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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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4-21 14:32:55

예산·시간·플랫폼 삼박자 갖추면 해군형 KF-X 개발 가능할까?


‘F-35B’ 유력 거론…첨단 무기 美 편중 시각 공존
KF-X 개발 플랫폼 활용…“충분한 가치” 주장도

 

 

해군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항공모함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형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게 될 함재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공군이 도입 중인 F-35A의 파생형인 F-35B가 한국형 항공모함의 첫 번째 함재기로 도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일부 군사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한국형 항공모함의 함재기로 해군형 KF-X를 개발해 실전배치 하자”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해군형 KF-X의 개발과 실전배치는 과연 가능할까? 온라인 군사동호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흥미로운 주제를 소개한다. 글=계동혁 전사연구가

 

KF-X 전투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모함은 자타공인 해군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군함이었고 항공모함의 보유 여부는 해군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됐다. 특히 미 해군이 보유한 원자력추진 항공모함은 그 압도적인 크기와 강력한 전투력으로 인해 “슈퍼 캐리어(Super Carrier)”로 불리며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는 첨병으로 활약해 왔다.


항모 도입을 위한 해군의 노력

우리나라 해군 역시 항공모함 도입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으며 항공모함 도입에 대한 최초의 대통령 재가는 199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이 격화되면서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해상 도발에 대한 대비책을 해군에 지시했고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은 경항모(Light Carrier) 도입을 최적의 대안으로 보고했다. 대통령 재가와 함께 항공모함 도입 계획은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전력 격차를 줄이고 우리 해군의 전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묘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야심 차게 추진되던 해군의 경항모 도입은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던 건조 비용과 여러 현실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1997년 3월 백지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의 항공모함 도입 노력은 꾸준히 지속돼 왔으며 지난 2007년에 취역한 독도함(LPH 6111) 역시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20년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항공모함 도입이 확정됐으며 지난 2월 22일 개최된 제13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는 경항공모함(Korea Light Aircraft Carrier Experimental·이하 CVX)사업 추진기본전략(안)이 심의·의결됐다. CVX 사업은 “해상작전이 가능한 전투기를 탑재해 다양한 안보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고 분쟁 예상 해역에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우리군 최초의 경항공모함 확보 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업 기간은 2022년부터 2033년까지, 총사업비는 약 2조3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 F-35B

한국형 항공모함에 탑재하게 될 함재기 역시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8월에는 ‘LPH 미래 항공기(F-35B) 탑재 운용을 위한 개조·개장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이 방위사업청을 통해 공고되기도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 기종은 단거리 발함(發艦) 및 수직 착함(着艦)이 가능한 F-35B로 알려져 있다.

F-35B는 대형 리프트 팬(Lift fan)과 추력 전환장치를 사용해 단거리 이륙 및 수직 착륙(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이하 STOVL)이 가능한 F-35 파생형 모델이다. 외부 형상은 기본형인 F-35A와 비슷하지만 STOVL을 위한 복잡한 내부구조와 해상작전을 위한 부식방지 코팅 등으로 인해 내부구조가 완전히 다른 것은 물론 기체 중량 역시 더 무겁다. 이것은 F-35B가 F-35A에 비해 기동성은 물론 항속거리, 작전 지속시간, 무장탑재량 등의 수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OVL은 이러한 약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며 현존하는 유일한 5세대 STOVL 전투기라는 사실 역시 F-35B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있다. 현재 F-35B는 미 해병대의 주력기종이며 영국 공군 및 해군, 싱가포르 공군, 이탈리아 해군, 일본 항공자위대 등이 운영 중이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해군 역시 F-35B를 가장 유력한 함재기 후보로 검토 중이다.


관심 집중, 해군형 KF-X

한편 지난 9일 거행된 KF-X 시제 1호기 출고식에 맞춰 “한국형 항공모함의 함재기로 해군형 KF-X를 개발해 실전배치 하자”는 주장이 등장해 군사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가 충분한 독자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고, 한국형 항모의 건조 및 실전배치가 2030년대 초반으로 예정된 만큼 해군형 KF-X의 개발 및 실전배치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해군형 KF-X의 개발이 성공하면 향후 다양한 파생형을 기반으로 수출시장에서 KF-X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군사마니아들은 이미 전 세계 공군과 해군에서 널리 사용한 F-4 팬텀II 파생형과 프랑스의 라팔 등을 예로 들며 해군형 KF-X의 개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기종은 단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약간의 개량을 거쳐 공군과 해군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됐고 KF-X 역시 약간의 개량을 통해 함재기로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운용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는 것.

실제로 함재기의 경우 극단적으로 짧은 이착함 거리로 인한 급가속과 급정지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기체구조와 착륙 및 제동 장치는 필수다. 비좁은 항공모함 갑판에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날개 혹은 동체 일부를 접을 수 있어야 하며 염분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방염 및 방수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실제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F-4 팬텀II 역시 개발 초기에는 공군형과 해군형의 차이가 없었지만 서로 다른 운용 환경으로 인해 결국 외형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기체가 됐다. 라팔의 경우에도 외견상 같은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체의 주요 뼈대가 완전히 다르며 착륙장치(Landing Gear) 역시 확연히 구분된다.


해·공군 개발 전투기 전용 사례 다수


다른 관점에서 해군형 KF-X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의외로 공군형 혹은 해군형으로 개발된 전투기 중 성공적으로 전용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군형 KF-X 개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 공군도 운영 중인 F-5는 최초 미 해군 호위항모 사업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N-156을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후 관련 사업이 취소되면서 훈련기인 T-38과 현재의 F-5로 진화했다. 미 해군의 F-14가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먼저 개발됐던 미 공군의 F-15를 해군형으로 전용하려는 계획 역시 유명하다.

미 공군 경량전투기사업(Light Weight Fighter program·이하 LWF)의 승자였던 F-16이 V-1600이라는 이름으로 미 해군 함재기 사업에 참여한 사례도 있다. 반대로 최초 공군형으로 개발된 YF-17을 해군형으로 개량한 F/A-18의 사례도 있다. 특히 F/A-18을 다시 수출형으로 개량한 F-18L의 경우 F/A-18에 비해 무장 능력은 1.4배, 항속거리는 2배 이상 향상된 것이 특징이었다. 결국 충분한 예산과 시간만 확보된다면 이미 개발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파생형을 개발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F-35B와 해군형 KF-X 도입의 장단점은?

먼저 F-35B의 경우 이미 공군이 F-35A를 운용하고 있고 관련 기반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더해 현존하는 유일한 5세대 STOVL 전투기이자 이미 검증된 기체라는 점도 F-35B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F-35의 추가 도입이 계획돼 있는 만큼 20대 정도를 F-35A가 아닌 F-35B로 도입하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함재기 운영 역시 해군이 별도의 전투비행대대를 창설해 F-35B를 운용하는 것이 아닌 공군이 F-35B와 조종사, 운용요원 등을 해군에 파견하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모함 운영은 해군이, 함재기 운영은 공군이 각각 분담하는 운영 방식은 특이한 것이 아니며 영국 등의 국가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더욱이 21세기 전장은 육·해·공군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유연한 합동성이 승리의 핵심인 만큼 F-35B를 통해 우리 군의 통합전투역량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F-35A에 이어 F-35B까지 미국 일변도의 최첨단 무기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편 해군형 KF-X 개발 및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항공산업의 불모지에서 KT-1과 T-50을 탄생시켰고 KO-1, TA-50, FA-50 등의 개량형을 순차적으로 개발한 것은 물론 KF-X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해군형 KF-X의 개발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단 해군형 KF-X 개발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다는 점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국형 항공모함의 건조 및 진수가 2030년대 초반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기존 KF-X를 함재기로 개량하는 데 필요한 시간 역시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다수 항공전문가도 현재 우리의 능력을 감안 할 때 해군형 KF-X의 개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결국 충분한 예산만 확보되고 강력한 자주국방의 의지만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해군형 KF-X의 등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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