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 또는 軍의 군사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언론 등에서 보도되는 세계 각국의 군사력 순위는 통상 글로벌파이어파워(GFP)라는 인터넷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GFP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상전력은 세계 11위, 공군력은 세계 5위, 해군력은세계 13위이다. 국가 군사력 순위는 세계 6위이다. 이 데이터를 어느정도 신뢰할 것인지는 판단하는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현재 우리는 현존 및 잠재 위협에 대비하여 어느 정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현재 국방부 및 합참, 각 군에는 전력분석을 할 수 있는 일부 조직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군사능력평가결과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각 군의 입장에서는 자군 중심의 전력분석을 통해 현재 능력을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각 군은 자군의 능력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전력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능력에 대한 정량적 평가시스템의 부재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검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전작권 전환 조건 #1,2 즉 우리 군이 확보해야 하는 군사능력을 충족했는지 미측은 의문을 제기한다. 아니 우리 측에서 미측의 의문을 해소시킬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과제는 조건#1,2를 합쳐 약 50여 개의 대과제와 150개의 세부과제로 세분화 되어있다. 이중 전략과 작전 개념 발전, 훈련과 교육과 관련된 일부 과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력증강에 해당하는 과제들이다.
과다한 전력소요는 전력화에 차질을 가져 왔고, 전력화의 차질은 곧 전작권 전환의 조건인 우리 군의 군사능력을 스스로 충족하지 못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선정된 수 많은 전력들이 정말 얼마나 전작권 전환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인지 다시한번 되돌아 보아야 한다.
둘째는, 미래 요구능력의 판단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미래 요구능력은 국가안보전략지침에 근거하여 합참이 수립하는 "합동군사전략"에 근거한다.매 5년 단위로 작성하는 합동군사전략서가 변화하는 안보환경을 적시에 반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한된 여건에서도 합참은 이런 변화요인을 군사전략에 반영하여 군사력 건설과 운용의 지침을 제공해 주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이 지체되거나 누락될 때 각 군은 독자적인 전략 및 개념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근거로 미래 요구능력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전력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각 군의 입장을 합참에서 얼마나 신뢰성있는 근거를 통해 조정 통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셋째는 군이 요구하는'전력화 시기'이다.
무기 획득방법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군이 요구하는 "전력화 시기"이다. 각 군 입장에서는 요구하는 무기체계를 가급적 빠른 시기에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할 수 있는 무기도 소요군이 요구하는 전력화 시기에 맞추기 위해서 즉각 획득이 가능한 해외구매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우리 군이 지난 10여 년간 해외에서 구매한 무기는 약 46조원이다. 이는 매년 약 4조원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연간 방위력개선비의 약 30%에 해당되는 재원이다.
군이 요구하는 전력화 시기에 맞춘 획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과거 대북 전력우위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했던 시기에는 빠른 시기에 전력화할 수 있는 해외구매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군사기술의 발전 등을 고려하여 국내개발을 우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비정비, 수리부속, 성능개량 등 운용유지를 포함한 총수명주기차원에서 획득방법이 검토되야 한다는 의견이 좀더 공감을 얻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력인플레이션의 중심에는 '자군 우선주의'가 있다.전력인플레이션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이 있어야 합동성에 기초한 3군의 균형발전을 통한 국방개혁의 완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력인플레이션",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첫째, 現 "전력평가시스템"을 재조직화하여 구속력있는 전력평가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전력평가에 대한 책임은 우선 국방부에 있다. 과거 국방부는 KIDA의 전력분석조직을 활용하여 매년 전력평가 결과를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KIDA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인 각 군의 군사능력평가시스템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랫동안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전력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해결방안으로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각 군에 분산되어 있는 전력분석조직을 "국방부장관 또는 차관 직속기관으로 통합" 하고, 매년 각 군의 전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장관주관 의사결정체계에 반영하여 심의의결함으로써 구속력을 갖게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각 군의 전력소요를 조정, 통제함으로써 소요를 최적화해야 한다.
합참은 국방부의 전력평가결과등을 토대로 소요 최적화를 추진하고, 이를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 등에 반영하여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있는 군사력 건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소요의 최종 판단은 합참의 역할이다. 국방개혁은 '합동성에 기초한 최적의 전력'을 확보하는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합동성'이란 용어가 최근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각 군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둘째,"전력화시기"를 단계화하는 것이다.
전력화 시기를 단계화한다는 것은 "무기체계 개발과 연계하여 진화적 작전요구성능(ROC)을 적용하여 전력화시기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 을 의미한다.
진화적 ROC는 오래전부터 획득의 용이성, 기술 진부화 방지, 국내 연구개발 여건보장 등 전력소요의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무기의 일괄획득을 선호하는 軍의 소극적인 태도로 정착되지 못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환경 변화로 인해 이제 진화적 ROC를 적용한 전력소요의 필요성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반드시 뒷따라야 한다. 현 방위사업법이나 시행령, 관련 규정들에 진화적 ROC 적용을 조건으로 반영하여 각 군이 소요제기단계에서부터 진화적 ROC를 고려한 전력화 시기의 단계화를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이제 최고 성능의 무기체계만을 선호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도한 성능과 단기적인 전력화 시기 요구는 획득방법을 제한하여 오히려 전력화를 지연시키는 전력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전력화 시기를 보다 유연하게 판단한다면 획득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어 전력화 지연을 방지함으로서 전력인플레이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유플렛폼"개념의 합동전력소요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공유플렛폼이란 "한 무기체계를 소요제기는 특정군에서 하지만, 운용시에는 2~3개군이 공유하는 개념"이다. 제한된 작전환경이나 재원, 인력 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적 개념이다.
공군의 HUAV 및 MUAV와 육군의 지작사 및군단UAV, 드론봇 등 감시자산이 상호 충돌한다. 또한 육군의 아파치헬기 및 지대지미사일과 공군의 전투기나 공대지 미사일이 충돌한다. 그리고 해군의 함대지 및 잠대지 미사일과 육군 및 공군이 미사일이 충돌한다. 이런 충돌을 해소하는 대안이 공유플렛폼 개념이다.
각 군의 임무와 역할의 중복성은 무기소요의 중복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중복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공유플렛폼" 개념을 적용한 합동전력 소요 및 운용개념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육군과 공군이 UAV플렛폼은 공유하고, 생산되는 정보는 각 군이 필요에 의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육군의 경우 UAV운용을 위한 비행장 확보에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이라면 아파치헬기도 지상작전에만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륙작전 및 해상작전에도 운용할 수 있다. 상륙함은 육군의 장거리 전투력 투사가 필요할 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무기 소요와 획득의 불균형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전력인플레이션"이다. 소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전력화시기에 맞춘 획득이 지연됨으로써 우리 군의 군사능력 확충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국방개혁에 영향을 미치고, 국방개혁의 지연은 전작권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2021년을 준비하는 군 리더십들의 의지가 그저 의례적인 구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합당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 전력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이 작동되기를 기대해 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