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호크급 항공모함
슈퍼캐리어의 표준을 완성하다
비행갑판에서 승조원들이 행사 도열한 키티호크급 항공모함 2번 함 CV-64 콘스텔레이션.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55년 10월 1일, 취역한 항공모함 CV-59 포레스탈(Forrestal)은 세계 해군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관계자들이 모여서 정의한 것은 아니나 배수량 7만 톤 이상에 길이 300m가 넘는 비행갑판을 갖추고 70기 이상의 고성능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캐리어(Super Carrier, 초대형 항공모함)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전에 존재하던 항공모함들과 차원이 달랐다.
항공모함의 위력은 탑재한 함재기와 이를 운용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근래에 건조된 영국의 퀸엘리자베스나 중국의 산둥함도 배수량이 7만 톤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스키점프대 방식이어서 함재기 운용 능력이 포레스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은 폐선 된, 오래전에 개발된 항공모함이었음에도 현재까지도 포레스탈 정도를 운용하는 나라가 미국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포레스탈급은 좌현 4번 승강기 위치가 이착함로 끝에 위치하여 작전 중 사용하기 곤란했고 우현의 아일랜드도 함재기를 주기하는데 위치가 좋지 않았다. 그 외에도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점이 운용하면서 드러났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런데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항공모함을 많이 만들어왔던 미국이었음에도 막상 포레스탈을 운용해 본 결과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그중 함재기 이착함로 끝에 위치한 4번 승강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임무 수행 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해서 나머지 승강기에 당연히 과부하가 걸렸다. 또한 근처에 설치된 3번, 4번 사출기를 이용해 함재기를 날리는 데도 구조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사실 이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그렇게 설계된 점은 오히려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1번 승강기 뒤에 아일랜드가 설치되면서 함재기 주기 능력이 떨어지고 연돌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로 인해 함재기들이 착함할 때 종종 애를 먹었다. 승강기와 달리 이러한 문제점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이 없던 시절이어서 운영을 해본 후에야 발견할 수 있었다.
키티호크급의 갑판 구조. 좌현 4번 승강기의 위치가 뒤로 물러났고 아일랜드의 위치도 바뀌었다. 이렇게 정립된 구조는 최신 항공모함까지 이어지고 있다. < (cc) fas.org >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조함과 맞먹는 수준의 대대적인 개장이 이루어져야 했기에 미국은 포레스탈급 획득을 3척으로 종료하고 1954년 1월 확정된 CVA 1/54 설계안을 CV-62 인디펜던스(Independence)부터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배치 일정과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예산 등을 고려해 CV-62는 애초 계획대로 포레스탈급으로 제작하고 1955년 발주될 CV-63부터 새로운 설계에 따라 건조가 이루어지도록 정리되었다.
그렇게 해서 전작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하고 1961년부터 순차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진 새로운 슈퍼캐리어가 키티호크(Kitty Hawk)급이다. 오늘날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슈퍼캐리어와 관련된 기술력과 노하우는 이처럼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의 결과다. 항공모함의 개발 및 획득, 운용에 들어가는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정도의 국력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면 이러한 신속한 대처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1998년 진주만에 정박 중인 키티호크(우)와 포레스탈급 4번 함 CV-62 인디펜던스. < 출처 : Public Domain >
키티호크급에 채택된 기본적인 구조는 이후 니미츠급을 거쳐 최신예 제럴드 R 포드급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만일 제럴드 R 포드급 8번 함인 CVN-85가 구상대로 2049년에 취역한다면 2100년대 초까지 활약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키티호크급이 남긴 흔적은 타임라인 상 무려 3세기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키티호크급은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슈퍼캐리어의 표준을 완성한 항공모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애초 미국은 포레스탈급 다음으로 핵추진 항공모함의 도입을 예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처음 CV-63 키티호크 건조에 들어갔을 당시에는 6척을 예정했던 포레스탈급의 후기 개량형 정도로 취급하고 2척만 획득하려고 했다. 이에 따라 2번 함인 CV-64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다음에 등장한 슈퍼캐리어가 너무나도 유명한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 CVN-65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다.
항해 중인 CV-66 아메리카. 연돌을 통해 내뿜는 연기에서 보듯이 키티호크급은 미국의 마지막 재래식 동력 항공모함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만일 이후 미국이 계속 핵추진 방식으로 갔으면 키티호크급은 잠시 간극을 메운 항공모함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의 엄청난 획득 비용에 놀란 당국이 재래식 동력함으로 회귀하면서 2척의 키티호크급이 더 건조되었다. 시간이 지나 핵추진 방식의 이점이 입증되면서 미국은 1970년대 이후 획득할 후속함들은 핵 추진으로 재차 변경했다. 그래서 키티호크급은 현재까지 미국의 마지막 재래식 동력 항공모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특징
키티호크급의 탄생 배경이 포레스탈급의 문제점 해결이다 보니 철저히 개발 초점이 이에 맞춰졌다. 4번 승강기가 좌현 후방으로 옮겨지고 아일랜드의 위치가 바뀌었으며 함재기 이착함이 보다 편리하도록 앵글드데크(Angled Deck) 앞부분의 구조와 폭이 변경되었다. 당연히 하부 격납고도 이에 맞게 개선되었다. 때문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 보이나 사실 키티호크급과 포레스탈급의 크기나 외형 그리고 선체의 구조 등은 거의 비슷하다.
걸프전 당시 좌상에서 시계 방향으로 CV-41 미드웨이(미드웨이급), CVN-71 시어도어 루스벨트(니미츠급), CV-66 아메리카(키티호크급), CV-61 레인저(포레스탈급). 각각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한 사진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러한 키티호크급에서 완성된 구조는 최신 항공모함에도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 단지 세월이 흐른 만큼 여러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서 성능이 향상되었을 뿐이다. 작전 목적에 따라 탑재하는 항공기의 수와 종류가 차이가 있으나 퇴역 직전 기준으로 50여 기의 전술 작전기와 20여 기의 지원기를 운용했다. 이는 뒤에 등장하는 니미츠급 비교해 차이가 없다. 즉 동일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수시로 항해용 연료와 함재기용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재래식 동력이어서 작전 효율이 니미츠급에 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간에 건조된 엔터프라이즈는 추진 구조부터 상이해 엔터프라이즈급으로 별도로 구분된다. 4번 함 CV-67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는 후속할 니미츠급 선행 연구 목적 등의 이유로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 때문에 존 F. 케네디급이라고도 하는데, 엔터프라이즈와 달리 이는 비공식적 구분이다.
니미츠급과 동일한 구조의 비행갑판을 갖춘 CV-67 존 F. 케네디. 비공식적으로 키티호크급과 별개로 구분되기도 한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총 4척이 건조된 키티호크급은 1961년에 1, 2번 함이 거의 동시에 취역한 후 베트남 전쟁을 시작으로 퇴역 시점까지 미국이 개입한 수많은 전쟁, 분쟁, 위기 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전개 순서와 위치에 따라 임무가 정해지므로 키티호크급이 특정 목적에 골라서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제2차 대전 후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에 대적할 상대가 없었으므로 미드웨이 해전처럼 의의를 크게 둘 만한 전과는 없다.
CV-63 키티호크 갑판에 장착을 대기 중인 Mk 82 폭탄들. 미국 슈퍼캐리어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흥미로운 점은 초도함인 키티호크가 가장 마지막까지 활약했다는 점이다. 키티호크가 48년 동안 운용된 반면 3번 함인 CV-66 아메리카(America)는 31년만 활약했다. 먼저 건조되었다고 반드시 먼저 퇴역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선체 노후화 정도 말고도 냉전 해체 후 단행된 군비 감축 때문이었다. 전력 축소에 들어가면서 재래식 동력함 중 오버 홀 순서가 된 함정을 수명 연장하지 않고 그냥 퇴역시킨 것이다.
2008년 5월 28일 요코스카항을 떠나면서 마지막 항해에 나선 키티호크 항모 < 출처 : 미 국방부 >
현재 미군이 운용하는 유일한 항공모함 해외 모항이 일본의 요코스카 기지다. 모든 보유 항공모함이 핵추진 방식으로 바뀐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일본이 반핵 정서가 강한 국내 정치 상황을 이유로 오랫동안 핵추진함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재래식 동력함이 이곳에 배치되었다. 때문에 키티호크급은 한반도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와도 인연이 많았던 항공모함이기도 하다.
격침 실험에서 완전히 수면 아래로 들어간 직후의 아메리카. 이때 얻은 자료는 신예 항공모함 건조에 참조가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후 제작된 미국의 항공모함들은 한 번도 공격당한 적이 없어 진정한 방어력을 알지 못했다. 이에 후속함 제작에 참고하기 위해 퇴역한 키티호크급 3번 함 아메리카를 대상으로 2005년 4주 동안 방어력 실험을 실시했다. 내용과 결과는 철저히 비밀로 취급되고 있으나 다양한 대함 공격 장비로부터 무수한 공격을 받고 물속으로 사라지면서 아메리카는 격침된 최초의 슈퍼캐리어가 되었다.
변형 및 파생형
CV-63 키티호크(Kitty Hawk)
CV-63 키티호크 < 출처 : Public Domain >
발주 1955년 10월 1일
기공 1956년 12월 27일
진수 1960년 5월 21일
취역 1961년 4월 29일
퇴역 2009년 5월 12일
CV-64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CV-64 콘스텔레이션 < 출처 : Public Domain >
발주 1956년 7월 1일
기공 1957년 9월 14일
진수 1960년 10월 8일
취역 1961년 10월 27일
퇴역 2003년 8월 7일
CV-66 아메리카(America)
CV-66 아메리카 < 출처 : Public Domain >
발주 1960년 11월 25일
기공 1961년 1월 9일
진수 1964년 2월 1일
취역 1965년 1월 23일
퇴역 1996년 8월 9일
CV-67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CV-67 존 F. 케네디 < 출처 : Public Domain >
발주 1964년 4월 30일
기공 1964년 10월 22일
진수 1967년 5월 27일
취역 1968년 9월 7일
퇴역 2007년 3월 23일
제원(CV-63 키티호크)
경하 배수량: 60,933톤
만재 배수량: 81,780톤
전장: 326m
선폭: 86m
흘수: 12m
추진기관: 8 × 웨스팅하우스 증기 터빈 (210MW)
4 × 프로펠러
속력: 32노트
무장: 24 × 씨스패로
3~4 × 패일랭스 CIWS
함재기: F-4, F-8, F-14, A-1, A-2, A-3, A-4, A-5, A-6, A-7, F/A-18, E-2, EA-6B, S-2, S-3, C-1, C-2 등 평균 70~100여 기 탑재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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