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험비에 도전했던 '수륙양용' 트럭
GAZ-39371 보드닉 전술차량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기동성에 중점을 두었던 소련군은 1985년 NAMI-0281이라는 명칭으로 4륜 구동 수륙양용차량의 개발을 1985년에 시작했다. NAMI-0281은 물위를 항행하며 늪지대에서 이동이 가능할 것이 요구되었다. 당시 소련군이 NAMI-0281 차량에 요구했던 성능은 다음과 같다.
▶ 동력장치는 차체 후방에 장착할 것
▶ 모든 차륜에 유압식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할 것
▶ 방수 차체에 이동시에 공기의 자동보충이 가능한 타이어를 장착하여 부력을 보조할 것
수상주행이 가능한 시제전술차량으로 개발되었던 NAMI-0281<출처: leninburg.com>
승객과 화물 캐빈이 차체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차축 하중(axial load)과 트림 부양(trim afloat)이 화물의 크기에 좌우되지 않았다. 이러한 NAMI-0281의 연구개발 성과는 추후에 소련군이 새로운 차량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개발될 차량에는 "보드닉(Водник)"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보드닉은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물의 정령으로, 인어공주의 러시아판인 루살카(Русалка)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1994년 한 전시회에서 먼저 공개된 GAZ-3937 "보드닉" 시제차량 <출처: Public Domain>
새로운 수륙양용차량의 개발은 알렉산더 마스자긴이 담당했다. 애초에 신형 차량은 험지에서의 작전과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차량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할 차량이었기에 러시아제 험비로 불렸다. 특히 이 신형차량의 제조사 개발모델은 GAZ-3937(민수형 모델)로, 1994년 구조장비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되면서, 러시아판 험비라는 애칭은 언론을 통해서 굳어졌다.
모스크바 인근의 브론니치 군용차량 연구시험센터에서 평가 중인 GAZ-3937 <출처: Public Domain>
차량은 매우 독특한 설계를 채용했는데, 조종부와 캐빈을 모두 모듈러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물론 보드닉은 NAMI-0281 설계처럼 방수차체에 타이어 부력보조 시스템을 채용하는 등 앞선 개발의 성과를 반영했지만, NAMI-0281과는 다른 형상으로 바뀌어갔다. 또한 험지극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드닉에서는 BTR-80 장갑차에 사용되었던 주요부품들이 활용되었다.
GAZ-39371 보드닉 양산형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상용차량으로서 GAZ-3937은 이미 1997년부터 생산이 아르자마스 기계공장(Арзамасском машиностроительном заводе, AMZ)에서 시작됐지만, 군용으로서 완성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보드닉은 차폭이 좁은 GAZ-3937 모델 이외에도 차폭이 확장된 새로운 모델인 GAZ-39371도 개발되었으며 실제 체계 설계는 1998년도까지 완성되었다. 이후 1999년 4월 초까지만 해도 GAZ-39371은 YaMZ-460, HINO-J07C, GAZ-562 3가지 디젤엔진을 통합하는 작업을 거쳤다. 또한 각 모듈의 통합과 실제 운용성능을 검증하는 과정도 중요하여, 신형 차량은 무려 21개의 기관에서 인증을 마쳤다. 2001년에는 시제차량 12대가 체첸 지역에 호송임무로 투입되어 실전평가를 거쳤으며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2007년부터 보드닉을 운용했으나 불과 6년만인 2013년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출처: Public Domain>
이러한 과정을 거쳐 러시아군은 2005년 GAZ 보드닉의 도입을 결정하고 250대를 주문하였다. 차량은 2007년부터 일선부대에 배치되어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같은 회사에서 생산되던 GAZ 티그르에 비하여 보드닉은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2013년 경이 되자 러시아군은 보드닉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해외로 매각하거나 예비용도로 활용했다. 러시아판 험비로 각광받던 차량은 불과 10년도 운용되지 못하고 그렇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특징
GAZ 보드닉은 4륜 구동 차량으로 수륙양용장갑차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프로펠러나 제트엔진 같은 추진기가 없어 수상주행용도가 아니다. 보드닉은 이동시의 장애물이 되는 강이나 하천을 극복할 수 있는 도섭능력을 중점에 두었으며, 이에 따라 수심 1.2m가 도섭의 한계였다. 그러나 수륙양용 내지는 방수성능보다 더 명확한 보드닉의 특징은 바로 모듈러 성능이다.
GAZ-39371 보드닉의 주요 제원 <출처: Public Domain>
보드닉은 크게 조종을 담당하는 전방모듈, 엔진과 트랜스미션으로 구성된 동체모듈, 전투장비 등을 탑재하는 후방모듈의 3가지 모듈로 구분된다. 각 모듈을 조합하여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동체모듈을 기반으로 전방모듈과 후방모듈을 바꿔가면서 임무에 따라 체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다른 모듈들을 결합하여 모두 26가지의 조합으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모듈간의 결합은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하지않아 야전에서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보드닉은 전방과 후방의 모듈을 교체하여 손쉽게 임무에 맞는 차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출처: leninburg.com>
GAZ-39371의 전방모듈은 변속기와 조종장치로 구성되며 3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방은 2열로 좌측에 운전자가 우측에 차장이 앉게 되며, 양쪽의 문을 통해 탑승한다. 한편 무전병은 운전자 뒤쪽에 위치하며, 해치를 통해 승하차 한다. 운전석은 상하전후로 조절 가능하지만, 차장석과 무전병석은 전후조절이 안되고 상하만 조절할 수 있다. 한편 GAZ-3937의 전방모듈은 2명만이 왼편에 탑승하여, 전방에 운전자, 후방에 차장이 앉는 형식이 된다.
무전병석에서 바라본 전방모듈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차량의 핵심기능은 후방모듈에서 구현된다.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거나 무장이나 센서 등 장치들을 운용하게 된다. 후방모듈도 전방모듈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탈거와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병력운반모듈의 경우 모두 8개의 좌석을 장착할 수 있는데, 좌석배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거나 등을 대는 형식으로 배치할 수 있다. 병력운반모듈은 모두 6개의 출입문이 장착되었는데 좌측, 우측, 후방에 2개씩으로 구성된다. 모든 출입문은 가스 쇽 옵져버가 장착되어 열린 채로 고정시킬 수 있다.
후방 모듈 가운데 병력탑재모듈의 모습. 출입구와 해치가 모두 개방되어 있다. <출처: Alex / BtVt.narod.ru>
또 다른 후방모듈로는 무기체계와 결합된 전투모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BTR-80 포탑 모듈로 14.5mm KPVT 기관총과 7.62mm PKT 동축기관총이 결합된 BPU-1 터렛을 특징으로 한다. 터렛에는 1P3-7 주간조준경과 OU-3GA2 표적지시기, 그리고 3D6 연막탄을 발사할 수 있는 902B 연막차장 발사기 6개가 결합되어 있다. 이외에도 ATGM(대전차미사일) 모듈, 박격포 모듈 등이 있어 가장 기본적인 대전차임무 및 보병 화력지원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이외의 후방모듈로는 부상자 후송을 위한 응급후송 모듈, 각종 장비의 수리를 위한 기술지원 모듈 등도 있다.
BPU-1 포탑을 탑재한 전투모듈의 모습 <출처: leninburg.com>
보드닉은 거대한 차륜으로 인한 높은 지상고에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의 독립현가장치와 토션 바 서스펜션을 갖춰 야전차량으로서의 충분한 기동성을 갖추었다. 엔진은 러시아제 YaMZ-460, 일제 HINO-J07C, 슈타이어 면허생산품인 GAZ-562 등 3가지 선택이 있었으며, 민수형은 미제 캐터필러 엔진도 탑재할 수 있었다. 출력면에서 여유가 있었기에 상당히 커다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서 110~130km까지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박격포 탑재형(좌)과 기술지원형(우)의 GAZ-3937 보드닉 <출처: Public Domain>
타이어는 BTR 장갑차에 사용되는 K-58 중량 타이어가 채용되었으며, 타이어압력 조절장치가 장착되었다. 전원계통은 24V 시스템을 채용하였으며, 에어콘과 히터를 장착하여 쾌적한 내부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통신장치로는 R-174 인터컴이 장착되어 133dB까지의 소음에서도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무전통신장비로는 R-163-50U가 채용되었다.
차대 모듈과 엔진의 모습으로, 엔진이 차체의 오른쪽에 장착되어 독특한 형태가 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운용의 역사
러시아군은 냉전 종식 이후 새로운 고기동 전술차량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시스템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보드닉은 독특한 기동성에 도하능력까지 갖추어 이러한 러시아군의 수요를 만족시켜 줄 시스템으로 기대되었다. 1998년 상세설계검토를 마치고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들어간 GAZ 보드닉은 2000년에 이르러 저율시범양산으로 시제차량을 만들었다. 이후 본격적인 시험평가를 통해서 성능의 검증이 끝난 이후, 러시아군은 2001년 4월부터 6월까지 저율양산 차량 12대를 제42 기계화보병사단 소속으로 체첸에 투입하여 실전적 성능을 검증했다.
전략군의 호위임무용으로 사용되는 보드닉 장갑차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2005년 러시아 국방부와 내무부는 보드닉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2006년부터 250대의 차량이 생산되었다. 또한 50대가 추후 사용하기 위한 장기보관용으로 추가 생산되었다. 러시아군은 2007년부터 보드닉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보드닉은 주로 핵미사일을 담당하는 전략미사일 부대 나 기타 사령부급 부대에 배치되어 콘보이 임무 등을 담당했다.
보드닉의 수중주행능력 시험평가 장면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막상 보드닉이 배치되자 일선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선 모듈화로 전방과 후방이 단절됨에 따라 통상 분대장이 되는 차장이 후방의 병력과 소통하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차량의 하부는 V헐 방식이 아니라 평평하게 만들어져 지뢰의 폭발이 있을 때 방호면에서 불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수륙양용으로 만들어졌으나 추진기를 장착하지 않아 실제 도하까지는 하기 어려웠고 도섭 능력을 갖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시기 등장한 GAZ 티그르에 비하여 별다른 장점이 없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우루과이 군이 운용중인 보드닉 장갑차 부대 <출처: Public Domain>
러시아군은 결국 보드닉과 티그르 가운데 티그르를 본격적으로 획득하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2013년경부터 일선의 보드닉을 후방으로 돌리거나 해외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 육군이 보드닉 48대를 도입하여 현재 사용 중에 있다. 러시아군도 보드닉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니어서 2015년 돈바스 전쟁에서 러시아가 반군세력에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보드닉 차량이 목격되기도 하였다. 또한 시리아 군도 보드닉을 도입하여 공군 소속의 특수 정보부대에서 정찰임무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리아 공군 정보부대에서 활용중인 GAZ 보드닉 <출처: topwar.ru>
파생형
GAZ-3937
2 + 8 명이 탑승하는 다목적 전술차량으로 최초로 만들어진 보드닉이다. 특히 전방모듈은 2명의 운용자가 탠덤방식으로 왼쪽 캐빈에 몰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GAZ-3937는 전방모듈의 왼쪽에만 탑승하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0: 방탄 없는 병력탑승 모델.
GAZ-3937-10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1: 방탄형 병력탑승 모델.
GAZ-3937-11 <출처: Public Domain>
BMM-1: 방탄형 구급차
BMM-1 <출처: Public Domain>
GAZ-3937D 드래군: 보드닉의 버기 모델. 모듈 방식을 채용하지 않았고, 지붕이 없이 롤 케이지를 설치했다. 험지에서 확실한 기동능력을 얻기 위하여 210 마력의 YaMZ-236N 엔진을 후방에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탑승원은 2 + 6 명이다.
GAZ-3937D 드래군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
3 + 8 명이 탑승하는 다목적 전술차량으로 후방모듈을 바꾸어 다양한 결합이 가능하다.
GAZ-39371-211: 방탄 캐빈을 갖춘 병력수송형
GAZ-39371-211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221: BPU-1 기관포탑 탑재형
GAZ-39371-221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7: 2001년 처음 소개된 세라믹 증가장갑 장착형
GAZ-393717 <출처: Public Domain>
MD-PS 이동식 SHORAD: GAZ-39371 차량을 바탕으로 9M313,9M39이나 9M342 등 대공미사일을 결합한 이동식 단거리 대공미사일 플랫폼. 해외수출을 위하여 제안되었던 형태로 채용된 적은 없다.
MD-PS 이동식 SHORAD <출처: Public Domain>
제원
제원 |
GAZ-3937 |
GAZ-39371 |
전체길이 (mm) |
5,380 |
5,740 |
차폭 (mm) |
2,600 |
|
차고 (mm) |
2,560 |
|
최대지상고 (mm) |
475 |
|
휠베이스 (mm) |
3,000 |
|
휠트랙간 거리 (mm) |
2,230 |
|
차대 무게 (kg) |
4,200 |
4,300 |
다목적 차량 중량 (후방모듈제외) (kg) |
4,500 |
5,100 |
병력운반차량 중량 (kg) |
5,100 |
5,800 |
전체 중량 (kg) |
6,600 |
7,050 |
탑승원 (명) |
10 |
11 |
트레일러 견인능력 (kg) |
2,500 |
|
최대속도 (km / h) |
110 |
|
연료소모율 (l / 100 km) |
15.4 |
|
항속거리 (km) |
1,000 |
|
선회반경 (m) |
10 |
|
도섭 수심 (m) |
1.2 |
|
엔진 |
YaMZ-460 4기통 터보차지 디젤 |
HINO-J07C 5기통 디젤 |
배기량 (l) |
3,988 |
6,634 |
출력 (hp (kW) / rpm) |
160 (118) / 2400 |
165 (121) / 2900 |
토크 (Nm / rpm) |
588 / 1200-1600 |
451/1500 |
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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