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아는 것은 통(通)도 명(明)도 아니다 !!
옛날 어떤 백정[屠兒]이 아사세왕에게 가서 한 가지 소원을
청하였다.
왕은 물었다.
“네 소원이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명절 모임 때에는 반드시 짐승을 잡을 것인데,
그 일을 제게 맡기시면 제가 다 하겠습니다.”
“짐승을 죽이는 일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것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전생에 가난하여 백정 집에서 일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천왕(四天王)에서 났다가 거기서 천수가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나 계속해서 양백정 노릇을 하였고,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천상에 났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 양백정 노릇을 하였기 때문에 여섯 하늘에
두루 나서 한량없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에게
청하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비록 네 말과 같다 하더라도 무엇으로 그것을 알았는가?”
“저는 전생 일을 압니다.”
“저것은 거짓말이다. 저런 하천한 사람이 어떻게 전생을
알겠는가?”
그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은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 말과 같고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전생에 일찍 벽지불을 만나보고 기쁜 마음이 생
겨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 머리를 우러러
보고 그 발을 내려다보다가 곧 착한 마음을 냈습니다.
그 공덕으로 낱낱 여섯 하늘에 두루 나게 되었고, 인간에
내려와 나서는 스스로 전생 일을 알게 된 것입니다.
복덕이 익었기 때문에 여섯 번 천상과 인간에 나게 되었고,
그 죄가 아직 익지 않아 지금 당장은 과보를 받지 않지마는,
저 몸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양백정의 갚음
을 받을 것이요, 지옥에서 나와서는 양의 무리로 태어나
낱낱이 그 갚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전생을 아는 지혜가 옅어서 오직 여섯 천상의 일만
을 알고, 과거의 일곱째 몸은 모르기 때문에 양을 잡는 것이
곧 하늘에 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다만 전생 일만을 아는 것은 통(通)도 아니요,
명(明)도 아닙니다.”
- 잡비유경(雜譬喩經) -
여기는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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