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르 VBL 정찰장갑차
식민지 등 해외 작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소형 전술차량
프랑스 육군의 소형 정찰차량 VBL <출처 : 프랑스 육군>
개발의 역사
무기는 개발국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여 만들어진다. 이런 경향은 차량에서 도드라지는데, 프랑스는 방대한 평야 지대와 북아프리카 등지의 해외 식민지에서의 작전을 염두에 두고 차륜형 장갑차량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프랑스군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운용했던 호키치스 M201 전술차량 <출처 (cc) Cjp24 at wikimedia.org>
프랑스는 파나르(Panhard)와 르노(Renault) 등 발전된 자국 자동차 산업 덕분에 우수한 차량을 도입할 수 있었다. 특히, 파나르는 모델 165, 모델 178, EBR, AML 등 프랑스 육군이 운용한 다양한 차륜형 장갑차량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1977년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 EMAT(l’État-Major de l’Armée de Terre)는 신속 대응 부대에서 정찰 및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할 중량 3.5톤 이하의 4륜 경장갑차를 요구했다. 새로운 차량은 경장갑차(Light armoured vehicle)를 뜻하는 프랑스어 Véhicule Blindé Léger의 약자를 따 VBL으로 명명되었다. VBL은 AMX-10RC 차륜형 화력 지원 차량과 함께 작전할 경량의 장갑차량으로 노후된 호치키스(Hotchkiss) M201 전술차량을 대체할 예정이었다.
엔진이 뒤에 달린 르노의 VBL 제안 차량 <출처 : joint-forces.com>
당시 프랑스는 1980년대 중반 창설할 예정이었던 신속 대응 지원 사령부와 다른 전투부대가 사용하기 위해 AMX-10 등 현대적인 전술차량 약 8,000대를 도입할 예정이었고, VBL은 정찰 및 연락 등 다양한 임무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VBL은 M201의 약점인 방어 능력을 보완하고, 1970년대 초반부터 운영을 시작한 밀란(MILAN)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탑재하여 제한적인 대전차 임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요구되었다. 이 밖에 화생방(NBC) 방호 능력과 수상 주행 능력도 요구되었고, 경량인 만큼 헬기와 수송기에 의한 수송 능력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AMX-10RCR 105mm 화력지원차량과 함께 작전 중인 VBL <출처 : 프랑스 육군>
사업은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파나르의 울트레브(Ultrav) M11 설계와 르노의 VBL 설계가 경합했다. 르노의 VBL은 엔진이 차량 후미에 장착되었고, 중량은 공차 시 2,554kg, 만재 시 2,970kg이었다. 이에 비해 파나르의 M11은 엔진을 차량 앞에 두고, 중량도 약간 더 나갔다. 두 설계안 모두 상용 자동차 부품을 많이 채용하여 가격을 낮추려 노력했다.
프랑스 육군은 1982년부터 두 회사의 시제품을 시험 평가했고, 1985년에 파나르의 설계가 최종 선정되었다. 파나르의 설계안은 프랑스 육군이 선정하기 직전인 1984년 멕시코 육군이 40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프랑스 육군의 선택이 이루어지자,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에서 파나르 VBL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프랑스군 VBL 작전 모습
프랑스 육군은 1985년 사전 생산품 15대를 주문하면서 본격적인 도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부대 운용은 1990년에 이르러서야 시작되었다. 이후 프랑스 육군은 1990년 569대, 1994년과 1997년 사이에 330대, 그리고 2004년 이전까지 길이가 20cm 길어진 장축형 VB2L 700대를 주문했다. VBL과 VB2L은 2010년까지 해외 수출을 포함하여 2,600대가 생산되었다.
VBL은 개발국 프랑스 외에 유럽,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 수출되었다. 그리고, 터키 오토카(Otokar)의 코브라(Cobra) 경정찰차량과 일본 고마츠(Komatsu)의 경장갑차량(LAV)이 탄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VBL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터키의 코브라 정찰차량 <출처 : armyrecognition.com>
파나르는 VBL의 성공에 힘입어 크기를 키운 VBR(Vehicule Blinde a Roues)을 개발하고 수출 시장에 내놨지만 실패했다. 파나르는 2012년 르노 트럭 디펜스에 합병되었는데, 2018년 아르쿠스(Arquus)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특징
VBL 제원표 <출처 : 프랑스 국방부>
VBL은 소형 4륜 장갑차로, 좌우 그리고 후방에 문이 있다. 차체는 위치에 따라 5~11mm 두께의 강철판을 용접하여 만들어졌고, 차체 측면이 각이 져 있다. 차체 방어력은 STANAG 레벨 1 수준으로 소련제 7.62mm탄을 막을 수 있으며, 차량 하부는 대인지뢰 방어도 가능하다. 차량 내부에는 NBC 방어도 가능하다.
VBL 삼면도 <출처 : the-blueprints.com>
차량의 맨 앞은 엔진이 위치하며, 95마력을 낼 수 있는 2,500cc 급 푸조(Peugeot) XD3T 터보차저 디젤엔진과 전진 3단 후진 1단의 독일 ZF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고 90km/h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순항 속도는 70km/h다. 120 리터의 내부 연료만으로 주행거리는 600km다.
전방 엔진룸을 연 VBL <출처 : primeportal.net / Jean Thomas Rembert>
엔진실 뒤에 있는 승무원실의 왼편에는 조종수가, 오른편에는 차장이 자리하며, 각각의 위쪽에 해치가 설치되어 있다. 뒤쪽 공간 위에도 무장 운용을 위한 해치가 있다.
VBL의 내부 모습 <출처 (cc) Selvejp at wikimedia.org>
차체는 자체 부력으로 물 위에 뜰 수 있고, 차체 후방 하부에 1축 스크루를 갖추고 있어 4.5㎞/h의 속도로 수상 주행도 가능하다. 차체는 길이 3.8m, 폭 2.02m, 높이 1.7m(차체만)/ 2.14m(7.62mm 기관총 거치 시), 공허 중량 3.25톤, 전투 중량 4톤, 탑재 중량 1톤의 제원을 가진다. 가벼운 중량 덕분에 헬기나 수송기를 이용한 수송도 가능하다.
UH-60 헬기에 의해 슬링 중인 VBL <출처 Public Domain>
무장은 기본적으로 차체 위에 MAG 58 7.62mm 기관총(총탄 3,000발) 또는 12.7mm 기관총(총탄 2,000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대전차 임무를 위해 밀란 대전차 유도미사일 발사기를 장착할 수 있다. 대전차 임무 시에는 차량 후방에 미사일 6발을 싣게 된다. 이 밖에도 목적에 따라 20mm 기관포, HOT 대전차 미사일,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VBL은 차량 후방 상단에 무장을 장착한다. <출처 : primeportal.net / Jean Thomas Rembert>
타이어는 런플랫 타이어로 피탄 시에도 30km/h의 속도로 5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공기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어 노면 상태에 따라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다. 기본형 외에 VB2L이라는 20cm 정도 긴 장축형도 있다. 수송, 스카우트, 정보와 EW, 연락, 치안, 지휘, 대전차, 대공 임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차체 하부에 스크루가 있어 수상 주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출처 (cc) Jastrow at wikimedia.org>
VBL은 정찰차량으로서, TR-VP 213,, TR-VP 13 및 PR4G 무전기를 탑재한다. 승무원석에는 야간 정찰을 위해 OB41, OB43, OB51 야시경을 장착할 수 있다. 핵전쟁 상황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DUK-DUR 440 방사능 탐지기도 운용한다.
수송기 투하 준비를 마친 VBL 장갑차 <출처 (cc) Duch.seb at wikimedia.org>
운용 현황
파나르 VBL은 장축형인 VB2L을 포함하여 2010년까지 프랑스군 수요와 수출을 포함하여 약 2,600대가 생산되었다. 이 가운데 프랑스군은 약 1,600대를 보유했지만, 2019년 6월에는 1,446대로 줄었다. 약 1,000여 대는 18개 국가에 수출되었다.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 중인 프랑스군 VBL <출처 : 프랑스 국방부>
프랑스 국방부는 2015년 르노 트럭 디펜스와 노후한 VBL과 VB2L 약 800대에 대한 수명 연장 계약을 맺었다. 이들 차량은 2000년부터 VBL 울티마(Ultima)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국방부에 납품되고 있다. VBL 울티마는 차체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엔진을 130마력으로 향상시켰으며, 수상 주행용 스크루를 제거했다.
아프리카에서 작전 중인 VBL <출처 : 프랑스 국방부>
VBL은 1984년 남미의 멕시코를 시작으로 수출 시장에 진출했다. 그 후 유럽의 포르투갈, 그리스, 아프리카 니제르, 가봉, 토고, 르완다, 카메룬, 지부티, 나이지리아, 베넹, 보츠와나, 세네갈, 중동의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UAE, 아시아의 인도네시아에 수출되었다.
UAE군 VBL 모습
VBL을 도입하려던 국가에는 러시아도 있었다. 러시아는 2011년 VBL 500대를 도입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와 논의를 진행했지만,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무산되었다.
VBL의 수상주행 시범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해외 작전에 많이 개입하기 때문에 VBL도 많은 해외 작전 경험을 가지고 있다. 레바논, 보스니아, 르완다 그리고 코소보에 대한 UN 평화유지 활동에 동원되었으며, 1990년 이후 아이보리코스트, 아프가니스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프랑스 군대가 파견된 거의 전장에 파견되었다.
VBL의 첫 해외 도입국인 멕시코군 <출처 : infodefensa.com>
이 밖에도 포르투갈, 그리스가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VBL을 사용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르완다 내전, 콩고 내전, 시에라리온 내전 등에서 사용되었다.
변형 및 파생형
프랑스군용
VBL: 표준형 차량. 7.62mm 기관총 1문 장착.
표준형 VBL <출처 : joint-forces.com>
VB2L: VBL Long의 다른 이름으로 차축 길이가 20cm 늘어난 장축형.
차체가 20cm 연장된 VB2L <출처 : joint-forces.com>
VBL PC: VHF와 HF 무전기를 탑재한 지휘차량
VBL 밀란(MILAN): 사거리 2,500m의 밀란 대전차 유도미사일 장착 대전차 차량
VBL 밀란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VBL 에릭스(Eryx): 사거리 600의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 탑재형
VBL AT4CS: 사거리 250m의 AT4 로켓포 장착형
VBL RECO 12.7: 360도 회전하는 포탑에 12.7mm 기관총을 장착한 무장 정찰형. 12.7mm 기관총 대신 40mm 유탄 기관포 탑재 가능
VBL RECO 12.7 <출처 : topwar.ru>
VBL 울티마(Ultima): 기존 VBL과 VB2L 800대에 대해 엔진 등을 개량한 모델. 수상주행능력 제거.
아르쿠스에서 개조 중인 VBL 울티마 <출처 : joint-forces.com>
수출형
VBL TOW: BGM-71 토우 대전차 미사일 탑재형
VBL-TOW <출처 : topwar.ru>
VBL ALBI-MISTRAL: 미스트랄 대공미사일 2발을 탑재한 지대공 버전
VBL ALBI-MISTRAL <출처 : wallpaperup.com>
VBL Mk2: 파나르가 수출 시장을 위해 125마력 엔진을 탑재하고, 프로텍터 RCWS를 장착한 개량형
시제품 단계에만 머문 것들도 있다.
VBL MVO: 소요 진압 및 치안 유지 임무용
VBL 젠다메리(Gendarmerie): 국가헌병대용 차량
국가헌병대용 VBL 젠다메리 <출처 : gendarmerie44.skyrock.com>
VBL 카논(CANON): Mk 20 rH 202 20mm 기관포 탑재형
20mm 기관포를 탑재한 VBL 카논 <출처 : thinkdefence.co.uk>
VBL TOURELLE FERMEE: 12.7mm 기관총을 갖춘 원격무장대(RCWS) 장착형
VBL 아주르(Azur): 시가전 버전
이 밖에도 운용국 사정에 따라 다양한 무장을 장착하기도 한다.
파생형
VBR: 파나르가 VBL을 수출 시장을 위해 개발한 확대형
VBL을 확대 개량한 VBR <출처 : favcars.com>
제원
구분: 차륜형 정찰 장갑차
개발: 파나르(현 아르쿠스)
길이: 3.8m
폭: 2.02m
높이: 1.7m(차체만) / 2.14m(7.62mm 기관총 거치 시)
승무원: 2명
중량: 3.25톤(공허) / 4톤(전투)
파워팩: 푸조 XD3T 터보차지 디젤엔진(95마력) / ZF 자동변속기(전진 3단, 후진 1단)
속도: 90km/h(최고) / 70km/h(순항)
항속 거리: 600km(연료 120리터)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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