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 한번 먹어요|◈―감동♡여운글♬

허주 | 조회 10 |추천 0 |2019.03.21. 20:22 http://cafe.daum.net/kjs9885r/M0Ip/2884 


얼마만이요? 우리 밥 한번 먹읍시다.!

 

뭐라고?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무슨 부탁을 하려고 저러시나? 세상에 '밥 한번 먹자'처럼 다양한 의미를 가진 말이 또 있을까?

 

단순히 밥을 먹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마음에 들거나 친해지고 싶을 때, 마음에 빗이 남아 있을 때, 혹은 긴히 할 말이 있을 경우에 하는 말이다. 밥값이야 얼마 되지 않겠지만, 축하해 줄 때에도, 감사를 표시 할 때도 우리 밥 한번 먹자고 한다.’

 

끼니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감각과 기억 그리고 시간을 공유하며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점심 한 끼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 좋은 감정이 생기는 동기가 된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혼자 식사를 하면 대충대충, 아무거나, 맛없이 후다닥 먹어 치우기 마련이다. 그래서 건강은 나빠지고 외로움도 한결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밥 한 끼는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행사일지도 모른다.

 

친구가 찾아왔는데 강남엔들 못 가랴? 그래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불러내서 맛집을 찾아 전국을 유랑한다.

밥 한번 산 셈 치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우리는 흔히 셈치고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도둑맞은 셈치고, 술 마신 셈치고, 엉뚱한 곳에 돈을 써도 이 한마디로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위안을 받는다. 남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도 셈치고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다.

 

셈은 계산(計算)이다. 계산은 숫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림대중으로 늘이거나 줄일 수는 없는 일. 숫자는 감정이 없이 매정한 것이어서 정확한 규칙과 객관성이 따른다. 그러나 셈치고는 그 반대로 냉엄한 계산의 세계를 쉽게 얼버무리는 데그 특징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후한 속담은 찾아보기 어렵다. 객관성보다 주관적인 기분을 중시하는 셈치고는 우리 사회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셈치고라는 불합리한 말에 동의하기 않지만 지나치게 합리적인 현대문명의 야멸참을 보니 쓸쓸해진다.

 

고봉과 저울눈금

 

고봉은 순 우리말로 수북이를 뜻한다. 흘러내릴 것이 뻔한 대도, 쌀이나 알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몇 번씩이나 다시 퍼 올려 고봉으로 퍼주는 한국인의 손길이 부럽다. “셈 문화는 비합리주의가 아니라 초 합리주의다.

 

저울을 다는데 눈금이 조금 오르니까 고추 한 개를 내려놓는다. 이번에는 저울 눈금이 조금 처지자, 가위로 고추를 반으로 잘라 저울에서 눈을 채운다. 이 정확성, 엄정성, 객관성, 역시 데카르트의 후예들은 고추를 팔아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그 반 토막 난 고추를 보면서 수십 년 동안 '셈 치고' 살아온 우리로서는 섭섭하고 야박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속일 때 속이더라도 고봉으로 말을 되는 재래시장의 훈훈한 인정이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

고봉이 아니라 수평으로 깎아도 무방하지만, 마지막까지 싹 훑지 않고 한 뼘 정도는 약간 남긴다. 야박하게 끝까지 싹 쓸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정이다.

 

길을 물으면

 

시골에서는 길을 물으면 십 리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시골 사람들은 객관적인 길이보다 걷는 사람의 감정을 먼저 생각한다.

 

어차피 갈 길인데,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야 나그네는 안도를 하고 피로가 풀릴 것이다. 거의 다 왔다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황희정승이 밭가는 농부에게 물었다. 가까운 주막이 얼마를 더 가야 나옵니까? 그러자 농부는 딴청을 부렸다. 정승 일행이 가던 길을 재촉하자 농부가 말하기를 형씨들 보폭을 보니 한식경이면 되리다.”

 

그러고 보면 '좋은 게 좋다.'는 그 기묘한 한국식 표현도 '셈 치고'라는 말과 이웃사촌이다. 좋은 것이면 그만이지 그거 꼬치꼬치 원인을 캐고 원칙을 따져서 나쁘게 만들 것이 없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도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죽은 셈 치고 라는 삶의 계산법이다. 죽은 셈 치면 어떤 불행한 일도 다행으로 보인다. 교통사고를 당해 팔다리가 없어져도 죽은 셈 치면 눈물이 멎는다.

 

요즘 아이들이 잘 쓰는 '뿅 간다.'는 말이 그것이다. 의태어와 의성어가 유난히 발달한 한국인답게 살짝 도는 것을 그리고 순간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셈 문화''비합리주의''반 합리주의'도 아니다. 합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샘법이다.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

댓글 0

추천하기 0
우리 밥 한번 먹어요
스크랩0 카페 메일
인쇄 | 신고

'위인.교육.기타 > 세상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동과 교훈  (0) 2019.04.05
힘들어도 시간이 해결한다.  (0) 2019.03.29
열심히 살기  (0) 2019.03.11
[스크랩] 이런 사람이 좋다  (0) 2019.02.18
[스크랩] 봄은 다시 온다  (0) 2019.02.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