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해이 다시 도마에..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00:12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지난 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연합뉴스]
군대 기강이 말이 아니다.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지더니 이젠 은폐한 군 내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는 훈련병 인권을 중시하라는 육군 지휘부 방침에 따라 훈련병이 조교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동해에서 민통선이 연이어 뚫렸다. 군 곳곳에서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은 안보를 군에 맡기기에 앞서 분통부터 터진다. 아무리 좋은 첨단무기를 가져도 기강이 무너진 군대는 희망이 없다.
은폐했던 군내 성추행 연이어 폭로
훈련 않고, 인기 위주 지휘가 문제
성추행을 당해 지난달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는 1년 전에도 다른 상사로부터 성추행당했던 사실이 어제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이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지만 공군은 수사는커녕 오히려 회유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중사 유족 측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된 2명 이상의 간부를 어제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그저께는 공군 모 부대의 하사가 여군 숙소를 무단 침입한 뒤 여군 속옷과 신체를 불법으로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군인권센터가 공개했다. 하지만 공군은 현행범인 하사를 구속하지 않고 보직만 바꾸는 수준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었다고 한다.
군 기강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경계 실패→명령 불복종→군 급식 부실→성추행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 내용도 점차 악성으로 바뀌고 있다. 기강 해이가 군 전체로 깊이 확산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군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가장 큰 이유는 훈련하지 않아서다. 남북 9·19군사합의 이후 훈련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장병의 인권과 복지만 강조하다 보니 군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군 전투력은 강도 높은 훈련과 기강, 그리고 무기에 의해 나온다. 그런데도 훈련하지 않고 기강이 무너지니 군이 군 같지 않은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 장병 급식 문제만 해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국방부가 미리 조치했어야 했다. 격리되지 않은 장병들이 먼저 먹고 남은 음식을 격리 장병에게 가져다 주니 당연히 부실할 수밖에 없다. 더 한심한 일은 급식 문제가 발생한 지 한참 뒤까지도 국방부와 각 군은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주요 지휘관들이 인기 위주로 부대를 운영하며 인권만 강조했다. 그러니 일선 지휘관은 병사에게 엄격한 규율을 내세울 수 없었고, 유약해진 병사들은 지휘관을 만만하게 보는 풍조가 생겼다. 이래선 안 된다. 이제라도 군을 군답게 만들어야 한다. 엄정한 군기와 인권은 함께해야 한다. 군 수뇌부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청와대가 정치권의 군 인사 개입을 막아야 한다. 국민은 오합지졸의 군대를 원치 않는다.
이성용 공군총장, ‘성추행 사망’에 사의 표명 “무거운 책임 통감”
작년 취임 후 8개월여만
‘역대총장 중 최단기’ 불명예 퇴진
입력 2021.06.04 14:48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이 4일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지난달 31일 경남 공군 교육사령부 대연병장에서 거행된 공군 제146기 학사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훈시하고 있다. /공군 제공
이 총장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본인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2021년 6월 4일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고 했다. 또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되길 바라며, 공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을 통해 물러나겠다는 의사와 함께 전역지원서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역지원서를 수리하면 이 총장은 민간인 신분이 된다. 각군 총장은 임면권자가 문 대통령이다.
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군의 초동 수사 부실과 늑장 보고 의혹 등이 불거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9월 23일 제38대 공군총장으로 취임했다. 이로써 8개월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이날을 기준으로 이 총장의 재임 기간은 255일로 ‘역대 최단명 총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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