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05.21 00:27 | 종합 5면 지면보기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훈장을 받는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켓 주니어(94) 예비역 대령. [사진 미 육군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는 21일(현지시간) 한국전쟁 참전 영웅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다. 백악관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한국전에서 용맹을 보여준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할 것”이라며 “이 자리엔 문 대통령도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94세 퍼켓 예비역 대령, 중위 때 참전
중공군 인해전술 ‘청천강 전투’ 활약
명예훈장은 대통령 수여 최고 훈장
‘피로 맺은 한·미 동맹 기억’ 메시지
‘명예훈장(Medal of Honor)’은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으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첫 행사의 주인공으로 94세의 한국전 영웅을 선정하고 문 대통령도 함께하도록 한 것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기억하자 한·미 동맹’으로 요약된다. 함께 피 흘렸던 한국전쟁에서 시작된 한·미 동맹을 기억하며 더욱 발전시키자는 무언의 메시지다.
특히 퍼켓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 당시 ‘청천강 전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섰던 참전용사였다. 백악관은 이날 “명예훈장은 전장에서 개인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용기와 희생을 보여준 이에게만 수여되는 것”이라며 당시 그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퍼켓 전 대령은 1950년 8월 26일부터 중위로 참전해 같은 해 11월 25~26일 205고지 점령 과정에서 전투를 치렀다. 백악관 보도자료엔 그가 맞섰던 ‘적’이 누군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 적은 중공군이었다.
미군 전문지인 아미타임스에 따르면 그가 활약한 전투는 그해 11월 24일 시작된 제2차 청천강 전투다. 함께 북진했던 국군과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한 중공군과 벌였던 치열한 전투였다.
현역 시절 모습.
미 육군 특수부대인 제8레인저 중대원 51명과 한국군 9명을 이끌던 퍼켓 전 대령은 당시 그의 작전 구역에 약 2만5000명의 중공군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먼저 수백 명의 적군과 맞서 싸웠다. 수적 열세로 부하 병사들이 집중포화를 받자 적 화력을 분산하기 위해 개활지를 맨몸으로 세 차례나 넘나들었다. 그 사이 그의 중대는 205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청천강 전투’ 당시 유엔군을 공격하는 중공군.
밤이 오자 중공군은 박격포를 쏘며 다시 몰려왔다. 이날 밤 중공군과의 네 차례 전투 중 그는 수류탄 파편에 맞아 다쳤지만 대피를 거부하고 전투를 지휘하다 다시 박격포 두 발의 파편에 맞았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그는 부하 병사들에게 후퇴를 명령하면서도 본인은 거점에 남았다. 결국 빌리 월스, 데이비드 폴록 등 부하 병사 2명이 명령을 거부하고 다시 언덕을 올라와 중공군 3명을 사살하고 그를 구출했다.
퍼켓 전대령은 미 언론 인터뷰에서 “오전 2시쯤 중공군은 큰소리를 내며 달려왔고 우리는 늘 그렇듯 혼자였다. 포병들은 다른 부대를 지원하느라 우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용기는 두고두고 미군에 회자됐다.
퍼켓 전 대령은 71년 대령으로 전역했고 92년 육군 레인저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 함께 피 흘려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과거를 상기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 압록강을 건너는 중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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