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함정 달리며 유류 보급해도 “한 치 오차 없어油”
- 2016해군순항훈련-해상기동군수
- 2016. 09. 21 17:28 입력 | 2016. 09. 21 18:19 수정
천지함과 충무공이순신함
투색총 발사·프로브 연결까지
거리 40m 유지하며 일사천리
침로와 속력 유지 긴장의 연속
1시간여 만에 34만L ‘임무 완수’
![]() 해군순항훈련에 나선 71기 해사생도들이 해상보급훈련 중 천지함에서 넘어온 프로브가 충무공이순신함에 연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남기태 상사 |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던 거대한 두 함정이 나란히 줄을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서로를 바라보던 두 함정이 연락색(밧줄)으로 연결되자 중갑판의 승조원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줄을 잡아당겼다. 그사이 함교에서는 서로의 침로와 속력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교신들이 오갔고, 함교당직사관은 끊임없이 침로와 속력을 조절해나갔다. 완벽히 거리와 속력이 맞춰진 뒤 공급함의 두꺼운 호스가 달린 프로브(유류 보급 장치)가 수급함의 리시버를 향해 다가왔다. 단 한 번의 조준으로 프로브가 리시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긴장 속에 이를 지켜보던 승조원들은 탄성을 질렀다.
지난 2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괌으로 향하던 충무공이순신함(DDH-II)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다. 이날은 충무공이순신함과 천지함(AOE)의 해상기동군수가 진행됐다. 충무공이순신함은 이번 해상기동군수를 통해 천지함으로부터 34만L에 달하는 막대한 유류를 보급받았다. 함정에 타고 있던 순항훈련전단 소속 71기 해군사관생도들도 모두 나와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장관을 지켜보았다.
해상 보급을 앞두고 함교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앞에서 항해하는 천지함과 단 40여m만 떨어진 채 나란히 달리기 위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윽고 천지함의 좌현과 충무공이순신함의 우현이 바짝 다가섰다. 수급 준비가 끝났다는 깃발이 올라간 뒤 두 배를 하나로 묶기 위한 투색총이 발사될 시간. “총원 대피!”라는 지시와 함께 함교 밖에 있던 이들이 모두 몸을 피했다.
“멀리서 보면 별로 위력이 없어 보이지만 투색총은 상당히 위험한 장비입니다. 실제로 투색총에 맞아 다치는 경우도 있고요. 해상기동군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차해명(소령) 작전관의 설명이다.
![]() 생도들이 해상보급훈련 중 거리를 측정하는 도구인 측거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남기태 상사 |
다행히 투색총은 안전하게 발사됐고 승조원들은 투색총에서 발사된 연락색을 고정시켜나갔다. 보급을 위한 첫걸음을 무사히 뗀 셈이다. 이후 작업은 원활히 진행됐다. 거리를 재기 위한 밧줄인 거리색이 120피트(약 43m)를 유지하는 동안 두 함정의 갑판을 잇는 전화선과 유류 보급용 프로브를 보내기 위한 스팬 와이어도 무사히 연결됐다. 이어 육중한 크기를 뽐내며 천지함의 프로브가 건너오기 시작했다.
충무공이순신함이 천지함의 좌현으로 진입한 뒤 프로브를 연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 치밀한 사전준비와 정확한 함정 운용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50분가량 유류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갑판과 함교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긴장되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두 함정이 꾸준히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실수 없이 움직이는 승조원들이 대단합니다.” 현장을 지켜본 남궁만 생도는 이렇게 말했다.
엄청난 규모에 놀란 생도도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루슬란 생도는 “이렇게 큰 함정들이 바짝 붙어서 서로를 연결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경이롭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사히 유류 보급을 마친 두 함정은 서로를 향해 경례를 한 뒤 다시 멀어져갔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해상기동군수 장면을 참관한 뒤 돌아가는 생도들을 보며 차 작전관은 이렇게 말했다.
“생도들이 임관 후 함정을 타게 되면 오늘 해상보급을 지켜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늘 바다 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함정들에 해상보급은 작전지속능력과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순항훈련 기간에 몇 번 더 해상기동군수를 실시할 텐데 생도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번 순항훈련의 목적이겠죠.” 엄격하게만 보였던 그에게서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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