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충돌방지 필요성 공감…7개월 만에 통화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입력 2021. 09. 10. 21:02 댓글 24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현안 등을 논의했다. 양 정상의 통화는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으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를 하고 광범위한 전략적 논의를 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또 경쟁이 분쟁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양국의 책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가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중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로 미·중이 서로 어떻게 지내느냐는 세계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양국이 경쟁으로 인해 충돌에 빠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경쟁이 충돌로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두 국가의 책임감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채택한 대중(對中)정책으로 중·미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중·미 협력은 양국과 세계가 이익을 보는 것이고, 중·미가 대항하면 양국과 세계가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통된 난제가 많은 만큼 양국 관계를 조속히 안정·발전의 정상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중관계와 양국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폭넓은 전략적 소통을 했으며 두 정상이 미·중관계와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이 양국 관계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미·중 정상, 현안 놓고 90분 통화

바이든 취임 후 두 번째…시 주석 “갈등 땐 양국과 세계가 모두 피해”
미 ‘아프간 궁지’ 돌파구 분석…양국 정상 회담 논의 가능성도 관측

AP통신 등은 미·중 정상 통화가 사이버 안보부터 무역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를 놓고 90분가량 진행됐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와 방역, 경제 회복 등 세계적 현안에 있어 양국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신화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 양국 관계의 마지노선 중 하나로 제시해 온 대만 문제와 관련해 “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중관계 악화와 미국·대만 관계 강화 흐름 속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수교 이래 미·중관계의 토대임을 강조해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백악관 발표나 미국 언론 보도에는 이 부분이 없다.

미 고위 관리는 두 사람 간 통화가 솔직하고 친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과거 개인적 교류 경험도 언급됐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부통령과 부주석 자격으로 양국을 상호 방문해 만난 적이 있고, 2013년에는 시 주석이 중국을 찾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 대해 “잘 알지만 오랜 친구는 아니며 비즈니스 관계”라고 말할 정도로 냉랭해졌다. 두 정상이 이번 통화를 통해 양국 간 갈등을 관리하고 협력적 공간을 만들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은 향후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통화도 정체된 양국 대화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고위급 대화와 실무 접촉이 몇 차례 있었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대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정상 간 직접 대화를 결심했다고 CNN이 백악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에서의 혼란,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궁지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며 정치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미·중은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외교 당국자 간 2+2 회담을 가졌지만, 양측이 거세게 충돌하며 입장차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 지난 7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두 개의 요구 목록과 3대 마지노선을 제시하는 등 숙제만 떠안겼다. 그러나 미·중 정상 통화에서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좁히기가 여전히 숙제라고 볼 수도 있다.

폴리티코는 미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두 정상이 비공개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월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홍콩·대만·신장 문제 등에 있어 양국의 입장차가 크고, 안보·무역·첨단기술 등 각종 분야의 대립도 치열해 이를 극복하고 그동안 강조해 온 협력 가능 분야에서 실질적 대화의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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