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급 중순양함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미 해군의 마당쇠
볼티모어급은 함대 호위, 대지상 타격, 제해처럼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 미 해군의 중순양함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34년 일본이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약의 내용은 상당히 광범위하고 엄중했지만 만료일 2년 전에만 의사를 밝히면 탈퇴가 가능하므로 일본의 행동이 외교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핵심 참여국의 전격적인 이탈은 인류사 최대의 군축이 하루아침에 종언을 고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이 군비 경쟁을 재개한 이상 나머지 참여국들이 조약을 준수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조약형 중순양함인 CA-45 위치타.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이 무너지면서 1척만 건조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볼티모어급 중순양함이 탄생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국의 근심이 커졌다. 조약 준수 당시에 일본의 전력은 미국의 60퍼센트로 제한받았으나 태평양만 놓고 보자면 미국이 열세였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이 군비 증강에 나서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했다. 이에 미국은 전함, 순양함 같은 주력함들을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을 수립했다. 15년 가까이 신조함 건조가 중단되면서 전력이 그만큼 약화된 상태였기에 당연한 조치였다.
당시 미국은 1934년부터 시작된 조약 형 중순양함 도입 사업에 따라 순차적으로 건조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대전이 발발하며 상황은 급변하자 이를 초도함 CA-45 위치타(Wichita) 1척으로 종결하고 보다 성능이 향상된 중순양함을 도입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개발 기간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전작인 위치타를 참조해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택했다.
2기의 사출기와 OS2U 다목적 수상기를 탑재한 CA-71 퀸시의 선미. 강화된 무장, 방어력, 장비 덕분에 다양한 작전에 투입이 가능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전간기(戰間期) 동안 군축 조약에 따라 건조된 중순양함은 조약에서 규정한 10,000톤 이하의 배수량을 맞추기 위해 생략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방어력이 5인치 함포에도 쉽게 뚫릴 정도로 빈약해졌다. 이에 신예 중순양함은 측면 장갑을 6인치로 강화한 것처럼 대함 방어력을 대폭 늘렸고 48문의 보포스 40mm포와 24문의 오리컨 20mm포를 탑재하여 대공 방어 능력도 향상시켰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해서 1941년 5월 26일부터 건조가 시작된 중순양함이 초도함 CA-68의 이름을 딴 볼티모어급(Baltimore class)이다. 원래는 1945년까지 8척을 순차적으로 획득할 예정이었으나 그해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1942년 8월에 16척이 추가 발주되었고 1943년 4월부터 차례차례 취역해서 전선으로 달려가 종횡무진 활약했다.
RIM-2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CAG-1 보스턴. 원래 함번은 CA-69였으나 후미 포탑을 제거하고 미사일 발사대를 장착하는 개조를 거쳐 미사일순양함으로 변경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함대 호위, 상륙 지원 등을 수행했고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는 제해 및 지상군 지원을 담당했다. 이후 CA-69, CA-70는 RIM-2 함대공미사일을, CA-74, CA-136는 RIM-8, RIM-24 함대공미사일을 운용하는 방공순양함으로 개장되었다. 또한 CA-75, CA-132, CA-133, CA-135는 SSM-N-8 순항미사일을 탑재해서 운용했다. 한마디로 바다에서 미사일 시대를 본격 개막한 선두 주자이기도 했다.
볼티모어급은 많은 후계함과 파생함의 탄생도 이끌었다. 제2차 대전 이후 취역한 오레곤시티급(Oregon City class), 디모인급(Des Moines class) 중순양함이 볼티모어급의 개량형이다. 또한 사이판급(Saipan class) 경항공모함이 볼티모어급 선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순양함은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대표적인 군함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볼티모어급은 종횡무진 활약한 미 해군의 숨은 마당쇠라 할 수 있다.
볼티모어급 순양함 보스턴의 미사일 순양함 재취역 소식 < 출처 : 유튜브 >
특징
볼티모어급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처럼 방어력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작인 위치타가 조약의 제한에 맞추느라 방어력이 터무니없다 보니 볼티모어급의 방어력이 크게 증가되어 보이는 것이다. 사실은 조약 이전 통상적인 중순양함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공 방어용 무장이 강화된 덕분에 함대 방공에 많은 역할을 담당했고 이후 이때의 실전 경험과 결과는 오늘날 이지스 방공 체계의 기초가 되었다.
베트남전쟁 당시 지상 목표를 향해 함포 사격 중인 CA-73 세인트폴. 전함과 비교하다 보니 작아 보일 뿐이지 사실 중순양함의 화력도 대단한 수준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더불어 공격력도 강화했다. 335파운드 포탄을 28km까지 날릴 수 있는 9문의 8인치 55구경장 함포는 상륙전, 지상군 지원에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베트남전쟁 당시에도 엄청난 화력을 투사하는 도구 노릇을 담당했다. 5인치 부포는 이전 순양함보다 4문 많은 12문으로 늘려 근접 작전 능력이 향상되었다. 다만 미 해군은 어뢰 운용을 구축함 이하의 함정이 전담하는 사상을 택하고 있었기에 어뢰 탑재는 생략되었다.
이런 개량을 거쳐 기준 배수량이 14,500톤까지 늘어났다. 볼티모어급은 거함거포 시대에 등장해서 전함, 순양전함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뿐이지 대부분의 오늘날 주력 함보다 큰 거함이다. 따라서 유지 비용도 많이 들어가서 일부 함은 퇴역해서 예비함으로 보관하다가 재배치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엔진 출력이 좋고 선체의 세장비가 길어 오늘날 최신 함과 동일한 최고 33노트의 고속 순항이 가능했다.
미사일순양함으로 개장한 CAG-2 캔버라. 1940년대 탄생한 거함임에도 최고 33노트의 고속 순항이 가능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볼티모어급은 태평양 전쟁 발발 후 총 24척 획득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18척이 발주되어 14척이 완공되었는데 그중 4척은 제2차 대전이 끝난 후에야 배치되었다. 이는 여타 함정보다 더딘 편이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해전의 방법이 바뀌면서 자원이 우선 투입 대상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전함, 중순양함 같은 주력 함들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항공모함과 이를 가까이서 호위할 경순양함과 구축함의 역할이 커진 것이었다.
6.25전쟁 초기인 1950년 8월 함포 사격 중인 CA-75 헬레나. 총 6척의 볼티모어급이 한반도 인근에 번갈아 투입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제2차 대전 당시 미 해군의 주력 중순양함으로 활약한 후 종전 후 5척을 남기고 모두 퇴역했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 일부가 다시 현역으로 전환되었다. 총 6척이 번갈아 한반도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는 사이 4척이 대공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개조되어 새로운 해군 시대를 선도했다. 개장된 함들은 1960년대까지 활약하였으며 그중 CA-136 시카고(Chicago)는 CG-11라는 미사일순양함 함번으로 1980년까지 활동했다.
1979년 산호해 인근을 항해 중인 CG-11 시카고. 개장 전 함번은 CA-136로 가장 마지막까지 활약한 볼티모어급 중순양함이다. < 출처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CA-68 볼티모어(Baltimore)
CA-68 볼티모어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1년 5월 26일
진수 1942년 7월 28일
취역 1943년 4월 29일
퇴역 1956년 5월 31일
CA-69/CAG-1 보스턴(Boston)
CA-69/CAG-1 보스턴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1년 6월 30일
진수 1942년 8월 26일
취역 1943년 6월 30일
퇴역 1970년 5월 5일
CA-70/CAG-2 캔버라(Canberra)
CA-70/CAG-2 캔버라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1년 9월 3일
진수 1943년 4월 19일
취역 1943년 10월 14일
퇴역 1970년 2월 2일
CA-71 퀸시(Quincy)
CA-71 퀸시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1년 10월 9일
진수 1943년 6월 23일
취역 1943년 12월 15일
퇴역 1954년 7월 2일
CA-72 피츠버그(Pittsburgh)
CA-72 피츠버그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2월 3일
진수 1944년 2월 22일
취역 1944년 10월 10일
퇴역 1956년 8월 28일
CA-73 세인트폴(St. Paul)
CA-73 세인트폴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2월 3일
진수 1944년 9월 16일
취역 1945년 2월 17일
퇴역 1971년 4월 30일
CA-74/CG-75 콜럼버스(Columbus)
CA-74/CG-75 콜럼버스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6월 28일
진수 1944년 11월 30일
취역 1945년 6월 8일
퇴역 1975년 1월 31일
CA-75 헬레나(Helena)
CA-75 헬레나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9월 9일
진수 1945년 4월 28일
취역 1945년 9월 4일
퇴역 1963년 6월 29일
CA-130 브레머튼(Bremerton)
CA-130 브레머튼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2월 1일
진수 1944년 7월 2일
취역 1945년 4월 29일
퇴역 1960년 7월 29일
CA-131 폴리버(Fall River)
CA-131 폴리버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4월 12일
진수 1944년 8월 13일
취역 1945년 8월 26일
퇴역 1961년 3월 10일
CA-132 매콘(Macon)
CA-132 매콘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6월 14일
진수 1944년 10월 15일
취역 1945년 8월 26일
퇴역 1961년 3월 10일
CA-133 톨레도(Toledo)
CA-133 톨레도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9월 13일
진수 1945년 5월 6일
취역 1946년 10월 27일
퇴역 1960년 5월 21일
CA-135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CA-135 로스앤젤레스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7월 28일
진수 1944년 8월 20일
취역 1945년 7월 22일
퇴역 1963년 11월 15일
CA-136/CG-11 시카고(Chicago)
CA-136/CG-11 시카고 < 출처 : Public Domain >
기공 1943년 7월 28일
진수 1944년 8월 20일
취역 1945년 1월 10일
퇴역 1980년 3월 1일
제원
경하 배수량: 14,500톤
만재 배수량: 17,000톤
전장: 205.26m
선폭: 21.59m
흘수: 8.18m
추진기관: 4 × 밥콕-윌콕스 보일러 120,000마력(89,000kW)
4 × 증기터빈
속력: 33노트
무장: 3 × 3열 8인치 포
6 × 쌍열 5인치 포
12 × 4열 40mm 대공포
24 × 20mm 대공포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위인.교육.기타 > 군대 . 무기. 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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