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중에 홀로 독일에 대항하던 영국은 무기, 연료, 식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쟁 물자를 미국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대서양을 건너 전쟁 물자를 수송하려는 노력은 독일 해군 잠수함의 매복 공격으로 매번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영국과 미국은 대잠전(ASW)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그 결과 수송선단을 보호하는 호위구축함(DE, Destroyer, Escort)이 등장하였다. 전함, 순양함과 함께 행동하는 함대 구축함(Fleet Destroyer)은 중무장을 갖추며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건조 비용이 높고 속도가 느린 수송선단을 호위하기에는 비경제적이다. 때문에 선체의 크기를 줄이고 속도 성능을 낮추어 항해거리를 연장하여 개발한 군함이 바로 호위구축함이다. 수송선단의 호송에 적합한 호위구축함은 최대속도 20~25 노트, 순항속도 12 노트 정도로 함대 구축함보다 느린 편이다. 그러나 재래식 잠수함의 잠항 속도 및 수송선단의 항해속도가 10 노트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하다.
한편 미 해군은 대서양의 대잠전에서 활약한 호위구축함과 별도로 연안 해역의 대잠전에 초계정(PC, Patrol, Coastal)을 투입하였다. 일명 구잠정(SC, Submarine Chaser)이라고도 불리는 초계정은 연안 방어임무용 군함으로 주로 함포와 폭뢰를 사용하여 잠수함을 공격한다. 2차 대전 초기에는 미국의 연안 해역까지 독일 해군의 잠수함이 출몰하였다. 이 때문에 각지의 항구에서 출항하여 선단을 편성하기 이전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미 해군은 수송선단을 보호하는 호위구축함 이외에 연안까지 침입하는 잠수함에 대응할 초계정이 필요하였다. 의외로 미국의 동부지역은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미국 남부의 카리브 해에서 베네수엘라로 이어지는 원유 수송로는 매우 중요하였고 독일 잠수함도 남부 해역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안 방어임무를 맡은 미 해군의 초계정은 잠수함을 상대로 큰 활약을 보여주었다. 다만 배수량이 500 톤 이하인 소형 함정인 초계정은 충분한 음향탐지장비(sonar)를 탑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잠수함을 탐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연안 해역의 경비 임무는 해군에서 해양경찰(Coast Guard)로 옮겨갔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서 미 해군은 보유한 군함의 규모를 크게 줄였다. 특히, 대양작전에 필요하지 않은 초계정은 대부분 퇴역하거나 우방국에 공여되었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고 소련 해군 잠수함의 활동이 증가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의 연안 해역 및 파나마 운하, 베네수엘라 원유수송로에서 대잠전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미 해군은 연안 해역의 방어와 선단호위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새로운 호위구축함이 필요하였다. 2차 대전 중에는 군함의 수량이 충분하였기 때문에 호위구축함과 초계정을 구분하여 운용하였다. 그러나 평시에는 임무에 따라 군함을 종류별로 구분하여 확보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미 해군은 초계정을 호위구축함 수준으로 개량하여 2 종류의 군함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등장한 호위구축함이 바로 딜레이(Dealey)급이다. 배수량 1,500 톤급인 딜레이급은 핵심 대잠 장비인 소나를 탑재하기 위해 선형을 확대한 결과 건조 비용이 상승하였다. 그러나 성능은 그리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미 해군은 무장과 주기관을 축소하여 비용을 낮춘 클로드 존스(Claud Jones)급 호위구축함을 건조하였다. 불과 4척만 건조된 클로드 존스급은 시범적인 군함으로 유사시 대량으로 건조할 호위구축함의 견본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클로드 존스급은 비용을 낮춘 결과 탑재한 소나와 무장이 빈약하여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0년대에 급속하게 발전하는 항공모함이나 구축함에 비해 미 해군의 호위구축함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미 해군은 1950년대에 2차 대전 중에 건조하였던 노후 호위구축함을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미 해군은 2가지 문제점에 직면하였다. 하나는 소련 해군 잠수함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선체가 작은 구형 호위구축함에는 신형 대잠 무장이나 탐지장비를 탑재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1950년대에 미 해군은 공세적으로 소련 해군의 잠수함을 압박하는 대잠전을 전개하였다. 이 시기에 미 해군은 선단 호송을 위해 최신 무장과 탐지 장비를 탑재한 신형 호위구축함과 구형 호위구축함을 수량을 보충하는 하이로우믹스(High-Low Mix) 편성을 추진하였다. 당시 미 해군의 수뇌부는 유사시 실전 상황이 벌어진다면 2차 대전과 다르게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며, 군함을 새로 건조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선단을 보호하는 신형 호위구축함은 충분한 성능의 확보가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등장한 호위구축함이 바로 브론슈타인(Bronstein)급이다. 브론슈타인급의 취역을 계기로 해군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호위구축함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브론슈타인급은 당초 딜레이급을 개량하는 개념으로 1958년 3월부터 검토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소련 해군 잠수함의 성능이 향상되고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정책을 반영하여 충분한 대잠전 성능을 갖출 것이 필요해졌다. 그 결과 단순한 개량형이 아닌 만재배수량 3,000 톤급 전투함으로 탄생한 호위구축함이 브론슈타인급이다. 브론슈타인급은 전후 2세대 호위구축함의 첫 주자로서 이후 등장한 호위구축함의 개발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잠전의 시행착오를 반영하여 설계된 브론슈타인급은 먼 거리에 있는 잠수함을 탐지․공격하는 AN/ASQ-26 소나, ASROC 대잠로켓, QH-50 무인헬기와 같은 신형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브론슈타인급은 성공적이었다. 미 해군은 성공적인 브론슈타인급의 설계를 바탕으로 가르시아급, 녹스급 호위구축함을 개발하였다. 1975년 6월 30일에 미 해군은 군함의 분류를 개정하면서 호위구축함(DE)을 호위함(FF, Frigate)으로 변경하였다.
특징
선체
브론슈타인급은 선배격인 클로드 존스급의 선형을 확대한 선체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선체의 길이가 대폭 연장되어 훨씬 균형이 잡힌 외관을 가지고 있다. 선형은 당시의 호위함에 많이 채택하는 선수루(船首樓)형으로 함수 부분의 건현(乾舷)을 높여 파도에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함수 아래쪽에는 바우 소나(bow sonar)가 설치되어 있으며, 마스트(mast)와 연돌(exhaust stack)을 하나로 합친 맥스(macks) 구조를 채택하였다. 오늘날 최신 군함의 경우 전자장비의 감도 향상을 위해 연돌과 마스트를 되도록 멀리 설치하려고 한다. 반면에 1960년대만 해도 구조물을 간략하게 줄이고자 맥 형태가 유행하였다.
기관
브론슈타인급은 1960년대 미 해군의 군함에 널리 사용되었던 증기터빈 추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보일러(boiler)는 딜레이급에서 같은 포스터-휠러(Foster-Wheeler) 보일러를 탑재한다. 2대의 보일러에서 발생하는 고압증기로 1대의 증기 터빈(20,000 마력)을 구동하는 1축 추진방식을 사용한다. 1축 추진방식은 호위함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속도성능은 저하되나 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브론슈타인급의 최대속도는 딜레이급 수준인 26 노트를 확보하였다.
전투체계
잠수함 대응이 주 임무인 호위함의 핵심은 탐지한 잠수함 소음을 분석하고 공격을 통제하는 Mk.111 UBFCS(Underwater Battery Fire Control System)이다. Mk.105에서 개량된 Mk.111 UBFCS는 나중에 MK.114 Mod.7로 개량되었다. 전문적인 대공전 능력이 없는 브론슈타인급은 NTDS(Naval Tactical Data System) 지휘통제체계를 탑재하지 않는다.
대잠전의 핵심 장비는 AN/SQS-26 고출력 저주파 소나이며 바우 돔(bow dome) 내부에 탑재되어있다. 대형 장비에 속하는 AN/SQS-26 소나를 소형 호위함에 탑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미 해군은 시범적인 성격으로 탑재를 결정하였다. 미 해군의 군함 중에서 브론슈타인급은 AN/SQS 소나를 탑재하는 가장 작은 수상 전투함에 속한다. 1970년대 중반에 AN/SQR-15 TACTASS(TACtical Towed Array Sonar) 견인식 소나를 함미에 탑재하였으나 효과가 낮아 철거되었다. 후속 호위함인 가르시아(Garcia)급의 경우에도 한때 견인식 소나를 설치하였다가 나중에 철거하였다.
레이더(radar)는 AN/SPS-40 대공 탐색용 레이더, AN/SPS-10 대해상 탐색 레이더, LN-66 항해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무장
브론슈타인급은 먼 거리에 있는 적 잠수함을 잡기 위해 고출력 소나와 함께 8연장 ASROC 대잠로켓 발사기와 QH-50 DASH(Drone Anti-submarine Helicopter) 무인헬기를 탑재한다. 다만 선체가 작은 관계로 ASROC 재장전 장치가 없으며 발사기 내부에 격납된 8발이 전부이다. 브론슈타인급은 1960년대 당시 최고의 대잠 공격무장인 ASROC 대잠로켓을 탑재한 최초의 호위함이다.
단거리 대잠공격용으로 현측에 설치된 Mk.32 Mod.7 324 mm 3연장 어뢰 발사관을 사용하여 Mk.44 경어뢰를 발사한다. 당초 장거리 대잠 공격무장으로 533 mm 2연장 어뢰발사관이 설치되었으나, Mk.48 어뢰의 개발이 중단되면서 철거되었다.
함포는 함수와 함미에 Mk.33 50구경 3인치(76.2 mm) 연장 함포가 있다. 다만 함미에 있는 함포는 AN/SQR-15 견인식 소나를 설치하기 위해 나중에 철거되었다. 함포는 레이더를 사용하는 Mk.56 사격통제체계(FCS)와 연동된다.
함재기
브론슈타인은 원거리 대잠전 능력을 갖추기 위해 무인헬기를 사용하는 입체적인 대잠전투 개념을 도입하였다. 탑재하는 헬기는 FRAM 구축함과 같은 QH-50 DASH 무인헬기를 탑재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말에 기술적인 문제로 QH-50 DASH 무인헬기 운용이 중단되면서 헬기용 비행갑판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미 해군의 다른 구축함과 호위함은 QH-50 DASH 무인헬기의 사용이 중단되면서 대신 SH-2F LAMPS Mk.I 다목적 대잠헬기를 탑재하였다. 그러나 브론슈타인급은 선체가 작고 비행갑판이 좁으며 격납고가 없기 때문에 LAMPS 탑재를 포기하였다.
동급함(브론슈타인급 2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퇴역
건조
비고
FF-1037 (DE-1037)
브론슈타인 (Bronstein)
1961.5.16
1962.3.31
1963.6.16
1991.10.4
Avondale Shipyards
멕시코 양도
FF-1038 (DE-1037)
맥클로이 (McCloy)
1961.9.15
1962.6.9
1963.10.21
1991.10.4
Avondale Shipyards
멕시코 양도
운용 현황
소형 선체에 강력한 대잠전 능력을 부여하고자 실험적인 성격으로 건조된 브론슈타인급 호위함은 2척이 건조되었다. 미 해군은 브론슈타인급이 성공을 거둠에 따라 후속함인 가르시아급, 녹스급을 건조하였다. 냉전 시기에 등장한 전후 2세대 호위함의 선구자인 브론슈타인급은 1963년에 취역하여 1990년까지 비교적 장기간 현역에 머물렀다.
퇴역한 이후 멕시코 해군에 양도되어 1993년 11월에 재취역(F 201 Nicolas Bravo, F 202 Hermenegildo Galeana)하였다. 1963년 이후 장기간 동안 운용된 브론슈타인급은 2017년 4월에 멕시코 해군에서 퇴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