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가을 바람 불어
허공의 빈 나뭇가지처럼 아빠는
울고 있다만 딸아
너는 무심히 예복을 고르고만 있구나.
이 세상 모든 것은 붙들지 못해서 우는가 보다.
강변의 갈대는 흐르는 물을. 언덕의 풀잎은
스치는 바람을 붙들지 못해
우는 것, 그러나
뿌리침이 없었다면 그들 또한
어찌 바다에 이를 수 있었겠느냐.
붙들려 매어 있는 것치고
썩지 않는 것이란 없단다.
안간힘 써 뽑히지 않은 무는
제자리에서 썩지만
스스로 뿌리치고 땅에 떨어지는 열매는
언 땅에서도 새싹을 틔우지 않더냐.
막막한 지상으로 홀로 너를 보내는 날,
아빠는 문득 뒤꼍 사과나무에서
잘 익은 사과 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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