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詩의 특성
김내식의 작품을 읽어보면 그만이 즐겨 사용하는 시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시의 상호 텍스트적 구조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미지든지 간에 등장하는 소재는 반듯이 결미에 가서 의미 깊은
메시지를 함축하도록 중복하여 언급하거나 다른 소재에 빗대어
변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를 읽눈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사색에 빠지거나 호기심을
유발시켜 시를 읽어 깨달음을 얻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산나물 뜯으러 산에 갔다
허겁지겁 욕심을 쫓아만 다니느라
내가 나를 잃어버렸다
그때 어디선가
뻐꾹 뻐꾹
뻐꾸기 우는 소리
그제 서야 나는 아내가 옆에 없어
야호하고 외치며
두리번거렸으나
뻐꾸기 우는 소리만
사방에서 메아리쳐 들려오니
그녀의 행방 알 수 없다
당황하여 바위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벗어놓은 배낭 속에
휴대폰 뻐꾸기가
여전히 뻐뻐국 뻐꾹
나를 일깨워
비로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초록의 바람 소리에도
귀를 모운다
-'뻐꾸기 우는 소리'전문
이 시에서 '뻐꾸기'라는 시어는 뻐꾸기 울음소리와 함께
여러번 등장을 하고 있다. 뻐꾸기가 환가하고 있는 의미를
휴대폰의 벨소리와 상호 동일시 함으로서 귀에 들려오는
소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산속에서 우는 자연적인 뻐꾸기와 배낭 속 휴대폰의 뻐꾸기
는 나물을 뜯는 욕심 때문에 자신의 아내를 잃어버렷은 때
들려왔다고 진술을 하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화자가 잃어버린 존재는 사랑하는 아내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을 때 아, 내 아내와 나물 뜯으러 가서
잃어버렷구나 하고 단순하게 이해해서만은 안된다.
김내식 시인이 의도하는 바는 '나물이라는 탐욕'에 빠지면
나물 보다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자.
그래서 3행에서는 먼저 자신을 잃었다고 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내도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 들려오눈 뻐꾸기 소리, 그 소리는 잃어버린 자신을 되
찾도록 깨우치는 하늘의 경고이거나 복된 소리라는 것이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뻐꾸기와 지상에서 들려오는
휴대폰 뻐꾸기 소리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상호
연관성을 가진다.
탐욕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찾도록 들려오는 총체적인 깨우침
의 소리를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이 작품에서는 은연 중에 나
타나고 있다. 사람 마다 인생길을 걷다보면 어긋난 길을 흔히
걷게 되는데, 그 때 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사업이 실패하고난 후에, 혹은 양심을 버리고 죄 짓는 길을
걸어갈 때에 들려오는 경고음이 반듯이 있었지만, 우리는 탐욕
때문에 듣지 못하였거나 듣고도 묵살하였음을 깨닫고, 훗날
후회의 눈물을 흘린 경험들이 한 두 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의 경고음에 대하여 깊은 진리를 함축하고 있고, 상호
텍스트의 구조를 활용하여 완성시킨 시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어제 피던 살구꽃이 오늘은 노랗게 익어
툭하고 땅바닥에 떨어진다
영정사진의 미소 닮은
새콤한 살구 향
의미는 무엇일까
치솟던 욕망이 추락하는 충격으로
씨앗이 몸에서 분리되고
그 속의 새 생명이
가는 숨 쉰다
세월을 끌고가던 바람 한 점
유족의 슬픔 다독거리며
입관 예배를 지켜보다
울면서 제 몸에서
걸어 나오는
영혼의 손을 잡고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장례식장 살구나무' 전문
이 시에 등장하는 살구나무는 짧은 행간을 건너 뛰면서
죽은 영혼과 하나가 된다.
슬픔으로 가득찬 영안실의 모습을 묘사하지 않고, 장례식
장 앞에 서있는 살구나무를 동원하여 구성한 것은 시의 본
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미지(살구나무)와 이미지(망자)를 하나로 묶거나
의인화 시켜 상호 텍스트적 구조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주목하게 된다.
툭 하고 추락하는 '살구'나 오늘 먼 길 떠나는 한 '영혼'이나
생명의 나무에서 이탈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래서 세월을 끌
고 가던 바람 한 점이 제 몸에서 걸어나온 영혼의 손을 잡고
슬그머니 사라지더라고 표현하고 있다.
살구나무, 바람, 망자의 영혼 등은 각각 다른 이미지이지만
이 시에서는 하나로 묶어 놓았다.
이것이 김내식 시의 특징이다.
화자의 시는 한 작품 안에서 각각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고,
구축된 이미지는 하나의 진리나 교훈을 지향하고 있기 때
문에 난해하지 않다.
시의 정답을 독자들에게 슬며시 흘리고 있지만 그 의미는
참으로 깊다. 시는 깊은 진리를 함축해야 한다.
시가 난해하여 암호의 조합이나 수수께끼처럼 해독을 요구
한다면 그 시 역시 외면 받을 것이다.
김내식의 시는 문학적 개성이 뚜렷하다.
상징과 은유, 교훈을 다양하고 섬세하게 구사하고 있는
시인으로서의 자질이 참으로 돋보인다.
-손희락(시인, 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