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주 입력 2020.10.25. 06:33 댓글 10개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이씨의 형 이래진(55)씨는 조카의 편지를 공개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24일 오후 6시쯤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 빌딩 앞에는 꿈꾸는 청년들 등 청년단체의 주최로 이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전날 자신의 조카이자 숨지 이씨의 큰아들이 쓴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빠’라고 운을 뗀 편지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공부 잘 되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본 적 없는데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고 한 아들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엄마와 저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시간이었는지 아빠는 그곳에서 다 보고 계셔 눈도 감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지 못할 거라 생각된다”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해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고 한 아들은 “아빠가 47년 동안 걸어온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은 20년을 함께해온 엄마뿐”이라고 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이기자고 엄마와 얘기했다”고 한 아들은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이 마무리될 때까지 울지 않기로 했다. 아빠의 명예를 되찾기 전까지 엄마와 저는 울 자격도 없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우리 앞에서 강하게 잘 버텨 준 엄마가 우리가 없을 때 많이 우셨는지 퉁퉁 부은 눈을 보니 나라가 원망스럽고 분노가 차오른다”고 한 아들은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아들은 편지에서 어린 동생을 걱정하기도 했다. “아빠 오면 줄 편지를 쓰고 아빠 얼굴을 그리고 있는 동생에게 아빠가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아빠가 그리울 때 찾아갈 곳이 없다는 현실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지”라고 한 아들은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엄마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아빠의 마지막 전화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아들은 “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인지, 내가 살기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빠가 남기고 가신 숙제가 됐다”고 했다.
아들은 말미에 “누가 뭐래도 가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아빠를 우린 너무 잘 알기에 나의 아빠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 잘했다고 힘껏 안아달라.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하겠다”고 했다.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보낸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편지를 대신 읽은 이래진씨는 기자회견에서 “군의 오락가락한 입장 번복과 해경의 부실 수사로 더 이상 값진 희생을 욕되지 않게 하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히 동생의 유해 송환과 공동조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씨는 또 “동생의 이름이 당당히 밝혀지는 그 날까지 저희 가족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편지가 낭독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래진씨와 연대해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북한의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이씨를 포함해 30여 명의 청년단체 회원이 참가해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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