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D-1 / F-6A 스카이레이 전투기

 

 

미국의 손으로 부활한 “루프트바페”의 기술

 

샌디에고 상공을 비행중인 제3전투비행대대 소속의 F4D-1 스카이레이더. <출처: US Navy>


개발의 역사

2차 세계대전 말, 독일은 전황이 결정적으로 열세에 처하게 되자 이를 뒤집기 위한 "한 방"을 날리기 위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무기체계 개발에 매달리게 된다. 그중에 등장한 가장 획기적인 무기 중 하나는 메서 슈미트(Messerschmitt)사에서 개발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되어 실전에 투입된 로켓추진 방식의 요격기인 Me-163 코메트(Komet) 전투기였다. 독일의 명 항공역학 엔지니어인 알렉산더 리피쉬(Alexander Lippisch, 1894~1976) 박사가 개발한 이 전투기는 최고 속도 1,130km/h(마하 0.92)까지 도달했으며, 약 370대가 양산됐다. 사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개전 전부터 이 전투기의 개념을 잡았으나 개발이 내내 지연되다가 1944년 말에 가서야 실전에 처음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 Me-163은 연합군 전투기를 8~9대가량 격추했고, 또 다른 제트기인 Me-262 역시 연합군 전투기 542대를 격추했지만 이들 '제트 전투기'로 전쟁의 흐름을 뒤집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독일은 Me-163 코메트(좌)와 Me-262 슈발베(우)를 개발하며 제트전투기 시대를 개막했고, 미국은 전후 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출처: Public Domain>

독일군의 첨단 기술은 종전과 함께 진주해 온 승리자인 소련, 영국, 미국에 의해 빠르게 수집됐다. 특히 미 공군의 전신인 미 육군항공대(USAAF)는 "러스티(Lusty)" 작전을 통해 독일군의 항공 기술을 적극적으로 선점했으며, Me-163 또한 다수가 온전한 상태로 입수됐다. 미 육군항공대는 이를 토대로 다양한 제트추진 항공기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미 육군항공대는 이렇게 수집한 고급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민간 항공사인 더글러스 항공(Douglas Aircraft, Co., 1967년 맥도넬과 합병 후 1997년 보잉에 흡수)의 엔지니어인 진 루트(L. Gene Root, 1910~1992)와 아폴로 스미스(Apollo M.O. 'Amo' Smith, 1911~1997)를 파리로 불러와 Me-163의 항공역학 데이터 해석을 의뢰했다. 이들은 수집한 데이터에서 Me-262뿐 아니라 무(無) 미익이나 삼각익 항공기의 풍동(風洞) 시험 데이터도 발견했다.

D-571에서 F4D-1에 이르기까지 설계의 변화 <출처 : 네이버 무기백과>

루트와 스미스는 미국으로 귀국한 뒤 파리에서 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각익의 요격기 설계에 들어갔다. 1947년, 미 해군 항공역학부(BuAer)는 고도 15,240m에 5분 내에 도달하여 전투를 치를 수 있는 항모 기반의 단거리 고고도 요격기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행했고, 이에 앞서부터 삼각익 전투기 설계 개발을 하고 있던 더글러스는 이 설계를 요구도에 맞게 적용시켜 D-571 설계를 완성했다. 이 설계는 더글러스의 전설적인 설계자인 에드 헤인먼(Ed H. Heinemann, 1908~1991)과 R.G. 스미스 (Robert G. Smith, 1914~2001)가 요구도에 부합하도록 설계를 손봐 D-571-4 설계로 이름 붙인 후 미 해군에 제출했다. 이에 미 해군은 D-571-4 설계를 채택해 두 대의 시제기 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XF4D-1으로 명명했으며, 별칭으로는 독특한 날개 모양에 착안해 "하늘의 가오리"라는 의미로 "스카이레이(Skyray)"라 붙였다.

이륙 중인 XF4D-1 스카이레이 시제기. (출처: US Navy)

더글러스는 스카이레이 공장에 장막을 둘러 최대한 기밀을 유지하며 제작했고, 이 사업에 대한 내용이 일반에 흘러나가는 것도 엄격하게 통제했다. XF4D-1 스카이레이 시제기 1번기는 1950년 10월에 출고했으며, 처음 모습이 공개됐을 당시 스카이레이의 독특한 주익 모양이 화제가 됐다. 스카이레이의 주익은 분명히 일반적인 삼각익이 아니었으며, 일각에서는 밸런타인 하트 모양을, 다른 곳에서는 카드 게임의 스페이드 모양이라고 칭했다. 스카이레이의 양산기는 1956년 초부터 생산이 시작됐으며, 양산기 초도 기체는 이듬해인 1957년 미 해병대에 첫 인도됐다. 스카이레이는 총 419대가 양산됐으며, 이후 미군이 삼군 항공기 지정 번호를 통일하면서 F-6로 전부 변경했다. 스카이레이 양산기는 1956년 4월부터 미 해군 제3 혼성비행대대(VC-3) “그레이나이츠(Grey Knights)”에 배치되어 실전에 들어갔다. VC-3는 이후 제3 전천후 전투비행대대(VFAW-3)으로 재편되면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North American Aerospace and Defense Command)에 배속되면서 캐나다 공군과 함께 북미 지역의 방공 임무를 책임지게 되었다.

F4-D 스카이레이 소개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특징

스카이레이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은 주익으로, 직선익도, 후퇴익도, 삼각익이라고도 구분할 수 없는 독창적인 형태다. 굳이 분류하자면 후퇴각이 적용된 광(廣) 삼각익이지만,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형태를 띠고 있다. 굳이 이런 독특한 형태의 주익을 채택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독일로부터 입수한 항공역학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더글러스사는 입수한 데이터를 통해 뒤로 살짝 쳐진 형태의 삼각익을 제트기에 적용하면 상승 속도가 올라가 요격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F-4D는 후퇴각이 적용된 광 삼각익이 특징이다. (출처: US Navy)

실제로 스카이레이는 상하 움직임이 뛰어나 고도 12,000m까지 도달하는 데 2분 정도면 충분했으며, 반대로 급하강을 실시하면 최대 마하 1까지도 도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스카이레이는 “10분 킬러(10-Minute Killer)”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최단 시간 고도 도달로 다섯 번이나 기록을 세웠다.

 

https://youtu.be/mwnEhU1H7fg

 

미 해군 식별 교육용 F4D 스카이레이 항공기 영상 (1957) (출처: 유튜브 채널)

 

스카이레이는 주익과 동체가 연결되는 연결 부위 또한 독특한 형태로 설계됐다. 엔진 공기 흡입구가 주익-동체 연결부에 살짝 묻힌 형태로 설치됐으며, 이는 단발 엔진으로 산소를 공급한다. 연료는 면적이 넓은 주익 공간에 주로 수납되며, 동체 일부에도 컨테이너 형태로 설계된 연료탱크 안에 일부 채울 수 있다. 주익은 52.5도 정도로 후퇴각이 적용됐으며, 작은 리딩에지 슬랫(Leading edge slat: 앞전에 설치된 작은 날개면)이 주익과 엔진 흡입구 위에 설치되어 저속에서 양력이 발생하도록 설계했다. 스카이레이에는 수평미익이 따로 없으며, 피치 트리머(Pitch trimmer)와 에어 브레이크(air brakes)는 엔진 추진구 양옆에 설치됐다.

F4D의 조종석 파노라마 뷰. (출처: US Navy National Naval Aviation Museum/Virtual View)

스카이레이는 함재기 용도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므로 항모 수납을 위해 주익이 접힐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엔진은 최초 맥도넬(McDonnell)에서 제작한 F3H 디몬(Demon)처럼 웨스팅하우스의 J40 엔진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스카이레이는 동체 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추진력이 큰 대형 엔진을 설치할 수 있었으므로 더 안정성이 높고 추력이 강한 프랫 앤 위트니의 J57 엔진으로 최종 변경했다.

스카이레이에 장착된 APQ-50A 레이더. (출처: Public Domain)

무장으로는 기본적으로 콜트(Colt)사의 M12 20mm 기관포를 네 정 주익에 설치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탈착이 가능했다. 레이더는 AN/APQ-50A 수색/단일추적 레이더를 장착했으며, 에어로(Aero)사에서 제작한 13F 화력통제체계와 연동되어 있었다. 동체 하부에는 총 세 개의 파일런이 설치되어 있어 양쪽 주익과 동체 아래에 무장을 설치할 수 있었으며, 최대 총합 1,815kg의 무장이나 1,135리터의 외장 연료 두 개를 장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카이레이의 임무는 접근해 오는 적기에 빠르게 따라붙어 격추하는 요격기 임무였으므로 통상 무장은 가볍게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AAM-N-6 스패로우(Sparrow) III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F4D-1의 모습. 1961년 경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US Navy)

 


운용 현황

스카이레이는 미 해군에서 처음 실전 배치에 들어가 북미 항공우주방어사령부(NORAD)에 최초 배치됐으며, 시제기를 처음 받아 시험 비행을 수행한 미 해병대도 일부 기체를 수령하여 운용했다. 스카이레이는 최초 F-4D라는 제식 번호가 부여되어 있었지만 1962년 9월에 제식 번호를 재지정하면서 명칭이 F-6A로 변경됐다. 한편 스카이레이는 예비군에도 대량 보급되면서 미 해군 및 미 해병 예비군 제881, 882 및 215 비행대대에 배치됐다.

1957년 4월 4일, 비행 중 촬영된 미 해병 115 전투비행대대 소속 F4D-1 스카이레이. (출처: US Navy)

스카이레이는 북극을 넘어 북미 지역으로 넘어오는 소련 장거리 폭격기나 전투기를 요격할 목적으로 운용됐으며, 특히 소련이 폭격기를 이용한 장거리 핵 투발 시도를 할 경우 이를 저지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부여받았다. 이를 위해 스카이레이에는 20mm 기관포 외에 AIM-9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공대공 미사일 4발과 무유도 로켓 등을 장착하고 임무를 수행했다.

1958년, 캘리포니아주 차이나 레이크(China Lake) 해군 항공시험장에서 무장 테스트를 위해 점검 중인 스카이레이 130747번기. (출처: US Navy)

더글러스사는 시제기 두 대를 포함해 총 421대의 스카이레이를 양산했으며, 1958년 12월까지 캘리포니아주 엘 세군도(El Segundo)에 위치한 더글러스 항공 공장에서 계속 양산을 실시했다. 1962년 이후 A-6A로 명칭이 변경된 스카이레이는 해병 및 해군 항모 비행대대 소속으로 1964년 2월까지 실전 운용됐다.

1957년 8월 30일, 미 해군 항모 본 홈 리처드(USS Bon Homme Richard, CVA-31)에 착륙 중인 스카이레이. (출처: US Navy)

스카이레이가 퇴역을 시작했을 무렵 한 대의 미 해군 소속 F-4D-1(기체 번호 134806) 한 대가 1956년 7월에 미 연방 해군항공박물관(US National Naval Aviation Museum)에 기증되었으며, 1962년 파튜센트 리버(Patuxent River)에 위치한 해군 항공시험본부(Naval Air Test Center)로 다시 이관되어 1969년까지 전시됐다. 현재 이 기체는 해군 항공대의 펜사콜라(Pensacola) 기지 내 해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파생형

XF4D-1: 시제기 형상. 1962년 YF-6A로 재지정됐다. 총 2대가 제작됐다.

XF4D-1 시제기 <출처: Public Domain>

F4D-1: 단좌식 양산기 형상. 1962년 F-6A로 재지정 됐다. 420대가 양산됐다.

미라마(Miramar) 미 해병기지 내 플라잉 레더넥(Flying Letherneck) 항공 박물관에 주기 중인 미 해병 F4D-1 스카이레이(기체 번호 139177). 2008년 경에 촬영됐다. (출처: Scott Dunham)

F4D-2: F4D-2 형상에 J57-F-14 엔진을 장착한 형상. 100대가 주문이 들어갔으나 전량 취소됐다.

F4D-2N: F4D-2에 노즈를 늘려 트윈(twin) 레이더 스캐너를 장착시키기로 한 계획안. 이후 F5D 스카이랜서(Skylancer)가 됐다.

F-5D 스카이랜서: F4D, 혹은 A-6A에 대대적인 개선을 가한 형상으로, 최초 슈퍼 스카이레이(Super-Skyray)로 명명하려 했으나 실기체 제작 단계에서 “스카이랜서”로 별도의 명칭이 부여됐다. 총 4대의 시제기가 제작됐지만 양산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며, 4대 모두 NASA로 이관되어 우주왕복선 사업에 투입됐다. 스카이랜서는 이후 우주왕복선 개발 중 “제미니(Gemini)”의 사출시스템 개발 등에 기여했다.

F-5D 스카이랜서 <출처: Public Domain>


제원(F4D-1 기준)

제조사: 더글러스 항공 (Douglas Aircraft, 現 보잉[Boeing])
승무원: 1명
전장: 13.79m
날개 길이: 10.21m
전고: 3.96m
날개 면적: 51.7㎡
에어포일: NACA 0007-63/30-9.5(윙팁: NACA 0004-5 63/30-9.5)
자체 중량: 7,268kg
총중량: 10,273kg
최대 이륙 중량: 12,300kg
추진체계: 프랫 앤 위트니(Pratt & Whitney) 16,000 파운드급 J57-P-8 애프터버너 터보팬 엔진
최고 속도: 1,161km/h
항속 거리: 1,130km
페리 범위: 1,930km
실용 상승 한도: 17,000m
상승률: 93m/s
날개 하중: 200kg/㎡
추력 대비 중량: 0.71
무장: 20mm 콜트(Colt) Mk. 12 기관포 x 4(2정씩 각각 리딩에지 측면에 장착, 분당 65발)
7발 70mm 무유도 로켓 6 포드
19발 70mm 무유도 로켓 6포드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x 4
907kg 폭탄 x 2
항전: APQ-50A 레이더/에어로(Aero) 13 화력통제 레이더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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