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는 길, 反美시위 방치… 사제폭탄 날아들었다면?

입력 : 2017.11.09 03:03

[트럼프 방한]

역주행 봉변… 구멍난 국빈경호

反美단체 온다고 했는데도… 서울시, '광화문 행사' 취소 안해
물병·쓰레기 쏟아지는데도… 경찰, 그물망 몇 개로 방어 시도
전문가 "시위대 해산도 안시켜… 경호의 기본도 못 지켰다"

지난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 만찬 후 숙소로 돌아가던 중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반미(反美) 시위대가 던진 쓰레기 때문에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해야 했다. 최고 경계 수위인 '갑호 비상'이 떨어진 경찰이 시위대의 쓰레기 투척을 막기 위해 꺼내 든 것은 높이 2.5m, 폭 10m 그물망이었다. 시위대는 그 그물 위로 가볍게 전단 뭉치 등을 계속 던졌다. 광화문광장 부근에 42개 중대 경찰 3400여 명이 있었지만, 대부분 헬멧이나 방패 등 최소한의 방어 장비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에 대한 검문검색도 없었다. 서울시는 반미 집회로 변질될 수 있는 성격의 행사를 광화문광장에 허가했다. 북핵(北核)으로 인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경호에 큰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 정상 방문 때도 시위를 허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선진국도 경호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위는 엄격히 제한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은 "시위대가 사제 폭탄이나 화염병을 던졌으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동선 주변에 반미 시위를 허용한 것부터 문제"라고 했다.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반미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한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 쪽으로 쓰레기를 던지자 경찰이 그물망을 펼쳐 이를 막고 있다.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반미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한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 쪽으로 쓰레기를 던지자 경찰이 그물망을 펼쳐 이를 막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차량은 결국 미국 대사관 앞쪽으로 역주행해 숙소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경찰, 최고 수위 경계에도 못 막아

지난 7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선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민주시민 페스티벌(이하 민주항쟁 행사)'이 열렸다. 삼청동 입구에서 반미 시위를 마친 사람들이 민중당·전국농민회총연맹·노동자연대 등의 깃발을 들고 합류했다.

이날 반미 집회를 주도한 'No 트럼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중에는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 국가보안법에 따라 이적단체 판정을 받은 단체가 약 10곳이다. 민중당 결성 주축 인사들이 몸담았던 옛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 판결을 받았다.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주행' 상황
'민주항쟁 행사'는 곧 반미 시위로 변했다. 500여 명 참석자는 "트럼프 물러가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반미 시위대가 이미 '민주항쟁 행사' 참석을 공언했던 만큼, 예상된 일이었다. 행사 허가를 내준 서울시 관계자는 "민주항쟁 행사는 '6월 민주항쟁 30년 사업 추진위원회'가 올해 초 신청을 해 허가를 내줬던 것이며, 그땐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결정되기 전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방한 일정이 확정된 후, 서울시는 이 행사를 취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위대가 합류해 반미 활동을 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행사 신청서에는 촛불 시위 등 민주주의 관련 영상 등을 튼다고만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철제 펜스로 광화문광장을 둘러쌌다. 오후 10시 15분쯤, 일부 시위대가 횡단보도를 통해 광화문광장 양측 세종대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 쪽으로 각종 물건을 던졌다. 경찰이 이를 막기 위해 그물망을 펼쳤다. 경찰은 시위대를 막기보다 떨어진 쓰레기를 줍기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은 미국 대사관 앞 도로로 560m를 역주행해 숙소로 돌아갔다. 이 경로는 미국 백악관 경호팀이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집회 자유 보장 위해 경호는 뒷전

이번 경찰의 시위 대응은 '가능한 모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광화문광장 집회가 반미 집회로 변질됐지만, 시위대를 해산하지 않았다. 차벽(車壁) 등을 통해 시위대와 트럼프 일행 동선을 분리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촛불 집회가 평화적으로 치러진 이후 경찰의 집회 대응 기조가 가능한 한 시위를 보장하고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청와대 경호원 출신인 김두현 한국체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상황에 따라 경호의 강도를 결정하는데, 최근 북한이 트럼프를 맹비난했던 것을 감안하면 강한 경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선진국도 외국 정상이 방문하거나 테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집회·시위에 엄격히 대응한다. 프랑 스는 2015년 세계 138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기간 동안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했고, 일시적으로 국경 통제에 들어갔다.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폭력 시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고, 경찰은 200여 명 폭력 시위대를 체포·구금 조치했다.

[인물정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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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군병기사동지회
글쓴이 : 自然林/한응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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