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부터 이어진 끈끈한 우정 다지고… 새로운 70년을 향해
윤병노 기사입력 2019. 09. 04 17:31 최종수정 2019. 09. 04 17:44
● 한국·필리핀 수교 70주년 기념 2019 해군순항훈련전단 함상 리셉션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 항 입항
주필리핀 한국대사·필리핀 국방부 장관 등
문무대왕·화천함 갑판서 축하 행사
우리 해군이 무상 양도했던 충주함
‘콘라도얍함’이 안내 함정 맡아 의미 더해
“6·25전쟁 당시 아시아 중
최초 지상군 파병… 희생 기억”
참전 기념비 참배·헌화
함정 방문·친선 체육 등 우정 돈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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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4월. 6·25전쟁에 참전한 서른 살의 필리핀 청년이 경기도 연천 북방에서 벌어진 율동전투에서 전사했다. 대한민국과 필리핀은 전우를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 정신을 발휘한 콘라도 디 얍(Conrado D. Yap) 육군대위에게 최고의 훈장을 수여했다. 또 우리 정부는 올해 4월 그를 ‘이달의 6·25전쟁 영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그는 68년이 흐른 한·필리핀 수교 70주년에 전투함으로 부활했다. 필리핀 마닐라 항에 정박한 ‘2019 해군순항훈련전단’은 3일 4400톤급 구축함(DDH-Ⅱ) 문무대왕함과 4200톤급 군수지원함(AOE-Ⅰ) 화천함에서 한·필리핀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함상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동만 주필리핀 한국대사와 6개국 대사, 필리핀 6·25전쟁 참전용사, 델핀 로렌자나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필리핀 군 주요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글=윤병노/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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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강국으로 발전한 한국… 감개무량”
“목숨 걸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던 대한민국이 경제·군사 강국으로 발전하고, 우수한 구축함에서 열린 행사에 초대해줘 감개무량하다.”(막시모 영 필리핀 6·25전쟁 참전회장)
“오늘 행사는 매우 의미 있다. 공연은 훌륭했고,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양국의 수교 7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돼 기쁘다.”(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중에서 최초로 지상군을 파병했다. 우리는 필리핀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양국의 새로운 70년을 향해 항진하자.”(양민수(준장) 순항훈련전단장)
3일 오후 6시30분. 필리핀 마닐라 항 에바 막파갈 슈퍼 터미널에 정박 중인 문무대왕함과 화천함 함미 갑판에 한·필리핀 수교 70주년을 축하하는 청사초롱이 밝혀졌다. 예상했던 인원보다 100여 명이 더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룬 행사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특히 6·25전쟁에 참전했던 6명의 노병(老兵)은 대양해군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을 확인하면서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화천함에 설치된 방산전시관을 둘러본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필리핀 해군 주요 지휘관들은 무기체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 해군사관학교에서 수탁 교육 중인 필리핀 출신 아이라 생도 가족도 초청됐다. 오랜만에 딸을 만난 아이라 생도 부모님은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초대돼 영광이다. 딸이 건강하게 교육을 마치고 돌아와 명예로운 해군 장교로 임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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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도얍함’의 안내로 의미 더해
해군순항훈련전단은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 항에 입항했다. 이날 호스트십(Host Ship·안내 함정)은 ‘콘라도얍함’이 맡아 의미를 더했다. 이 함정의 옛 명칭은 우리 해군이 무상 양도한 1000톤급 퇴역 초계함(PCC) ‘충주함’이었기 때문이다. 콘라도 얍 대위는 필리핀 제10대대전투단 특수중대 중대장으로 1951년 4월 율동전투에 참전했다.
당시 그를 포함한 제10대대전투단은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중공군의 공세를 막아냈다. 이를 통해 인접 부대들이 철수할 시간을 확보했다. 이 전투에서 콘라도 얍 대위는 부상 당한 부하를 구하고 장렬히 전사했다.
필리핀 정부는 1951년 6월 탁월한 용기와 책임감, 무공을 기리기 위해 최고 무공훈장인 ‘Medal of Valor’를 수여했다. 미국 정부는 수훈십자훈장을, 우리 정부는 지난해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필리핀은 1949년 수교 이래 전통적 우방이자 우리 정부의 신(新) 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다. 6·25전쟁 당시 7420명이 참전해 112명이 전사했고, 16명이 실종됐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해군력 증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은 2016년 현대중공업과 호위함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우리 해군의 초계함 인도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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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항지, 베트남 다낭으로
해군사관학교 74기 생도들의 실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순항훈련전단은 4일 오후 두 번째 기항지인 베트남 다낭을 향해 출항했다.
2박 3일의 필리핀 기항 일정은 ‘순항’이었다. 다양한 행사로 양국의 수교 70주년을 기념하고, 해군 간 우호 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단 지휘부와 사관생도들은 6·25전쟁 참전 기념비를 참배·헌화했다.
필리핀 해군과 상호 함정을 방문하고, 친선 체육 활동으로 우정을 돈독히 했다. 화천함에 마련된 방산전시관은 필리핀 정부와 군 관계자,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우리 해군이 추구하는 미래 비전이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해양강국·대양해군을 구현할 ‘스마트 해군’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필리핀군 전력 획득의 양대 축인 필리핀 국방부 차관과 합참의장은 잠수함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양민수 순항훈련전단장은 “우리 정부와 군은 대한민국의 자유·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6·25전쟁에서 피 흘린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희생정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오늘 필리핀을 떠나지만, 양국 해군의 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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