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09.17 00:02   | 종합 10면 지면보기  서승욱 기자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내각’이 출범한 가운데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을 향해 “적극적인(갈등)해결을 위해 당장 나서지 않는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미 특파원 출신 언론인 모임 ‘한미클럽’이 17일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인터뷰에서다. 직전 국회의장인 문 전 의장을 비롯, 임채정·김형오·정의화 등 역대 의장 4명의 서면 인터뷰다. 한·일관계와 관련, 문 전 의장은 “더 이상 한·일관계가 방치되는 것은 양국에 백해무익하다”며 “양국 지도자 모두 무책임한 것이고, 양국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양국 기업과 국민의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제공하는 소위 ‘문희상안’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인터뷰에서 문 전 의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양국 의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 국회의장 4인, 정부에 쓴소리

김 전 의장은 “우리가 피해를 훨씬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알량한 반일감정을 부추겨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한·일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도 이성과 냉정을 찾을 것이고, 정치권에 엄청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일본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우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역지사지의 자세로 일본을 이해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나은 국가가 되는 것이 아름다운 복수”라고 했다. 반면 임 전 의장은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과정에서 한국이 갖는 정치·경제적 약한 고리를 적당히 이용해 식민지 지배를 호도하려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고 일본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임 전 의장은 현재의 등록 정당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고, 김·정 전 의장은 야당인 국민의힘 출신이다.



대미·대중 외교와 관련해선 “미·중,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속할 수 없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주외교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임채정)와 “한·미동맹을 흔드는 것은 자해행위다. 동맹이 필요 없을 때까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에 의존해야 한다”(김형오)로 갈렸다. 김 전 의장은 특히 “전문가·경륜가 대신 정권 옹호자만 등용하는 것이 이 정권의 문제점”이라며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외교안보 정책을 주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한·일관계 방치, 양국에 백해무익”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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