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호위함인 DDG173 공고함과 미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인 DDG51 알레이버크함 중 어느 배의 배수량이 더 클까.
일반적인 배수량 표기 기준으로는 공고함이 7250톤, 알레이버크함이 8230톤이므로 알레이버크함의 배수량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고함의 배수량이 더 크다. 같은 만재 배수량으로 비교하면 공고함은 9500톤, 알레이버크함은 8230톤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함의 크기를 표시하는 단위인 배수량을 비교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산출된 수치인지를 따져 보지 않으면 오해하기 쉽다.배수량(Displacement)이란 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밀어내는 물의 중량을 뜻한다. 어떤 물체가 바다 같은 액체 위에 떠 있을 경우, 그 물체의 중량은 밀어내는 액체의 중량과 같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적용해 배의 중량을 표시하는 것이 바로 배수량이다.
배수량을 측정하는 기준 중 경하 배수량(Light Displacement)는 기본 선체에서 거의 고정적인 항목들을 포함한 중량을 의미한다. 고체 혹은 액체로 된 영구적인 밸러스트, 함상 수리부품, 기계류의 구동유체 등이 포함될 뿐 연료나 탄약 등 소모성 항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본적인 선체의 중량만을 의미하는 것이 바로 경하 배수량이다.
표준 배수량(Standard Displacement)은 과거 해군 군함의 크기를 규제하기 위한 워싱턴조약에 따른 배수량 기준으로, 탄약이나 승조원의 무게는 포함되어 있지만 연료나 청수 등은 포함시키지 않았을 때의 배수량이다. 만재 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은 경하 배수량에 하중(payload)을 포함한 중량으로 달리 설명하자면 모든 면에서 운항준비가 갖추어진 상태의 중량이 바로 만재 배수량이다.
승조원과 탄약, 연료는 물론이고 저장탱크 속의 각종 액체나 해수 밸러스트까지 포함한 중량이 바로 만재 배수량이다. 같은 만재배수량이라고 해도 수치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만재배수량 이상의 화물을 탑재한다고 해서 바로 침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선체 측면에 그어 놓은 만재 흘수선(Draft Line)까지 배가 잠긴 상태를 기준으로 만재 배수량을 표기한다.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에 대해 미 해군이 공식적인 만재배수량을 시종일관 9만7000톤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비해 민간에서 출간된 군사서적에서는 10만1000톤이나 10만3000톤 같은 다른 수치를 제시하는 것도 만재 배수량의 기준이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같은 톤수 표기에서도 2000파운드를 1톤으로 하는 미국 톤(Short Ton), 2240파운드를 1톤으로 하는 영국 톤(Long Ton), 미터법 기준(Metric)의 1톤에 따라서도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미 해군은 기본적으로 만재 배수량으로 함정의 중량을 표시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는 표준 배수량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은 필요에 따라 경하 배수량과 만재배수량을 혼용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일반적으로 경하 배수량 기준으로 한 경하 톤수로 표기하고 있다. 단 대외 언론 보도시에는 세부 수치를 10단위 혹은 100단위로 단순화시킨 보도용 표기 기준에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테면 1980년대에 건조된 호위함의 경우 경하 배수량을 기준으로 한 톤수는 1400~1500톤 사이의 수치를 가지고 있고 만재배수량은 1800여 톤이지만 경하 톤수를 100단위로 단순화시켜 1500톤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민간 언론 보도 등에서는 외국에서 출간된 군사연감을 기준으로 만재 배수량을 기준으로 표기할 경우에는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수치가 서로 달라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기준이 다르므로 수치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설명:현재 순항훈련 중인 한국형 구축함(DDH-II) 최영함과 군수지원함(AOE) 대청함의 대외 보도용 공식 톤수는 각각 4400톤과 4200톤이다. 해군 제공
< 김병륜 lyuen@dema.mil.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