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남북관계 개선 기회, 한미워킹그룹해체하라

 

조선일보

입력 2020.11.09 03:26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각) 승리가 확정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낸 축하 트윗 메시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며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고 했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 등장에 맞춰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대통령 말처럼 강력하지도 견고하지도 않다.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우며 맺어진 동맹이라고 하기 민망할 수준으로 추락했다는게 더 현주소에 가깝다.

전작권 조급증과 한미동맹 우려

 

지난 몇 년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집착이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은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 얼마 전 열린 안보협의회에서 양국은 동맹의 근간인 전시작전권, 북핵 폐기 공조 문제로 얼굴을 붉혔고 그 결과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졌다. 북한이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신형 미사일을 선보이는데 ‘평화 쇼’에 밀려 한·미 연합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터무니없는 방위비 요구로 한국을 압박하고 한국은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과 연대를 강화하려는 협의체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주미 대사는 “앞으로도 미국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라며 동맹 흔들기에 앞장섰다. 겉으로 드러난 균열이 이 정도니 물밑에서는 더한 일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주미대사 발언 '반박'한 美국무부

 

 

바이든 시대에 우리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이렇게 손상된 신뢰관계를 회복해 한·미 동맹을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일이 돼야 한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존중하고 자유경제체제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당선 확정 연설에서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든이 미국의 전통 노선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한·미 관계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문 정권이 트럼프식 깜짝 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실무진 의견을 중시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바이든 행정부와도 삐거덕댈 수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첫해 ‘전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담 소집’을 공언한 만큼 미국으로부터 ‘중국 견제 네트워크’ 동참 요구도 계속될 것이다. 한·미 동맹을 ‘냉전 동맹’으로 폄훼하고 미·중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운동권 사고에서 벗어나 원칙과 가치의 기반 위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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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각 협력 복원도 바이든 시대에 시급한 숙제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 시절부터 한·일 사이의 ‘중재자’를 자처했을 정도로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한·일 협력이 단순히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본 축이라는 인식은 민주·공화당이 다르지 않다. 한·미·일 균열로 득 보는 것은 북한·중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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