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포르투갈, 스페인의 뒤를 이어 대항해 시대를 개척하였다. 동쪽으로 항해하면서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지나 동인도에 도착한 네덜란드는 일본에 이르는 무역 항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하였다. 서쪽으로도 항로를 개척한 네덜란드는 카리브 해역인 서인도 제도까지 항로를 확장하였다. 일찌감치 바다를 통한 무역 항로를 개척한 네덜란드는 국가 규모에 비해 대외 교역 규모가 큰 국가에 속한다.
네덜란드는 1차 대전에서 중립을 선언하여 전화를 피할 수 있었다. 1차 대전에서 새로 등장한 잠수함은 불충분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비대칭 전력으로 충분한 가치를 입증하였다. 조선업이 발달했던 네덜란드는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이전이었던 1906년에 자체적으로 O 1급 잠수함(Onderzeeboot, Under Sea Boat)을 건조하여 초계 임무에 투입하였다. O 1급 이후 네덜란드는 꾸준하게 잠수함 건조 기술을 발전시켰고 일부는 영국에서 도입하여 전력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네덜란드 해군은 O 시리즈, K 시리즈로 불리는 자체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이 침공하자 네덜란드 해군의 잠수함은 영국으로 피난하였다. 그러나 일부는 탈출하지 못하고 노획되어 독일 해군에 배속되기도 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전후 복구를 하는 동안에도 네덜란드 해군은 미국과 영국의 잠수함을 도입하여 수중 전력을 유지하였다.
잠수함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네덜란드 해군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자 1950년대에 잠수함 건조를 재개하였다. 이에 따라 1960년부터 1,500톤 급 돌핀(Dolfijn)급 4척, 1972년부터 2,500톤 급 즈바르트피스(Zwaardvis)급 2척이 네덜란드 해군에 취역하였다. 특히 즈바르트피스급은 대만에 2척이 수출되었다. 전후 연합국의 규제로 인하여 400톤 급 잠수정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독일 해군과 달리 네덜란드 해군은 중형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하는 기술력을 유지하였다. 다만, 네덜란드는 다른 NATO 국가와 달리 건조 비용 문제로 재래식 잠수함에 주력하고 있으며, 원자력 추진 방식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재래식 잠수함이지만 UGM-84 하푼(Harpoon)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여 전력이 크게 높아졌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네덜란드 해군의 잠수함은 북해 인근에만 머물지 않고 지중해를 거쳐 중동까지 진출하여 작전을 수행한다.
1976년대에 돌핀급 잠수함이 점차 노후화되자 네덜란드 해군은 1974년 국방백서에서 대체함 사업을 발표하였다. 신형 잠수함의 기본 설계는 1975년부터 1978년까지 진행되었으며, 네덜란드 국방부와 RDM(Rotterdamsche Droogdok Maatschappij) 조선소는 1979년 6월 19일에 선도함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즈바르트피스급 이후 10년 동안의 기술 공백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발루스(Walrus)급이라고 불리는 신형 잠수함에 대폭 적용하였다. 우선 잠항 심도 향상을 위하여 프랑스에서 생산한 고장력 압연강판을 채택하였고 전투체계와 무장도 새롭게 개발되었다. 특히, 미 해군의 알바코어(Albacore) 잠수함에서 처음 시도한 X자형 조향타를 적용하였다. X자형 조향타는 해저면에 앉을 경우에도 손상이 적어 특수전 지원에 유용하다.
그러나 과도한 기술적인 진보를 추구하면서 설계 변경이 증가하여 상세 설계 단계에서 2년이 지연되었다. 더구나 1983년 2월에는 조선소의 경영난이 발생하여 건조 계획의 지연이 발생하였다. 네덜란드 정부는 운영 자금과 함께 2척을 추가로 건조하기로 하는 등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불운은 계속 발생하였다. 1985년 10월 28일에 선도함인 발루스함의 진수식을 거행하였지만 이듬해인 1986년 8월 14일에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불길은 잡혔지만 선체 내부가 크게 손상되었고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복구 작업은 4년이 걸렸으며 1989년 9월 13일에 다시 진수되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발루스함의 완성은 2번 함보다 늦게 진행되었으며 1992년 3월 25일에 취역하였다. 2번 함인 젤레우(Zeeleeuw)함은 선도함에 앞서 1990년 4월 25일에 취역하였다. 모두 4척이 건조된 발루스급 잠수함은 예상치 못한 화재 사고로 인하여 건조 비용이 대폭 상승하였다. 이에 네덜란드 해군은 추가 건조를 단념하고 퇴역할 예정이었던 노후 잠수함을 계속 현역에 머물도록 하였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1994년에 발루스급의 최종 함인 브루인피스(Bruinvis)함의 건조가 끝난 이후 현재까지 잠수함 건조가 중단된 상태이다. 반면에 독일은 1970년대에 잠수함 규제가 완화된 이후 209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재래식 잠수함의 수출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네덜란드 해군은 냉전이 끝나면서 1995년까지 돌핀급, 즈바르트피스급 잠수함을 모두 퇴역시켰다. 현재 발루스급 4척이 전부인 네덜란드 해군의 수중 전력은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네덜란드 해군은 노후한 발루스급 잠수함의 성능 개량을 진행하면서 대체함의 건조를 검토하고 있다.
특징
선체
발루스급은 냉전 시기에 소련 해군의 잠수함을 추적, 섬멸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디젤전기 추진 방식인 발루스급은 원자력 추진 대비 잠항 시간이 짧지만 소음의 발생은 훨씬 적다. NATO 해군에서도 수량이 적은 재래식 잠수함인 발루스급은 가치가 높다. 기본적으로 돌핀급부터 이어지는 물방울(waterdrop) 선형을 이어받고 있으며, 세일(sail)이 상당히 큰 편이다. 최신형 잠수함의 경우 점차 대형화되면서 물방울 선형을 연장한 궐련(cigar)형으로 바뀌고 있다.
한편 연장된 선체에는 측면 배열 소나(sonar)의 장착이 일반화되고 있다. 반면에 1990년대에 건조된 발루스급은 전통적인 선형을 가지고 있다. 발루스급의 선체는 선배 격인 즈바르트피스급에서 이어받아 개량되었다. 선체가 개량된 발루스급의 잠항 심도는 즈바르트피스급 보다 50% 이상 향상된 30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기관
발루스급 잠수함은 디젤전기(Diesel-electric)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기관은 특이하게 3대의 SEMT-Pielstick 12PA4-200 VG 디젤엔진(3,100 마력)을 탑재한다. 3대의 디젤엔진은 각각 교류발전기(2.88 MW)를 구동하여 축전지를 충전한다. 수중에서는 Holec 전동기(6,910 마력)를 구동하며, 1축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AIP 기관은 탑재하지 않는다.
소나
잠수함의 핵심적인 탐지 장비인 음향탐지기(sonar)를 함수에 탑재하며, 중파를 사용하여 능동 및 수동 탐색이 모두 가능하다. 함미에서는 극저주파 수동 방식의 견인식 소나를 사용한다. 또한 항해 도중에 기뢰를 탐지하여 회피할 수 있는 고주파 탐지기를 갖추고 있다.
무장
일반적으로 공격형 잠수함은 중어뢰와 대함 미사일로 무장한다. 발루스급은 4문의 21인치(533mm) 어뢰발사관이 함수에 설치되어 있다. 어뢰실에는 20발의 중어뢰를 탑재하며, 필요 시 40발의 기뢰를 탑재할 수 있다. 발루스급은 어뢰발사관으로 UGM-84 하푼 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지만 평시에는 탑재하지 않는다.
동급함 (네덜란드 해군 4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S 802
발루스(Walrus)
1979.10.11
1985.10.26 (1989.9.13)
1992.3.25
RDM
현역
S 803
젤레우(Zeeleeuw)
1981.8.24
1987.6.20
1990.4.25
RDM
현역
S 808
돌핀(Dolfijn)
1986.6.12
1990.4.25
1993.1.29
RDM
현역
S 810
브루인피스(Bruinvis)
1988.4.14
1992.4.25
1994.7.5
RDM
현역
운용 현황
4척의 발루스급은 현재 네덜란드 해군의 유일한 잠수함 전력이다. 기술적인 문제와 조선소의 경영난, 화재 사고를 거치면서 선도함을 건조하는 데 13년이나 걸렸다. 발루스급은 재래식 잠수함 특유의 정숙성으로 냉전 시기에 적 잠수함을 은밀하게 추적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다.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발루스급은 정숙성을 무기로 정보 수집, 전자전, 특수전 지원에 많이 투입되었다. 북대서양, 지중해, 중동, 카리브해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유고내전, 2002년 이라크전, 2010년 소말리아 해적소탕작전, 2016년 러시아 해군의 쿠즈네초프 항공모함 추적 등이 알려져 있다. 한편 영국 해군이 재래식 잠수함을 모두 퇴역한 이후 영국, 호주, 캐나다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 지휘관 양성과정(SMCC, SubMarine Command Course)에 네덜란드 해군의 발루스급 잠수함이 활용되고 있다.
발루스급 잠수함 소개 동영상 <출처 : 유튜브 네덜란드 국방부 채널>
성능개량
장기간 운용에 따른 선체와 탑재 장비의 노후화에 따라 4척의 발루스급을 대상으로 2013년 5월부터 수명 연장 및 성능 개량이 진행 중이다. 성능 개량은 탑재 장비와 무장을 개량하여 연안 해역에서의 작전 능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현대전에서 중요한 특수전을 지원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2025년까지 진행되는 수명 연장에 따라 압력선체의 전면 수리가 진행된다. 또한 네덜란드 해군 호위함의 전투체계를 개조한 전투관리체계(CMS, Combat Management System)가 탑재되며, 잠망경, 소나, 통신 장비, 어뢰 등이 신형으로 교체된다. 한편 비상시 사용하는 HABETS 탈출 장비가 새로 설치된다. 2번 함(젤레우함)은 2015년에 개량을 마치고 2016년에 복귀하였다. 2015년부터 시작된 3번 함(돌핀함)의 개량이 진행 중이며 2019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후 4번 함과 초도 함의 개량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