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윤석준(203.255.xxx.xxx)
입력 2024-07-22 09: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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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의 차밀, 2024년 7월 22일>
 
미국 지옥문 전략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 못하는 이유
 
 
 
 
필자가 중국 군사 문제를 접하면서 가장 부동의하는 부분은 미국의 중국인민해방군(PLA) 위협 평가 기준이다. 미국이 중국 군사력의 정량적 비교를 기준으로 내린 위협에는 많은 부분 동의를 하나, 정성적 비교와 작전개념에 따른 위협 주장에는 적지 않게 부동의한다. 아마도 다른 중국 군사 전문가들도 필자의 시각과 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난 6월 10일 신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 샤무엘 파파로(Admiral Samuel Paparo) 제독은 미국 워싱턴 포스토(Washington Post)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에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대만해협에 입체적 소형 무인체계를 구축하는 ‘지옥문 전략(Hellscape Strateg)’ 구축 계획을 밝혔다. 필자는 이를 미국이 중국 군사 위협을 오직 정량적 기준으로 평가하였고 중국군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에 대한 평가를 간과한 조치로 보며, 미국은 지옥문 전략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할 수 없다고 단정하였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군 양적 군사력 팽창을 근거로 중국을 ‘추적하는 미래 위협(pacing challenge)’라고 정의했는데, 미국 통합전투 사령부 중 가장 큰 작전구역을 갖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구 현장 작전지휘관이 미래에 미국을 추적하는 중국군의 군사전략과 작전개념 변화에 대한 언급없이 중국군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지옥문 전략을 구축한다거 공개한 사례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대만해협 긴장의 가장 핵심은 과연 중국군이 각종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집권 9년차에 진입하는 대만 민진당 정부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인가와 만일 중국의 대만에 대한 침략이 개시되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2가지이다. 이에 대해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다양한 예측과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최근 일본 매체는 일본 자위대가 중국군이 모든 부대와 전력을 동원하여 1주일만에 대만을 점령한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하였다.
 
일단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옥문 전략이 상기 2가지 의문점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전술적 묘책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하였다. 
 
첫째, 대만해협 긴장이 정치적 대립에서 군사적 충돌로 기정 사실화된 상황에 대한 전술적 대응이다. 2017년 이전까지 대만해협 긴장은 중국과 대만 간 합의한 1992 컨센서스(1992 Consensus)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정치적 대립이었으나, 2017년 전임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카드’를 중국을 압박하면서 정치적 갈등에서 군사적 대결로 변화되었다.
 
특히, 미국 내 싱크탱크들이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위기 또는 우발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도상연습을 실시하여 마치 중국의 대만 침략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다 보니 2023년 1월 말 미 공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급유를 담당하는 당시 미 공군 기동 사령관 마이크 미니한(General Mike Minihan) 공군대장이 뜬금없이 “2025년에 중국 공군과 한판 전투를 벌릴 것이다”고 쓴 지휘메모를 예하에 전파한 사례까지 나타났다. 
 
둘째, 미국의 대중국 강경책 구사에 따른 역효과에 대한 극약 처방이다. 2017년 전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카드’를 중국을 압박하는데 사용하였고, 이에 중국군이 내정 간섭이라면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길어지면서 중국군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는 대만군 역량이 제한된 것이 노출되었고, 대만 국민은 중국과의 갈등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아마도 파파로 제독은 복잡해지는 대만해협 긴장 상황을 일시에 저지할 극약 처방을 찾았을 것이다. 
 
셋째,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극약 처방 필요성 강구가 촉박했다. 중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만일 대만이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 원칙을 거부하고 독립을 선언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중국군은 2027년까지 군사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사 전문가들은 2025년∼2035년 기간을 가장 결정적 시기로 전망하자, 올해 5월 5일 3년 임기의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으로 취임한 파파로 제독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지옥문 전략 구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부정적 평가도 있다. 
 
우선, 중국군의 군사전략이 변화된 것을 간과한 ‘뒷북치는 대응책’이라는 평가이다. 지금까지 미국 내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대규모 상륙작전을 전제로 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각종 도상연습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하지만, 일부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 이후로 중국군이 대만에 대해 군사전략 일부를 수정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실제 중국군은 대만에 대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조절하면서 정보전, 경제적 제재, 사이버 공격, 심리전 등으로 포함한 ‘하이브이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난해 3월부터 추진된 미 국방부의 국방혁신에 대한 후속조치에 따른 급조된 조치라는 평가이다. 2021년 1월 20일에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가 다 되도록 국방혁신에 미진하였다는 평가가 제기되자, 이에 당황한 미 국방부는 지난해 8월에 국방혁신단(DIU) 주관의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Replicator Initiative) 프로그램’ 추진을 공개하였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할 지옥문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미 태평양 함대 사령부는 무인전력을 기존 함대의 보조전력으로 활용하는 ‘유령함대 대군주(Ghost Fleet Overlord)’ 개념과 유무인 전력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드 오버매치(Project Overmatch)’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지옥문 전략을 쉽사리 구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지옥문 전략 추진에 있어 많은 작전개념과 기술적 문제가 상존한다는 우려이다. 2022년 5월에 태평양 함대 사령부 예하 제3함대는 제1무인수상전대(Unmanned Surface Vessel Division-1: USV Division One)를 창설하였고 무인 수상함 운영 개념과 기술적 문제 식별을 위한 2022년 림팩 훈련시 약 11일 간 전투실험을 하였다. 아울러, 지난해 9월에 제1무인수상전대는 소속 무인 수상정 4척을 호주로 이동시켜 10월 24일부터 2023년 2차 통합전투문제 식별훈련(IBP 23.2)을 실시하였다. 
 
이에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제3함대 제1무인수상전대의 IBP 23.2 연습을 통해 지옥문 전략을 위한 1) 킬-체인 구축, 2) 체계 운영요원에 대한 교육, 3) 유무인 복합전을 위한 교육, 훈련과 자격 부여 등을 식별하였으나, 이들을 실질적으로 승화시키기에는 아직도 많은 기술적 작전 개념적 문제들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예를 들면, 무인기 군집(swarm) 작전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인공위성 통신체계, 새로운 군집작전 개념 정립, 기존 작전개념과의 상호보완성 강구, 네트워크 체계 구축 등의 과제들로 알려졌다. 현재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옥문 전략과 기존 작전개념과의 상호보완성 확인, 기존 지휘통제 체계와 다른 별도의 지휘통제 체계 구축 여부, 대규모이고 입체적 군집 무인작전을 할 네트워크 체계 구축 여부 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구축 기간이 장기간 소요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지옥문 전략은 대만에 대해 중국군의 군사적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시급한 대책였으나, 구축 기간이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어 시기적절성을 상실할 우려가 제기되었다. 예를 들면, 전임 미 해군 참모총장 마이클 길데이(Admiral Mike Gilday) 해군대장(豫)이 지옥문 전략을 주도할 유령함대 대군주 완성을 위해 매 5년간 3단계 과정을 거치는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밝힌 것이었다. 
 
특히, 입체적 소형 무인체계를 어떻게 단기간 내에 구축할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지옥문 전략을 주관할 미 해군 유령함대 대군주 개념은 주로 1,000〜2,000톤 규모의 모듈식 대형 무인수상함과 약 500톤 규모 무인수상함을 대상으로 전투실험을 하어 향후 이러한 미 해군 유령함대 대군주와 프로젝트 오버매치 개념이 대규모 입체적 소형 무인체계를 필요로 하는 지옥문 전략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 5월 15일 Naval News는 제1무인수상전대 소속 제3 무인수상정분대(USVRON Three)가 샌디에고 항구 내에서 전투실험한 길이 3∼5미터의 소형 무인수상정을 약 400척을 건조할 예정이라며, 지옥문 전략이 아마도 2022년 제5함대 사령부가 걸프만에 구축한 군집형 소형 무인수상정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2022년 11월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는 작전책임구역이 2.5백만 ㎢이고, 약 21개국이 인접하고 3개의 좁은 해협으로 구성된 걸프만에서 이란혁명수비대 해군(IRGCN)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약 100개 Saildrone Explorer 소형 무인수상정을 설치하여 이란 IRGCN의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납치 행위를 감시하고, 민간 및 미 해군 함선에 대한 공격 및 차단행위를 저지하고 있다. 또한,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Saildrone Explorer 소형 무인수상정을 대거 배치하여 이란 IRGCN 활동을 저지하는 것만이 아닌, 걸프만으로 진입하는 미 해군 항모타격단의 전방위 무인 수상부대 역할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전에 대한 전투실험을 추진하였다.
 
 
 
 
마지막으로, 지옥문 전략 구축 가정이 잘못 설정되었다. 파파로 제독은 지옥문 전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우세한 러시아군에 대해 적용한 무인체계 운영 사례를 교훈으로 삼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해협 전장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과 유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에 대책없이 당한 러시아군과 중국군은 다르다고 평가한다.  
 
특히, 초근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군이 대만해협을 물리적으로 지나는데 장기간이 소요되고 큰 피해가 예상되는 바, 중국군은 대규모 상륙작전보다, 정보전, 사이버 공격, 경제적 제재, 대만에 대한 인지전 등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통한 속전속결의 단기전(short of war)을 지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면 지옥문 전략이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된다.
 
지난 5월 13일 미국 전쟁 연구소(ISW)는 중국군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대규모 군사작전보다, 군사적 방안 이외 다른 비물리적 대안을 함께 혼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통해 대만 국민들이 민진당 집권에 대해 스스로 불만을 갖도록 함으로써 대만 스스로가 전략적 자율성을 포기(captituation)하는 정치적 목표를 지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연구결과를 공개하였다. 이는 지난 6월 10일 파파로 제독이 선언한 지옥문 전략에 대한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었다. 
 
또한, 미국 동맹국과 대만 주변국의 우려이다. 그동안 중국의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침공이 기정 사실화됨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국가들은 대만이 아닌, 미국 동맹국인 일본, 한국과 필리핀이었다. 이들 국가들은 지옥문 전략이 중국군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저지하고 만일 대만해협에서 위기 또는 우발사태 발생시에 동아시아 지각변동과 대재앙 도래를 사전에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지옥문 전략을 구축함으로써 대만의 중국과 비교시 군사적 열세를 극복하고, 대만의 미국 전략적 애매모호성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나타내며,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상호운영성 또는 상호교환성에 따라 공동 대응하는 성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지옥문 전략을 구축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만해협 위기 또는 우발사테시에 대만 주변국들이 어떤 국제법적이며 정치외교적 근거에 따라 개입을 할 것인가가 아닌, 지옥문 전략 무인체계와의 상호작전운영성 또는 상호교환성에 따라 대만해협 군사적 상황에 자동적으로 개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 동맹국 또는 대만 주변국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 국가들은 대만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취임 이후의 대만해협에서 물리적 충돌이 없이 대만의 전략적 자율성이 인정되는 현상유지가 유지되기를 선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북한의 호전적 핵미사일 위협에 이은 또 다른 전쟁 발발 가능성 증폭에 대해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해협은 평소 대형 컨터이너 선박과 유조선 등 통과량이 많은 국제해협으로서 지옥문 전략 구축으로 인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공해에서의 항해의 자유 권리가 제한받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자극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할 구실을 주기 않기를 원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동맹국과 대만 주변국들은 대만해협에 지옥문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동아시아 해역에서 군비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바, 미국이 지옥문 전략을 주변국 또는 동맹국으로 외연화시키는 가능성에 대해 동맹국과 주변국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친미 성향의 필리핀 정부가 중국 정부에 대해 지난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고조된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 긴장에 대해 타협안을 제시한 사례에서 식별되었다. 
 
궁극적으로, 필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재임 마무리를 몇 개월 앞두고 조급히 좁은 대만해협에 지옥문 전략 구축을 선언한 것은 이해가 되나. 중국의 변화된 전력 운영과 군사전략 변화를 고려할 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렸다. 지리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대만해협만 통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성자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이자,
한국해로연구회 집행연구위원, 육군 발전 명예 자문위원 및
합참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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