬 지지층을 제외하곤 무당층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제3의 유능한 정치 세력이 등장하면 그쪽으로 표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회 안팎에선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 정의당 탈당 인사 등을 중심으로 신당 추진 움직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제1당을 뺏기는 위협이 있더라도 지금의 적대적 공존 관계를 타파하고 선순환의 정치를 꾀할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을 향해 지속해서 쓴소리를 내놓는 이유가 결국 당과 자신 모두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털어놓았다. “일각에선 이래서 공천받겠냐고 하는데 나는 국회의장을 꿈꾼다. 이를 위해선 내가 속한 민주당이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받아야 한다. 20년간 의정활동을 했다. 이제는 국회의장으로서 헌정 체제를 바로잡고 큰 틀의 정치개혁에 앞장서고 싶다. 정치 어젠다를 시스템화하고 국회의 글로벌 역량도 키우고 싶다.”

그는 “나는 비주류이고 내 목소리는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나의 지적이 당 안팎으로 널리 공유되는 데에는 그만큼 바닥 민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