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바다를 건너 완전 무장한 병력을 전개하는 미 해군 '스피어헤드'급 원정고속수송함<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개발의 역사
2차대전 당시 많은 상륙작전을 감행한 미 해군은 병력, 장비와 보급 물자를 작전 지역까지 효과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였다. 특히, 신속하게 병력을 수송할 수 있는 수단이 가장 중요하였다. 병력의 주요 집결지인 뉴욕 군항을 출발하여 목적지까지 장기간 항해하려면 탑승한 병력이 편하게 거주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함선 내부에 쾌적한 거주 공간을 확보하면 탑승 인원이 줄어들고, 반대로 많은 병력이 탑승하면 거주성이 떨어진다.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항해에 지친 병력을 상륙작전에 곧바로 투입한다면 높은 전투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미 해군은 많은 병력을 목표 지점까지 수송할 수 있는 공격수송함(APA, Attack Transport)을 개발하여 1943년부터 실전에 투입하였다. 2차대전에서 상륙작전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공격수송함은 일종의 군용 여객선이라고 할 수 있다. 병력과 화물을 함께 실을 수 있도록 표준 화물선을 개조한 공격수송함은 1~2개 해병대대 병력과 전투 보급품을 함께 실을 수 있다. 공격수송함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하게 병력이 탑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륙 지점에 도착한 다음 해안까지 병력을 직접 수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공격수송함은 함교와 갑판에 여러 척의 상륙정(LCVP)을 탑재한다. 미 해군은 2차대전 당시 200여 척의 공격수송함을 실전에 투입하였다. 공격수송함은 상륙작전뿐만 아니라 대양을 건너 병력을 수송하는 임무에도 활약하였다.
실전에 공격수송함을 투입한 결과 대형 선체 덕분에 충분한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화물선의 선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안락한 거주 환경은 아니었고, 특히 항해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었다. 최대 15 노트에 불과한 공격수송함이 대양을 횡단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고, 신속한 작전 투입이 어려웠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미 해군은 호위구축함을 개조한 고속수송함(APD, High Speed Transport)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최대 25 노트로 항해할 수 있는 고속수송함은 보다 빨리 목표 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위구축함의 무장을 일부 철거하고 거주 공간을 설치하여 1개 해병중대가 탑승하도록 개조한 고속수송함은 갑판에 상륙정(LCVP)을 탑재하였다. 공격수송함보다 건현이 낮은 고속수송함은 해병대원이 상륙정에 신속하게 탑승하기에 유리하였고, 상륙작전이 시작되면 함포 사격 지원도 가능하였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고속수송함은 120여 척이 투입되어 주로 태평양해전에서 활약하였다. 2차대전에서 치열한 상륙작전을 경험한 미 해군은 1950년대에 헬기를 사용하는 상륙작전으로 전환하였고, 상륙정으로 목표 해안으로 돌격하는 작전은 점차 사라졌다.
오늘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 해군은 신속하게 병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도록 상륙함과 사전배치선단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유사시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병력이 항공기로 도착하면 사전배치 물자로 신속하게 중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전면전에 대비한 이러한 개념은 병력과 물자가 집결할 수 있는 항만이나 기지가 필요하며, 부대를 재편성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실전에 돌입한 미국은 대형 상륙함을 대신하여 전투 지역으로 병력과 물자를 신속하게 수송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미 육군과 해군은 각각 별도로 민간 고속 페리(ferry)를 긴급하게 임대하여 사용하였다. 쌍동선(雙胴船, catamaran)을 이용한 고속 페리는 인원과 차량, 화물을 한 번에 싣고 웬만한 전투함보다 빠른 35 노트의 속도로 장거리를 항해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실전에 고속 페리를 투입한 결과 현재 보유한 상륙함이나 수송함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확인한 미 육군과 해군은 신형 고속수송함 건조를 추진하였다.
각각 별도로 추진되던 미 육군의 전구지원함(TSV, Theater Support Vessel) 사업, 미 해군과 해병대의 고속수송함(HSC, High Speed Connector) 사업은 2004년에 통합고속함(JHSV, Joint High Speed Vessel) 사업으로 통합되었다. 기본 설계를 거쳐 미 해군은 2008년에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계약을 오스털(Austal) 조선소와 체결하였다. 선도함인 스피어헤드함(USNS Spearhead, T-EPF-1)은 2010년 7월에 착공되어 건조를 마치고 2012년 12월에 취역하였다. 미 해군은 원정함대 계획에 따라 JHSV 사업을 EPF (Expeditionary Fast Transport, 원정고속수송함) 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미 육군과 해군은 전구(theater) 내부에서 병력과 장비를 이동하는 수단으로 원정고속수송함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미 육군과 해군은 각각 5척 씩 도입할 계획이었다. 사업이 통합되면서 2011년 5월 2일에 미 육군의 원정고속수송함은 모두 해군으로 이관되었다. 2012년 이후 순차적으로 10척을 취역하였다. 원래 계획으로는 10척이었으나 2015년에 2척이 추가되었고,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척 씩 추가되어 현재까지 모두 14척이 되었다.
특징
선체
임무의 성격으로 볼 때 항공기와 상륙함의 중간에 해당하는 원정고속수송함은 민간 고속 페리에서 발전하였기 때문에 군함보다 훨씬 쾌적하다. 선내에는 개인용 좌석, 화장실, 매점이 설치되어 있고, 냉난방이 가능하다.
원정고속수송함은 1개 중대급 병력과 장비, 차량을 함께 수송할 수 있다. 덕분에 병력은 항공기로 이동하고, 차량과 장비는 선박으로 운반한 다음 집결하여 부대를 재편성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최대 20노트 정도인 상륙함보다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차량과 장비를 싣지 않고 병력만 탑승할 경우 1개 대대 병력이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다. 선내에는 312개 좌석이 설치되어 있고, 추가로 104명을 수용하는 숙박 시설을 화물 갑판에 설치할 수 있다. 원정고속수송함은 104명이 탑승할 경우 14일 동안 재보급 없이 항해할 수 있으며, 312명이 탑승하는 경우 4일 동안 항해할 수 있다. 승조원은 최대 41명이지만 평소에는 26명으로 줄여서 운항한다. 현재 원정고속수송함은 미 해군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으며, 군사해운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 소속 군무원이 운항을 담당하고 있다.
선내 화물 갑판의 바닥 면적은 1,900㎡ 크기이며 M1 전차를 비롯하여 장갑차, 차량,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차량과 화물은 선미에 있는 100톤 급 램프(ramp)를 통해 적재한다. 소형 선박 2척을 연결한 구조를 가진 쌍동선은 같은 배수량의 화물선보다 넓은 갑판 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선박의 폭이 넓기 때문에 거친 파도에도 견딜 수 있고 선체는 좁기 때문에 고속 항해에 유리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일찌감치 민간 페리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쌍동선은 흘수(吃水)가 낮기 때문에 웬만한 항구나 해안에 접안할 수 있다. 그러나 흘수가 낮고 배수량에 비해서 선체가 무겁기 때문에 많은 화물을 적재하기 힘들어 군용 수송함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 선체에 경합금을 사용하면서 경량화 되었고, 적재량이 증가하면서 성능이 향상되었다. 이 때문에 미 육군과 해군이 임대하여 실전에 투입하게 되었고 실제로 효과를 확인하면서 원정고속수송함이라는 새로운 함종이 탄생하였다.
기관
좌우로 분리된 선체의 기관실에는 MTU 20V 8000 M71L 디젤엔진(출력 12,200 마력) 2대가 각각 설치되어 있다. 디젤엔진의 출력으로 워터제트(waterjet)를 구동하며 재래식 프로펠러나 키는 없다. 워터제트는 정밀한 조향이 가능하고 얕은 해역에서 항해할 때 유리하다. 이 때문에 원정고속상륙함은 부두 시설이 부족한 해안에서도 안전하게 접안하여 화물을 하역할 수 있다. 고출력 디젤엔진의 덕분으로 최대 속도는 43 노트에 달하며, 35 노트 속도로 1,200 해리를 항해할 수 있다.
무장
전투함이 아니라 지원함에 속하는 원정고속수송함은 고정 무장을 탑재하고 있지 않다. 다만 위험 수역을 항해하거나 특수 작전을 지원하는 경우 자체 방어용 무장을 설치할 수 있다. 선체의 각 모서리 부분에는 경계 임무를 위한 관측대가 설치되어 있다.
탑재 헬기
선체에 경합금을 사용한 원정고속수송함은 구조 강도 문제로 인하여 미 해병대의 주력 수송수단인 V-22 틸트로터 항공기가 이착함 할 수 없다. 그러나 CH-53E 대형 수송헬기까지 이착함 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이 함미에 마련되어 있으며, 헬기 격납고는 없다.
동급함 (EPF 14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T-EPF-1
스피어헤드
(Spearhead)
2010.7.23
2011.9.17
2012.12.5
Austal USA
취역
T-EPF-2
촉토 카운티
(Choctaw County)
2010.11.8
2012.10.1
2013.6.6
Austal USA
취역
T-EPF-3
밀리노켓
(Millinocket)
2012.5.3
2013.1.5
2014.3.21
Austal USA
취역
T-EPF-4
폴 리버
(Fall River)
2013.5.20
2014.1.16
2014.9.15
Austal USA
취역
T-EPF-5
트렌턴
(Trenton)
2014.3.10
2014.9.30
2015.1.13
Austal USA
취역
T-EPF-6
브런즈윅
(Brunswick)
2014.12.2
2015.5.19
2016.1.14
Austal USA
취역
T-EPF-7
카슨 시티
(Carson City)
2015.7.31
2016.1.20
2016.6.24
Austal USA
취역
T-EPF-8
유마
(Yuma)
2016.3.29
2016.9.17
2017.4.21
Austal USA
취역
T-EPF-9
시티 오브 비스마르크
(City of Bismarck)
2017.1.18
2017.6.7
2017.12.19
Austal USA
취역
T-EPF-10
벌링턴
(Burlington)
2017.9.26
2018.3.1
2018.11.15
Austal USA
취역
T-EPF-11
푸에르토 리코
(Puerto Rico)
2018.8.9
2019
2019
Austal USA
건조중
T-EPF-12
뉴포트
(Newport)
2019.1.29
2019
2020
Austal USA
건조중
T-EPF-13
2019
2020
2021
Austal USA
건조예정
T-EPF-14
2020
2021
2020
Austal USA
건조예정
원정고속수송함 동영상 <출처 : Austal USA>
운용 현황
현재 원정고속수송함은 획기적인 고속 항해 성능과 다양한 용도로 인하여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선도함인 스피어헤드함(USNS Spearhead, T-EPF-1)은 2010년에 착공되어 2012년 말에 취역하였다. 현재까지 모두 10척이 취역하였으며, 현재 2척이 건조 중이다. 다른 2척은 건조 계획을 승인받았다. 선도함 이후 모든 함이 오스털 USA 조선소에서 건조되었으며, 미 해군의 군사해운사령부(MSC)에 소속되어 있다. 미 해군의 전투함과 달리 군사해운사령부 소속 함선은 현역 군인이 아닌 군무원이 승선하여 운항을 담당한다. 그리고 함선의 명칭도 미 해군의 전투함에 사용하는 USS(United States Ship)을 대신하여 USNS(United States Naval Ship)으로 표기한다.
전세계 거점 해역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원정고속수송함은 병력 및 화물 수송, 대테러전, 해상경비 임무에 투입된다. 그리고 중남미 해역에서는 마약 소탕 작전 지원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수송함으로 사용되지만 비행갑판에 무인정찰기 발사대를 설치하고 정찰감시 임무를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선체의 흔들림이 적은 쌍동선의 장점을 이용하여 해상 기지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원격해상기지함(ESB)에 접안하여 차량과 화물을 하역할 수 있다.
제원
- 함명 : EPF(Expeditionary Fast Transport) - 함종 : 원정고속수송함 - 만재 배수량 : 2,400톤 - 전장 : 103.0m - 전폭 : 278.5m - 흘수 : 3.83m - 최대 속도 : 43kt - 항해 거리 : 1,200nm/35kt - 승조원 : 41명(최대) - 탑승 능력 : 23명, 전차 1대, 화물 60~75톤 - 주기관 : MTU 20V 8000 M71L 디젤엔진 × 4(48,800 마력), Wärtsilä WLD 1400 SR 워터제트 × 4, 4축 추진 - 헬기 : CH-53E 대형 수송헬기 × 1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