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을 막아낸 인공위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_김민석 연구위원의 글로벌 트렌드
전문가_칼럼 작성자: 운영자
조회: 3137 추천: 1
작성일: 2021-04-06 16:32:09
글.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인류 멸망을 막은 발명품은 정찰위성?
인공위성이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발명품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배달 앱에서 배달부 아저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찾아내는 것도 인공위성의 역할 일 뿐만
아니라, 4G, 5G 기술도 위성의 위치측정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면 정상 작동이 어렵습니다.
인공위성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비밀 첩보기관이나 살펴보던 인공위성 사진은 이제 누구나
터치 한 번으로 전 세계 어디든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위성이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연관되었다고 해도 ‘인류 멸망을 막은 발명품’
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수십 년간의 냉전 시기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무사히 벗어난 것도 인공위성, 특히 정찰 인공위성의 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냉전 시대 당시 핵전쟁이 가장 무서웠던 것은 상대방이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한다는 공포심으로 언제든지 전쟁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는 단순히 엄청난 위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순항 미사일(ALCM) 등 각종 미사일에 탑재되어
전쟁을 결정한 지 짧으면 수 십분, 길어도 몇 시간 안에 즉각 상대방의 영토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냉전 시기의 전쟁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선제공격과 기습공격이 유리한 시대였습니다.
적이 여차하면 바로 인류 멸망을 결정할 수 있는데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어디서 쓰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미국과 소련은 조금만 상대 국가가 이상한 낌새를 보여도 이것을 핵전쟁의 위기가
닥쳐온 것으로 오해하고 적보다 먼저 공격해야 이길 수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힌 채로 수십 년을
대치한 것입니다.
이런 공포를 극복하고 인류가 핵전쟁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정보를 수집하는
정찰 ISR(Intelligent Surveillance & Reconnaissance)인공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적의 영토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적의 무기 배치나 훈련 상황은 물론 농사나 산업 상태까지 상세히 알게 되었고
이 정보가 바로 핵전쟁의 공포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할 만합니다.
현대전의 핵심은 ISR 위성
현대의 ISR 인공위성 역시 결코 우리의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여러 곳에서 세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해 최첨단의 감시정찰 위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잘 알려진 ISR 위성인 미국의 키홀(Keyhole)은 가장 최신형인
KH-12(ADVANCED CRYSTAL/IKON) 기준으로 해상도가 십여 cm에 불과하여 자동차의 정확한
크기를 구별할 수 있음은 물론 사람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도 저마다 개성적인 ISR 위성을 발사하여 운용합니다.
유럽의 경우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위성을 발사하고 공동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하는데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ISR 인공위성인 헬리오스 2A(Helios 2A)의 경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공동개발한 가시광선/적외선 정찰위성으로 수십 cm 급 해상도를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독일 주도로 국제 공동개발한 TSX(TerraSAR-X) 위성은 영상 레이더 위성으로 군용 및 민간 연구용
으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수십 종류의 ISR 정찰위성 등을 개발 및 배치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가오펜-4(Gaofen-4) 위성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정지 궤도(GEO) 영상 정찰위성입니다.
다른 ISR 위성보다 훨씬 먼 궤도에서 움직여서 영상의 해상도는 매우 낮지만 그 대신 넓은 지역을
24시간 관찰할 수 있어서 군사전문가들은 가오펜-4 위성으로 중국이 이동 중인 항공모함이나
군함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민군 공동임무에 유용하게 쓰이는 한국의 ISR 위성
전 세계가 이렇게 ISR 인공위성의 기술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엄중한 안보환경에
놓인 대한민국 역시 ISR인공위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운용 중인 ISR 인공위성은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관측용 민군겸용위성으로, 아리랑 위성 2호,
아리랑 위성 3호, 아리랑 위성 5호, 아리랑 위성 3A호가 한반도 및 전 세계를 광학 카메라(EO/IR)
혹은 영상 레이다(SAR)를 사용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ISR 위성 자산은 지구 어디든 1일에 최대 4회의 재방문주기를 가져 민간 정보에서는
일 단위의 환경변화를 탐지하여 환경오염 문제나 재해대응에 적합한 정보를
비교적 빠르게 적용할 수 있고, 군 정보에서는 1일 4회의 방문주기를 활용하여 적의 도발 의도나
군사시설 건설, 군 전력 이동을 수 시간 단위로 정확히 파악하여 적의 선제공격과 기습공격
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재방문 주기란 인공위성이 특정한 지역의 상공을 지나간 뒤 다시 그곳을 지나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재방문 주기가 짧을 수록 실시간 감시정찰이 가능해집니다.
군 전용 정찰위성의 대들보를 맡은 한화시스템
하지만 이들 지구관측위성은 민간과 군이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위성정보의 활용이 제한되고,
또한 1일 4회의 방문주기도 현대화된 적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군 전용 정찰위성을 추진 중이며, 이를 일명 “425 사업”이라고 합니다.
ISR 위성의 영상 레이다인 SAR와 광학 카메라 탑재체(EO/IR)를 발음이 같은 숫자로
바꾸어 부르는 425 사업은 이름 그대로 군 전용 SAR 위성과 EO/IR(전자광학 및 적외선) 센서가
탑재되어 적의 동향에 대한 신속한 정보수집과 위기상황 시 최단시간 내 경보발령을 통해
적의 침략에 적극적 대응이 가능한 감시수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13년 4월 제275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첫 소요 결정이 난 이후
연구개발 중인 이 425 사업에서 특징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로 5기의 위성을 활용하여 북한 및
안보위협에 대한 1일 당 방문횟수를 늘려, 적이 ISR 위성을 피해서 병력 배치나 시설 공사를 숨기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ISR 위성의 감시능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확보한다는 것인데, 한화시스템이 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위성용 SAR 레이다는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을 관찰하는
레이다로 레이다를 순차적으로 쏜 이후 굴곡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를 처리하여
지상지형도를 만들거나 지표를 관측하는 레이다 시스템입니다. 레이다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간 및 야간, 그리고 악천후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한화시스템은 2009년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위성) 3A호의 IR센서 개발을 시작으로
2015년 국내 최초로 IR센서 국산화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위성 탑재장비의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해왔습니다. 위성용 센서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425위성의 핵심센서인 SAR 센서와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ISR위성을 개발하는 업체는 많지만,
이렇게 광학 카메라 센서와 영상 레이더 센서 기술을 같이 보유한 업체는 한화시스템을 비롯해서
몇 개 회사에 불과합니다.
425 사업과 함께 또 다른 주목을 받는 ISR 위성 사업은 초소형 SAR 위성사업입니다.
최근 세계 우주 개발은 더 작게 더 가볍게, 또 싣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것이 트렌드 입니다.
우리나라 우주 업계 역시 지향점은 같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미래 기술 도전과제사업 중 하나인
초소형 정찰위성은 기존 위성보다 훨씬 작은 SAR 군집 정찰위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 중.대형 위성의 단점인 고비용∙고중량∙긴 개발기간 대비 설계 마진을
최소화하고, 단순한 구조로 초경량으로 개발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425 위성과
초소형 위성을 띄우면 재방문 시간이 단축되어 425위성과 초소형 정찰위성이
함께 운용되면 더욱 촘촘하게 감시정찰이 가능해집니다.
초소형 정찰위성이 실전 배치될 경우, 전문가들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운반 차량의 움직임을 수십 분만에 탐지할 수 있어 위기 상황 시 지금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하여
한반도 안보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고 1m급 촬영 능력과 24시간 북한 전역 감시가 가능한
국내 최초 초소형 SAR 정찰위성
한화시스템, 우주인터넷 실현 나서다!
이렇게 ISR 위성은 안보 위기상황을 해소하는데 공헌하는 소중한 자산이지만, 인공위성의 활용은
최근 군을 넘어서 민간 시장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등 수많은 대기업이 앞다투어 주목하는 위성 비즈니스가 바로
위성인터넷인데요. 위성 전화로 유선 기지국이 없는 곳에서 국제전화를 하듯 위성 안테나만 달면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이 위성인터넷 시장은 초고속 인터넷과 광케이블의 발명 이후
인터넷 역사의 가장 큰 혁신이 될 것이라 기대받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앞으로 다가올 위성인터넷 대중화 시대를 겨냥해서, 최근 기존의 통신·레이다 기술과
연계성이 높은 인공위성통신 안테나 사업부문에 진출, 저궤도 위성 안테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항공우주 시스템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위성 사업 부문에서는 지구관측 분야의
위성 탑재체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위성통신 안테나를 통해 위성통신 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인 2020년 6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영국의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선도 벤처기업인 페이저 솔루션(Phasor Solutions Ltd.)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으며,
카이메타 신규 투자를 통한 글롭 저궤도 위성 안테나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초연결 ‘우주 인터넷’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
전자식 빔조향 안테나
한화시스템의 초소형 SAR 군집 위성, 1m급 고해상 이미지 획득과 저비용 운영이 가능한 국내 최초 초소형 정찰 위성
전자식 빔조향 안테나(출처:유용원 TV)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말 그대로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여 통신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저궤도 통신위성은 지상에서 가까운 낮은 궤도에서 움직여 전파왕복 시간이 짧기 때문에
5G수준의 빠른 통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실 기존에 운영되던 고궤도의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서비스는 문자나 음성과 같이 굉장히 낮은 수준의 데이터서비스 제공만 가능했지만
저궤도 위성통신서비스는 전 세계를 지연 없이 빠르게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세대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하여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KF-X AESA 레이다 개발 등
역량을 바탕으로 초소형 SAR 위성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중인 초소형 위성은 군집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에, 스페이스 X나 아마존에서 개발중인 저궤도 위성 탑재체와 많은 부분이
기술적으로 유사합니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항공, 해상, 지상용 레이다에 적용되는 독보적인
능동위상배열안테나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한화시스템의 위성통신 기술과
페이저 기술을 결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군은 물론 민수 위성통신 분야에서 많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위성의 눈이라 할 수 있는 EO/IR과 SAR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우주까지 전 영역에 걸친 위성통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전세계 우주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한화시스템을 포함한 많은 국내 민간 기업도 우주 산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성 기술은 위성시스템과 탑재체를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세계 어느곳에서나
초고속 통신이 가능해지고 해상·상공·지상 전 영역이 연결되는 초연결 초지능 네트워크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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