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형 잠수함

독일 잠수함 기술을 집약한 수출형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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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급 잠수함의 대명사 중 하나인 대한민국 해군의 손원일급 잠수함 <출처: 대한민국 해군>


개발의 역사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승전국들에 의해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었고, 군비도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동서 냉전으로 동서독 모두 제한적이나마 군대를 다시 갖출 수 있었다.

서독은 1955년 11월 2일에 새로운 군대를 창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군 특히 잠수함은 배수량 350톤이라는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1962년 초반에 450톤, 다시 같은 해 10월에 1,000톤으로 상향된 후, 1973년 1,800톤으로 상향되었고, 1980년부터는 배수량 제한이 없어졌다.

서독은 재군비를 하면서도 수심이 얕은 발트해에서 운용할 소형 잠수함을 개발해왔다. 사진은 206형 잠수함 <출처 : seaforces.org>

이렇게 배수량 제한이 풀린 것은 냉전 시대 나토 해군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구소련의 발틱함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발트해에 접한 서독의 잠수함 부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서독은 1962년 길이 42.4m, 배수량 450톤의 201형을 시작으로, 길이 44.3m, 배수량 455톤의 205형, 길이 48.49m, 배수량 500톤의 206형을 건조하면서 잠수함 기술을 발전시켰다.

206형에 이르러서도 배수량이 500톤에 불과했는데, 배수량으로 보면 잠수함보다는 잠수정에 가까웠다. 수심이 얕은 발트해에서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수출 시장에서는 통하기 어려웠다.

이집트 해군의 209형 잠수함 <출처 (cc) Ahmed XIV at wikimedia.org>

서독은 1960년대 초반부터 해외의 잠수함 교체 수요를 고려하여 대양 작전이 가능한 배수량 1,000톤 이상의 수출형 잠수함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209형을 만들었고 14개국이 도입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9형의 성공은 설계를 담당한 IKL, 제작을 담당한 HDW 외에도 전기 모터와 전기 계통을 담당한 지멘스(Simense), 디젤 엔진과 발전기를 담당한 MTU 등 각 분야의 전문 업체가 서독에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해군의 첫 대형 잠수함이 된 212A형 잠수함 <출처 (cc) Bundeswehr-Fotos at wikimedia.org>
1990년대 들어 독일 해군의 노후한 206형을 대체하기 위한 사업이 시작되었다. 독일 해군은 수출 시장에서 성공한 209형에 공기불요추진(AIP) 장치를 더한 개량형인 212형 도입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사우로(Sauro)급 잠수함 대체를 검토하던 이탈리아가 합류하여 새로운 잠수함은 양국의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국의 요구 조건은 상이했다. 독일은 발트해에서 사용할 소형 잠수함을 원했지만, 이탈리아는 지중해에서 오랫동안 작전할 잠수함을 원했다. 이런 간극은 독일이 개발 비용 분담을 위해 이탈리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 났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212A형 잠수함이다.
209형을 기반으로 212A형의 기술이 접목되어 개발된 214형 잠수함. 사진은 그리스 해군의 파파니콜라스함 <출처 (cc) GDK at wikimedia.org>

212A형의 도입으로 독일 해군은 500톤 급 잠수함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양형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212A형은 지멘스(Siemens)의 고분자 전해질막(PEM, Polymer Electrolyte Membrane) 연료전지(Fuel Cell)인 BZM120 모듈을 사용한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탑재하여 수중 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개발사인 독일의 HDW(Howaldtswerke-Deutsche Werft AG)는 212A형을 개발하면서 확보한 기술로 209형을 개량한 수출형 모델 214형을 세계 시장에 홍보하기 시작했다. 214형의 첫 도입국은 2000년 2월 3척을 주문한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2002년에 추가로 한 척을 더 주문했다. 214형은 이후 대한민국, 포르투갈 그리고 터키가 주문하면서 수출 시장에 안착했다.

독일 잠수함 계보도 <출처 : thyssenkrupp-marinesystems.nl>


특징


214형 잠수함은 209형 설계를 기반으로 212A형의 일부 기술을 적용하여 개발되었다. 214형은 심해에서 빠르게 움직이거나, 더 오래 작전할 수 있는 잠수함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모듈식 설계와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도입했다.

214형 잠수함 구조도 <출처 : semanticscholar.org>
선체는 209형의 고래형 선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사령탑을 212A형처럼 유선형으로 만들어 수중에서 유체 소음을 줄이도록 설계되었다. 유체 소음 외에도 자기장, 레이더 반사, 적외선 방사 등 모든 탐지 수단에 대한 노출 가능성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계류와 배관 등의 설치와 배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9(아래), 212A(중간), 그리고 214(위) 구조 비교 <출처 : makettinfo.hu>
214형의 선체는 고장력강인 HY100강으로 제작되어 최대 잠항 심도가 400m에 이른다. 선체는 단각식으로 압력선체 안쪽에 모든 시스템이 담겨있다. 선체 내부는 1층으로 되어 있으며, 비상시 침수된 부분을 격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생존성을 높였다.
209, 212, 214 각 부 배치 비교도 <출처 : forumdefesa.com>
사령탑을 기준으로 바로 아래 전투정보실이 위치하며, 그 아래 연료전지용 수소 탱크가 있다. 함수 쪽으로는 전투정보실 앞에 승조원 거주 공간, 그 앞에 무장실과 어뢰발사관이 있다. 함수 소나는 어뢰발사관 위쪽에 위치한다. 함수부 아래에는 전방 배터리실이 위치한다. 함미는 연료전지, 디젤발전기 그리고 영구자석 전기모터가 위치하고 추진축은 1개가 있다. 디젤발전기 밑에는 후방 배터리실이 위치한다.
214형 잠수함의 유선형 사령탑과 함수 위쪽에 달린 잠항타 <출처 : blogs.plymouth.ac.uk>
꼬리 방향타는 212A형의 엑스(X) 자형이 아닌 209형의 십자(+) 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212A형처럼 얕은 수심에서 운용보다는 원양 작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잠항타는 수중 기동성을 향상시키면서도 측면 배열 소나와 함수 소나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수부 중간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추진축과 연결되는 프로펠러는 7엽이다.
십자형 잠항타와 7엽 스크루 <출처 (cc) GDK at wikimedia.org>
배터리에 대한 전력 공급은 MTU사제 16V396TB94 디젤엔진 2대와 연결된 필러(Piller)사의 발전기가 담당한다. 214형 잠수함은 212A형 잠수함처럼 수소 연료전지 방식의 AIP 시스템을 채택했다. AIP는 보조 동력원으로 사용된다.
지멘스의 BZM120 연료전지 모듈 <출처 : news.usa.siemens.biz>
탑재된 연료전지는 독일 지멘스의 고분자 전해질막(PEM, Polymer Electrolyte Membrane) 연료전지(Fuel Cell)인 BZM-120으로 1개당 BZM-120으로 120kW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잠수함당 2개가 탑재되어 240kW의 출력을 낼 수 있다. AIP를 사용할 경우 수중에서 4노트로 13일간 잠수가 가능하다.
퍼마신 영구자석 모터 모형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UOVIgC-GqQ0 캡처>
추진축을 움직이는 모터는 퍼마신(PERMASYN, PERmanent MAgnet SYNchronus) 영구자석 모터를 사용하여 소음을 크게 감소시켰다.
독일 HDW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214급 잠수함
214형 잠수함은 길이 65m, 폭 6.3m, 높이 13m, 흘수 6.0m이며, 배수량은 수상 배수량 1,690톤, 수중 배수량 1,860톤이다. 디젤-전기추진 방식 외에 AIP를 갖추어 수상 주행 시 12,000해리, 수중에서 AIP 작동 시 4노트로 1,248해리를 항해할 수 있다. 속도는 수상에서 최대 12노트, 수중에서 최대 20노트로 움직일 수 있다. 승조원은 장교 5명과 부사관 22명이 탑승하며, 특수부대원 8명도 추가로 태울 수 있다.
함수 어뢰발사관과 측면배열소나를 보여주는 그리스 해군 소속 214형 잠수함 <출처 : reddit.com>
214형은 센서, 무장 그리고 항행 시스템이 컴퓨터와 통합된 아틀라스 일렉트로닉(ATLAS Elektronik)의 ISUS(ISUS(Integrated Sensor Underwater Systmes)-90 전투관리시스템을 채택했다. ISUS-90은 209형에 탑재된 ISUS-83을 상용제품(COTS)과 개방형구조(OA) 기반으로 개량한 것이다.
ISUS 전투관리시스템이 통제하는 구성품들 <출처 : americamilitar.com>
ISUS-90은 ISUS-83과 비교하여 표적 동시 추적 능력, 어뢰 동시 유도 능력, 탐지 및 분석 능력, 레이더 등 비음향 탐지체계 운용 능력을 발전시켰다. ISUS-90은 5개의 콘솔을 갖추고 있다. 아틀라스 일렉트로닉은 ISUS-90을 더 발전시킨 ISUS-100 전투관리 시스템도 제안하고 있다.
212A급과 214급에 사용되는 ISUS-90 전투관리 시스템 <출처 : naval-technology.com>
214형 잠수함의 소나 시스템은 CSU-90(DBQS-40FTC)으로 불린다. 여기에는 함수에 장착되는 중파장 대역을 탐지하는 실린더형 패시브 소나, 저주파/중파 대역 탐지용 측변배열소나(FAS, Flank Array Sonar), 표적 데이터 산출을 위한 PRS-3-15 패시브 소나, MOA 3070 기뢰 탐지용 고주파 소나, 그리고 장거리 탐지를 위한 저주파 대역용 견인 어레이 소나(TAS, Towed Array Sonar)로 구성된다.
아틀라스 일렉트로닉의 신형 ISUS-100 전투관리시스템 <출처 : atlas-elektronik.com>
항법레이더는 탈레스 도이칠란트의 SPHINX-D 레이더가 탑재되는데, 4Kw의 낮은 출력으로 상대방의 전자지원수단(ESM)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저피탐(LPI, Low Probability of Intercept) 레이더다.
수색용 잠망경으로는 FLIR와 광학거리계가 장착된 자이쯔 SERO 14, 공격용 잠망경은 레이저거리계가 통합된 SERO 15를 탑재했다. 이 밖에 열상카메라, 레이저거리계 그리고 저광량TV 카메라가 통합된 자이쯔(Zeiss)의 OMS-100 전자광학 마스트도 운용한다.
자이쯔의 OMS-100 전자광학 마스트 <출처: hensoldt.net>
어뢰 기만용 디코이는 STN 아틀라스 일렉트로닉과 얼라이드 시그널(Allied Signal) ELAC가 제작한 TAU 2000가 장착되었다. TAU 2000은 4개의 컨테이너에 각각 10개의 기만체를 탑재하고 있다. ESM/ELINT는 이스라엘 엘빗(Elbit)의 TIMNEX을 탑재했다.
그리스에서 제작된 214급 잠수함 다큐멘터리
어뢰발사관은 533mm 발사관 8개가 함수에 장착되어 있다. 이 가운데 4개는 서브-하픈(Sub Harpoon) 대함미사일 발사를 위해 압축공기 발사관으로 되어 있다. 어뢰와 대함미사일은 16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신속한 무장 적재를 위해 어뢰발사관을 통하지 않고 별도의 무장 적재용 해치를 통해 적재할 수 있다. 어뢰 재장전 장치를 갖추고 있어 빠른 어뢰 및 미사일 재장전이 가능하다.


운용 현황


214형 잠수함은 209형 잠수함처럼 수출형 잠수함으로 독일은 운용하지 않는다. 214형의 첫 발주 국가는 1998년 10월 4척을 주문한 그리스다. 그리스는 214형 잠수함을 파파니콜리스(Papanikolis)급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잠수함은 HDW에서 건조했고, 3척은 헬레닉 조선소(Hellenic Shipyards)에서 건조했다.

그리스 해군의 파파니콜리스급 잠수함 S 120 파파니콜리스 <출처 : hellenicnavy.gr>
함번

함명

진수일

취역일

제작사

S 120

파파니콜리스(Papanikolis)

2004.04.

2010.11.02.

HDW

S 121

피피노스(Pipinos)

2006.10.

2014.10.06

헬레닉 조선소

S 122

마트로조스(Matrozos)

2007.11.

2016.06.23

헬레닉 조선소

S 123

카소니스(Katsonis)

2007.

2016.06.23.

헬레닉 조선소

두 번째 도입국은 대한민국으로 KSS-II 사업을 통해 2000년 12월 첫 3척을 주문한 후, 2005년 말에 추가로 6척을 건조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해군의 214형 잠수함은 손원일급으로 불리며, 9척 모두 국내에서 건조되었다. KSS-II 사업은 2017년 9월 마지막 9번째 잠수함인 신돌석함이 진수하면서 종료되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손원일급 잠수함의 1번 함 손원일함 <출처 : 국방일보 네이버 포스트>
함번

함명

진수일

취역일

제작사

SS 072

손원일

2006.06.09.

2007.12.28.

현대중공업

SS 073

정지

2007.06.13

2008.12.02.

현대중공업

SS 075

안중근

2008.06.04.

2009.12.01.

현대중공업

SS 076

김좌진

2013.08.13.

2014.12.31.

대우조선해양

SS 077

윤봉길

2014.07.03

2016.06.20.

현대중공업

SS 078

유관순

2015.05.07.

2017.07.11.

대우조선해양

SS 079

홍범도

2016.04.05.

2018.01.23.

현대중공업

SS 081

이범석

2016.11.08.

2019.05.13.

대우조선해양

SS 082

신돌석

2017.09.07.

 

현대중공업

대한민국 해군 안중근함 훈련 장면
포르투갈은 2005년 2척을 도입하기로 계약을 했으며, 209PN으로 불린다. 2척 모두 HDW에서 건조되었다.
209PN형으로도 불리는 포르투갈의 트리덴테급 잠수함 1번 함 NRP 트리덴테 <출처 (cc) Pedro Vilela at wikimedia.org>
함번

함명

진수일

취역일

제작사

S 160

NRP 트리덴테(Tridente)

2008.07.15

2010.09.08

HDW

S 161

NRP 아르파오(Arpão)

2009.06.18.

2011.04.28.

HDW


터키는 2009년에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에 첫 잠수함을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2016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0년 첫 잠수함을 인수할 예정이다. 터키는 골쿡(Gölcük) 해군 조선소에서 6척을 라이선스 생산할 예정이며, 214TN형 또는 레이스(Reis)급으로 불린다.


변형 및 파생형


독일이 209형에 이어 수출 모델로 개발한 214형 잠수함 <출처 : reddit.com>
214형 : 독일 HDW가 개발한 오리지널 모델명
파파니콜리스급(Papanikolis)급 : 그리스가 도입한 214형 잠수함의 현지 명칭
손원일급 : 대한민국이 도입한 214형 잠수함의 국내 명칭
209PN : 포르투갈이 도입한 214형 잠수함
레이스(Reis)급 : 터키가 도입한 214형 잠수함 현지 명칭, 214TN형으로도 불림


제원


구분 : 디젤-전기추진 잠수함(SSK)
제작사 : 독일 HDW
제원 : 길이 65m X 폭 6.3m X 높이 13m X 흘수 6.0m
배수량 : 1,690톤(수상) / 1,860톤(수중)
잠항 심도 : 250m(공식) / 400m(시험 최대)
승조원 : 장교 5 + 부사관 22명
추진 시스템 : 지멘스 퍼마신(Permasyn) 전기모터(2.85MW) X 1
             MTU 16V 396 디젤발전기(3.12MW) X 2,
             지멘스 BZM120 연료전지(120kW) X 2
             7엽 프로펠러 X 1
속도 : 12노트(수상) / 20노트(수중) / 6노트(수중 AIP)
항속 거리 : 12,000해리(수상) / 420해리(수중, 8노트) / 1,248해리(수중, AIP 4노트)
무장 : 533mm 어뢰관 X 8(4개는 서브하푼 운용), 어뢰 및 미사일 16발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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