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새벽의 상념/ 최정호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이른 새벽부터 깨어 있습니다. 동이 터올 무렵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그 뒤를 비와 번개가 따라왔습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창밖의 비와, 비 맞는 나무들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자연의 느낌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마음에 내려오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풀부터 시작해서 작은 나무, 큰나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연이 번개불에 놀라고 천둥에 혼이 나고 있습니다. 비는 쉬지않고 얼굴을 때리고 바람은 가지를 계속 흔듭니다. 그들은 그 모든 것을 허용하는 군요. 허용해야 존재할 수 있군요. 천둥에 귀를 막고, 번개에 눈을 가리고, 넘치는 비는 피하고, 거센 바람은 막아내고... 이러지를 않는군요. 작은 풀에게는 거세게 내려치는 굵은 빗방울이 자신의 얼굴보다도 더 큰 것일텐데. 그들은 그 충격을 잘도 견디는 군요. 허용하니 군말없고, 저항을 안하니 오히려 굳세게 견디는 군요.
              저는 그 모든 것들을 거부한 채 창 안에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거부함으로 그들과 친구의 연이 약해졌습니다. 거부함으로 그들의 힘을 나누어 갖지 못했습니다. 거부함으로 나는 분리되었고 헝클어졌습니다. 내가 그들이 되었으면 모든 것이 되었을텐데 나는 멀리 떨어져서 그들의 순수함과 생명을 부러워만하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나타나는 그들의 예술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비가 그쳤습니다. 하늘도 조용하고 땅도 조용합니다. 사방이 조용합니다. 힘든 것을 잘 참아 낸 풀들이 한 마디 자랑없이 계속 조용합니다. 나도 할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09.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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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행복 에너지
          글쓴이 : 그레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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