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BZ-95 불펍소총 과시에 집중하는 중국군 현대화의 상징
양욱 | National Security Consultant
QBZ-95 불펍식 돌격소총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미국은 베트남전의 구렁텅이 속에서 5.56x45mm탄을 사용하는 M16 소총을 실전배치하면서 소구경탄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했다. 미국은 7.62mm 탄을 사용하던 M14 소총을 대신하여 M16을 전군에 채용하게 되자, 세계가 흔들렸다. 당장 미국과 안보공조체제를 갖추었던 NATO 국가들은 5.56mm 탄으로 전화하기 시작했고, 소련도 이미 1960년대 말부터 소구경탄 개발을 시작하여 5.45x39mm탄을 개발하는 등 대응책을 찾아나섰다. 중국은 중앙군사위원회(中央军委)의 재래식 병기산업 영도소조(常规兵器工业领导小组)의 주도 하에 1970년부터 소구경탄과 그 전용소총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다.
중국의 소구경탄과 돌격소총 개발은 쳉얼캉 교수(왼쪽에서 두번째)의 주도로 실시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그러나 문화혁명의 후유증은 상당하여 1978년에 이르러서야 5.8x42mm 탄을 차기 소구경 소총탄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애초에 중국은 개발을 주도하던 쓰촨 지역전투단(四川地区会战组)의 제안으로 5.81mm로 구경을 정하고자 했다. 1927년 8월 1일 국공결렬로 축출된 중국 공산당이 장시성 난창에서 일으켰던 '난창폭동(중국 측은 '81난창봉기八一南昌起义'로 표현함)'을 기념하여 81이라는 숫자를 넣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총전문가였던 쳉얼캉(程尔康) 교수는 당시 중국의 가공기술로는 ±0.03 mm의 가공오차가 한계라는 이유로 이에 반대했고, 결국 탄환은 5.8mm로 구경이 정해졌다.
인민해방군은 81식 자동소총을 개조하여 신형 5.8mm 탄의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출처: Public Domain>
탄환이 정해진 이후 연구진은 우선 기존에 성숙한 무기체계에 탄환을 결합하여 시험평가를 이어가고자 했다. 당시 막 개발이 완료되었던 81식 소총(八一式自动步枪)을 바탕으로 사용탄환을 5.8mm로 바꾼 87식 소총이 개발되었다. 시험평가의 결과 5.8mm탄은 의도한 대로 충분히 빠른 속도로 바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으며, 400m까지 사격결과는 양호했다. 특히 7.62x39mm탄을 사용하는 81식에 비하여 87식의 성능은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인민해방군은 차기소총으로 불펍방식을 채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시제총기 중 하나이다. <출처: Public Domain>
그러나 81식 소총은 63식 소총(SKS 소총의 복제판)과 56식 소총의 특징을 결합하여 만든 총기로 당시 기준으로서도 현대적인 총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따라 1989년 중앙군사위원회는 결국 5.8mm탄에 맞는 새로운 소총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인민해방군은 이미 1980년대 서구로부터 수많은 무기체계들을 도입하고자 시험평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불펍 형식의 시제총기를 시험평가 중인 연구진들 <출처: Public Domain>
이런 무기체계들 가운데 슈타이어 AUG나 프랑스 FAMAS F1 같은 불펍소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불펍소총을 접한 중국은 상당한 환상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불펍소총은 작동부가 대부분 개머리판에 있어 반동 억제도 상대적으로 쉬우며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총기개발을 담당한 208연구소는 차기소총을 불펍방식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95식 자동소총의 시제총기(중앙)와 양산총기(우), 그리고 95식 분대지원화기(좌)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약 6년간의 연구개발과정을 거쳐 1995년경에 이르자 드디어 시제총기가 나왔다. 인민해방군은 이를 95식 자동소총(九五一式自动步枪), 영문명 QBZ-95으로 제식채용했다. QBZ는 '경무기, 보총, 자동(轻武器 步枪 自动)'의 영어발음에서 앞글자를 따서 만든 분류명이다. 이와 함께 QBZ-95의 설계를 활용하여 만든 95식반용기창(九五一式班用機槍, '95식 경기관총'이란 뜻), 영문명 QJB-95도 동시에 채용되었다. 인민해방군이 이렇게 불펍소총을 채용한 것은 군 현대화의 성과로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때문이기도 하다.
QBZ-95 소총은 홍콩주둔부대로 먼저 보내져 1997년 홍콩반환행사와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출처: Public Domain>
실제 QBZ-95 소총이 지급된 것은 1997년부터였다. 인민해방군은 1997년 홍콩 반환에 발맞춰 홍콩주둔부대의 무장으로 QBZ-95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QBZ-95 소총은 동년 7월 1일 홍콩반환과 함께 세계의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인민해방군은 1999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열병부대 상당수가 QBZ-95로 무장함으로써 중국의 차기 제식소총임을 전세계에 확인시켰다.
QBZ-95-1 소총으로 모의 교전 중인 인민해방군 <출처: Public Domain>
이후 QBZ-95B 단축형 카빈이나 개량형인 QBZ-95-1 등이 소개되면서 QBZ-95 계열화기들은 계속적으로 진화해나갔다. 그리하여 인민해방군은 30년이 넘도록 QBZ-95 소총을 제식소총으로 채용하여 사용해왔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은 1999년 열병식으로부터 30년만인 2019년 10월 1일 국경절 열병식을 통하여 QBZ-191 소총을 공개함으로써 제식소총의 본격적인 교체가 임박하였음을 예고하였다.
특징
QBZ-95 소총 <출처: Public Domain>
QBZ-95 소총은 불펍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권총손잡이 뒤쪽의 개머리판 부분에 노리쇠뭉치와 탄창 등이 위치하게 된다. 이렇게 작동부위가 몸쪽에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반동을 어깨로 지지하기 쉽게 되어 있어 좀 더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 또한 약실 위치도 권총손잡이보다 뒤쪽으로 위치하므로, 일반적인 소총에 비하여 통상 20cm 이상 총 전체의 길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BZ-95의 주요 작동부품 <출처: 필자>
QBZ-95의 작동구조 설명 <출처: qbq.cn>
통상 QBZ-95를 FAMAS나 슈타이어 AUG의 카피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작동방식을 보면 전혀 다른 총임을 알 수 있다. QBZ-95는 작동방식으로 쇼트스트로크 가스피스톤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사실 중국이 쇼트스트로크 방식을 채택한 것은 꽤나 오래전부터였다. 중국은 소련제 SKS 소총을 모방생산하면서 이 방식을 익혔으며, 81식 자동소총을 개발하면서도 쇼트스트로크 방식을 채용했다. 그만큼 나름의 충분한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에 이 방식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특히 5.8mm 탄환의 최초 시험평가에서 81식에 바탕한 87식 소총을 사용하면서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그대로 95식에 이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동구조설명도처럼 격발 후 가스압에 의하여 가스피스톤과 노리쇠 뭉치가 후퇴한 후에 가스피스톤과 결합된 리코일 스프링에 의해 차탄을 밀어넣고 약실을 잠그는 형식이 된다.
QBZ-95의 야전분해 장면 <출처: Public Domain>
발사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조정간은 개머리판 좌측 하단부에 붙어있다. 조정간은 0-1-2-3의 순서로 숫자가 표시되어 있는데 '안전-단발-연발-3점사'의 뜻이다. 그러나 조정간 위치가 너무 개머리판 끝으로 가 있어서 안전에서 곧바로 사격으로 바꾸어 사격하는 전술사격이 불가능 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한편 탄창은 불펍소총으로서 당연히 권총손잡이 뒷쪽에 장착되며, 탄창 뒷쪽의 래치 형태의 탄창멈치를 눌러서 제거할 수 있다. 권총손잡이는 슬림한 형태인데 반하여 방아쇠울 앞쪽이 매우 두터운 형태인데, 이는 사격시에 지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만든 형태이다.
인민해방군의 QBZ-95 사격장면 <출처: 유튜브>
QBZ-95의 총몸은 폴리머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었다. 슈타이어 AUG 등 총 전체를 폴리머로 만든 총기들이 꽤 있는데, QBZ-95의 총몸은 내구성이 약하여 현장에서 불만을 사고 있다. 이는 폴리머를 총기에 사용해본 노하우가 적은 탓으로 보인다. 폴리머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장점은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QBZ-95는 인체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사격시 불편하다는 불만도 사고 있다. 그러나 제일 큰 불만은 방아쇠울과 전방총열덮개 부분으로 너무도 커다란 크기로 사격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유탄발사기의 장착시에 격발을 위해 손을 잡을 위치가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유탄발사기가 결합된 QBZ-95 소총. 조정간은 개머리판의 한참 뒤쪽에 장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Public Domain>
한편 피카티니 레일의 부재는 QBZ-95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총기 부가장치 장착을 위하여 중국이 스스로 고안한 마운팅 장치들을 제안했지만, 편의성일 인정받은 국제적 규격을 벗어나 자국만의 규격을 만들려는 이러한 노력은 심지어는 중국군 내부에서도 외면받는 실정이다.
운용 현황
1999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QBZ-95 불펍소총을 들고 행군 중인 인민해방군 해군육전대 장병들<출처: Public Domain>
QBZ-95는 1997년부터 홍콩주둔부대를 시작으로 보급을 시작했으며, 1999년 국경절 50주년 열병식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막상 일선부대들에 본격적으로 배치된 것은 2000년 중반 이후이다. 그러나 실전배치의 도중에 수많은 문제점들이 도출되었는데, 노리쇠 작동불량, 추진제의 불완전연소, 총몸 폴리머 재질의 강성, 조준기구의 불편함, 유탄발사기 통합의 어려움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한 것은 1997년 홍콩반환을 앞두고 과시를 위하여 개발일정을 촉박하게 잡은 탓이었다.
QBZ-95 소총으로 총검술을 연습하는 인민해방군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4년 QBZ-95에 대하여 대대적인 개수작업이 시작되었다. 최초에는 개량형은 QBZ-08로도 불리었는데, 실제 개량형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6년간의 철저한 개발을 믿은 인민해방군은 2011년 개량형 소총을 95-1식(영문명 QBZ-95-1)으로 명명하고 곧바로 실전부대평가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2년부터 일선부대에 배치를 시작하면서 QBZ-95-1은 2세대 모델로 인민해방군에서 자리잡는 듯 보였다.
인민해방군 74집단군 소속의 기계화부대원이 2018년 5월 광둥성 일대에서 훈련중이다.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2013년 새롭게 개량된 QBZ-95-1 소총을 들고 호주육군사격대회(Australian Army Skill at Arms Meeting)에 참가한 인민해방군은 크게 좌절했다. 우선 총기의 품질은 처참해서 대회 내내 기능고장에 시달리면서 국가대표로 참가한 선수들은 시합 도중에 기권을 거듭했다. 탄창의 품질은 저열해서 조금만 부딪히거나 떨어져도, 매거진 플레이트가 분리되면서 탄환을 사방으로 흩뿌리기 일쑤였다.
인민해방군은 QBZ-95-1로 국제사격대회에 참가했다가 총기 불량으로 시합에 제대로 참가하지도 못하며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출처: Public Domain>
또한 QBZ-95-1의 채용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탄환인 DBP10 일반목적탄은 명중률이 심각히 떨어졌다. 특히 이 탄환을 QJY-88 범용기관총에서 발사할 경우 연발사격이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QBZ-95-1과 DBP10 탄환 개발의 책임자였던 두오잉샨(朵英贤)은 한 인터뷰를 통해서 탄환문제를 해결중이며, 특히 추진제의 해외도입을 추진하는 등 문제점을 곧 해결할 것이라고 인터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측에서는 5.8mm 탄의 장거리 사격성능이 5.56mm NATO탄이나 5.45mm 탄도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면서 자위하고 있다. 현재 중국 이외에 5.8mm 소총탄을 채용한 국가는 없다.
QBZ-97은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제3세계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중국 이외의 사용국으로는 라오스, 미얀마, 수단 등이 전군에서 채용했으며, 특히 미얀마는 MA-1 이라는 이름으로 면허생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캄보디아 경찰특공대 및 경호부대, 말레이시아 육군 특수부대인 그룹 게락카스(Grup Gerak Khas), 방글라데시 대통령경호부대, 파키스탄 국경경비대인 '전방군단'의 특수작전부대 등이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QBZ-95의 5.56mm NATO탄 버전인 QBZ-97나 그 파생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파생형
QBZ-95: 95식 자동소총의 기본형. 1997년 이후 중국 인민해방군의 제식소총으로 채용되어 현재까지 사용중이다.
QBZ-95 소총 <출처: Public Domain>
QBZ-95B: 95식 소총의 단축형. 총열길이는 12.8인치(326mm)로 기본형에 비하여 약 5.4인치(137mm) 짧은 총열을 채용했다.
QBZ-95B 단축형 카빈 <출처: Public Domain>
QBZ-95-1: 95식 자동소총의 개량형. 95(改)식으로도 불리며, 2011년부터 정식으로 채용되었으며, QBZ-95를 대체하여 전군에 보급되었다.
QBZ-95-1 소총 <출처: Public Domain>
QBZ-97: 95식 자동소총의 5.56x45mm NATO탄 버전. 해외수출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데저트 탄 색깔의 모델이나 상부 조준기구를 없앤 플랫탑 모델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QBZ-97 5.56mm 소총 <출처: Public Domain>
QJB-95: 95식 경기관총. 95식 자동소총에 바탕하여 만들어진 분대지원화기로, 총열길이는 840mm로 QBZ-95 계열가운데 가장 길다.
QJB-95 분대지원화기 <출처: Public Domain>
제원(QBZ-95 기준)
구경: 5.8 x 42mm
작동 방식: 쇼트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작동방식
전체 길이: 746mm
총열 길이: 463mm
중량: 3.25kg
총구 초속: 930m/s
장탄수: 30발들이 탄창
연사율: 분당 650발 (권장 연사율: 단발 40발/분, 점사 100발/분)
유효 사거리: 400m 이하
저자소개
양욱 | National Security Consultant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으로 연구하며,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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