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표면은 우리의 의식이며, 바다 깊은 곳에 본성이 있다

정수 추천 0 조회 7 19.10.19 10:2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헤르만 헤세)

너의 본성이 깊은 바다라고 상상해 보라.
그 바다의 표면은 작다.
여기서 표면은 우리의 의식이다.
그곳은 환하고,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은 참으로 작다.
물론 제일 아름답고 제일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공기나 빛에 닿으면서 물을 갈고 바꾸고 늘려 가기 때문이다.
또 이 표면은 자체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아래에서 계속 올라오고, 밑으로 계속 가라앉고, 솟구쳐 올라 평평해졌다가는 다시 밀려나면서 바다의 물이 전부 다 한번씩은 위로 올라와 보고 싶어 한다.

이 바다처럼 우리의 자아나 우리의 영혼도 수천, 수십만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끊임없이 자라고 끊임없이 바뀌는 소유와 기억과 인상의 자산으로 말이다.
그 중에서 우리의 의식이 볼 수 있는 것은 작은 표면뿐이다.
그 안에 숨겨진 훨씬 더 큰 부분은 보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거대한 어둠에서 작은 빛을 향해 계속 새롭게 옮겨가고 바뀌는 영혼이야말로 넉넉하고 건강하면 행복할 수 있는 영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도 밝은 표면에 이르지 못했기에 썩어 가고 고통받고 있는 수천의 부분들을 자기 안에 담고 있다.
썩어 가면서 고통을 불러오는 것들이기에 우리의 의식은 그것을 자꾸만 외면하고 의심하고 두려워한다.
해롭다고 판단한 것을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도덕의 목표이다.
하지만 해로운 것도, 유익한 것도 없다.

우리 내면엔 우리의 것이지만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수많은 부분들이 들어 있다.
이것들이 위로 올라오면 불행이 찾아올 거라고 도덕이 경고를 보낸다.
하지만 오히려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
전부 다 위로 올라오게 해야 한다.
도덕에 복종하는 인간은 가난해질 것이다.

- 헤르만 헤세의 유고산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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