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06.13 12:28 수정 2021.06.13 12:48

박성훈 기자

 

디지털 아티스트 ‘반통라오아탕’이 그린 '최후의 G7'. 동물을 국가에 비유했다. 맨 왼쪽부터 검은 독수리(독일), 캥거루(호주), 시바견(일본), 늑대(이탈리아), 흰독수리(미국), 사자(영국), 비버(캐나다), 수탉(프랑스)가 나온다. 탁자 아래 코끼리는 인도를 상징한다. [웨이보 캡쳐]

영국 런던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선 이 회의를 풍자한 그림이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다자주의를 기치로 중국 압박에 나선 미국과 동조하는 서방 국가들을 비꼬는 내용이다.

G7 정상회담 풍자한 중국 디지털 아티스트
‘최후 만찬’ 식사는 중국 그려진 ‘케잌’
‘예수’ 자리에 미국...일본은 ‘시바견’
영국,캐나다 ‘굽신’...이탈리아 ‘손사래’ 대조


12일 중국 웨이보에 한 그림이 올라왔다. 제목은 ‘최후의 G7’. 디지털 그래픽 아티스트인 ‘반통라오아탕’(半桶老阿汤·필명)의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그림으로, 공개 직후 높은 관심과 함께 중국인들이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중국 디지털 그래픽 아티스트인 ‘반통라오아탕’(필명) 웨이보에 올라온 그림 ‘최후의 G7’. [웨이보 캡쳐]

그림에는 예수와 제자 대신 모자를 쓴 동물들이 등장한다. 한가운데 예수의 위치에 선 나라는 흰머리 독수리로 상징되는 미국이다. 테이블에선 달러를 찍어내고 있는데 원료가 ‘휴지’다.


왼쪽으로 늑대의 이탈리아, 시바견의 일본, 캥거루의 호주, 검은 독수리의 독일이 이어진다. 이탈리아가 늑대로 표현된 건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와 쌍둥이 동생 레무스가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다는 신화 때문이다. 시바견은 우리나라 진돗개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토종견이다. 일본의 상징 동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중국 네티즌은 “일본의 국조(國鳥)인 ‘꿩’ 대신 ‘개’를 택한 건 미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비유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검은 독수리는 독일연방공화국의 국조다.

미국의 오른쪽으로는 사자의 영국, 비버의 캐나다, 수탉의 프랑스가 나온다. 탁자 아래에는 코끼리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인도다. 도와달라(HELP ME)라고 적힌 글자가 눈에 띈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코끼리가 마시고 있는 노란 물은 소의 '오줌'이다. 인도에선 '소의 분뇨를 먹으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퍼졌고 인도 의사협회가 나서 수차례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중국은 테이블에 돈을 물고 올라가려는 청개구리로 표현됐다.

그림 속에는 다른 암시도 적지 않다. 먼저 일본. 시바견이 옆에 서서 초록색 음료를 따른다. 그런데 주전자에 방사능 표시가 그려져 있다. ‘흰 독수리’의 윤허 하에 다 같이 마신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비꼰 것이다.

캥거루는 중국 국기가 새겨진 영양제를 맞고 있는데 곧 떨어질 듯하다. 홍콩,신장 인권 문제로, 우한 바이러스 기원설 조사 등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호주는 최근 대중국 교역이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적으로 다급해진 캥거루의 한 손이 미국 달러를 향한다.

캐나다 비버는 손에 여자 나무 인형을 들고 서 있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창립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다. 그녀는 대이란 경제 제재 위반과 사기 혐의로 캐나다 법정에서 여전히 재판 중이다. 중국은 캐나다가 미국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늑대가 양팔을 들고 거부하는 자세를 취했다.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가롯 유다 뒤에서 자신은 아니라는 뜻으로 표시한 것과 같다. [비리비리 캡쳐]

눈길을 끄는 건 이탈리아다. 늑대는 양팔을 들고 거부하는 자세를 하고 있다.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가롯 유다 뒤에서 자신은 아니라고 한 표시와 같다. 미국에게 배신자가 아니라는 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반대로 중국과 그만큼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대외 진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 관련, G7 국가 중 유일한 협력국이다. 유럽 주요 3국 가운데 영국은 미국 바로 옆에 굽신거리듯 그려졌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맨 끝에 떨어져 앉아 '초록 음료'도 받지 않았다.

또다른 예술가 우허치린은 의화단 운동 당시 중국을 침략한 8개국을 G7 사진과 합성한 작품을 공개했다. [웨이보 캡쳐]

'최후의 만찬'의 식사는 중국 국기가 그려진 케잌이다. 그리고 미국의 머리 위에는 “이것으로 우리는 여전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Through this we can still rule the world)는 문구가 걸렸다. 13일 현재 웨이보 댓글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중국을 어떻게 다루려고 하는지 냉철하게 관찰했다"는 내용이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예수 자리엔 美, 日은 시바견…中 '최후의 만찬'으로 G7 조롱



[사설]G7 손님 한국, 中에 당당해야 D10 회원 될 수 있다

동아일보 입력 2021-06-12 00:00수정 2021-06-12 01:14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 함께 문 대통령을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다자정상회의에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영국 호주 유럽연합(EU)과 양자회담을 연다.

 

문 대통령의 G7 회의 참석은 비록 ‘게스트’(손님) 자격이지만 그만큼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다.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G7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기준을 정하는 리더그룹의 역할을 해왔다.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 비춰 한국도 그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회의는 그런 한국의 당당한 위상을 재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G7 확대 주장을 계기로 정회원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회의가 무산되고, 한국과 함께 확대 대상으로 거론된 러시아의 참여를 일부 회원국이 반대하면서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G7+α’ 논의가 되살아날 수 있고, 한국은 그 자격에 걸맞은 외교력을 갖췄는지 시험받게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다자외교 데뷔 무대인 이번 회의는 중국 견제전선을 구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인권 탄압과 강압 외교, 불공정 무역 같은 국제규범 위반자로 규탄 대상이 될 것이다. 미국이 올 하반기 개최할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영국이 제안한 ‘민주주의 10개국(D10)’ 구상도 핵심은 민주주의 인권 같은 규범의 국제연대다. 그런 원칙에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경꾼 외교’로는, 더욱이 “편향된 장단에 휩쓸리지 말라”는 중국의 겁박에 움츠리는 ‘변방 외교’로는 국제사회에 한국의 자리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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