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06 03:18
200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더 섬 오브 올 피어스(The Sum of All Fears)'에는 미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러시아 폭격기의 미사일 공격에 허망하게 부서지는 장면이 나온다. 5조~6조원이나 되는 미 해군의 9만t급 니미츠급(級) 항모(航母)가 러 TU-22M '백파이어' 초음속 폭격기가 쏜 수십억원짜리 Kh-22 초음속 미사일을 얻어맞고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거대 전함의 시대는 가고 항모 시대가 왔다. 항모는 미국은 물론 강대국들이 위력을 과시하는 상징적 존재가 됐다. 미국은 항모 왕국이다. 구소련은 도저히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항모를 잡기 위한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과 대함(對艦) 순항미사일을 발전시켰다.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도 항모 전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초기 세계 최대 항모 국가였다. 항복한 뒤 항모를 갖지 못하다가 중국의 부상, 트럼프 대통령 등장을 틈 타 경(輕)항모를 보유하려 하고 있다. 이즈모급 헬기 항모 2척을 오는 2025년쯤까지 경항모로 개조하고 F-35B 스텔스 수직 이착륙기를 실을 계획이다. 그러자 우리 정부와 군도 2030년대 초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3만t급 경항모와 F-35B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경항모 도입으로 안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항모는 5조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이 드는 사업이다. 운용비도 만만치 않다. 그 효용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항모 보유국은 대부분 넓은 바다와 해외 활동 영역을 갖고 있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은 우리의 8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근해, 특히 서해는 폭이 좁아 항모가 작전하기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중국은 항모 킬러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중·러는 마하 10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도 배치하고 있다. 일본도 이들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방어할 수단이 없다. 우리 경항모가 유사시 중·일·러에 손쉬운 '고가(高價) 표적'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에겐 F-35B보다 무장량이 큰 F-35A가 필요하다. 그런데 F-35A 도입할 예산으로 F-35B를 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러 논란에도 경항모 도입에 오히려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청와대가 "일본 경항모보다 우리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냉철하게 분석, 추진해야 할 전력 증강마저 반일 정치 논리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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