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회: 794 추천: 0 작성일: 2020-09-22 09:43:32
미 '핵무기 80기 사용' 논란의 진실과 대북 핵타격 극비계획
미 저명 언론인인 밥 우드워드가 지난 15일 출간해 '미, 대북 핵무기 사용 80기' 논란을 초래한 '분노'(RAGE)의 표지. /조선일보 DB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미국의 저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지난 15일 출간한 저서 ‘격노(Rage)’에서 미국이 북한과 갈등이 최고조였던 2017년 검토한 작전계획 5027에 북한에 대해 핵무기 80개 사용 가능성이 포함됐다고 쓴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번 논란과 유사시 미국의 대북 핵공격 극비계획에 대해 말씀 드리려 합니다.
밥 우드워드는 지난 2017년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에 이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그리고 화성-15형 ICBM을 잇따라 쐈을 때 미군의 대응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습니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작전계획(작계) 5027, 즉 핵무기 80기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을 면밀히 연구하고 검토했다.’
☜ "대북 핵무기 80기 사용 너무 많다" 지적도
이를 두고 미국이 핵무기 80기로 북한을 타격하는 계획을 검토했다는 해석과,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무기 80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검토했다는 해석이 엇갈리면서 오역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핵무기 80기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이 수식하는 대목이 ‘북한의 공격’(an attack)'이냐, 아니면 ‘미국의 대응’(U.S. response)'이냐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넓지 않은 북한 땅에 80기의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 숫자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사능 낙진이 적은 신형 B61-12전술핵폭탄 같은 저위력 핵무기라면 몰라도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핵무기(15~20킬로톤급)가 80발 가량 북한 땅에 떨어진다면 남한은 물론 일본까지 방사능 낙진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우드워드가 언급한 2017년은 B61-12 전술핵폭탄의 개발이 끝나지 않은 때입니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 그는 2017년 북한의 ICBM 도발 위협 때 북한에 대한 핵보복 계획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DB
기존 작전계획 5027에 핵무기 사용계획이 들어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작계 5027은 2015년 작계 5015에 의해 대체되기 전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 양국군의 대표적인 작전계획이었습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1991년 이전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됐을 때는 작계 5027에 부록으로 극비 전술핵 사용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작계 5027의 핵부록입니다.
하지만 1991년 미 전술핵이 모두 철수하면서 5027에서 대북 핵무기 사용 계획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5년 작계 5015가 5027을 대체한 뒤에도 핵사용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계 5015를 잘 아는 한 예비역 고위장성은 “5015에는 핵우산과 비슷한 상징적인 표현만 있을 뿐 구체적인 핵무기 사용계획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즉 우드워드 책에서 논란이 된 대북 핵타격 계획은 한미 연합 작전계획과는 무관한, 즉 우리는 모르는 미국의 독자적인 작전계획이라고 보는 것이 팩트라는 얘기입니다.
☜ 2017년 북 ICBM 숫자 80기 훨씬 못미쳐
그러면 우드워드는 북한의 핵무기 80기 공격을 언급한 것일까요? 이는 더 분명하게 팩트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 숫자는 20~60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7년 당시엔 20~30개 가량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해 핵공격을 하려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날려야 하는데 당시 북한의 ICBM 숫자는 20기 미만으로 추정됐었습니다. 우드워드는 저서 ‘격노’ 11장에서 북한이 이동발사대를 이용해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 숫자를 ‘several dozen nuclear weapons’ 혹은 ‘several dozens’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십기라는 의미인데요, 이는 보통 24~50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핵무기 숫자가 50개라 하더라도 ICBM 숫자가 20기라면 실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 핵무기 숫자는 20개, 즉 80개에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논란의 팩트는 우드워드가 책에 쓴 내용과 미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드워드는 지난 14일 미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해당 부분을 적었는지 밝혔습니다. NPR 진행자 메리 켈리와 우드워드의 질의 응답 일부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심각했던 대북 핵공격 고민
켈리: 당신이 보도한 걸 바탕으로 볼 때,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은 얼마나 심각했나?
우드워드: 북한이 깡패국가라는 점에서 그들은 내가 보도한 것처럼, 아마도 20개 이상의 핵무기를 잘 숨겨서 감춰 두고 있을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바로 그 걱정 때문에 운동복을 입은 채로 잠이 들 정도였다. 매티스 장관 욕실에 전등이 있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샤워 중에도 알 수 있도록...
켈리: 매티스 장관은 북한에 대한 핵 공격 명령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했다는데...
우드워드: 맞다, 정확히 그렇다. 그러나...
켈리: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드워드: 그렇다. 만약 첫번째 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오고 있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나한테 말한 게 있다. 자신이 매티스 장관한테, 그런 경우에 스스로 판단해서 격추할 권한을 위임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만약 그걸(미국에 의해 격추되는 걸) 보게 된다면, 그는 아마도 남은 미사일을 모두(all of his other weapons) 쏠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누구도 수백만명을 태워 죽일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문제를 마주해야 했다(고민해야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적으로 타격할 거라고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문제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라고 믿었다.
미국의 최신형 전술핵무기인 B61-12 전술핵폭탄. 지하시설 타격에 위력적이어서 유사시 미국의 대북 핵타격시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결론적으로 ‘미 핵무기 80기 사용’ 논란의 팩트는 ‘북한의 공격’이 아닌 ‘미국의 대응’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는 남아 있다고 봅니다. 우선 너무 많아보이는 ‘핵무기 80기’라는 숫자가 과연 팩트냐는 것입니다. 우드워드는 그 바쁜 트럼프 대통령조차 18차례 인터뷰할 정도로, 저도 존경하는 대단한 대기자입니다.
☞ 미 독자 대북 핵타격 계획 대응해 한미 핵공유 협정 서둘러야
하지만 ‘80기’이라는 숫자를 들은 소스가 트럼프 대통령이냐, 아니면 매티스 등 군 고위 관계자들이냐에 따라 신뢰도에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이든 실수든 숫자를 틀리게 얘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한미군 숫자를 포함해서요. 우드워드가 군사전문기자는 아니기 때문에 작계 5027와 5015를 혼동한 듯한 오류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모르는,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핵타격(핵사용) 계획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 검토 때도 초기에는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 예비역 고위장성의 지적이 제 귓가를 울립니다. “이번 논란은 우리가 하루빨리 나토와 비슷한 핵공유 협정을 체결해야 할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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