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 부동심을 보다 - 원정(圓貞) 김정은 씀
경주에 봄님들이 다녀온지 벌써 1년
작년에는 태극이가 너무 어려서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봄나라 성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불국사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제안을 하자마자 계획이고 뭐고 없이 시간만 정해놓고는 덜렁 그대로 출발이다.
2009년 3월 31일 오전 9시 센터에서 원아선생님, 원경님, 원대님, 원자님, 원지수님, 원우님, 원정, 태극
이렇게 8분이 원대님 차량과 원자님 차량에 나눠타고 경주로 출발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 한 번 들르고는 그대로 경주까지 직행 !!
경주는 벌써 벚꽃이 피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함께 여린 연두빛의 새싹들, 분홍 꽃잎을 대하노라니
마음이 두근두근 그대로 봄이 된다.
불국사에 도착해서 안동에서 온 원녀님과 합류하고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먹고는 석굴암으로 곧장 간다.
초등학교 때 걸스카웃에서 한 번,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또 언젠가 여행으로 한 번
도합 세 번을 온 불국사와 석굴암인데 도대체 뭘 보고 왔는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입장료가 무려 4,000원 !!!!
석굴암과 불국사를 합쳐서 4,000원이 아니라 각각 4,000원씩이다.
이렇게 비싼 곳을 세 번이나 왔었는데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라곤 노점상에서 오디 사먹은 기억뿐이니
석굴암에 들어가기 전 석굴암 석굴에 대한 설명과 함께
평면도와 종단면도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평면도의 모습이 사람의 상반신(머리, 목, 어깨) 모양과 비슷하고
정확히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본존불 뒤의 십대제자상과 전실의 팔부신중상 등
그 배치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있으셨다.
입구에서 석굴암까지 가는 길은 대략 10여 분 정도
절벽을 따라 잘 닦인 길은 그 기운이 참으로 좋은가 보다. 들어서자마자 벌써 머리가 아프다.
(이상하게 두물머리나 강화도 마니산, 지리산 등 어디 좋은 데 가면 머리가 아프다.)
석굴암 내부는 촬영금지이므로 사진은 불국사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첫 번째 석굴암에 들어갔을 때는
십대제자상이고 팔부신중상이고 뭐고 하나도 안 보이고
본존불 하나밖에 안 보여서 대단히 실망을 했다.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줄지어 바글바글 들어와서
제대로 다 보지도 못하고 떠밀려 나왔다.
그 아이들도 그냥 줄지어서 석굴암을 관통할 뿐 제대로 보는 녀석 하나 없다.
"아..나도 저래서 기억이 안 나는구나..!!"싶더라.
좀 조용해지자 두 번째 석굴암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좀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다.
본존불의 앉아있는 모습, 손의 모양, 얼굴 표정,
좌우의 기둥과 돌의 색깔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양 옆의 금강신장을 쳐다보았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더 험상궂어 보인다.
석굴암에서 나오자 원아선생님께서 감각감상을 물으신다.
그리고는 이런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는 모든 지식(생각)을 내려놓고 오로지 감(감각)으로 봐야 한다고 하신다.
그저 한 눈에 턱 보고 느껴지는 그 감(感) !!
세 번째 석굴암에 들어갔다.
느낌..?
본존불은 편안해보이고 입구를 지키는 금강신장은 불안해보인다..?
무얼 말하는 거지..?
원아선생님께서 다시 감각감상을 물으신다.
원지수님이 "금강신장이 참 열심히 지키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자
"바로 그것이다..!!"라며 말씀을 이어가신다.
본존불이 무심이라면
금강신장은 일심이다.
편안한 무심의 상태가 되려면
편하지 않은 일심의 공력을 어마어마하게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무심일심으로 이루어지는 부동심이다.
석굴암이 세계문화유산이라면 무언가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것은 석굴암이 부동심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시 보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네 번째 석굴암에 들어갔다.
금강신장을 보는데 아....무언가 저릿하다.
있는 힘껏 굳건하게 디딘 저 두 발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불끈 쥔 주먹과 적을 물리치려는 듯한 팔동작을 보라..!!
부릅뜬 눈은 달마의 눈이다.
나는 어떠한가
나는..본존불의 편안함을 위해 공부한다면서
금강신장의 편하지 않은 일심의 공력을 그만큼 기울였는가
내 몸과 마음을 돌아봄 하기 위해 눈을 부릅 떴는가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를 통과 하였는가
자문자답해보며 부끄러움을 금치 못한다.
탁 터진 눈 앞의 경관을 바라보니 좀 전의 아픈 머리가 씻은 듯이 낫는다.
마음이 다잡아진다. 본존불이고 자시고 지금은 금강신장이 되자.
중생심이 평상심이냐
무심이 평상심이냐
일심이 평상심이냐
무심일심이 평상심이냐
부동심이 평상심이냐
부동심의 증득이야 말로
공부의 목적이고 삶의 목적이다.
세 번이나 가봤던 석굴암
그러나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석굴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많이 찾는 세계의 문화유산이건만
그 의미가 나의 삶과 연결되지 않으므로 금새 잊히는 건 아닐까..?
원아선생님께서 부동심으로 풀어주시니
석굴암이 나에게 안착된다.
석굴암 아래에는 수광전(壽光殿)이 있다.
생명의 빛, 불생불멸의 봄나
수광전 기둥에 적힌 주련(柱聯)을 해석해주셨다.
고로비동용(古路非動容) ; 옛길은 움직임이 없고 모양이 없으니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는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옛길이라 표현한 것이다.
움직임도 없고 모양도 없으니 부동심(不動心)을 말한 것이다.
소연사기위(消然事己違) ; 부동심에서는 일어나는 일이 자연 소멸된다.
소림문하사(少林門下事) ; 그것이 소림의 문하(도의 문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불의생시비(不意生是非) ; 부동심에서는 시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석굴암의 조각도 그렇고 그 아래 수광전도 그렇고
모두 부동심(不動心)을 의미함을 말씀해주셨다.
1년 전 불국사를 돌아보며
대웅전 우측에 석가탑을 우뇌(감각)
대웅전 좌측의 다보탑을 좌뇌(생각)
두 개의 탑 중간에 있는 석등을 인당
불국사 제일 꼭대기에 있는 관음전(觀音殿)을 백회로 풀어주셨다.
그리하여 관음전, 즉 소리 듣기야 말로
석굴암, 즉 부동심으로 가는 열쇠임이 드러난 것이다.
봄나라의 책읽기 과정이 그것이다.
눈으로 글자를 정확히 보고 입으로 정확히 읽고
그 소리를 귀로 정확히 듣는 책읽기 과정이야 말로
부동심에 들 수 있는 문(門)인 것이다.
그래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감각할 수 없는 것을 감각하는 일심으로
일심무심, 부동심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불국사는 저 산 아래에 있고
석굴암은 산 위에 홀로 존재한다.
부동심에서는 우뇌니 좌뇌니 감각이니 생각이니
일체의 성리(알음알이)가 붙지 않는다.
1년 전 우리가 자기 소리도 듣지 못하던 시절
불국사를 방문하여 관음전의 의미를 되새기며 책읽기 과정이 재편되었고
이제 책읽기 과정이 정착되고 득음이 된 가이드 봄님이 나오고
요즘 부동심에 관한 원아선생님의 글이 나오고
부동심에 대한 말씀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되자
불국사도 들르지 않고 바로 석굴암으로 내딛은 것이다.
경주에 와서도 불국사를 볼 요량이었지 석굴암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바로 석굴암으로 올라온 것은 무엇이며
석굴암이 부동심을 이야기 하고 있음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
감로수의 시원한 물을 마시고 석굴암을 내려오는 마음은
참으로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게 내려앉는다.
한아름 안고 가는 뿌듯한 이것이 봄나라 자연 바라봄의 묘미가 아닌가
인간계발 자아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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