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매화마을
어느 시인이 말한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때도 온다.' 고 봄은 결코
꽃으로 화려하게 오지않는다.
꽃은 맨 나중에온다.
'소리를 보는. 관음(觀音)'으로 적셔온다.
우리는 이른새벽 설레이는 마음으로 남도의 매화꽃 세상으로 봄 나들이 여행을 떠난다.
섬진강변 매화마을에서
남도산행으로 전남 광양.쫓비산(536M) 산행이다
매화 향과 화개장터, 봄이 밀려오는 섬진강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교를 건너며 주위를 둘러보니 섬진강의 금빛 모래사장과 청정한 대숲.
강 주변의 그림같은 마을들은 매화꽃의 물결이 넘실댄다.
양지바른 산자락 유명한 청매실 농장 주변은 봄 꽃 축제 마당이다.
남도의 봄 볕은 고운 국수발 처럼 펼쳐지고있다.
잘 가꾸어진 분재 매화 와 꽃 묘목들이 길손들을 기다리고있다.
길 옆으로는 옹기종기 않아있는 시골 할머니들이 늘어놓은 바가지마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냉이.쑥.미나리.달래.씀바귀. 등이 인심좋게 가득하다.
산중의 장터 풍경이 재미있고 정겹다. 담장 밑으로는 노란 수선화가 둘러 않아 수선을 떨고있다.
산자락과 밭두렁에 흰색과 분홍의 화사한 매화꽃.
샛노란 산수유가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이다.온 세상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뽀얀 매화는 군무를 추듯.은하수가 흐르는듯 하얀 구름 가득한 모습으로
'몽유매원도(夢遊梅源圖)에 푹빠진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 때가 되면 기어코 꽃을 피우고 또 피우는 민초 혹은 민중의
야생화들.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이렇게 살아왔다.
매화꽃 터널을 걸으면서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산을 오르니 한장의 엽서 풍경처럼 아름답다.
봄이 오는 소리에 놀란 동장군이 매향(梅香)에 취해 북녘으로 멀리 달아나고
산야에는 봄 기운이 가득하다.
봄은 속삭이며 실비처럼온다.
싱숭생숭 처자들 가슴 들썩이며 봄을 알리는것은 화신이다.
봄은 가려운듯 엉킨 산수유들이 몸을 서로 문대며 기지개를켠다.
노란 꽃망울이 툭툭 터져 물처럼 번진다.
우리는 매순간 늘 행복을 곁에두고 살면서도 행복과는 너무멀리 떨어져있다고 생각한다.
전남 광양 섬진강변 매화마을과 쫓비산
행복은 있을까 말까한 큰 행운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에서 기쁜 마음이 일어 쌓인다.
작은것에서 행복을 보려 하지 않는것이 욕심을 부리게 되는것이다.
오늘도 참으로 행복한 봄날이다.
설한풍속을 헤쳐온듯 옹이진 가지에 수줍게 봉우리를 터트리고있는 매화의
고절함과 미감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야매(野梅)는 민초의 삶과 닮았다고해서 그 강인한 자태를 보려고 옛
선비들은 설중매가 피는곳이면 발목을 적시는 눈길도 마다하지 않고 찿아다녔다고한다.
산은 우리에게 에너지의 힘을 돌려주며 편안 마음과 환한 웃음을 안겨준다.
지기(地氣)의 기운은 우리의 몸에 막힌 경락을 뚫어주며 머리속에 있는
잡스러운 생각과 탁한 기운을 정화 시켜준다.
1시간쯤 오르니 우거진 송림과 한키도 넘는 진달래 (꽃망울이 가재눈을 뜨기시작한다)군락지가 장관이다.
귀를 기울이니 바람이 소나무를 만나 내는 맑은 송운(松韻)이 들리는듯하다.
쫓비산은 양 옆으로 지리산과 자연이 살아 꿈틀거리는 백운산 사이에 섬진강을
끼고있는 꽃동산이라하겠다.
정상에 오르니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정상 표지판이 앙증맞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누른다.
사진은 얼굴과 풍경만을 찍는것이 아니라 역사와 기록과 마음을 간직하는것이다.
이고장 출신 김용택 시인님의 시 가 생각난다.
출렁이는 섬진강 가에 서서
해저문 섬진강 가에 서서/
지는꽃 피는꽃을 다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지리산.왕 벗꽃 10리길.쌍계사. 화개장터.섬진강 등 지명은 정겹고도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있다.
섬진강의 유래를 보면 1385년 고려 우왕 11년때의 일로 전해 내려온다. 경
남 하동에 왜구들이 많이 출몰하면서 양민들을 괴롭혔다.
왜구들이 강을 건너려할때 두꺼비 수만마리가 몰려와 울음으로 왜구를
쫓아내자 이를 가상히 여긴 임금님이 강 지명을 한문으로 두꺼비 섬(蟾)자를
써서 섬진강(蟾津江)이라 부르라고 했던것이다.
오늘 풍경은 매화(梅花) 한시(漢詩)를 읆어야 제맛이다.
월암(月巖) 이광려(李匡呂.1720~1783)가 매화를 읆었다.
(梅花)
만호영교수죽지(滿戶影交脩竹枝) 창문 가득 스며드는 대나무 긴 그림자.
야분남각월생시(夜分南閣月生時) 밤 깊어 남쪽 사랑에 달이 떠 올랐다 .
차신정여향전화(此身定與香全化) 이 몸 정녕 그 향기에 흠뻑 젖었는가?
후핍매화적부지(嗅逼梅花寂不知) 바짝 다가서 코를 대도 조금도 모르겠구나.
후미에서 천천히 동행한 산우와 이야기 나누며 하산한다.
바람결에 꽃잎이 분분히 날려 꽃비를 내린다. 고요한 풍경이 적요(寂寥)한
내밀(內密)속에 마음이 스스로 갈아 않으며 심연(深淵)에 잠겨든듯 차분해진다.
마을 어귀에 내려오니 녹차밭의 초록 차잎은 참새 혀처럼 삐죽삐죽 내 밀고
청청하게 우거진 장대숲속을 들여다보니 석가래같이 굵은 대통들이 빼곡하다.
시냇물은 제법 찰찰 거리며 흐르고 바위 비탈에선 얼음녹는 낙수물이 힘차게 떨어진다.
버들 강아지 하얀 꽃망울이 탱탱 불었다.
복슬 강아지 처럼 꼬리 흔들며 머리를 비벼댄다.
참으로 평화 스러운 마을이다.
4시간의 짧은 산행이지만 세월이 잠시 머문듯 평화롭고 여유로워지는 경험을
했으며 풍경속에 녹아드는 삶의 메세지 속에서 소유 하고픈 마음을 무소유로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아련한 봄날의 추억으로 기억 될것이며
봄날은 또 이렇게 가는구나싶다.
하촌 류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