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센서와 무장을 탑재하고 FRAM 성능 개량 기어링급 구축함은 잠수함 사냥꾼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였다. <출처 : 미 해군>
개발 과정
2차대전 당시 연합군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싸움이 바로 대서양 해전이었다. 독일 해군의 잠수함은 끊임없이 연합군을 괴롭혔고 홀로 고립된 영국을 항복 직전까지 몰아갔다. 2차대전 초기에 영국 해군의 전력은 유럽에서 최강이었다. 이에 독일은 영국의 해군력에 대항하고자 비스마르크급 전함을 건조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독일 해군은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을 동원하여 영국의 보급선을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유럽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한 영국도 바다에 숨어있는 잠수함과의 싸움이 쉽지 않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은 미국이 참전하면서 힘겹게 반전할 수 있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미 해군은 대부분의 전투함을 퇴역시켜 예비함으로 보관하였다. <출처 : 미 해군>
2차대전에서 연합국에 속하였던 소련은 독일 해군에 못지않은 대규모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륙 국가인 소련은 해군력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심지어 육군 수뇌부는 해군의 전투함을 지상군을 지원하는 바다의 포대 정도로 이해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 해군과 직접 맞서 싸울 수 있는 해군력을 확보하기 힘들었고 접근을 차단하는 작전에만 주력하였다. 그 결과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2차대전이 끝나고 독일과 일본의 잠수함 기술을 입수한 소련은 즉시 잠수함을 개량하는데 활용하였다. 많은 수량과 더불어 성능이 향상되자 미국을 비롯한 NATO 국가는 소련 해군의 잠수함 전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였다. 당시에는 아직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었지만 대규모의 잠수함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반면에 2차대전 당시에 막대한 전비를 지출하였던 미국 정부는 전쟁이 끝나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군력을 크게 감축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전투함을 퇴역 조치하였고 숙련된 인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1955년에 미 해군 참모총장에 취임한 알레이 버크 제독은 해군력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출처 : 미 해군>
1955년 8월에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 제독이 제15대 미 해군 참모총장에 취임하였다. 2차대전 당시 “31노트 버크(31 knot Burke)”라는 별명을 얻은 알레이 버크 제독은 구축함 지휘관 출신으로 대잠작전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냉전 시기에 소련 해군의 잠수함대에 대응할 전력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알레이 버크 제독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였다. 그러나 2차대전이 끝나고 많은 전투함이 퇴역하였고 미 해군의 수상 함대의 전력은 크게 약화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공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주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해군은 푸대접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미 해군도 항공모함에 폭격기를 탑재하여 장거리 출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득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련 해군의 잠수함에 대응할 전력이 시급하였던 알레이 버크 제독은 낡고 약해진 함대를 재건하는 과감한 대책을 추진하였다. 함대재건계획(FRAM, Fleet Rehabilitation And Moderniz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대책은 빠른 시일 내에 충분한 해군 전력을 확보하여 소련 해군의 남하를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알레이 버크 제독은 당시 미 해군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면 소련 해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였기에 근본적인 대잠 전력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1950년대에 급속하게 증가한 소련 해군의 잠수함은 서방 세계에 큰 위협을 주었다. <출처 : 미 해군>
미 해군은 1957년까지 소련 해군이 300척의 고성능 잠수함을 보유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냉전 시기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형 항공모함과 미사일 순양함의 건조에 주력하였던 미 해군은 대잠 작전에 필요한 구축함을 건조할 여력이 부족하였다. 이에 따라 알레이 버크 제독은 신형 함정을 건조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함정을 성능 개량하여 단기간에 함대를 재건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미 해군은 FRAM 계획을 통해 입체적인 작전이 가능한 대잠기동함대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출처 : 미 해군>
미 해군은 함대재건계획을 추진하여 1959년부터 1964년까지 단기간 내에 해군력을 확충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FRAM 계획은 기어링급 구축함의 개량 내용만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미 해군의 목표는 핵심 전력인 포레스탈(Forrestal)급 항공모함과 미사일 순양함으로 편성된 주력 기동함대와 별도로 8개의 대잠항모 기동함대와 2개의 상륙함대를 새롭게 추가 편성하는 것이었다.
미 해군의 대잠항모(CVS)를 호위하고 있는 FRAM 구축함 <출처 : 미 해군>
FRAM 계획에 따라 미 해군이 개조·개량한 군함은 다음과 같이 방대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잠항모, 구축함을 비롯하여 잠수함, 상륙함, 지원함 등 다양한 함종이 포함되어 있다.
∙ 에식스(Essex)급 대잠항모 8척 ∙ 기어링(Gearing)급 구축함 79척(FRAM-I), 16척(FRAM-II) ∙ 알렌 M. 섬너(Allen M. Sumner)급 구축함 33척(FRAM-II) ∙ 플레처(Fletcher)급 구축함 3척(FRAM-II) ∙ 미처(Mitscher)급 구축함 4척 ∙ 딜레이(Dealey)급 호위구축함 13척 ∙ 발라오(Balao)급 및 텐치(Tench)급 잠수함 9척 ∙ 탱(Tang)급 잠수함 6척 ∙ 세일피시(Sailfish)급 잠수함 2척 ∙ 다터(Darter) 잠수함 1척 ∙ 복서급 헬기 탑재 상륙함 3척 ∙ 마운트 맥킨리(Mount McKinley)급 상륙지휘함 2척 ∙ 애쉬랜드(Ashland)급 도크형 상륙함 19척 ∙ LST-511급 전차 상륙함 13척 ∙ 병력 수송함(APA) 6척 ∙ 고속 수송함(APD) 5척 ∙ 아카디아(Arcadia)급 구축함 모함 8척 ∙ 딕시(Dixie)급 구축함 모함 5척 ∙ 풀턴(Fulton)급 잠수함 모함 6척
FRAM 성능 개량에 앞서 상부 구조물이 모두 철거된 기어링급 구축함 <출처 : 미 해군>
1950년대에 미 해군이 의욕적으로 포레스탈급 대형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기존 에식스급 항공모함에 다소 여유가 발생하였다. 이에 미 해군은 8척의 에식스급을 대잠항모(CVS, anti-submarine warfare carrier)로 개조하였다. 에식스급 대잠항모는 S-2 대잠초계기, SH-34 대잠헬기를 탑재하는 전문적인 잠수함 사냥꾼으로 재탄생하였고, 소련 해군의 잠수함에 대하여 강력한 전력을 발휘하였다. 한편, FRAM 계획에 따라 131척의 기어링급, 알렌 M. 섬너급, 플레처급 구축함이 대잠작전 전문 구축함으로 개량되어 대잠항모 기동함대에 편성되었다.
필라델피아 해군 조함창에서 FRAM-I 성능 개량 공사 중인 모습 <출처 : 미 해군>
구축함은 빠른 속도로 항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주하는 잠수함을 신속하게 추격할 수 있었고, 2차대전 기간 동안 대량으로 건조되었기에 보유 수량도 충분하였다. 미 해군은 1957년에 플레처(Fletcher)급 구축함을 독일과 스페인에 양도하기 위해 개량한 경험을 바탕으로 FRAM 계획을 시작되었다.
새롭게 태어난 기어링급 FRAM-I 구축함은 냉전 시기에 큰 활약을 보여주었다. <출처 : 미 해군>
FRAM-I(1차 함대재건) 계획에 따라 79척의 기어링 구축함에 대한 성능 개량이 시작되었다. 미 해군은 기어링급 구축함 1척당 770만 달러를 투입하여 ASROC(Anti-Submarine ROCket) 대잠로켓 발사기, Mk.32 3연장 어뢰발사관, DASH(Drone Anti-Submarine Helicopter) 무인헬기를 탑재하였다. 개량된 FRAM-I 기어링급 구축함은 8년간 수명이 연장되었다.
FRAM-II 개량된 플레처급 구축함은 원래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출처 : 미 해군>
FRAM-II(2차 함대재건) 계획에 따라 개량된 기어링급 및 알렌 M. 섬너급 구축함은 FRAM-I에 비해 성능 개량의 범위가 축소되어 Mk.32 3연장 어뢰발사관, DASH 무인헬기만 탑재되었고, 5인치 함포는 그대로 남겨졌다. 미 해군은 FRAM-II 계획에 1척당 450만 달러의 비용을 투입하여 33척의 알렌 M. 섬너급, 16척의 기어링급, 3척의 플레처급 구축함을 개량하였다. 개량된 구축함은 5년간 수명이 연장되었다. 신형 전투함을 건조할 때까지 일종의 임시방편으로 추진한 FRAM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예정된 수명을 넘겨 1970년대까지 실전에서 크게 활약하였다. 냉전 시기에 알레이 버크 제독이 야심 차게 시도한 FRAM 계획은 미 해군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건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징(기어링급 FRAM 개량형)
선체
FRAM-I 성능 개량 기어링급 구축함은 8연장 ASROC 발사기를 탑재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출처 : 미 해군>
FRAM-I 기어링급 구축함은 대잠작전에 필요한 Mk.32 3연장 어뢰 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해 2번 포탑이 철거되었다. 그리고 1번 및 2번 연돌의 중간에 있었던 5연장 21인치 중어뢰 발사관이 철거되고 새롭게 Mk.112 8연장 ASROC 발사관이 설치되었다. 한편 각종 대공포는 모두 철거되고 QH-50 DASH(Drone Anti-Submarine Helicopter) 무인헬기용 비행갑판과 격납고가 새로 설치되었다. 선체의 개량과 더불어 함교도 대폭 개량되어 외형으로 볼 때 구형 구축함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FRAM-II 성능 개량 기어링급 구축함은 ASROC 대잠로켓 발사기를 탑재하지 않는다. <출처 : 미 해군>
기관
위에서 내려다 본 FRAM-I 기어링급 구축함의 모습 <출처 : 미 해군>
FRAM 계획은 센서와 무장을 개량하여 5~8년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따라서 갑판 위에 있는 상부 구조물은 대폭 개량되었지만, 선체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기어링급의 추진기관은 고전적인 증기터빈 방식이며, 4기의 보일러에서 생산하는 고압 증기로 2기의 증기 터빈을 구동하는 2축 추진 방식이다. 기관의 출력은 6만 마력이며 최대 속도는 32.5 노트(knot)에 이른다.
FRAM 구축함은 헬기용 비행갑판과 격납고가 새롭게 설치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출처 : 미 해군>
센서
FRAM 구축함은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향탐지 장비로 AN/SQS-23 고출력 저주파 소나(sonar)를 탑재하였다. 1950년대 당시에 획기적이었던 저주파 기술을 적용한 AN/SQS-23 소나는 탐지 거리가 2.5 해리(nautical mile)에 불과하였던 구형 AN/SQS-4 소나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미 해군이 야심 차게 개발한 ASROC 대잠로켓의 사거리가 5 해리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AN/SQS-23 소나가 개발되었다. 수중에서 멀리까지 전달되는 저주파에 대응하여 지름 2.5m의 대형 발신기를 사용한다. 반면에 구형 AN/SQS-4 소나의 발신기의 지름은 1.5m 정도에 불과하였다. AN/SQS-23 소나는 함수의 약간 뒤쪽에 설치되며 대잠구축함 이외에 대잠항모로 개조된 에식스급에도 설치되었다. 일부 구축함은 가변심도 소나를 탑재하였다.
기어링급 구축함의 전투지휘실 내부 <출처 : Rama at wikimedia.org>
대공 탐색 레이더는 AN/SPS-29 레이더를 개량한 AN/SPS-37/-40 레이더가 설치되었다. 이 레이더는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에서 개발한 2차원 레이더로 최대 300 해리까지 탐지가 가능하다. 항해 겸 해상탐색 레이더는 AN/SPS-10 레이더를 탑재한다.
무장
Mk.38 연장 38구경 5인치 함포는 발사 속도가 높아 대공, 대해상 사격이 모두 가능하다. <출처 : 미 해군>
원래 알렌 M. 섬너급, 기어링급 구축함은 일본 구축함의 화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6문의 5인치 함포를 탑재하였다. 2문의 함포를 하나로 묶은 연장 포탑은 함교 앞쪽에 2기, 함미에 1기가 설치되어 있다. FRAM-I 개량을 거치면서 2번 포탑은 철거되었으나, FRAM-II 개량에서는 포탑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리고 2차대전 당시에 집중 설치되었던 40mm, 20mm 대공 기관포는 FRAM 개량을 거치면서 대부분 철거되었다. 2차대전까지 함대 구축함의 가장 대표적인 무장은 중어뢰이었다. 그러나 대잠구축함으로 임무가 변경되면서 2기의 5연장 어뢰발사관은 모두 철거되었다.
도주하는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Mk.112 8연장 ASROC 발사기 <출처 : 미 해군>
새롭게 설치된 대잠 무장은 Mk.112 8연장 발사기와 Mk.32 3연장 어뢰발사기이다. FRAM-I 구축함에만 설치된 Mk.112 발사기는 RUR-5 ASROC 대잠로켓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다. ASROC 대잠로켓의 사거리는 5 해리이며 탄두에 Mk.46 대잠어뢰를 탑재한다. Mk.32 3연장 어뢰발사기는 압축 공기의 힘으로 Mk.44 경어뢰를 발사한다.
Mk.32 3연장 어뢰관에서 Mk.37 대잠 경어뢰를 발사하고 있다. <출처 : 미 해군>
FRAM-I 구축함은 2번 포탑이 있었던 함교 앞쪽에 3연장 어뢰발사관이 설치되어 있고, FRAM-II 구축함은 1번 및 2번 연돌 중간에 3연장 어뢰발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일부 구축함은 헤지호그(Hedgehog) 대잠폭탄 발사기, 폭뢰 투하용 레일이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겨졌다.
대잠전 훈련 중에 RUR-5 ASROC 대잠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 미 해군>
함재기
구축함을 따라 비행하는 QH-50 DASH 무인헬기 <출처 : 미 해군>
FRAM 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장비가 바로 QH-50 DASH 무인헬기이다. FRAM-I 및 FRAM-II 구축함의 무장은 차이가 있었지만 DASH 무인헬기는 모두 탑재하였다. 그만큼 미 해군이 FRAM 계획을 추진하면서 DASH 무인헬기에 큰 기대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ASROC 대잠 로켓이 실용화될 때까지 가장 강력한 대잠 무장이었던 헤지호그 대잠 폭탄 <출처 : PODER NAVAL>
2차대전 당시에 수면 아래에 숨어있는 잠수함을 공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폭뢰이다. 일종의 수중 폭탄인 폭뢰는 폭발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압력으로 적 잠수함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나 폭뢰를 사용하려면 도주하는 적 잠수함을 추격하여 바로 위에서 투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도주하는 적 잠수함을 놓치면 폭뢰를 투하할 기회도 없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단거리 무장이 바로 ASROC 대잠로켓이다. ASROC 로켓탄의 사거리는 5 해리 정도이며 도주하는 적 잠수함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
RUR-5 ASROC 대잠로켓은 로켓의 힘으로 먼 곳에 있는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다. <출처 : 미 해군>
만약에 적 잠수함이 ASROC 사거리를 벗어나면 비장의 무기인 DASH 무인헬기를 사용한다. 원격으로 조종되는 DASH 무인헬기는 300마력의 터빈 엔진을 사용하여 80 노트의 최대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2발의 Mk.44 또는 Mk.46 경어뢰를 탑재하고 출격하는 DASH 무인헬기는 고속으로 도주하는 적 잠수함을 추격하여 공격할 수 있다. DASH 무인헬기의 비행 범위는 최대 18~20 해리 정도이며 출현 당시에는 획기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QH-50 DASH 무인헬기는 파일럿이 수동으로 조종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출처 : 미 해군>
그러나 아날로그(analog) 기술을 사용하여 수동으로 조종하는 1960년대의 무인기 기술은 신뢰성이 부족하였고, 작전에 투입된 DASH 무인헬기 중에서 80% 정도가 추락 사고를 일으켰다. 대부분의 추락 사고 원인은 출격한 다음 수평선 너머로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통신 두절 현상이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1969년에 운용을 중단하고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였다. QH-50 무인헬기는 잦은 추락 사고로 인하여 ‘Down At Sea Helicopt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일부 구축함은 DASH 무인헬기 사용 중단 이후 SH-2F LAMPS 대잠헬기를 탑재하였다.
QH-50 DASH 무인헬기는 큰 기대와 달리 실전에서 큰 활약을 보여 주지는 못하였다. <출처 : 미 해군>
운용 현황
FRAM 구축함은 험한 날씨로 유명한 북서대양에서 소련 해군의 잠수함을 차단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출처 : 미 해군>
미 해군의 FRAM 계획은 임시방편으로 대잠항모와 대잠구축함을 확보하여 대잠기동함대를 편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역으로 복귀한 8척의 에식스급 대잠항모와 131척의 구축함은 소련 해군의 재래식 디젤 잠수함을 추적하는데 크게 활약하였다. FRAM-II 구축함은 1970년부터 녹스(Konx)급 호위함에게 대잠 임무를 넘겨주고 점차 퇴역하였다. 성능이 충분한 FRAM-I 구축함은 당초 계획한 수명을 초과하여 10년 이상 일선에서 활약하였다. FRAM-I 기어링급 구축함은 스프루언스(Spruance)급 구축함이 1975년부터 취역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FRAM-I 기어링급(앞쪽)과 FRAM-II 알렌 M. 섬너급의 선체 길이와 무장의 차이가 대조적이다. <출처 : 미 해군>
일선에서 퇴역한 기어링급 및 알렌 M. 섬너급 구축함은 동맹 국가에 대량으로 양도되었다. 우리나라 해군은 모두 7척(FRAM-I 5척, FRAM-II 2척)의 FRAM 구축함을 1980년대 초에 도입하여 2000년 무렵까지 운용하였다.
제원[기어링급 FRAM I]
함명 : 기어링급 함종 : 구축함(DD) 기준 배수량 : 2,425톤 만재 배수량 : 3,528 톤 전장 : 119.0m 전폭 : 12.6m 흘수 : 5.8m 최대 속도 : 32.5kt 항해 거리 : 4,500nm/20kt 승조원 : 188명 (사관 12명) 주기관 : Babcock & Wilcox 보일러 × 4, General Electric 증기터빈 × 2(60,000 마력), 2축 추진 무장 : Mk.112 8연장 ASROC 발사기 × 1, Mk.32 3연장 어뢰발사관 × 2, Mk.38 5인치/38 연장 함포 × 2 ESM/ECM : AN/WLR-1 ESM, AN/ULQ-6 ECM 레이더 : AN/SPS-37/-40 대공탐색 레이더, AN/SPS-10 해상탐색 레이더 소나 : AN/SQS-23 소나 헬기 : QH-50 DASH × 2 또는 SH-2F LAMPS × 1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