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 해군기지의 허와 실

윤석준의_차밀 작성자: 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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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5-25 10:25:58

<윤석준 차밀 2020년 5월 25일>

 


중국 해외 해군기지의 허와 실

 

 


중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정말 못 따라가는 분야가 해외 군사기지이다. 근대기 제국주의 열강의 피해를 받았으며, 치열한 이념 내전을 치른 중국은 해외기지 건설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이 제3세계 주도를 위해 5대 상호공존 원칙을 선언한 이후는 더욱 필요가 없었으며, 실제 미국의 압박을 받는 국가에 직접 가서 이념에 근거한 군사적 지원이 더 쉬웠기 때문이었다. 이에 필자가 접한 많은 중국 학자와 전문가들은 이 점이 제국주의 단계를 거치 않은 중국이 미국과 다른 유일한 자랑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미 해군과의 대립과 2009년에 중국해군이 인도양 아데만에서의 소말리아 해적퇴치 작전에 참가하면서 해외 군사기지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중국의 해외 거류민 증가와 해외투자 자산 증대 그리고 중국 해군의 작전범위 확대(outreach)에 따라 해외 해군기지 구축으로 귀결되었다.


특히 당시 중국으로 수입되는 석유와 각종 원자재 등의 주요 해로상 전략적 병목인 말라카 해협을 차단시 중국의 경제발전과 성장 그리고 공산당 정권에 대한 치명적 손상이 온다는 소위 “말라카 딜레마” 해결을 위해 인도양에서 위난성(雲南省) 콘명(昆明)을 통해 중국 내로의 에너지 및 각종 원자재 수입 노선이 결정되자, 인도양에서의 중국 해군기동부대의 상시 전개를 위한 해군기지가 요구되었다.

 

 

 

 


이에 2013년 중국 당중앙군사위원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국에 해외 해군기지를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인 아프리카 지부티에 “해군보장기지”를 구축하는 것을 승인하였으며, 이에 따라 해외 군사기지 비용으로 국가 재정 5% 이상을 충당하는 지부티 정부와 99년간 연간 약 2천만 달러의 기지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지부티 해군보장기지 건설 계약이 추진되어 2017년 8월 1일에 공식적으로 창설되었다. 당시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는 육상기지였으며, 함정 계류를 위한 전용부두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 10일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군이 2017년 8월 1일에 창설한 지부티 해군부장기지에 인접된 지부티 항구 매립지를 활용하여 부두 길이 약 330미터의 해군 전용 군부두를 완성하여 명실상부한 해군기지로 변모하였다고 평가하였다.


현재 지부티에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아랍에미레이트, 중국 등 약 7개국이 장기 암대 형식으로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임대비는 미국이 연간 6천3백만 달러에 캠프 레모니어 기지를 운용하고,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3천만 달러에 독자적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2015년에 중국이 가장 늦게 해군보장기지를 구축하였으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지부티 기지를 군사지원기지라고 정의하나, 중국은 해군보장기지라고 장의하고 있다.


이러한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는 중국해군 대양해군의 상징이자, 해외 원정작전 수행을 위한 전초기지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이다. 하지만 중국군은 지부티 해군기지를 보유하는 것이 중국 위협론으로 부각될 것을 우려하여 2015년부터 발간된 각종 국방관련 문건과 책자에서 기지의 기능과 용도를 군수지원, 해군함정 보장, 전쟁이외 비군사적 작전(MOOTW) 지원,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지원 등으로 설명하면서 미국과 같이 다른 국가에 대한 군사력 투사 능력 확장과 미군의 해외 원정작전을 위한 전방전개 군사기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지부티 해군보장기지가 중국군의 해외 확장을 위한 전략적 허브이자 전초기지라고 보았다. 첫째, 작전기지(operational base)로 사용이다. 예를 들면 2018년 지부티 기지 내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는 등 주로 지원병력이 아닌, 작전병력이 약 1,000명이 전개되어 있다. 현재는 지부티 정부의 요청에 의해 기지내 실사격 훈련은 중단하였다.


둘째, 요새화(fortification)이다. 주변 경계시설이 기타 국가들의 군사지원기지 보다 엄격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헬기 착륙장과 지하 지휘소 시설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공개된 정보(OSINT)를 통해 처음 기지 시설 공사 시기에 지하층 건설 공사를 상당히 깊게 구축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셋째, 해외 진출의 허브이다. 지부티 해군보장기지에 전용 부두를 구축한 것은 중국해군의 대서양, 지중해, 흑해, 인도양 진출을 위한 전략적 해군 전초기지로 기능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넷째, 부두 건설이다. 중국 해군의 함정 길이는 1만톤 Type 055형 구축함이 170m, Type 071형 대형상륙함이 210m, Type 075형 대형강습상륙함이 237m 그리고 Type 001형 랴오닝 항모가 300m로서 단순히 함정 길이만 고려할 시 지부티 부두는 대부분 함정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통상 함정 부두길이는 함정 길이의 1.5배를 기준으로 건설되나, 지부티 부두의 경우 종열식으로 계류하지 않고 횡열식으로 계류할 시에는 함정 길이 정도면 대부분 계류가 가능하다.


또한 일부 군사 전문가는 상용 위성사진을 근거로 중국 해군 잠수함도 계류할 수 있도록 특수한 고무 팬더를 설치하였다며 이는 중국 해군 잠수함이 인도양에 상시 나타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매립지에 건설한 중국 해군 전용 부두가 미 해군과 유럽 나토국 해군 함정들이 입항하는 지부티 항구로부터 불과 5miles 정도 떨어져 있어 지리적 근접성이 유리하다.


특히 지난 5월 16일자 호주 『East Asia Forum』은 중국군이 지부티 해군기지를 종합군사기지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향후 육전대(陸戰隊, 중국형 해병대), 특수부대를 주둔시키고, 330미터 부두를 660미터까지 확장하며, 사이버 및 전자전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다섯째, 해군기지 확장이다. 더욱이 중국군이 지부티 해군기지에만 만족하지 않고 미국과 같이 해외 군사기지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추가 해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예상하였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연계하여 중국군이 인도양 파키스탄 콰다르(Gwadar), 미얀마 카우푸유(Kyaukphyu),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를 임 준(準)해군보장기지로 구축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케야 몸바사(Mombasa)에 이어 호주 다윈항을 99년 간 임대하고, 남태평양 바누나투(Vanuatu)와 파파뉴기아 포트모리스비(Port Morseby)에 중국 해군 전용 부두를 확보하고자 하고, 지난해 1월에는 파산된 필리핀 수빅항의 한진 필리핀 조선소를 인수하려고 시도하며, 이를 해군 함정수리소로 전용하고자 하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 대부분이 중국 일대일로 사업을 수용하여 “부채의 늪(trap of debt)”에 빠지면서 항구를 중국국영항만공사에 장기 임대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허와 실이 동시에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해군의 지부티 해군보장기지의 경우 330m 부두가 660m로 확장되면,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를 기반으로 아프리카, 대서양, 중동 그리고 유럽으로 영향력을 확장 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는 그동안 군사 전문가들이 우려한 중국 해군의 대양해군으로의 변신을 구현하는 상징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해군력에 주력하였다면 이제는 세계 주요 해역에 허브(hub)를 구축함으로써 해군보장기지를 중심으로 “기동함대(task fleet)”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 해군은 아덴만 해적퇴치 작전을 위해 상시 해군기동부대를 인도양에 전개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 유엔평화유지군을 파병하고 있으며, 인도 해군을 견제하기 위해 잠수함을 인도양에 주기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점도 있다. 이미 2016년 1월 28일 영국 해군역사학자 제프리 틸 교수는 싱가포르 난장기술대학교(NTU) 『라자나트람 국제관계연구원(RSIS) Commentary』 논단을 통해 중국 해군의 지부티 해군보장기지가 군사과학기술 발전과 해군력 운용 그리고 해양력 개념 차원에서 구태의연한 모습이라는 평가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실제 해군 관련 군사과학기술 발전은 항모, 함정, 잠수함 그리고 항공기의 작전 지속능력을 향상시켜 장병 휴식을 위한 목적 이외는 특별히 취약한 해외 항구에 입항할 이유가 없고, 해상군수지원 능력이 향상되어 해상에서 수시로 수공급을 함으로써 작전구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해외에 해군기지를 건설 예산과 유지비 등이 오히려 대형 함정을 건조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해외 기지 자체는 자칫 주재국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되어 관련국과의 군사/정치/외교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방어에도 취약하여 테러 또는 해당국 국단주의 단체에 의해 공격을 받는 경우 오히려 해군력 운용에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최근 미 해군 등 선진국 해군은 해외에 고정형 연안 또는 항구 내에 해군기지를 구축하기 보다, 해상에 상시 전개되고 분쟁 또는 갈등 해역으로 수시로 이동이 가능한 해상기지(Sea Basing)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어, 현재 중국 해군이 구축한 지부티 해군보장기지와 그 외 예상되는 해군기지를 위한 항구들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미 해군과 해병대는 과거 원정부대의 군수지원을 위한 사전배치선단(MPS) 개념을 해상 원정기동기지(ESB: Expeditionary Mobile Base) 또는 전방전개 해상부유기지(AFSB: Afloat Forward Staging Base)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3월 4일 취역한 ESB 루이스 비 폴러(Lewis B. Puller)는 250명 승조원으로 각종 군수적재, 52,000ft⁴ 항공기 수용면적, 공기부양정(LCAC) 탑재 그리고 탑재 항공기는 MH-53/60 및 MQ-8 Fire Scout 무인헬기로 알려져 있으며, 해상기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해상에서 이들 ESB 함정 2척을 동시에 현측 계류시켜 대형 해상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중국 해군이 지부티에 구축한 해군보장기지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며, 자체 방어가 용이하고, 비용이 절감되며, 수시로 분쟁 해역에 원정작전을 위해 이동시킬 수 있어 전략적 유연성이 크다.


아울러 해군력 운용 개념 변화이다. 과거 전후 미국은 미 본토로부터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이격된 유럽 대륙과 동아시아 연안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하였으며 2017년 기준으로 세계 78개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여, 이를 위해 총 5,000개의 크고 작은 해외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 중 38개 주요 합동해외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략적 공중수송 및 해상수송 개념이 나타나고, 부품과 플렛품 등의 수명주기가 연장되면서 해외기지는 점차 미군에게 부담으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현재 관련국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갖고 있다. 즉 군사적 문제가 주재국과의 정치•외교적 문제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군사적으로 해외 확장을 시도하는 것은 국가 위상과 경제 규모를 고려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것이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로 나타나고 이를 중심으로 다른 해외 해군기지로 확장시켜 해군기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의도는 이해된다. 이는 표면적으로 중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유엔평화유지군 또는 정직한 이해상관자 역할을 하는 경우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중국 위협론이 제기되는 바와 같이 중국이 이를 통해 해외 원정작전을 마다하지 않고 주변국과 해외 투자국에 대해 힘을 현시하는 경우라면 다른 논리가 된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지부티 해군보장기지는 과욕(過慾)이라고 보아야 하며, 해군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해외기지 역할 변화, 비용문제, 방어상 취약점 그리고 새로운 해군력 운용 개념 대두 등을 고려할 시 중국이 지부티 해군보장기지에 전용 부두를 구축하고 이를 기타 해외 항구로 확대하여 해외기지 네트워크로 확장시키려는 것은 무리수이자 향후 독(毒)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이후 건설 및 운용 비용에 있어 문제가 될 것이다. 가장 핵심 이슈는 왜 중국군이 해외기지를 원하는가이다. 이미 미국의 해외기지에서 문제로 나타나고 있어 중국에게 교훈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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