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초음속 훈련기, 전투기로 거듭나다

 

미쓰비시 F-1 지원전투기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1954년, 일본 경찰예비대가 방위청(防衛庁)으로 재편되면서 육상, 해상, 항공자위대(陸上·海上·航空自衛隊)가 창설되었다. 자위대는 비록 평화헌법과 전수방위원칙에 의거해 "방어" 임무만을 수행할 수 있는 제한적인 성격의 군대였으나, 자위대의 태동 덕에 그간 금지되어 있던 방위 산업까지 부분적으로 풀리게 되었다. 미 극동 공군(Far East Air Force, FEAF)은 1955년 1월 6일부로 85대의 항공기를 항공자위대에 넘겨주기로 했으며, 항자대는 이를 토대로 일본의 첫 항공 전문 군으로 태어났다.

항공자위대 최초의 제트기였던 T-33 슈팅스타 <출처 : Rob Schleiffert>

항공자위대가 처음 인도받은 제트기는 록히드(Lockheed)의 T-33 슈팅스타(Shooting Star) 훈련기로, 항자대는 단계별로 추가 도입을 하면서 총 287대를 배치했다. 항자대의 첫 전투기는 F-86F 교코(京光: F-86 세이버[Sabre]) 전투기였으며, 이후 단계별로 F-86D '게코(月光)', F-104J '에이코(英光: F-104 스타파이터[Star Fighter])' 등이 도입됐다. 그 과정에서 항자대는 단계별로 국산 항공기 제작을 시도해 신메이와(新明和)가 1963년 연구용 항공기인 UF-XS를 개발했고, 이를 토대로 비행 보트인 PS-1을 1971년에 도입했다. 일본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본격적인 첫 항공기는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의 T-2 훈련기였다. 항공자위대가 본격적으로 초음속 전투기를 대량으로 운용함에 따라, 이를 조종할 제트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고등 훈련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개발 소요가 잡혔다. 이에 고등훈련기 개발사업인 T-X가 출범하였으며, 개발 사업이 성공할 경우 이를 단좌형으로 개조하여 전투기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게 됐다. 이는 수명 주기가 도래하기 시작한 항공자위대 전투기와 훈련기를 별도로 개발/교체하면 비용 낭비가 심하기 때문에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한 것이다.

미쓰비스는 F-104J 에이코를 면허생산하여 항공자위대에 공급했다. <출처: 航空自衛隊>

방위청은 1967년 3대 방산 업체인 후지중공업, 가와사키(川崎)중공업, 그리고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았으며, 1967년 9월 미쓰비시 중공업의 제안서를 채택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1971년 4월 28일에 가칭 XT-2 시제기 1번기를 출고해 7월 20일 자로 초도 비행에 성공했으며, 곧이어 음속 돌파에도 성공해 일본이 개발한 항공기 사상 처음으로 음속을 돌파한 전투기가 되었다. 항공자위대는 1973년 8월부터 XT-2를 "T-2" 훈련기로 명명했다.

T-2 훈련기를 공격기로 개조하여 일본 최초의 국산 전투기로 개발한 것이 바로 F-1 이었다. <출처: 航空自衛隊>

하지만 최초 계획과 달리 당장 전투기 개조 계획은 시작하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T-2 개발 사업이 예상과 달리 비용이 초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검증도 안된 국산 전투기 도입보다는 해외에서 검증된 기종을 도입하자는 요구가 일본 의회에서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T-2의 전투기 개조사업은 계속 지연됐다. 결국 방위청은 단좌식 전투기 개발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앞서 방위청이 가와사키 P-2J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하던 해상초계기인 P-XL 개발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다시 사업이 부활하게 됐다. 일단 P-XL 사업이 취소됨에 따라 잉여 예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2를 공격기로 개조하는 FS-T2 '카이(改)' 사업을 1973년 부로 시작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1973년 F-1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실전 배치가 되면 F-86과 교체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F-1 개조 사업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주 계약자로 참여해 사업을 진행했으며, 후지(富士)중공업(現 스바루)이 하도 업체로 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전기 계통은

미쓰비시 F-1 비행 장면 (출처: 유튜브 채널)

 

최초 항공자위대는 160대의 F-1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1972년 개발비 초과에 따른 예산 문제로 도입 수량을 96대로 축소했고, 1973년~1974년에 1차 양산에 들어가려 했으나 4차 중동전 발발에 따른 오일쇼크로 1975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양산 1번기는 1977년 2월 25일에 출고되었으며, 양산기의 초도 비행은 1975년 6월에 성공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1978년 4월부터 항공기를 인도받아 실전에 배치했다.


특징

미쓰비시 F-1은 전수방위원칙에 맞춰 도입한 3세대 전투기로, 적들이 일본 본토 지역에 상륙 작전을 시도할 경우 이를 해상에서 사전 차단하기 위한 전폭기 용도로 개발됐다. F-1의 우선 임무는 요격이지만, 일본 본토로 접근하는 적 해상 전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대함 임무나 대함 공격 임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다.

미사와(三沢) 항공자위대 기지에 착륙 중인 F-1. (출처: Rob Schleiffert / Wikimedia Commons)

기본적으로 F-1 전투기는 T-2 전투기와 기본 형상이나 설계 면에서 동일한 전투기에 가깝다. 하지만 전투기로 활용하기 위한 소소한 설계 변형이 적용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T-2의 설계 자체는 거의 손대지 않았지만 후방석은 제거했으며, 그 자리에는 항전장비 장착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캐노피도 모노코크 설계로 개조했으며, 3조각으로 구성된 T-2와 달리 원피스 타입으로 변경했다.

T-2는 여러 장의 유리로 캐노피가 구성되어 있으나, F-1은 물방울 형태의 원피스 형태로 교체됐다. (출처: Maryu / Wikimedia Commons)

F-1은 후퇴익을 채택한 초음속 전투기로, 쌍발 엔진을 채택해 안전성을 높였다. 엔진은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와 툴보메카(Turbomeca)의 아도어(Adour)엔진을 면허생산한 이시가와지마-하리마(現 IHI 중공업)의 TF-40-801A 엔진을 채택해 2단계 LP 5단계 HP 컴프레서를 장착했다. 각 엔진은 최대 5,100 파운드 출력을 냈으며 애프터버너 가동 시에는 최대 8,000 파운드까지 출력을 냈다. F-1의 전투 범위는 약 300 해리이며, 페리(ferry) 비행 범위는 1,550 해리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기지 내 항공자위대 박물관에 전시 중인 F-1의 엔진 부분. (출처: Alan Wilson / Wikimedia Commons)

F-1은 기본 무장으로 전기식으로 발사되는 개틀링(gatling) 회전식 기관포인 20mm JM61A1 공랭식 6연장 발칸포를 장착했다. 하드포인트(hardpoint)는 동체 하부에 하나, 주익 하부에 각각 2개씩 설치되어 있으며,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두 발을 주익의 각각 끝에 장착할 수 있도록 발사 레일(rail)이 설치됐다. 미사일로는 AIM-9L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AM-1, 80식 공대함 미사일, 93식 공대함 미사일/대함 미사일, JLAU-3A 70mm 로켓 포드, RL-7 70mm 로켓, RL-4 로켓, Mk.82 및 M117 폭탄 등이 통합됐다.

F-1 지원전투기는 Mk 82 범용 폭탄(좌)이나 ASM-1 대함유도탄(우)을 운용할 수 있었다. <출처: 航空自衛隊>

화력통제레이더는 T-2에 설치됐던 J/AWG-11을 업그레이드 한 J/AWG-12가 채택됐다. F-1은 대함 공격을 위해 ASM 모드가 추가되어 장거리 수색이 가능하며, 탐지 범위는 최대 72km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레이더 자체가 단순한 펄스 레이더이므로, 노이즈를 제거할 수 없어 실제 탐지 범위는 그보다 짧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전 지원을 위해 F-4EJ에도 장착한 J/APR-2 기반의 J/APR-3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 Radar Warning Receiver)가 장착됐으며, 이로 인한 수신 안테나가 기수와 수직 미익 끝단에 튀어나와 있어 T-2와 외양상으로 구분된다. 전자전 대응장비(ECM) 설치도 최초 고려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채택하지 않았다.

 

ASM-1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미쓰비시 F-1 (출처: 유튜브 채널)

 

이후에 등장한 미쓰비시 F-2와 마찬가지로 T-2 역시 "지원전투기(支援戰鬪機)"로 분류했는데, 이는 군국주의 색채가 있는 용어 사용을 기피하는 자위대 특성에 따라 "전투기"라는 용어를 피하려고 쓴 일본만의 구분법이었다. T-2의 국산화 비율은 56.5%이며, 면허 생산 품목 비율은 41.8%, 해외 수입 품목은 1.7%를 차지했다.


운용 현황

F-1은 양산에 들어가면서 초도 물량 77대가 항공자위대 제3비행단(이바라키현 히모리)과 제8비행단 및 6비행단(후쿠오카현 츠키지)에 배치되었다. 1차 양산 분 기체는 1977년 2월 25일부터 임무를 시작했으며, 제3비행단 소속 F-1은 1979년 3월 30일부터 정찰 임무를 시작했고 첫 스크램블 임무는 같은 해 4월 4일에 소화했다.

항공자위대 제3비행단 소속 F-1. 미-일 연합연습인 "코프 노스(Cope North)" 간 촬영됐다. (출처: Staff Sgt. Lee Shading/US Air Force)

항공자위대는 1990년대에 한차례 F-1의 수명연장사업(SLEP: Service Life Extension Programme)을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동체 수명 주기를 3,500 시간에서 4,000 시간가량 연장했다. SLEP 사업의 일환으로 총 70대의 F-1이 1991년부터 1993년 사이에 오버홀(overhaul) 작업을 거쳤으며, 사격통제장치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고강도 프레임의 캐노피로 교체했으며, XGCS 유도식 폭탄을 통합했다.

항공자위대 코마키기지 활주로에 야외 전시 중인 미쓰비시 F-1. (출처: Maryu/Wikimedia Commons)

F-1은 운용 기간 중 단 한차례의 추락 사고가 있었다. 1998년 8월 25일, 야간 비행에 나선 제3비행단 소속 F-1 두 대가 비행 중 추락했다. 당시 중위였던 두 조종사의 시신은 이후에 수습되면서 대위 계급이 사후 추서되었다.

2005년, 개발 30주년 기념 도색을 한 F-1 최종 기체. (출처: Wikimedia Commons)

미쓰비시 F-1은 1975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87년까지 77대를 생산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단계적으로 도태에 들어가 2006년 3월까지 전량 퇴역했다. 퇴역 후에는 다수의 기체가 전시용으로 남겨졌는데, 일부 기체는 도쿄 후츄(府中)기지, 아오모리현 미사와(三沢)기지, 후쿠오카 현 카스가(春日)기지, 후쿠오카현 츠이키(築城)기지, 가나가와현 일본 방위대학교 교정, 사이타마현 이루마(入間)기지 등 여러 곳에 전시 중이다. 미쓰비시 F-1은 미쓰비시중공업이 F-16C/D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요격기인 미쓰비시 F-2 및 F-4EJ 카이(改) 팬텀(Phantom) II와 교체됐다. 마지막으로 퇴역한 F-1은 후쿠오카현 츠이키 기지에 있던 6대였으며, 퇴역 당시 이들 기체는 동체 사용 시간 4,000 시간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후쿠오카현 츠이키기지에 주기 중인 미쓰비시 F-1. 미익의 도장은 항공자위대 창설 40주년 기념 도장이다. (출처: Rob Schleiffert / Wikimedia Commons)

 


파생형

FS-T2-카이(改): 시제기 1, 2번기.

F-1: 단좌식 근접항공지원(CAS), 지상공격 및 대함전투용 전투기.


제원

종류: 근접항공지원(CAS)/ 지상공격 및 대함전투용 전투기
제조사: 미쓰비시(三菱)중공업
승무원: 1명
전장: 17.85m(피토관 포함)
전고: 4.48m
날개길이: 7.88m(윙팁의 미사일 레일 제외)
날개면적: 21.17㎡
자체중량: 6,358kg
최대이륙중량: 13,674kg
탑재중량: 2,722kg
내부연료량: 3,054kg
추진체계: 5,100파운드(22.8kN)급 이시가와지마-하리마(石川島播磨, 現 IHI) TF40-801A 터보팬 엔진 x 2
최고속도: 마하 1.6(1,700km/h, 고도 10,972m)
실속속도: 217km/h
이륙거리: 853m(지상훈련)
착륙거리: 549m(공대공훈련)
전투범위: 556km(Hi-Lo-Hi, ASM-1 대함미사일 1발 장착 및 830L 증가 탱크 1개 장착 시)
페리범위: 2,870km
실용상승한도: 15,240m
고도도달시간: 11,000m까지 2분
날개하중: 645kg/㎡
기본무장: 20mm JM61A1 벌칸(Vulcan) 6연장 개틀링 기관포 x 1
하드포인트: 주익 하부 x 4개, 동체 하부 x 1개, 날개 끝 윙팁에 미사일 장착용 레일
장착무장:
ㄴAIM-9L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ㄴ미쓰비시 AAM-1 단거리 적외선 유도식 공대공 미사일
ㄴ미쓰비시 80식 공대함 미사일/93식 공대함 미사일
ㄴJLAU-3A 70mm 로켓포드
ㄴRL-7 70mm 로켓
ㄴLAU-69 로켓 포드
ㄴRL-4 125mm 로켓
ㄴMk.82 500 파운드 폭탄
ㄴM117 750 파운드 폭탄
ㄴGCS-1
ㄴIR-유도식 Mk-82/M117 폭탄
센서: J/AWG-12 레이더, 레이더경고수신기(RWR) 등
대당가격: 약 27억 엔(양산 기간 평균 가격)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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