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에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벌어진 해전은 사뭇 달랐다. 연합국에 비해 해상 전력이 부족했던 독일은 비대칭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수함에 크게 의존하였다. 반면에 항공모함을 비롯한 해상 전력이 충분하였던 일본은 정면으로 대결하였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수송선단을 차단하는 독일 해군 잠수함의 공격에 대비한 선단호송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임무였다. 진주만 기습을 계기로 갑자기 참전하게 된 미 해군은 전비태세가 불충분하였고 그 결과 많은 수송선이 피해를 입었다. 1942년까지 최고 전성기였던 독일 해군의 잠수함은 1943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수송선과 호위구축함(DE, Destroyer, Escort)을 대량으로 건조하였다. 이로 인하여 체계적인 대잠작전을 펼쳐지자 독일 해군의 잠수함 작전이 어려워졌다. 더구나 호위항공모함(CVE, Escort Carrier)이 공중초계를 시작하면서 독일 해군의 잠수함은 생존 자체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태평양 해전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미드웨이 해전을 계기로 항공모함을 상실한 일본 해군은 육상 비행장에 항공기를 배치하였다. 크고 작은 섬이 많은 태평양은 대서양과는 조건이 전혀 다르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고 하여도 일단 비행장을 확보하고 정찰기가 출격하면 상대방의 작전을 정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미 해군과 해병대는 태평양 전쟁에서 수많은 상륙작전을 감행하였다. 필리핀 해전에서 처음 등장한 가미카제 공격은 오키나와 상륙작전에서 최고조에 이르렀고, 미 해군의 기동함대에 큰 피해를 주었다. 미 해군은 방공 순양함과 호위구축함을 배치하여 대구경에서 소구경에 이르는 다양한 함포로 다중 방어막을 펼쳤다. 그러나 가미카제의 맹렬한 공격을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침몰을 면하였다고 하여도 기동함대의 많은 전투함이 피해를 입어 작전에 상당한 지장이 발생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미 해군은 미래의 해전에서 항공기에 의한 공격이 수상 전투함에 큰 위협을 줄 것으로 판단하였다. 냉전이 시작되자 소련은 부족한 해상전력을 보완하고자 장거리 폭격기를 동원하여 기동함대를 공격하는 작전을 구사하였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항모 기동함대가 공습에 취약하다는 점을 경험한 미 해군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대책이 필요하였다. 그 일환으로 1950년대에 미사일이 실용화되자 미 해군은 함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방공 전투함을 적극 개발하였다.
북대서양은 소련의 장거리 폭격기의 활동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 1950년대에 미 해군 지휘부는 항모 기동함대의 안전을 위해 방공능력을 강화하려고 방공 전투함을 속속 건조하였다. 항모 기동함대와 별도로 작전해역에서 대잠초계, 선단호위 임무를 맡는 호위구축함도 중요한 전력이다. 속도가 느리고 대공무장이 부족한 호위구축함에게 소련의 장거리 폭격기는 위협적인 존재이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유사시에 호위구축함과 수송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할 방공함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미 해군이 1953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RIM-2 테리어(Terrier)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은 32 km 이내의 대공 목표물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날로그(analog) 방식의 전자장비는 매우 크고 무거운 단점이 있었다. 미사일 자체도 매우 커서 자동장전장치를 포함한 탄약고와 발사대를 설치하는데 많은 공간이 필요하였다. 따라서 순양함 정도의 대형 선체에 겨우 탑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호위구축함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함대공 미사일을 소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1960년대 초에 30 km 거리의 저공 목표물을 격추할 수 있는 RIM-24 타타(Tartar) 함대공 미사일을 실용화하였다. 구축함에 탑재할 정도로 크기가 작아진 타타 체계(Tartar system)는 이전에 등장한 테리어 체계와 동등한 성능으로 순양함과 구축함에 모두 탑재할 수 있었다. 미 해군의 대서양 구축함대(DesLant) 사령관인 존 C. 다니엘(John C. Daniel) 제독은 수송선단을 호송하는 호위구축함도 대공방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참고로 존 C. 다니엘 제독은 6.25 전쟁의 휴전회담 대표단에 참여하여 포로교환 협상을 주도하였다. 미 해군은 1962년부터 브론슈타인(Bronstein)급을 개량한 가르시아(Garcia)급 호위구축함(DE)을 건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가르시아급을 기반으로 타타 체계를 탑재한 미사일 호위구축함이 바로 브룩(Brooke)급이다.
미 해군은 당초 19척의 브룩급 미사일 호위구축함을 건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호위구축함보다 건조비용이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는 미사일 구축함(DDG, Destroyer, Guided Missile)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았다. 맥나마라(Robert S. McNamara) 국방장관은 비용 대 효과가 떨어지는 브룩급의 건조를 6척으로 중단하고 잔여 건조계획을 취소하였다. 대신 녹스(Knox)급 호위구축함부터는 RIM-7 시 스패로우(Sea Sparrow)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탑재하도록 하였다. 브룩급의 건조계획을 축소하고 개함방공(開艦防空) 능력을 추가한 녹스급을 건조한다는 결정은 비용 대 효과를 중시하는 맥나마라 국방장관다운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1975년에 미 해군이 군함의 분류를 개정하면서 호위구축함(DE)은 호위함(FF, Frigate)으로, 미사일 호위구축함(DEG)을 미사일 호위함(FFG)로 변경되었다.
특징
선체
소련 해군 잠수함의 수중 속도가 높아지자 호위구축함의 속도성능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가르시아급과 브룩급은 브론슈타인급의 선형을 확대하고 기관의 출력을 높여 속도성능을 높였다. 브룩급의 선형은 자매급인 가르시아급의 기본 설계와 동일하다. 브룩급은 대양의 높은 파도에서도 대잠작전이 가능하도록 내파성이 높은 평갑판 선형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배수량 증가함에 따라 선체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선체의 중간 블록에 고장력강을 사용하였다. 브룩급을 앞쪽에서 바라보면 폭이 좁고 매끈한 선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함수 소나(bow sonar)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좌현 함수에서 뒤쪽으로 물러난 위치에 닻을 설치한 점도 특징이다. 브룩급은 배수량에 비해서 갑판의 상부 구조물이 작은 편이다. 한편 브룩급 역시 연돌과 마스트를 하나로 합친 맥(mack) 구조물을 가르시아급에서 이어받고 있다.
기관
브룩급은 앞서 취역한 브론슈타인급과 기관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고압증기를 사용하여 기관 출력이 70% 증가하였다. 브룩급의 증기터빈 출력은 35,000 마력이며 1축 추진방식을 사용한다. 미 해군의 호위함은 건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기의 보일러(boiler)에서 생산하는 고압 증기를 1기의 증기터빈에 공급하는 1축 추진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함내 전원 공급을 위해 증기터빈으로 구동하는 주발전기(출력 500 kW) 2대, 비상용 디젤발전기(출력 500 kW) 2대를 탑재한다. 브룩급은 방공무장을 탑재함에도 불구하고 가르시아급 대비 발전 용량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전투체계
브룩급은 대부분의 센서와 전투체계가 가르시아급과 비슷하다. 브룩급의 전투체계는 타타 함대공 미사일을 운용하기 위한 Mk.74 Mod. 2 유도미사일 사격통제체계(GMFCS, Guided Missile Fire Control System)가 핵심이다. 미사일 발사에 사용하는 AN/SPS-51C 미사일 사격통제 레이더는 전자동으로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며, 전자전 대응이 가능하다. 다만 브룩급은 미사일 호위구축함과 달리 건조비용을 절감하기위해 AN/SPS-51C 미사일 사격통제 레이더가 하나만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동시에 하나의 목표물만 교전이 가능하다는 성능의 한계가 있다. 나중에는 Mk.74 Mod. 6로 성능개량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호위함인 브룩급은 자동으로 전투정보를 처리하는 전투체계를 탑재하지 않으며, 대공전투용 Mk.74 체계(GMFCS)와 대잠전투용 Mk.114 체계(UBFCS)가 분리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정보의 융합과 판단은 모두 수작업에 의존한다.
브룩급은 호위함 최초로 AN/SPS-52 3차원 대공탐색 레이더를 탑재하였다. 처음 건조될 때는 AN/SPS-49 2차원 대공탐색 레이더를 탑재하였지만 나중에 개량되었다. 반면에 후속급인 올리버 H. 페리(Oliver Hazard perry)급 미사일 호위함은 예산 문제로 AN/SPS-49 2차원 대공탐색 레이더를 계속 탑재하였다. 3차원 레이더는 목표물의 방향와 고도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어 교전에 필요한 대응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함교 뒤쪽의 맥 구조물에는 대공탐색 레이더를 비롯하여 AN/SPS-10 해상탐색 레이더, LN-66 항해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다만 맥 구조물은 건조비용의 절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배출되는 매연이 레이더의 송수신 효율을 저하시키는 단점이 있다.
브룩급은 기본적으로 방공 호위함이지만 가르시아급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대잠작전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대잠전의 핵심은 AN/SQS-26 능동식 소나 체계이며, 함수의 돔(bow dome)에 설치되어 있다. 소련 해군이 1950년대 말에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면서 항해성능이 높아졌다. 이에 미 해군은 종전의 수동식(passive) 음향탐지로는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출력의 능동식(active) 음향탐지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브룩급은 대잠작전 능력을 최소한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견인식 소나는 탑재하지 않는다.
무장
브룩급은 방공 임무를 위해 헬기 격납고 앞쪽에 있던 2번째 5인치(127 mm) 함포를 철거하고 Mk.22 단장 함대공 미사일 발사기를 설치하였다. 발사기 아래에는 탄약고가 설치되어 있다. 원래 Mk.13 발사기의 탄약고에는 40발을 수납하지만, 브룩급은 16발로 축소하여 설치되었다. Mk.22 단장 발사기는 Mk.13 단장 발사기를 소형, 경량화한 것으로 타타 함대공 미사일만 발사할 수 있고, 하푼 함대함 미사일은 발사할 수 없다. Mk.22 발사기는 경량화된 대신에 운용 범위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브룩급의 Mk.22 발사기는 나중에 스탠다드 SM-1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후속급인 올리버 H. 페리급은 ASROC 대잠로켓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도록 본래의 Mk.13 발사기로 변경되었다.
Mk.22 발사기를 제외하면 브룩급의 무장은 자매급인 가르시아급과 같다. 함교 앞쪽에는 Mk.112 8연장 ASROC 대잠로켓 발사기가 설치되어 있어 대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먼저 건조된 3척(FFG-1~FFG-3)은 브론슈타인(Bronstein)급처럼 ASROC 자동장전장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건조된 3척(FFG-4~FFG-6)은 함교 구조물에 ASROC 대잠로켓 자동장전장치와 탄약고를 갖추고 있어 재장전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단거리 대잠공격용 무장은 갑판의 양현에 설치된 Mk.32 324 mm 3연장 어뢰 발사관을 사용한다.
함포는 함수에 Mk.30 38구경 5 인치(127 mm) 단장포 1문을 탑재한다. 함포의 사격통제는 AN/SPG-35 사격통제 레이더를 포함하는 Mk.56 함포사격통제체계(GFCS, Gun Fire Control System)를 사용한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함교 상부에 설치되어 있다.
함재기
브룩급은 FRAM 구축함(알렌 M, 섬너급, 기어링급)처럼 소형 격납고에 QH-50 DASH 무인헬기 2대를 탑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로 QH-50 DASH 무인헬기 개발이 중단되면서 실제로 탑재하지는 못하였다. DASH 격납고에는 필요시 벨(Bell) 47 소형헬기의 해상형인 HUL 연락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DASH 무인헬기 개발이 중단되면서 미 해군은 1972년부터 1975년까지 헬기 격납고와 비행갑판을 확장하여 SH-2D LAMPS Mk.I 대잠헬기 1대를 탑재하였다. 헬기 격납고는 선체의 공간 제약으로 인하여 가동식을 사용한다. 가동식이란 헬기가 이착함할 때는 비행갑판을 확보하기 위해 접어 두었다가 착함한 다음에 펼쳐서 헬기를 격납하는 방식이다.
동급함(브룩급 6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퇴역
건조
비고
FFG-1
브룩 (Brooke)
1962.12.19
1963.7.19
1966.3.12
1988.9.16
Lockheed Shipbuilding
파키스탄 임대
FFG-2
램지 (Ramsey)
1963.2.4
1963.10.15
1967.6.3
1988.9.1
Lockheed Shipbuilding
표적함 침몰
FFG-3
스코필드 (Schofield)
1963.4.15
1963.12.7
1968.5.11
1988.9.8
Lockheed Shipbuilding
표적함 침몰
FFG-4
탤보트 (Talbot)
1964.5.4
1966.1.6
1967.4.22
1988.9.30
BathIronWorks
파키스탄 임대
FFG-5
리차드L.페이지 (RichardL.Page)
1965.1.4
1966.4.4
1967.8.5
1988.9.30
BathIronWorks
파키스탄 임대
FFG-6
줄리어스A.퓨어러 (JuliusA.Furer)
1965.7.12
1966.7.22
1967.11.11
1989.1.31
BathIronWorks
파키스탄 임대
운용 현황
미 해군은 작전해역 방어와 선단호송을 담당하는 호위함의 대공 방어를 강화하고자 1962년부터 19척의 브룩급 미사일 호위함을 건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잠 호위함보다 건조비용이 크게 상승하였지만 선형의 제약으로 인하여 방공능력은 미사일 구축함보다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건조계획을 대폭 변경하여 6척만 건조하기로 결정하였다. 1966년부터 취역한 브룩급은 불과 20여년 정도만 현역으로 활동하였고 1988년에 모두 퇴역하였다. 미 해군은 퇴역한 4척을 파키스탄 해군에 일시 임대하였다. 임대하였던 브룩급 미사일 호위함은 다시 미 해군에 반환되었다가 해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