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막말’에 앞자리에 앉아있었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표정은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송 소장은 “두번째로 (그분이) 하는 말이 벽에 대개 써붙여 놓은 내용을 보니까 ‘지난번 촛불시위 때는 우리가 조금 더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밀어붙였으면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는데 그때는 치밀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치밀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권영진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북핵에 대해 얘기하세요!” 잠시 멈칫하던 송 소장은 “제가 강사입니다. 그럼 강의 그만 둬요?”라고 반문했다. 송 소장이 말을 이어가자 이번엔 정태근 의원이 소리쳤다. “주제에 어긋나는 것 말고 본론을 말씀 하세요.” 정 의원뿐 아니었다. 김영우·권영진·유승민 의원은 멈추지 않는 강연에 자리를 박차고 강연장을 나섰다.
이에 송 소장은 “강연하다 보면 저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나가라는 사람 한번 손 들어보십시오. 일단 지금 저를 초청했잖아요”라며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연을 이어갔다.
“어쨌든 봉하마을 하루 20만명이 왔다는데 20만명이 오려고 하면 버스로는 40명 타는 거 5천대가 와야 한다는 것. 5천대 오면 작은 골짜기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숫자가 갈 수 있었겠느냐), 왜 치밀하게 계산 못 하고 정부는 이리 대처하느냐! 국정 관리 치밀하지 못하다. 좀더 치밀하게 관리하라는 이야기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전달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송 소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북핵 관련 강연 본론에 들어가서도 “김지하 시인이 최근 쓴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촛불 전체를 시골할머니가 성황당에 모셔놓은 정화수처럼 봐야 한다.’라고 했는데, 그런 촛불도 있고 대한민국 전체가 불타버리는 촛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촛불의 한쪽 진원지가 북한이라는 게 문제”라며 “남남갈등이라는 것은 실제로 남북갈등이다. 남북갈등인데, 이걸(촛불을) 여론이라고 보고 써야겠느냐”고 덧붙였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는 송 소장은 집권여당 한나라당에 대한 당부의 말이라면서 “꽃뱀에게 신경쓰지 말아라. 꽃뱀이 뭐냐면 진보니 좌파니 친북세력이다. 그런 거에 신경쓰지 말고 본처에게나 신경써라”라고 해 대미를 장식했다. 강의가 끝나자 사회를 맡은 신지호 의원은 “송대성 소장이 강의한 내용은 학자로서의 개인 견해고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연 뒤 의원들은 곳곳에서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내가 오늘 저 사람 강의 듣고 나도 민본 쇄신파의 지도부 사퇴론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도부 책임론 제기하겠다. 어떻게 저러냐. 마지막 말이 정말 압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다른 한 친이직계 수도권 의원은 “저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 정말 무식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나온다”며 “저것만 봐도 지도부가 생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송 소장의 강연에 대해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출신인 송 소장은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합동참모본부를 거쳐 국군기무사령부의 보안처장, 정보처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송 소장은 그 뒤 세종연구소 부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내고 2009년 1월 세종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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