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헤치며 고속 기동 사격 시연
사통·전탐·기관 모두가 혼연일체
풍향·풍속 계산 후 추적·격파 ‘예술’
칼바람에도 포신 속 정비 ‘구슬땀’
“완벽한 준비태세 덕 오늘의 영광”
기사사진과 설명해군1함대사령부 양만춘함 승조원들이 함포 포신을 청소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
“조준 좋아!” 사수의 우렁찬 보고를 받은 함장이 즉각 명령을 내렸다. “조준 좋으면 쏘기 시작!” 파도의 박자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는 함수의 작은 움직임까지 감지해 최적의 순간을 찾은 사수가 발사 버튼을 누른 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명중!’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이 승조원들은 다음 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위 장면은 지난 24일 해군1함대사령부 소속 구축함 양만춘함(DDH-I)에서 벌어진 함포 사격 시범의 일부다. 양만춘함은 이날 오랜만에 동해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실제 사격 대신 사격 절차를 그대로 보여주는 시연을 펼쳤다.
양만춘함은 올해 해군을 대표하는 ‘바다의 톱 건(Top Gun)함’이다. 지난 9월과 10월 사이 해군작전사령부가 주관하는 사격대회에서 포술최우수전투함의 영예를 안았다. 함포 사격은 파도와 너울 등 까다로운 해상조건 속에서 고속 기동하며 공기밀도 변화, 풍향·풍속 등 기상조건을 계산해 표적을 탐색·추적·격파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양만춘함은 그동안 갈고닦은 포술능력과 승조원들의 유기적인 팀워크를 바탕으로 10발 가운데 6발을 표적에 명중시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유도기능이 있는 미사일은 표적을 잡고 쏘면 대부분 명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함포는 개념이 다르죠. 물론 많이 디지털화되기는 했지만 돌멩이를 던져 표적을 맞히는 것과 같은 기본 개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넘실대는 파도를 헤치며 고속 기동을 하는 와중에 움직이는 표적을 맞힌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사통은 물론 전탐, 기관 등 함정의 모든 직별 승조원들이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정남식(대령) 양만춘함장의 설명이다.
기사사진과 설명양만춘함 승조원들이 포술최우수함 선정을 자축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
정 함장은 정확한 사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승조원들의 호흡과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함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승조원들의 팀워크 조성”이라며 “끊임없는 연습을 위해 지휘관으로서 최대한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또 승조원들을 믿어 주고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사격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말은 ‘포만 나가면 된다. 포만 나가면 우리가 우승한다’였습니다. 승조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죠. 대회에 사용할 포탄에 ‘일발필중’이라는 글귀를 써넣었을 정도니까요.” 정 함정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사격을 위한 양만춘함 장병들의 노력은 비단 대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함수에서는 7m 길이의 긴 정비솔을 든 장병들이 기합을 넣어가며 함포의 포신 속을 닦고 있었다. 겨울 바다의 매서운 바람이 귓가를 때리는 중이었지만 장병들의 얼굴은 땀이 맺힐 정도로 상기돼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병기장 이종만 원사는 이렇게 말했다.
“포신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함포 청소는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포신 속 사소한 변화가 10여㎞ 밖 표적을 맞히는 일에는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쯤 되자 양만춘함이 왜 해군을 대표하는 ‘톱 건’이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승조원들을 믿고 자신감을 끌어올려 주는 지휘관과 노련한 직별장들, 열정적이면서 동시에 정밀하게 움직이는 장병들, 평소 완벽히 정비된 장비들이 어우러진 결과, 오늘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 - 이옥교 해군1함대사령부 12전대장
“실전적 훈련·완벽한 지원 결실”
해군1함대사령부는 올해 사격대회에서 포술최우수전투함인 양만춘함뿐만 아니라 포술우수전투함(안동함·PCC), 포술우수고속정편대(137고속정편대)를 배출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포술우수고속함으로 선정된 2함대사령부 황도현함(PKG)을 빼고 나머지 모든 단위에서 우승한 셈이다. 1함대의 이번 성과는 실전적인 훈련과 완벽한 지원이 만들어낸 결과다. 사격대회를 준비하며 예하 함정들을 이끈 이옥교(대령·사진) 12전대장은 “이번 사격대회의 성과는 협력적 리더십의 결과”라며 “전대가 창안해 실시한 ‘사수 심리강화 프로그램’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전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대회에서 1함대가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무엇인가?
“엄현성 참모총장이 강조하고 있는 ‘협력적 리더십’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격능력 향상을 위해 사령관부터 전단장, 함장, 사수, 승조원까지 모두의 의식이 하나가 됐다. 또 함정을 지원하는 훈련·군수전대, 사수 심리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한 전문상담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수 심리강화 프로그램은 처음 듣는다.
“12전대가 사격을 담당하는 주관 전대로서 창안한 것이다. 사격 지시에 따라 최적의 시점을 선택해 발사 버튼을 눌러야 하는 사수는 그만큼 부담감이 큰 자리다. 사수 심리강화 프로그램은 전문상담관의 도움을 받아 사수 개인의 성향을 분석하고 자신감을 배양시켜 어떤 조건에서도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물리적 피로와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준 양만춘함, 안동함, 137편대 승조원들에게 감사와 치하를 보낸다. 앞으로 이번 대회에서 얻은 노하우들을 모든 함정에 적용, 전투함정의 사격술을 월등히 향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가 사격 연습을 하는 것은 유사시 승리하기 위함이다. 만일 적이 우리의 영해를 넘본다면 처절하게 후회하도록 도발한 위치에 수장시킬 수 있도록 함정들을 연마시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