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대형 로켓 H3 발사 불발..."보조 로켓 착화 안돼"
- 고체로켓 부스터 점화 실패로 H3 로켓 초도 발사중지
2023년 2월 17일 오전 일본 다네가시마 발사장에서 지난 10년에 걸쳐 개발해온 일본의 차세대 발사체인 H3의 초도 시험발사가 시도되었다. 일본 언론이 TV와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생중계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동체 양쪽에 부착한 고체부스터의 점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우주로 날아 오르지 못하였다. 발사 카운터다운이 끝나고 1단 액체수소 엔진은 점화되어 작동 중이었으나 본체로부터 부스터 점화신호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1단 액체수소 엔진은 발사 6.3초 전에 점화되었으나 발사 0.4초전에 점화가 예정된 고체 부스터가 신호를 받지 못해 점화되지 않아 자동 절차에 의해 액체엔진을 끄고 발사를 중지하게 것이다. 세계 최고의 로켓 기술 수준을 보여온 일본도 새로운 로켓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여러 언론이 발사 실패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발사하려다 그만둔 것이라서 실패라고 하기보다는 발사가 연기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로켓 자체가 파손된 것이 아니어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서 다시 발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 후 첫 번 발사이기에 이 정도의 사고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H3로켓의 점화 순간. 고체부스터 점화실패로 발사중지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H-II 로켓들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발사 성공률을 보여 온 일본으로서는, 지난해 Epsilon 로켓 발사 실패에 이어 또 한 번의 발사 좌절로 곤혹스러운 입장이고, 또한 많은 일본 국민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 로켓발사를 보며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H3 로켓은, Elon Musk의 SpaceX에 의해 촉발된 발사비용 저렴화 경쟁에 대처하고, 그간 미흡했던 상업위성 발사시장 진입을 위해 차세대 로켓으로 개발한 발사체이기에 더 이상의 지연은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H3를 발사체로 미리 계약해 준 그나마 몇 안 되는 상업 위성업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 개발한 H-II와 마찬가지로 H3 로켓도 미쓰비시 중공업이 총괄 제작하였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고체로켓 부스터는 일본의 대부분의 고체로켓을 제작하는 IHI사가 담당했다. 다음 발사 시도는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에러이면 수정하여 2-3주 이내에 다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만일 부품 기능에 연관된 하드웨어 문제라면 좀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H3 로켓의 제원
JAXA의 H3 로켓은 1단에 LE-9엔진 2기 혹은 3기, 그리고 2단에 LE-5B-3 고공용 엔진 1기 그리고 부스터로 1단 주위에 고체 로켓 SRB-3을 2기에서 4기까지 장착할 수 있게 된다. LE-9과 LE-5B-3 모두 액체수소를 연료로,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는 세계 최고급 엔진이다. 액체수소 엔진은 비추력이 높아 로켓엔진 연료로는 거의 최고 효율을 보여주지만 절대 0도에 가까운 작동온도 때문에 극저온에 견디는 터보펌프나 배관 등의 제작이 극히 어려워 높은 추력의 엔진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한 발사체의 비효율적 설계와 가격경쟁력 약화는 이 후에 논의하기로 한다.
LE-9 엔진의 공칭 추력은 150톤(진공)이다. 1단에 2-3기의 LE-9엔진을 장착하게 되어 있어 총 추력이 300-450톤이고, SRB-3의 추력은 220톤으로 통상 2-4개의 고체로켓을 붙이므로 부스터 추력은 440-880톤이 되겠다. 2단 액체수소엔진은 14톤으로 H-IIA 로켓 2단을 개선한 것이다. SRB-3부스터는 H-IIA에서 사용한 SRB-A3을 개량한 것으로 길이가 약간 길어지면서 추력이 20% 증가되었고 추진제 충진량이 67톤으로 좀 늘어났다.
이번에 발사한 로켓은 H3-22S이다. 뒷부분의 22S가 암시하듯이 앞의 2는 액체 엔진 갯수, 뒤의 2는 부스터 갯수를 의미하고 S는 페어링의 종류를 보이는 것으로 짧은 건 S(Short), 긴 것은 L(Long)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로켓의 지상에서의 추력은, H-IIA 로켓에 사용된 LE- 7의 지상추력은 진공추력이 78% 정도이기에 동일하게 유추해보면, 118톤이 되어 2기를 장착하면 236톤이고 부스터도 그 정도 비율로 계산해보면 344톤이 되어 1단 발사 시 총 추력은 580톤 정도가 된다.
현재 형상의 H3 로켓의 발사 시 질량은 430톤으로 추정되어 발사 시 상승 가속도는 1.35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 발사 능력은 액체엔진 3기만 붙인 H3-30S/L 형상으로는 태양동기궤도에 4톤 위성을 올릴 수 있고, 4개의 고체 부스터를 붙인 H3-24S/L 형상이면 정지천이궤도(GTO)에 4톤 이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3 로켓의 액체엔진 갯수와 고체 부스터 수에 따른 4가지 다른 형상
- 일본의 항공우주청 발족
일본의 우주기술 개발은 한때 3개의 연구기관이 약간은 경쟁도 하면서 분산되어 담당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생긴 기관은 동경대학 항공우주학과내의 로켓연구팀과 항공연구팀을 합쳐 탄생한 ISAS(Institute of Space and Astronautical Science) 로서 동경대학 부설로 성장하여 문부성 산하에 있었고, NAL(National Aerospace Laboratory)은 1955년 과학기술청 산하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어 항공과 우주분야의 기초 기반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으며, NASDA(National Space Development Agency)는 1969년 과학기술청 산하로 평화적인 우주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발족하였었다. 한 국가에 우주기술개발을 추진하는 3개의 기관이 생기면서 서로 비효율적인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연히 일본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어 후에 일본 수상을 지낸 나까소네가 나서서 항공우주 과학 탐구 관련은 ISAS가, 항공우주기반기술은 NAL이, 상용 로켓 기술 개발은 NASDA가 수행하는 것으로 정리하게 된다.
그 후 2003년까지 이 3개의 우주항공 연구개발 기관은 공존을 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조직이 바뀌면서 문부성과 과학기술청이 하나의 부처가 되었다. 하나의 부처에 3개의 항공우주 기술개발기관이 존재하는 형국이 되자 정부는 이 세 조직을 하나의 연구기관으로 통합하였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의 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이다.
여기서 일본의 로켓 개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 일본의 로켓 개발 이력
일본의 고체로켓 개발은 동경대학의 이토가와 교수가 시작했고 ISAS의 팽창과 더불어 Kappa, Lamda, Mu 로켓으로 진화 발전하였으며, 2006년까지 운용했던 M(뮤)-V(5) 로켓은 저궤도에 1.8톤의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당시로서는 중형급 발사 능력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이 뮤 로켓은 높은 제작비와 복잡한 발사운영 절차로 인해 발사비가 너무 높아지면서 좀 더 저렴한 로켓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성능은 약간 줄이고(저궤도 1톤 정도) 자동화 기술을 많이 도입해 발사과정을 간소화한, Epsilon 로켓을 개발해 2013년 첫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개발해 놓고 보니 미국 SpaceX의, 강력한 성능에다 가격은 저렴한, Falcon 9이 등장하면서 설 땅을 잃어버리고 발사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해 띄엄띄엄 발사하다가 지난해에는 오래 만에 시도해서인지 통산 6번째 발사에서 실패하고 말았었다.
액체로켓은 일본 통신회사의 상용 정지궤도위성 발사를 목적으로 NASDA가 개발을 주도하였다. 1970년대 일본 자체의 기술로서는 시험 로켓 정도의 액체로켓 개발은 가능하였었지만 실용적인 대형의 인공 위성 발사용 로켓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NASDA는 액체 로켓엔진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라이선스 생산으로 도입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마침 일본이 자력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여 인공 위성의 궤도투입에 성공한데 놀란 미국은 차라리 일본에 일부 로켓 기술을 이전해주어 자국의 통제 하에 있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액체연료 로켓 기술(중거리 탄도 미사일, Thor의 1단, 연료는 석유와 액체산소)을 일본에 제공하게 되었다. 이때 미국은 로켓의 핵심 기술은 비밀로 분류하면서 블랙 박스화 하여 들여다볼 수 없게 하는 조건으로 일본의 라이센스 생산을 허용했다. 마치 우리의 KSLV-1 나로호 개발에서 1단을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것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이다.
이렇게 해서 1975년에 N-I 로켓이 개발되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1단으로는 미국에서 기술도입한 Thor-ELT의 MB-3-3 엔진을 사용했고, 2단에는 연료로 Aerozine-50,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NTO)를 사용한 일본 자체 개발의 상온 액체 로켓엔진, LE-3이 사용되었다. 모자라는 1단엔진의 추력은 소형 고체로켓 3개를 부스터로 사용해 보강했다. N-I 로켓은 1.2톤 정도 무게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1980년에 N-I 6호기의 발사가 실패하였다. 일본은 실패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미국에 관련 기술 정보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면서 액체연료 로켓 엔진도 완전히 자력으로 개발할 방침을 결심하게 된다.
그 후에 개발된 H-I 로켓에도 1단에는 라이선스 받은 엔진을 사용했지만 2단 엔진으로 액체 수소 엔진 LE-5와 고체 연료 3단 엔진 UM-129A를 자체 개발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94년에 발사 성공한 H-II로켓에서는 1단 엔진 LE-7과 고체 로켓 부스터의 개발에도 성공해서 전체 로켓시스템의 완전한 국산화를 달성했다. 미국제의 1단 엔진 MB-3-3을 사용한 H-I에 비해 발사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H-II에서는 당시 세계 최고 기술로 인정받았던 액체수소와 액체 산소를 사용하는 LE-7을 개발하면서 기술적인 난이도는 매우 높지만 비추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다단계식 연소 사이클을 적용하게 된다. LE-7 엔진은 LE-5에 비해 더 크고 추력이 100톤에 가까운 데다 다단계식 연소 사이클과 절대 0도에 가까운 액체 수소를 연료로 채용했기 때문에 터보 펌프의 개발이 매우 어려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H-2 로켓 개발에서 총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 고다이 박사와 개발 팀은 이를 극복하고, 성공할 때까지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었지만, 마침내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 수소 로켓엔진 개발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 액체수소 엔진 개발의 성공은 일본 로켓엔진 기술자들의 자부심이 되었지만, 일본 로켓의 경제성이란 측면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큰 장애요소가 된다. 그간 ISAS를 통해 축적해 온 고체 로켓 기술은 H-II 로켓의 고체연료 부스터(SRB)에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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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3 로켓이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을까?
H3는 조만간에 고장 원인을 제거하여 재발사에 나서면 당연히 발사에는 성공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번 발사 중지 건으로 본체 쪽을 담당한 미쓰비시와 고체 부스터를 담당한 IHI 사이에 책임 공방이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Epsilon 고체로켓에 이어 또 고체로켓 부분이 사고에 연유되었다는 사실은 IHI를 곤혹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일본 로켓의 고질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게 아니라 가격이었다. 1단의 필요추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스터를 따로 부착할 수밖에 없는 H 시리즈 로켓 전반적인 설계 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액체수소 엔진의 저추력이 이 딜레마의 핵심인 것이다. 이 문제를 이제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자.
H3 로켓은 설계에서부터 제작비 저렴화에 목표를 두고 개발을 추진했었고, 개발을 담당한 미쓰비시 당사자들은 현재 1회 발사비로 5000만달러 수준에 맞출 수 있다고 자신있게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미쓰비시가 로켓 출고가를 5000만 달러로 맞추더라도 발사 운용비, 보험료 등이 합쳐지면 실제 발사 비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설사 모두 포함해서 발사비 5000만 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경쟁 상대로 생각해야 할 Falcon 9은 현재에도 발사능력은 훨씬 더 높은데 발사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더하여 SpaceX는 세계 유일의 로켓 재사용성을 통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수익성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어 언제던지 가격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라 과연 경쟁이 될지 모르겠다. 이런 고가 구조는 결국 액체수소 엔진을 사용하는 모든 로켓 체계의 태생적인 문제점이라고 본다. 유럽 아리안사가 곧 개발하여 발사에 나설 Arian 6도 일본의 H3와 상황이 너무 유사하다. 미국 ULA(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로켓 발사를 위한 합작사)의 Delta 4로켓도 액체수소 엔진, RS-68A의 높은 가격 때문에 결국 곧 단종될 운명에 처해있다.
사실 H-IIA 로켓도 먼저 개발했던 H-II 로켓의 제작비가 너무 높아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가격경쟁력이 모자라 세계 상용시장 진출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대부분은 일본 정부가 발주한 위성들을 올리는 역할만 했었다. 어려운 기술 개발하느라 국가 예산 많이 들여 만들어 놓고 나서는 활용하려고 하니 너무 비싸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국의 위성들만 발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중으로 국민세금이 지원되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문제는 액체 수소엔진 개발에서부터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아폴로 2단과 3단용으로 액체수소엔진 J-2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사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아폴로는 거대한 로켓으로 1단에는 엄청난 추력을 내는 석유를 연료로 하는 F-1엔진을 사용하고 대기권을 벗어난 진공에서는 비추력이 좋고 초저온의 우주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액체수소엔진을 사용해 성가를 올렸었다.
같은 선진국 수준인 일본과 유럽의 로켓 엔지니어들도 비추력이 높아 이론적으로 최고 성능으로 칭송받는 액체수소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사항일 뿐만 아니라 자존심 문제였다고 본다. 그런데 액체수소 엔진을 개발하다 보니 어려움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물론 미국도 1950년대부터 액체수소 엔진, RL10을 개발하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었다. 1960년대 초에 성공적으로 개발한 후에 개발 엔지니어들은 액체수소를 정복한 자부심에 책을 출판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많은 로켓들이 2단내지는 3단에 액체수소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액체수소를 사용해서 대 추력의 엔진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수소는 액화 온도가 영하 253.1도(절대온도 20.1도)이다. 그런데 엔진에 사용되려면 쉽게 기화되지 않게끔 더 온도를 낮추어야 된다. 이 정도의 저온에서는 대부분의 재료는 부스러져 버린다. 그런데 터보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큰 압력으로 빠른 속도로 액체수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초고온과 고압을 견디는 재료와 펌프의 개발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액체산소가 흘러 갈 파이프들과 밸브들의 제작도 무척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밀도가 최저인 수소이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석유에 비해 훨씬 큰 연료통을 준비해야 하고 이들 일련의 부품들이 계속 극 초저온을 유지하게끔 단열제들도 특별히 준비해야 해야 한다. 그래서 액체수소 엔진은 이론적으로는 높은 효율을 보이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의 효율은 의문시되는 점이 많은 계륵인 셈이다.
미국의 스페이스 셔틀에 사용한 RS-25, Delta 4에 사용하고 있는 RS-65A 액체수소 엔진들은 추력을 200톤, 250톤 수준으로 끌어 올렸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인 무게비 추력이 73, 47 수준으로 너무나 낮다. 사실 우주항공 시스템 설계에 있어 무게를 줄이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형편없이 낮은 무게대비 추력은 바로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참고로 Falcon 로켓의 Merlin 엔진은 무게비 추력이 184, Starship의 액체 Methane 엔진인 Raptor 2는 200 수준인데 비해, LE-7은 64이고 LE-9은 62.5이다.
비추력이 높은 이점이 현실에 부딪혀 단숨에 사라져버리고 더 불리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액체수소의 초저온 유지를 위해 단열처리에 비용과 무게증가가 있고 수소의 원자량이 낮아 연료통이 엄청나게 커지는 등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의 로켓 엔지니어들은 미국을 따라 액체수소엔진을 개발해서 국가와 본인들의 자부심은 올렸지만 결국 충분한 추력의 엔진 개발을 포기하고 100톤 내외의 소형 엔진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들 로켓이 주 목표로 한 정지궤도에 위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500-600톤의 추력은 필요한데 이 작은 추력의 액체수소엔진으로는 필요 추력을 만들어 내려면 1단에 클러스터로 여러 개의 엔진을 붙이던가 아니면 추력 보강용 부스터를 사용해야만 한다. 일본과 유럽은 비용 측면에서 결국 자국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고체로켓을 부스터로 활용하기로 한다. 그러다보니 사실 이들 로켓은 발사 시에 필요한 대부분의 추력은 고체로켓이 감당하고 있다고 봐야할 정도이다. 말이 액체로켓이지 고체로켓을 1단으로 사용하는 형국으로 2세트의 로켓을 합쳐 놓은 셈이라 값이 비싸지는 것이다. 빈약한 액체수소 엔진의 추력을 보완하기 위해 고체로켓을 덕지덕지 붙여야해서 생기는 비극인 것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저명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SpaceX Falcon 9로켓의 발사비는 kg당 2,600달러인 반면 H-IIA는 10,500달러로 추산되었다. 일본 우주청 JAXA의 발표에 의하면H3 발사비를 H-IIA의 1/2로 내려 국제발사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1/2을 달성하더라도 Falcon 9의 2배가 되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H3도 결국 국내용으로만 사용되거나, 한국의 KARI가 아리랑 3A호를 H-IIA로 발사할 때처럼, 외국 위성발사시에는 시장 가격에 맞춰 대폭 할인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개발한 로켓의 경제성 확보는 물 건너 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Ariane 6와 마찬가지로 H3도 개발에 성공해도 사실상 국내용이 되어 국제로켓시장에서 사망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Ariane 6의 “개발 즉시 사망”을 예상하고 재사용 로켓 기술개발을 시작하고 있고 결국 일본도 곧 재사용 로켓 개발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H3 로켓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전술적으로는 성공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셈이라고 판단된다.
대한민국도 발사체 개발에 있어 상업발사 시장을 넘본다면 이러한 사정들을 잘 감안하여 전략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정부의 개발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