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탐구/사후세계는 어떤 곳인가<2>

일상사로 다가온 죽음, 죽음학의 등장

죽음은 누구도 부인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에도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의 생활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행동하거나, 죽음은 인정하나 머나먼 미래의 사건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현군자나 영웅호걸도 다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모두 죽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말입니다.

현대사회에는 의학의 발달로 사망자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반드시 노인에게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은 우리의 일상사처럼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보듯이 현대문명은 인간의 수명이 다해 가만히 누워서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종교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늘 종말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어른이나 어린아이 할 것 없이 한꺼번에 죽음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반도가 북한의 핵 문제 때문에 시끄럽지만 인간이 만들어놓은 대량살상무기는 지구의 종말이 현실화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인은 어쩔수 없이 죽음과 친숙해지고 말았습니다. 고대사회에서 죽음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삶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의 끝으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제 인류사회가 죽음을 다시 개개인에게 친숙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잘 죽는다는 것

내세에 대한 관심, 죽음에 대한 이미지의 보편화와 친근감에 따라 죽음이 신성하고 두려운 것에서 언제라도 닥칠 '나의 일반적 문제'로 변화한 것은 수많은 죽음 관련 서적과 영상물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 비디오 등 동영상에 익숙한 어린이와 신세대 젊은이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죽음에 접근하고 죽음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결국 현대인은 대중문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반복하면서 죽음의 이미지를 친밀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자살사이트를 통해 동반자살을 모의하고, 건강한 젊은이들이 죽음을 실행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알프레드 알바레즈는 '자살의 연구'에서 자살은 개인이 사회에 적응하는 정도와 관계가 있으며, 사회변동이 급격하여 미처 대처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지만 자살의 증가는 죽음의 일상화 현상의 하나입니다.

죽음은 시대적 차이나 문화적 차이, 사회.역사적 배경 차이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있으며, 인간들의 죽음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죽음은 인류역사상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철학과 예술, 특히 문학에서의 대명제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친숙한,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죽는다는 것, 이것은 인간의 운명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살다가 잘 죽는 것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이 한 번뿐인 유한적인 운명임을 깨닫고 또한 나의 생활이 매일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할 때 내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며 충실하게 적극적으로 살도록 최선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죽음학'의 대두

요즘 학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죽음학 또는 임종학(Thanatology)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임종학은 죽음에 대한 의학적, 문화적, 종교적, 법적인 의미와 접근방법, 죽음에 대하여 알 권리, 인공적인 생명연장에 대한 논의, 안락사, 존엄사, 임종간호, 통증 관리 등 죽음과 임종(dying)에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죽음학에서는 죽음의 의미와 대응방법을 가르쳐야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이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합니다. 대학가에서 죽음학 강의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안락사, 호스피스, 살인과 사형제도, 자살, 죽음과 종교, 장례의식 등의 주제에 대해 연구발표를 하고, 죽음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죽음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한 유서를 써보고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학의 거장인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는 '죽어가는 자의 고독'에서 서구문명사회가 죽음과 노화를 은폐하고 젊음과 건강을 강조하면서, 늙음과 죽음에 대한 부정과 왜곡된 공포가 죽어가는 인간을 고독과 절망 속에 빠뜨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이제 올바로 잡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의 의미와 사후에 대한 분명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죽음의 순간을 잘 맞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죽음이 생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권오문 종교신문 논설위원 omkwon@segye.com


<사진>우리나라의 전통 장례문화를 엿볼수 있는 임권택 감독의 '축제' 영화포스터. 현대인들은 영화나 책 등의 대중문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의 이미지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 정태춘

 

 

 

 

 

 

 

 

 

출처 : 행복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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