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사설] 민변 검찰 공수처, 정권 바뀌어도 文정권 수사 막는 ‘대못’ 될 것

최경운 기자  최연진 기자 입력 2020.12.11 03:00

2020년 12월 10일 저녁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지인의 빈소를 방문하고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 오종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내 출범을 목표로 10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여권에선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공수처가 출범하면 윤 총장 수사는 물론, 검찰이 수사해온 현 정권 관련 비리 사건을 가져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등과 그 가족이 범한 직권 남용, 뇌물 수수, 정치 자금 부정 수수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공수처장은 검찰·경찰에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야당에선 이 조항 등을 근거로 “공수처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거나, 검찰이 수사 중인 현 정권 관련 수사를 가져가 뭉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공수처가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거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윤 총장이나 아내·장모 관련 사건 이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강민국(왼쪽), 최승재 의원이 10일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상복을 입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재석 287석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총장은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재판부 불법 사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등의 사유를 들었다. 특히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들에 대해 공수처가 검찰에 이첩을 요구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과 그의 장모·아내 등과 관련된 사건 4건을 수사 중이다. 윤 총장 아내 김모씨가 회사 협찬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사건에 개입한 의혹 등과 윤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위원장의 친형 뇌물 수수·사건 무마 의혹 등이다. 이 사건들에 대해 공수처가 검찰에 이첩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야당에선 보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의혹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공수처가 윤 총장이나 그 가족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경우 차기 주요 대선 주자로 떠오른 윤 총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조작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라임·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사건 등 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은 이 사건들을 ‘윤석열 검찰이 현 정권을 공격하려 무리하게 수사한 사건’이라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로 사건을 가져가 정권을 위협할 만한 사건을 유야무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야당은 보고 있다.

 

[사설] 민변 검찰 공수처, 정권 바뀌어도 文정권 수사 막는 ‘대못’ 될 것

조선일보

입력 2020.12.11 03:26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벽두 공수처 정식 출범을 기대한다”고 했다. 법 통과 한 달도 안 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막무가내 속도전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도 공수처장에 임명할 수 있도록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삭제한 것이다. 야당 거부권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가장 핵심적인 규정이었다. 많은 위헌 소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그나마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던 유일한 근거였다. 작년 말 여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공수처법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얼굴을 180도 바꿨다. 이제 조국이나 추미애 같은 인물이 공수처장이 될 것이다.

정권은 공수처 검사 요건을 현행 변호사 자격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했다. 지난 6월 민변이 요구한 그대로 된 것이다. 재판, 수사, 조사 실무 경력이 5년 필요하다는 내용도 삭제했다. 이제 법원이나 검찰 경험도 없는 민변 변호사들이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될 것이다. 검찰 출신은 공수처 검사 정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수사관 자리는 시민단체 출신들이 차지할 것이다. 민변 변호사들이 공수처를 장악하면 ‘민변 검찰’이 생기는 것이다.

민변은 문 정권이 만든 적폐청산 위원회들을 장악해 갖은 소동을 일으켰다. 사기꾼을 ‘정의로운 증언자’로 포장해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수처에서 강제 수사권을 휘두르면 상상하지 못한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은폐,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을 강제 이첩받아 뭉개버려도 막을 수 없다. 한번 공수처 검사가 되면 9년까지 자리가 보장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민변 공수처 검사와 시민단체 출신 수사관은 그대로 남는다. 다음 정권이 문 정권 불법 비리를 인지해도 민변 공수처가 얼마든지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문 정권이 이토록 집요하게 공수처에 집착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민변 출신인 최강욱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목했다. 실제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란 노골적 협박이다.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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