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0.12.19 03:26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행정법원에 정직 징계에 대해 소송을 내자 여권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히 맞서려는 것이냐”고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끝까지 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객기”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 모임은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모습은 비상식적 반발”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문 대통령은 사실은 아주 무서운 분”이라며 “마음먹으면 무섭다”고 위협했다.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말 대통령과 싸움을 계속할 거냐”고 했다.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했으면 무릎 꿇고 조아리라는 투다.
검찰총장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모든 공무원은 상관, 장관, 대통령에 앞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봉사'와 ‘대통령에 대한 봉사'가 충돌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공무원이 국민을 배반하더라도 승진시켜주고 좋은 자리 보내주는 대통령에게 먼저 충성한다. 지금 정권 인사들은 윤 총장에게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법치와 민주, 헌법 논리가 아니라 조직폭력단의 논리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억지 징계하는 것은 자신과 정권의 불법행위를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권 불법을 수사하지 않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윤 총장을 법무장관에 임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조국의 파렴치, 월성 1호 평가 조작 등을 수사하자 어떻게든 윤 총장을 쫓아내 이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엉터리 이유와 공작적 절차로 윤 총장을 징계하려고 한다.
윤 총장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면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는 묻히고 만다. 나라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윤 총장이 소송을 통해 바로잡는 것은 법치를 세워야 할 검찰총장의 의무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재임 중 문제로 재판받고 수감돼 있다. 문 대통령도 불법을 저질렀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법치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과 공무원은 왕(王)을 받들며 살지 않는다. 이른바 ‘민주화' 운동권의 권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 행태를 개탄한다.
[강천석 칼럼] ‘대통령의 상식’이 有故 상태다
後進的 지도자·정부·정치, 코로나 불길에 국민 가둬…
似而非 일자리· 사이비 청정에너지· 사이비 개혁이 나라 거덜냈다
입력 2020.12.19 03:20
대통령의 상식이 有故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뉴시스
재난(災難) 방송은 정확해야 한다. 위험과 희망을 부풀리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 사령탑(司令塔)이 우왕좌왕하면 세상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아수라장으로 변해 희생을 몇 십 배 키운다. 세월호 어린 희생자들 영전(靈前)에 ‘고맙다’는 글을 남기고 들어선 정권이라 이런 이치만은 단단히 깨쳤겠거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발언록을 좇아가 보자. 지난 13일 ‘지금은 절체절명의 시간이자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나흘 전엔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말을 세 번 되풀이했다. 11월 21일 G20 화상(畫像) 정상회담에선 ‘한국은 신속한 진단 검사와 역학 조사로 확산을 막았다. 한국 경험이 세계 각국에 참고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그날 255명이던 확진자는 사흘 뒤 553명으로 뛰었다. 침몰 직전 세월호 선내(船內) 방송도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백신 확보 여부에 따라 코로나 ‘불길에서 탈출하는 나라’와 ‘불길 속에 갇힌 나라’로 양분(兩分)됐다. 영국·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회원국 27곳과 일본은 백신 접종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다. 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도 상당량의 백신을 확보했다. 구조 사다리 없는 한국은 제3 세계 국가들과 이 탈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 계약했다는 영국산(英國産) 백신은 임상(臨床) 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약품 심사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영국 의약품규제청조차 이 자국산(自國産) 백신 심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걸 국민에게 접종하겠다고 한다.
세계 최고 최첨단 반도체·자동차·석유 시추선을 생산·수출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한국의 ‘지도자 경쟁력’ ‘정부 경쟁력’ ‘정치 경쟁력’이 낙후(落後)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부 대기업과 K팝·영화 산업의 선전(善戰) 덕분에 세계에서 선진국 또는 선진국에 가까운 나라로 대접받는 데 익숙해졌다. 국가 지도자는 물론이고 상당수 국민도 이걸 당연스레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선진(先進) 부문과 후진(後進) 부문이 병존(竝存)하는 이중 구조 국가다. 일부 대기업·건강보험·공항·항만·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은 선진 부문이다. 반면에 지도자의 현실 인식과 미래 비전, 법치(法治)의 안정성, 정부 역할과 정치 행태, 노사 관계, 복지 시스템의 효율성, 시민 단체의 도덕성과 공공 의식은 후진의 허물을 벗지 못했다. 대학도 중진국 수준이다.
문제는 후진 부문이 선진 부문을 지휘·감독·감찰하고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런 역행(逆行)은 상향(上向) 평준화가 아니라 선진화된 부문의 토대까지 허물 위험이 크다. 이 정권 들어 건보(健保) 재정이 급속히 악화하고 노동 부문이 더욱 경직(硬直)되고 있는 것은 국가의 노화(老化)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코로나 불길에 갇힌 나라 모습은 ‘후진’에 짓눌린 ‘선진’이 내는 비명이다. 사이비(似而非)를 걷어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도 근본이 전혀 다른 걸 ‘사이비’라고 한다. ‘사이비 종교’만 해로운 게 아니다. 사이비 과학은 미신(迷信)만도 못하다.
기업 투자가 없어도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제학은 ‘사이비’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Energy For Future Presidents)’의 저자 리처드 뮬러 버클리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방사선 누출로 인한 사망자는 한 사람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회 증언에서 지구온난화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미국 의회의 생각을 바꿔 놓은 인물이다. 대통령은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현재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사이비 물리학’에 감염(感染)된 것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없는 죄를 만들지 않고 있는 죄를 덮지 않는 것’이다. 검찰총장 징계 과정은 ‘없는 죄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생중계하듯 보여줬다. 대통령 혼자 속고 속이는 개혁이다.
사이비에 대한 해독제(解毒劑)로는 건전한 상식만 한 것이 없다. 대통령의 상식은 무고(無故)하실까.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정(司正)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독재 운운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의 상식과 판단력이 유고(有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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