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회: 13 추천: 0 작성일: 2020-09-29 09:30:03
북한은 왜 대형 잠수함 건조와 SLBM 개발에 집착할까?
북한이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공개한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 배수량이 3000t에 육박하며 함교에 북극성3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안녕하세요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신형 잠수함 건조 및 SLBM 개발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북한이 기존 SLBM 잠수함들보다 훨씬 큰 신형 잠수함을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정황이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돼 주시해온 사실이 최근 알려졌는데요,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기존 신포급 및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큰 신형 잠수함을 건조중인 정황들이 포착돼 한·미 정보 당국이 예의주시중이라고 합니다.
☞ 북 신형 잠수함 SLBM 6발 가량 탑재, 우리 도산안창호함보다 클 가능성
신형 잠수함은 길이 90m 이상으로 배수량은 4000~5000t급, SLBM은 6발 가량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처음 공개한 로미오급 개량형은 길이 80m, 3200t급인 우리 도산안창호함은 길이 83.5m, 수중배수량 4200t급인 일본 소류급(재래식 실전배치 잠수함중 세계 최대급)은 길이 84m인데 북 신형 잠수함은 이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SLBM(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사용한 잠수함은 신포급(고래급)인데요, 길이 67m에 2000t급으로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작습니다. 로미오급 개량형은 북한이 올해 초까지 사실상 건조를 완료하고 진수 시기 타이밍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미 정보당국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잠수함입니다.
이 잠수함은 함교에 SLBM 3발 가량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건조중인 신형 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에 비해 2배 가량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셈입니다. 시험함 성격이 강한 신포급은 SLBM을 단 한발만 실을 수 있습니다.
☞ 정경두 전 국방장관, 북 신형 잠수함 건조 사실 첫공개
북한의 신형 잠수함 건조 문제는 사실 한달여 전쯤 정경두 전 국방장관에 의해 국회에서 '살짝' 공개가 됐었습니다. 당시 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질의에 “기존 운용하던 로미오급 잠수함을 성능 개량하는 부분과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 2가지가 있다”며 “지난번(지난해 7월)에 북한에서 언론에 공개한 사안은 로미오급을 성능 개량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그렇게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로미오급 개량형과는 별개의 신형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군 소식통은 “당시 정 장관이 언급한 신형 잠수함은 소형 잠수함이나 작은 잠수정이 아니라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큰 신형 잠수함을 의미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상당히 의미 있는 새로운 사실을 국방장관이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었는데 언론이 왜 주목하지 않았나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하더군요.
북 신형 잠수함 건조 징후는 4년전쯤 처음으로 노출됐습니다. 미국의 대북 전문매체인 38노스가 신포조선소 야적장에서 찍힌 직경 10m 가량의 잠수함 압력선체 사진을 공개한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 압력선체가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 건조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군 당국은 이보다 큰 신형 잠수함 건조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로미오급 개량형의 압력선체 직경은 7~7.6m로 10m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의 대형 조립건물. 길이 194m로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 3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일보 DB
☞ 다음달 노동당 창건 75주년 맞춰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 진수 등 주목
군 당국은 10월10일 북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북한이 로미오급 개량형 진수나 신형 SL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SLBM 발사를 강행한다면 지난해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을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에서 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 북극성3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에 반드시 잠수함에서 수중발사 시험을 해야할 상황입니다. 북극성3형은 종전 북극성1형(최대 사거리 1300㎞)에 비해 크기도 커지고 사정거리도 2000㎞ 가량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군 당국은 현재까지 SLBM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북 SLBM 전략기지로 탈바꿈한 신포조선소
북한의 SLBM 관련 보도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인데요, 신포는 원래 수상 선박 및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7~8년 사이 SLBM과 관련된 각종 시설들이 속속 건설돼 ‘SLBM 전략기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4월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는 북 신포 조선소의 대변신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신포조선소와 인근 지역에 대형 조립건물과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 신형 잠수함 수리용 쉘터(엄폐시설) 등을 건설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신형 잠수함 3척 동시건조 가능한 신포조선소 대형 조립건물
북한이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조선소의 대형 건물은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 대형 건물은 길이 194m, 폭 36m로 나타났는데요, 북한은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형 건물 내에서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신포조선소 인근 마양도는 북한 최대의 잠수함 기지로 잠수함 20~30척 가량이 배치돼 있다는데요, 이는 북한 전체 잠수함(정)(70여척)의 30~40여%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신형 북극성 3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1형에 비해 크기가 커지고 사거리도 길어져 최대 사거리는 2000여km인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 신포조선소와 마양도기지 묶어 대규모 SLBM 전략거점을 만드려는 듯
유엔 안보리 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난 신포조선소의 지속적인 확장 움직임을 감안하면 북한은 신포조선소와 마양도 잠수함 기지 등을 묶어 대규모 SLBM 전략거점을 만드려 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신포조선소에는 SLBM 잠수함 건조 및 시험, 보수, 잠수함 요원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모아놓고, 로미오급 개량형 및 현재 건조중인 신형 SLBM 잠수함 등은 한·미 양국군 공격을 피해 신포반도 바로 앞에 있는 마양도 기지 지하(암벽 터널) 시설에 배치, 운용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신형 잠수함 건조와 SLBM 개발, 조립건물, 훈련센터, 수리용 쉘터, 지하 잠수함 기지 건설 등에는 최소 수억 달러, 우리 돈으로 수천억원 이상의 엄청난 돈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제가 어려운 북한 입장에서 수억 달러는 매우 큰 돈입니다.
북한은 이미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1만3000㎞의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왜 천문학적인 돈을 또 투자해 신형 잠수함과 SLBM 개발에 열을 올릴까요?
☞ ICBM 무력화 대비, 대미 2격 능력 갖기 위해 SLBM 개발 주력
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 의해 ICBM이 무력화될 경우에 대비해 미국에 대한 2차(보복) 공격수단으로 SLBM과 신형 잠수함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2격(擊) 능력’이라고 하는데요, ICBM은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지만 미 정찰위성 등 감시수단에 포착돼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물속의 잠수함은 미국도 탐지가 어렵기 때문에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는 매우 효과적인 기습 타격무기입니다. 물론 북한의 SLBM은 우리나라에도 위협이 되고 이 때문에 군에서도 탄도탄조기경보레이다를 추가 도입하고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등 대잠 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 SLBM의 사거리가 3000~5000km급으로 늘어난다면 우리보다는 괌과 하와이, 미 본토 등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겠지요.
현재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대 강국만이 SLBM ‘2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갖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시해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도 진행중이라는 설도 있고, 지금 건조중인 신형 잠수함이 핵추진 방식일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북한은 가급적 미 본토에서 3000~4000km쯤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 SLBM으로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도 긴 항속거리를 가진 대형 잠수함과 보다 긴 사정거리를 가진 신형 SLBM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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