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기자 입력 2021-03-09 12:10수정 2021-03-09 13:19
사진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폭로된 지 1주일 만인 9일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의 강제수사 착수가 늦었을 뿐 아니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 검찰이 배제된 점 등으로 인해 정부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먼저 법조계에서는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사태 초기 자체 조사를 우선시한 정부의 대응 기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신도시 지정 전에 LH 직원들이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집중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번 사안은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접한 소수의 공직자들이 정보를 은밀하게 공유하면서 조직적으로 땅 투기를 벌였을 개연성이 큰 만큼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선 ‘자체 조사’가 아닌 ‘수사 체제’로 적극 대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4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LH 임직원과 관계부처 공무원, 가족 등에 대한 3기 신도시 토지거래 내역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방침까지 밝혔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면서 부당이득 환수까지 하겠다며 말로는 엄정 대응을 선언했지만 ‘셀프 조사’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기사
사진 뉴시스
투기 의혹이 불거진 기관은 LH이지만 LH를 관할하는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합조단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도시 개발 정책을 입안한 국토부로도 투기 의혹의 불똥이 옮겨 붙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토부는 자체 조사의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3기 신도시 대상지를 포함해 신도시 땅투기 의혹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선 더더욱 강제수사권이 있는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과거 같으면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부동산 투기 분야의 수사 능력과 경험이 축적된 검찰을 중심으로 곧바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했다면 우선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의혹 폭로 직후 곧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핵심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와 PC, 이메일, 각종 개발자료 등 증거부터 확보했을 것”이라며 “수사 초기 압수수색을 가능한 빨리 나가는 것은 수사를 해본 사람들에게는 기본에 해당하는 수사의 ABC”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 사안에 대해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규정하면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비판한 대목도 주목을 끈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사건을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뉴시스
경찰이 의혹 제기 일주일 만에 강제수사에 나선 9일에는 대검찰청 수사관이 “이번 수사는 망했다”며 정부의 신도시 토지거래 의혹 전수조사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수사관은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 8일 올린 글에서 “검찰이, 아니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를 했다면 오늘쯤 국토부, LH, 광명시흥 부동산업계, 묘목공급업체, 지분 쪼개기 컨설팅업체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을 것”이라며 “논란이 나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범죄자인 국토부와 합동조사단을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국민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수사 성과를 낼 여지는 충분하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종결권까지 가지며 권한이 커진 경찰은 이번에 검찰을 배제한 상태에서 국가수사본부 중심으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꾸림으로써 독자적인 수사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에 올랐다.
사건의 전모를 밝혀 관련자 전원을 엄벌한다면 경찰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드루킹 수사’처럼 권력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고 멈칫거리거나 정권 인사 의혹을 비껴 간다는 비판에 직면한다면 국가수사본부의 신뢰도와 위상이 추락할 수도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투기근절’ 요구에…변창흠 “수사권 없어 뭘 할수 없다”
뉴스1 입력 2021-03-09 15:58수정 2021-03-09 18:55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직무대행(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에 대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사전투기 논란에 대해 현재 조사 대상인 국토부와 LH를 넘어 “청와대, 국회의원, 보좌관 등 가능한 한 조사를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토부와 LH 전수조사를 넘어 가족, 친인척 전부 조사하고 청와대와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가리지 않고 전부 조사해야 하지 않냐’는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사고가 나기만 하면 항상 원인으로 제도가 미흡하다고 돌리는 불행한 일이 다시 재현되지 않길 기대한다”며 “장관께선 ‘송구하다, 참담하다’고 하는데 국민이 원하는 건 그런 소리가 아닌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 장관은 “우리 사회에 부동산 투기를 통해 돈 버는 구조가 너무 만연해 있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변 장관은 ‘정부의 합동수사단에 국토부가 어디까지 참여하는지’를 묻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LH와 국토부에 가족이나 본인 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를 전산망과 결합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진 시스템을 총동원해 현재 부동산 거래 실태, 실적, 다주택 보유상황 등을 정보기관, 경찰청이나 합동수사본부에 제공해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병훈 의원은 공직자가 공기업을 이용해서 투기행위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에 변 장관은 “(국토부는) 수사권도 없고,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우리가 뭘 할 수가 없다”며 “합동으로 만들어진 기구가 조사해야만 비로소 전체적인 거래내역과 실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LH 조사 검찰 빠지라고? 한동훈이 했다면.." 수사관 한탄
이미나 입력 2021. 03. 08. 23:12 수정 2021. 03. 09. 10:44 댓글 3개
현직 검찰수사관 제시한 LH 국토농단 수사법
"수사 이미 망했다" 직설 비판
"한동훈이 수사했다면 어땠을까" 가정글 확산
"정세균 '패가망신' 발언등 모두 쓸데없는 짓"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답변 듣는 한동훈(사진=연합뉴스)
"자! 앞으로는 검찰 빠지라고 하니, 우린 지켜보는데 지금까지 상황에 대해 한마디 쓴다. 이 수사는 이미 망했다."
한 검찰 수사관이 8일 LH 게이트 수사 방법에 대해 쓴 글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관 A 씨는 "지금 뭐 대통령이 광명시흥 포함해서 3기 신도시 토지 거래 전수조사하라, 차명거래 확인하라, 등기부등본이랑 LH 직원 대조하라, 정세균 총리가 뭐 투기한 직원들 패가망신시켜라 이런 얘기 하는데 이거 다 쓸데없는 짓이다. 헛짓거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일은) 언론사 말진이랑 수습들이 하면 된다"면서 "진짜 이건 수사 어느 정도 진행하고 나중에 해도 된다. 저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검찰이 수사했다면, 아니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했다면 어땠을지에 대해 적었다.
그는 "오늘쯤 국토부, LH. 광명시흥 부동산업계 대대적 압수수색 들어갔을 것이다"라면서 "왜냐고? 위에 전수조사 저거 필요 없다. 일단 두 개 팀 나눠서 이번 지구단위계획이 기안되고 중간 결재, 최종 결재되는 라인 그리고 이 정보를 공유했던 사람, 관련 지구계획 세부계획 짰던 사람, 2011년 보금자리 지정했다가 해제하고 이번에 다시 추진했던 결재라인, 다른 고양 남양주보다 광명이 적격이다라고 결정했던 부서와 사람. 이 정보가 유출됐을 것을 감안해서 회사 내 메신저 이메일, 공문 결재라인과 담당자 통신 사실 1년 치 이거 먼저 압수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LH 고양이들 살판 난 나라..文, 검찰 잡으려하나"
박미영 입력 2021. 03. 09. 13:30 댓글 2개
기사 도구 모음
자동요약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LH 고양이들이 살판 난 나라,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탄스러운 나라"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잡으려는 것은 검찰인가, LH범죄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적었다.
"文 속내는 범죄자 검거 아닌 '검수완박'인가"
"검찰 배제하고 우왕좌왕..수사 결과 불보듯"
[제주=뉴시스] 원희룡 제주지사.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LH 고양이들이 살판 난 나라,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탄스러운 나라"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잡으려는 것은 검찰인가, LH범죄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적었다.
그는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라 했는데 총리는 검찰을 배제한 채 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 했다"며 "이런 상황이면 문 대통령이 총리에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묻고 검찰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시를 했어야 하는데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은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 짓는 중요 과제'라며 아예 명왕성으로 가셨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진짜 뜻은 무언가. 검경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범죄자를 잡은라는 건인가, 이번 기회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의 시험대로 삼자는 건가, 아니면 대통령도 본인 생각이 뭔지 모르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선가게를 유린한 고양이들에겐 증거 인멸의 시간이다. 이제야 경찰의 압수수색이라니 국민들의 의혹은 가실 길이 없다"며 "수사 능력이 충분한 검찰을 배제시켜 놓고 우왕좌왕이니 결과가 불보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위인.교육.기타 > 사회. 이슈 및 정치. 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LH 땅 투기 수사에 검찰 감사원 뺀 진짜 이유가 뭔가 (0) | 2021.03.10 |
---|---|
文 정권 마지막 날도 前 정부 탓하며 끝날 것 (0) | 2021.03.10 |
땅투기 LH, 이번엔 연구소 직원이 일감 몰아주기로 뇌물 2억 챙겼다 (0) | 2021.03.09 |
‘투기의혹’ LH, “개인정보 제공 안하면 불이익”…젊은 직원들 뿔났다 (0) | 2021.03.08 |
“사회주의 경제가 10이면 文정부는 7~8에 해당” (0) | 2021.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