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여당이 ‘1가구1주택 보유'를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진성준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22일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1세대가 1주택을 보유·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할 것”, “주택이 자산의 증식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게 하는 데 활용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실제 거주하려는 자에게 우선 공급할 것” 등이 명시적으로 담겼다.
처벌 조항 등 강제 규정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기존 규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 의원은 작년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법안 발의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 10명 중 약 4명이 무주택자에 해당하고, 무주택 가구의 무주택 기간은 11.2년, 가구주가 된 이후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6.9년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배병일 전 법학교수회장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는 있으며,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라며 “하지만 해당 법처럼 자본주의의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법안은 위헌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가운데 16명이 다주택자다. 민주당은 지난달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에 대해 ‘부모님 등 가족 거주’, ‘면(面) 지역 소재 농가주택’, ‘공동상속한 고향 소재 주택의 공유지분’ 등의 사유로 처분이 어렵거나 매수인을 아직 못 구해 처분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자신들이 다주택인 것은 ‘그럴 사정이 있어서'이고, 다른 사람은 투기라는 발상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기동성에 중점을 두었던 소련군은 1985년 NAMI-0281이라는 명칭으로 4륜 구동 수륙양용차량의 개발을 1985년에 시작했다. NAMI-0281은 물위를 항행하며 늪지대에서 이동이 가능할 것이 요구되었다. 당시 소련군이 NAMI-0281 차량에 요구했던 성능은 다음과 같다.
▶ 동력장치는 차체 후방에 장착할 것 ▶ 모든 차륜에 유압식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할 것 ▶ 방수 차체에 이동시에 공기의 자동보충이 가능한 타이어를 장착하여 부력을 보조할 것
수상주행이 가능한 시제전술차량으로 개발되었던 NAMI-0281<출처: leninburg.com>
승객과 화물 캐빈이 차체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차축 하중(axial load)과 트림 부양(trim afloat)이 화물의 크기에 좌우되지 않았다. 이러한 NAMI-0281의 연구개발 성과는 추후에 소련군이 새로운 차량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개발될 차량에는 "보드닉(Водник)"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보드닉은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물의 정령으로, 인어공주의 러시아판인 루살카(Русалка)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1994년 한 전시회에서 먼저 공개된 GAZ-3937 "보드닉" 시제차량 <출처: Public Domain>
새로운 수륙양용차량의 개발은 알렉산더 마스자긴이 담당했다. 애초에 신형 차량은 험지에서의 작전과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차량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할 차량이었기에 러시아제 험비로 불렸다. 특히 이 신형차량의 제조사 개발모델은 GAZ-3937(민수형 모델)로, 1994년 구조장비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되면서, 러시아판 험비라는 애칭은 언론을 통해서 굳어졌다.
모스크바 인근의 브론니치 군용차량 연구시험센터에서 평가 중인 GAZ-3937 <출처: Public Domain>
차량은 매우 독특한 설계를 채용했는데, 조종부와 캐빈을 모두 모듈러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물론 보드닉은 NAMI-0281 설계처럼 방수차체에 타이어 부력보조 시스템을 채용하는 등 앞선 개발의 성과를 반영했지만, NAMI-0281과는 다른 형상으로 바뀌어갔다. 또한 험지극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드닉에서는 BTR-80 장갑차에 사용되었던 주요부품들이 활용되었다.
GAZ-39371 보드닉 양산형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상용차량으로서 GAZ-3937은 이미 1997년부터 생산이 아르자마스 기계공장(Арзамасском машиностроительном заводе, AMZ)에서 시작됐지만, 군용으로서 완성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보드닉은 차폭이 좁은 GAZ-3937 모델 이외에도 차폭이 확장된 새로운 모델인 GAZ-39371도 개발되었으며 실제 체계 설계는 1998년도까지 완성되었다. 이후 1999년 4월 초까지만 해도 GAZ-39371은 YaMZ-460, HINO-J07C, GAZ-562 3가지 디젤엔진을 통합하는 작업을 거쳤다. 또한 각 모듈의 통합과 실제 운용성능을 검증하는 과정도 중요하여, 신형 차량은 무려 21개의 기관에서 인증을 마쳤다. 2001년에는 시제차량 12대가 체첸 지역에 호송임무로 투입되어 실전평가를 거쳤으며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2007년부터 보드닉을 운용했으나 불과 6년만인 2013년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출처: Public Domain>
이러한 과정을 거쳐 러시아군은 2005년 GAZ 보드닉의 도입을 결정하고 250대를 주문하였다. 차량은 2007년부터 일선부대에 배치되어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같은 회사에서 생산되던 GAZ 티그르에 비하여 보드닉은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2013년 경이 되자 러시아군은 보드닉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해외로 매각하거나 예비용도로 활용했다. 러시아판 험비로 각광받던 차량은 불과 10년도 운용되지 못하고 그렇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특징
GAZ 보드닉은 4륜 구동 차량으로 수륙양용장갑차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프로펠러나 제트엔진 같은 추진기가 없어 수상주행용도가 아니다. 보드닉은 이동시의 장애물이 되는 강이나 하천을 극복할 수 있는 도섭능력을 중점에 두었으며, 이에 따라 수심 1.2m가 도섭의 한계였다. 그러나 수륙양용 내지는 방수성능보다 더 명확한 보드닉의 특징은 바로 모듈러 성능이다.
GAZ-39371 보드닉의 주요 제원 <출처: Public Domain>
보드닉은 크게 조종을 담당하는 전방모듈, 엔진과 트랜스미션으로 구성된 동체모듈, 전투장비 등을 탑재하는 후방모듈의 3가지 모듈로 구분된다. 각 모듈을 조합하여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동체모듈을 기반으로 전방모듈과 후방모듈을 바꿔가면서 임무에 따라 체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다른 모듈들을 결합하여 모두 26가지의 조합으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모듈간의 결합은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하지않아 야전에서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보드닉은 전방과 후방의 모듈을 교체하여 손쉽게 임무에 맞는 차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출처: leninburg.com>
GAZ-39371의 전방모듈은 변속기와 조종장치로 구성되며 3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방은 2열로 좌측에 운전자가 우측에 차장이 앉게 되며, 양쪽의 문을 통해 탑승한다. 한편 무전병은 운전자 뒤쪽에 위치하며, 해치를 통해 승하차 한다. 운전석은 상하전후로 조절 가능하지만, 차장석과 무전병석은 전후조절이 안되고 상하만 조절할 수 있다. 한편 GAZ-3937의 전방모듈은 2명만이 왼편에 탑승하여, 전방에 운전자, 후방에 차장이 앉는 형식이 된다.
무전병석에서 바라본 전방모듈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차량의 핵심기능은 후방모듈에서 구현된다.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거나 무장이나 센서 등 장치들을 운용하게 된다. 후방모듈도 전방모듈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탈거와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병력운반모듈의 경우 모두 8개의 좌석을 장착할 수 있는데, 좌석배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거나 등을 대는 형식으로 배치할 수 있다. 병력운반모듈은 모두 6개의 출입문이 장착되었는데 좌측, 우측, 후방에 2개씩으로 구성된다. 모든 출입문은 가스 쇽 옵져버가 장착되어 열린 채로 고정시킬 수 있다.
후방 모듈 가운데 병력탑재모듈의 모습. 출입구와 해치가 모두 개방되어 있다. <출처: Alex / BtVt.narod.ru>
또 다른 후방모듈로는 무기체계와 결합된 전투모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BTR-80 포탑 모듈로 14.5mm KPVT 기관총과 7.62mm PKT 동축기관총이 결합된 BPU-1 터렛을 특징으로 한다. 터렛에는 1P3-7 주간조준경과 OU-3GA2 표적지시기, 그리고 3D6 연막탄을 발사할 수 있는 902B 연막차장 발사기 6개가 결합되어 있다. 이외에도 ATGM(대전차미사일) 모듈, 박격포 모듈 등이 있어 가장 기본적인 대전차임무 및 보병 화력지원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이외의 후방모듈로는 부상자 후송을 위한 응급후송 모듈, 각종 장비의 수리를 위한 기술지원 모듈 등도 있다.
BPU-1 포탑을 탑재한 전투모듈의 모습 <출처: leninburg.com>
보드닉은 거대한 차륜으로 인한 높은 지상고에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의 독립현가장치와 토션 바 서스펜션을 갖춰 야전차량으로서의 충분한 기동성을 갖추었다. 엔진은 러시아제 YaMZ-460, 일제 HINO-J07C, 슈타이어 면허생산품인 GAZ-562 등 3가지 선택이 있었으며, 민수형은 미제 캐터필러 엔진도 탑재할 수 있었다. 출력면에서 여유가 있었기에 상당히 커다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서 110~130km까지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박격포 탑재형(좌)과 기술지원형(우)의 GAZ-3937 보드닉 <출처: Public Domain>
타이어는 BTR 장갑차에 사용되는 K-58 중량 타이어가 채용되었으며, 타이어압력 조절장치가 장착되었다. 전원계통은 24V 시스템을 채용하였으며, 에어콘과 히터를 장착하여 쾌적한 내부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통신장치로는 R-174 인터컴이 장착되어 133dB까지의 소음에서도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무전통신장비로는 R-163-50U가 채용되었다.
차대 모듈과 엔진의 모습으로, 엔진이 차체의 오른쪽에 장착되어 독특한 형태가 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운용의 역사
러시아군은 냉전 종식 이후 새로운 고기동 전술차량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시스템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보드닉은 독특한 기동성에 도하능력까지 갖추어 이러한 러시아군의 수요를 만족시켜 줄 시스템으로 기대되었다. 1998년 상세설계검토를 마치고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들어간 GAZ 보드닉은 2000년에 이르러 저율시범양산으로 시제차량을 만들었다. 이후 본격적인 시험평가를 통해서 성능의 검증이 끝난 이후, 러시아군은 2001년 4월부터 6월까지 저율양산 차량 12대를 제42 기계화보병사단 소속으로 체첸에 투입하여 실전적 성능을 검증했다.
전략군의 호위임무용으로 사용되는 보드닉 장갑차의 모습 <출처: Public Domain>
2005년 러시아 국방부와 내무부는 보드닉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2006년부터 250대의 차량이 생산되었다. 또한 50대가 추후 사용하기 위한 장기보관용으로 추가 생산되었다. 러시아군은 2007년부터 보드닉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보드닉은 주로 핵미사일을 담당하는 전략미사일 부대 나 기타 사령부급 부대에 배치되어 콘보이 임무 등을 담당했다.
보드닉의 수중주행능력 시험평가 장면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막상 보드닉이 배치되자 일선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선 모듈화로 전방과 후방이 단절됨에 따라 통상 분대장이 되는 차장이 후방의 병력과 소통하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차량의 하부는 V헐 방식이 아니라 평평하게 만들어져 지뢰의 폭발이 있을 때 방호면에서 불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수륙양용으로 만들어졌으나 추진기를 장착하지 않아 실제 도하까지는 하기 어려웠고 도섭 능력을 갖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시기 등장한 GAZ 티그르에 비하여 별다른 장점이 없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우루과이 군이 운용중인 보드닉 장갑차 부대 <출처: Public Domain>
러시아군은 결국 보드닉과 티그르 가운데 티그르를 본격적으로 획득하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2013년경부터 일선의 보드닉을 후방으로 돌리거나 해외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 육군이 보드닉 48대를 도입하여 현재 사용 중에 있다. 러시아군도 보드닉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니어서 2015년 돈바스 전쟁에서 러시아가 반군세력에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보드닉 차량이 목격되기도 하였다. 또한 시리아 군도 보드닉을 도입하여 공군 소속의 특수 정보부대에서 정찰임무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리아 공군 정보부대에서 활용중인 GAZ 보드닉 <출처: topwar.ru>
파생형
GAZ-3937
2 + 8 명이 탑승하는 다목적 전술차량으로 최초로 만들어진 보드닉이다. 특히 전방모듈은 2명의 운용자가 탠덤방식으로 왼쪽 캐빈에 몰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GAZ-3937는 전방모듈의 왼쪽에만 탑승하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0: 방탄 없는 병력탑승 모델.
GAZ-3937-10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1: 방탄형 병력탑승 모델.
GAZ-3937-11 <출처: Public Domain>
BMM-1: 방탄형 구급차
BMM-1 <출처: Public Domain>
GAZ-3937D 드래군: 보드닉의 버기 모델. 모듈 방식을 채용하지 않았고, 지붕이 없이 롤 케이지를 설치했다. 험지에서 확실한 기동능력을 얻기 위하여 210 마력의 YaMZ-236N 엔진을 후방에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탑승원은 2 + 6 명이다.
GAZ-3937D 드래군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
3 + 8 명이 탑승하는 다목적 전술차량으로 후방모듈을 바꾸어 다양한 결합이 가능하다.
GAZ-39371-211: 방탄 캐빈을 갖춘 병력수송형
GAZ-39371-211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221: BPU-1 기관포탑 탑재형
GAZ-39371-221 <출처: Public Domain>
GAZ-393717: 2001년 처음 소개된 세라믹 증가장갑 장착형
GAZ-393717 <출처: Public Domain>
MD-PS 이동식 SHORAD: GAZ-39371 차량을 바탕으로 9M313,9M39이나 9M342 등 대공미사일을 결합한 이동식 단거리 대공미사일 플랫폼. 해외수출을 위하여 제안되었던 형태로 채용된 적은 없다.
MD-PS 이동식 SHORAD <출처: Public Domain>
제원
제원
GAZ-3937
GAZ-39371
전체길이 (mm)
5,380
5,740
차폭 (mm)
2,600
차고 (mm)
2,560
최대지상고 (mm)
475
휠베이스 (mm)
3,000
휠트랙간 거리 (mm)
2,230
차대 무게 (kg)
4,200
4,300
다목적 차량 중량
(후방모듈제외) (kg)
4,500
5,100
병력운반차량 중량 (kg)
5,100
5,800
전체 중량 (kg)
6,600
7,050
탑승원 (명)
10
11
트레일러 견인능력 (kg)
2,500
최대속도 (km / h)
110
연료소모율 (l / 100 km)
15.4
항속거리 (km)
1,000
선회반경 (m)
10
도섭 수심 (m)
1.2
엔진
YaMZ-460
4기통 터보차지 디젤
HINO-J07C
5기통 디젤
배기량 (l)
3,988
6,634
출력 (hp (kW) / rpm)
160 (118) / 2400
165 (121) / 2900
토크 (Nm / rpm)
588 / 1200-1600
451/1500
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으며, 현장에서 물러난 후 국방대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수석연구위원이자, 각 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또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백신 없이 ‘겨울 코로나19’를 나야 하는 황당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전직 질병관리본부장이 일찍이 두 차례나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 밝혀 “2월·6월 회의서 백신 중요성 제안 문제점 지적 땐 일부 참모가 화제 돌려” 여권 “당시는 백신 시급성 안 컸다”
이종구(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월, 6월 두 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월 2일 청와대 방역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교수는 회의 중간 무렵에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회의가 끝나려는 순간에 “잠깐만요”라고 외치며 “감염병은 반드시 과학이 승리하게 돼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어야 모든 게 해결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당시 백신의 중요성을 말했는데, 그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나갈 것 같아서 종료 직전 다시 얘기했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회고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도 “회의에서 이종구 교수가 백신과 치료제를 얘기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개발 전까지 우리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책브리핑 자료에서 “간담회에서는 치료제, 백신 개발 등 장기 대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6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보건의료혁신 태스크포스 위원장 자격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비슷한 취지의 제안을 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억제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누르면 환자 발생이 들어가고 풀면 생긴다. 백신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질질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그날 회의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자 일부 참모가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으냐”며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했지 백신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정책기획위원회가 주최한 국정토론회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뿐이다. 결국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과학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때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성공한 방역을 이끌었다. 백신과 치료제(타미플루·리렌자)를 적시에 내놔 조기 진화에 기여했다. 이 교수는 “11년 전 신종플루를 경험한 사람이 거의 다 떠나고 없어서 그런지 백신 개발과 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는 코로나19 초기라서 백신 도입의 시급성이나 중요성이 지금과 비교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람 마음처럼 변화가 잦은 것도 없다. 하루에도 수백 번 금방 갰다 흐렸다 화창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우울할 때가 더 많은 법. 하지만 우울증에 너무 깊이 빠져 있으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럴 때 두레박으로 마음을 끌어올려보자. 그리고 높은 곳, 전망 좋은 곳으로 올라가 다시 한 번 세상을 바라보라. 아까처럼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떤 곳에 내 마음을 두느냐에 따라 해도 뜨고 달도 뜬다.
둘째, 이해(理解)라는 사다리다.
매일 한이불을 덮는 부부 사이는 물론 부모자식, 친구사이, 친척들, 형제, 이웃, 직장동료에 이르기까지 예쁜 사람보다 미운 사람이 더 많은 게 인생이다. 그런데 밉다는 것은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을 미워하다 보면 결국 괴로운 것은 자기 자신일 뿐. 그럴 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자. 15층 정도의 높이만 올라가도 모두가 다 개미처럼 작아 보이고, 나도 모르게 연민이 생겨난다. 그래, 인생이 뭐라고 아웅다웅 살아야 한담! 다 그들도 이유가 있겠지,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거야~
이해 = under+stand, 즉 상대방보다 낮은 곳에서 바라보면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인생이 환해진다. 마음사다리를 타고 남보다 더 낮은 곳에 자신을 세워라.
셋째, 상상력의 색안경이다.
우리의 현실은 바삭바삭 메마른 사막처럼 팍팍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꿈을 꿀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 감금생활에서 석방된 러시아의 인권운동가 솔제니친의 첫 마디, "상상력이 나를 살렸다!"
부자유스러운 감옥 속에서 그를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무수한 상상력의 세계였다고 그는 회고한다.
또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난파된 한 미국인 가족을 절망에서 구해낸 것도 상상력이었다. 배가 고픈 아들은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 만큼의 햄버거를, 피로에 지친 아내는 푹신하고 아늑한 침대를, 아빠는 아이스크림 같은 거품이 솟아오르는 맥주를 상상하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상력의 색안경을 써보자. 지금 바로 당신의 인생이 오색찬란해질 것이다.
넷째, 낙관의 망원경이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각종 세균, 먼지, 바이러스 등 보기 싫은 것, 봐서는 안 될 것들이 잔뜩 보인다. 반대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저 푸른 수평선, 저 넓은 지평선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낙천적인 사람은 파란색, 눈부신 가슴을 품지만 비관적인 사람은 새까만 어둠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바로 이 망원경이 미래를 탁 트이게 해주는. 희망찬 생각들을 바라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우리들의 비젼, 낙천적인 정신인 것이다.
공격헬기의 대명사인 미 AH-64 ‘아파치’(최대 시속 365㎞)보다 빠른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가 2030년대까지 개발될 전망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사업을 벤치마킹해 시속 450㎞ 이상의 고속으로 기동하고 각종 첨단 전자장비와 소형 무인기 등으로 무장한 차세대 헬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 방사청, 차세대 기동헬기 계획 첫 결정, 발표
방위사업청은 지난 15일 “서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중형 기동헬기 전력 중장기 발전방향(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이 중형 기동헬기 중장기 발전방안이 “군사적 운용을 중심으로 국내 헬기산업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립했다”며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 UH-60 특수작전기는 별도 성능개량, 국산 수리온은 양산 완료 후 성능개량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이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하겠다”는 대목이다.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 기동헬기의 수명이 다하면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차세대 기동헬기 계획은 업체 차원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결정,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차세대 헬기사업 후보기종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보잉 합작 SB-1 '디파이언트'. UH-60 블랙호크 등을 대체하게 된다.
출처미 시콜스키사
믿음직한 하늘 위의 전우 - UH-60 블랙호크
bemil.chosun.com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은 139대(육군 113대, 해군 8대, 공군 18대)다. 1990년대 도입된 UH-60이 노후화함에 따라 군에선 2013년 이후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했지만 계속 지연됐고 사업비용이 계속 올라 1조원을 훨씬 넘게 됐다. 방위사업청에선 수리온 제조 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강력한 요청 등을 감안해 UH-60 특수작전기 36대를 제외한 기본기 103대를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UH-60 성능개량 VS 수리온 추가도입 논란 지속
육군에선 이에 반대하다 수용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국산무기 활용과 방산 육성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성능에 대한 군의 요구도 적극 감안해야 한다”는 논란은 계속됐다.
논란 끝에 UH-60 기본기 103대를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기어박스 등을 개량하는 수리온 성능 개량 사업도 계속 추진돼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 지연되면 수리온 개량형으로 UH-60을 대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UH-60은 10년 뒤인 2030년부터 도태되기 시작해 2040년쯤까지 완전 도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방위사업추진위 결정이 수리온 및 KAI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형 차세대 기동헬기의 구체적인 제원과 개발 목표 시한, 개발비용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방위사업추진위 결정을 토대로 이제부터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가야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할지, 아니면 수리온이나 LAH/LCH(소형무장헬기/소형민수헬기)처럼 외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개발할지 등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주변에선 우리의 기술 수준과 10년 내 개발돼야 하는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KAI가 개발을 주도하되 미국 등 외국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미 육군의 2030년대 ‘슈퍼콥터’ 개발계획을 모델로
실제로 정부와 군 당국은 미 육군이 2030년대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FVL·Future Vertical Lift)을 모델로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FVL은 미래전 작전개념 변화에 따라 다영역작전 수행을 위해 UH-60 기동헬기, OH-58정찰헬기 등 각종 헬기를 미래형 슈퍼콥터(Supercopter)로 교체하고 센서, 항공 전자 장비 등 주요 장비를 공통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행 방식은 2개의 헬기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이중)반전 방식과, MV-22 ‘오스프리’처럼 수직으로 이륙한 뒤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꿔 비행하는 틸트로터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군 소식통도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는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Defiant)와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Raider) 차세대 헬기, 벨사의 V-280 ‘밸러’(Valor)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등을 모델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대시속 550km 넘는 벨사의 V-280 ‘밸러'
이에 따라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 성능은 최대속도 250노트(시속 465㎞), 이륙중량 2만8000파운드, 제자리비행 6000피트(1800m) 등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UH-60의 최대 속도(시속)는 290여㎞, 국산 수리온의 최대 속도는 280㎞로 시속 300㎞를 넘지 못한다.
미 육군이 추진중인 FVL사업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우선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 사업으로 UH-60 블랙호크, AH-64 아파치, CH-47 치누크 등을 대체할 차세대 헬기를 선정하는 것이다.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와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18년 12월 시제기를 선보인 ‘SB-1 디파이언트’는 무장병력 12명을 수송할 수 있고, 최대이륙중량 3만파운드급이다. 지난해 3월 초도비행을 했고, 46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V-280 밸러’는 최대이륙중량 3만파운드급으로 무장병력 14명을 수송할 수 있다. 오스프리 같은 틸트로터 방식이어서 최대 시속 550㎞ 이상으로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게 강점이다. FLRAA는 2030년 전력화 예정이며 매년 30∼6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 차세대헬기 사업, 수리온 등 시행착오 교훈 삼아 심사숙고해야
다른 하나는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으로 2018년부터 추진됐다. 2019년 사업자로 벨, 보잉, 시콜스키 등이 선정됐다. 시콜스키의 S-97 ‘레이더’(Raider)는 2개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 방식으로 비행하며 최대 시속은 440여㎞다. 최대 8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고 기관포와 로켓탄으로 무장하고 있다. SB-1 디파이언트보다 작지만 형태는 비슷하다.
벨사는 스텔스 외형을 지닌 복좌형 공격 헬기인 ‘벨 360 인빅터스(Invictus)’를 제안하고 있다. 벨 360 인빅터스는 최고 시속 370㎞, 전투 행동반경 250㎞이며 20㎜ 기관포와 로켓탄, 미사일을 내부 무장창과 날개에 장착하고 있다. 형태는 미국이 개발중 취소했고 영화 ‘헐크’에도 등장했던 RAH-66 ‘코만치’와 닮았다. FARA는 2028년 전력화 예정이며 연간 30여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미 차세대 헬기사업 후보기종 중 하나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를 발전시킨 형태다
출처미 벨사
일각에선 국산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과 관련해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미래 한반도 전장에서 차세대 헬기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지 명확히 개념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요구되는 헬기 성격과 성능, 전력화 목표연도 등도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기준이 아니라 우리 기준과 상황에 맞춰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개발시 사업 주관업체와 해외업체의 사업 참여 방법, 비용 부담, 핵심 기술 이전문제 등을 심층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수리온 및 소형무장헬기 개발을 지원한 유럽 업체가 신형이 아닌 구형 헬기를 우리에게 제안해 수출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며 “차세대 기동헬기 사업은 그런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미래 첨단 기술 확보와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2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탤런트 최불암씨가 전문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늙은 남자가 음식이나 먹으러 전국을 다니며 할머니들과 실없는 말도 주고받으니 밉게 보면 한참 밉게 볼 수도 있지요.”
최불암씨는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장수(長壽) 드라마 ‘수사반장’ ‘전원일기’에서 그랬듯이, 그가 현재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KBS)도 꼭 10년이 됐다. 그 세월 동안 그의 개인적 변화는 숫자로 70세에서 80세가 된 것뿐이다.
“이번엔 전남 해남을 다녀왔지요. 길이 멀었어요. 승합차로 왕복 11시간 걸렸으니’’'. 요즘에는 어디든 당일치기 출장을 해요. 장시간 차를 타면 허리가 많이 아프지만, 힘들기는 운전기사가 더하겠죠.”
-지금 여든인데, 하루 만에 해남까지 가서 촬영하고 그날 다시 올라왔다는 겁니까?
“제작비를 줄여야 하는 문제도 있고’'', 옛날에는 멀리 가면 하룻밤 잤어요. 사실 낯선 데서 자는 것도 불편해요. 스태프와 같이 숙식하면 고급 호텔에 묵지도 않거든요.”
가난한 밥상
-제 나이에도 지방 다녀오면 힘든데, 매주 한 번꼴로 출장을 감당하는 게 대단합니다.
“이게 내 직업이니까 참는 거죠.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아무리 허리가 아파도 ‘잘 다녀왔소’ ‘오늘 좋았소’라고 말하지요. 옛날에 우리 클 때만 해도 ‘잘 참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한번은 어느 후배가 ‘일이 너무 힘들어 죽겠다’며 그만두고 싶다고 하기에, ‘놀다 죽었단 소리보다 일하다 죽었단 소리를 듣는 게 낫다’고 말한 적 있어요. 뭐 꼰대처럼 들리겠지만, 허허허.”
-’한국인의 밥상' 프로를 10년 하면서 우리나라를 거의 다 가봤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전국 각지 사람과 음식, 정서를 접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10년 해보니 어딜 가도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다는 걸 느낍니다. 돈 많다고 특별나게 행복하지도, 없어서 불행하게 보이지도 않았어요. 우리 세대는 다들 어려운 시절을 거쳐왔어요. 하지만 이들은 주어진 삶에 크게 불평하지 않았어요. 항상 자신보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이었고요. 사람의 삶이 이런 건가, 애틋한 가족 관계를 뒤늦게 깨달아요.”
-전국을 다니며 먹어본 한국인의 밥상에서 공통점이 있던가요?
“10년을 했으니, 횟수로는 한국인의 밥상을 500번 이상 받아봤지요. 그 밥상은 대부분 어려운 시절에 가족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가 궁핍한 식재료를 갖고 지혜를 짜내 만든 것이었어요. 밥상을 받을 때마다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어머니 덕분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어느 지역 어느 밥상이 가장 맛있고 인상에 남았습니까?
“새우젓만으로 간을 맞춘 우럭젓국이라든지, 어머니의 지혜로 만든 가난한 밥상이 가장 맛있어요. 이 프로를 하니까 주위 친구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음식을 다 먹고 다닌다’고 말해요. 음식점에 가면 갑자기 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씁니다. 내가 음식 평가를 하러 온 줄로 알거든요.”
-이런 프로가 10년 장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지요. 자극적이었으면 오래 못 갔을 겁니다.
“저와 생각이 같군요. 제작진에게 ‘야단스럽게 하지 말고 담담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었습니다.”
-최 선생님을 9년 전쯤 만난 것 같은데 지금도 여전한 모습입니다. 특별한 운동이라도 합니까?
“건강은 세월 따라 가는 거죠. 운동은 거의 안 합니다. 바깥에서 걸으려고 해도 사람들이 쳐다봐서 못 하고, 집 안에 러닝머신이 있지만 잘 타지도 않아요.”
-아마 훨씬 전에도 지금 모습이었을 테고 앞으로도 이렇겠지요. 굳이 사람 분류를 한다면, 최 선생님은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사람 쪽입니다.
“옛날에 ‘수사반장’ ‘전원일기’를 본 노인들은 저를 아주 오래된 옛날 배우로 압니다. 당초 대학 시절 연극할 때부터 주로 노역(老役)을 했으니’’'. 제가 아버지를 일곱 살 때 여의고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노역이 자연스러웠는지, 어쨌든 청년에서 바로 노인으로 간 거죠.”
-1971년 ‘수사반장’을 처음 맡았을 때가 서른한 살이었지요?
“드라마 속 수사반장은 쉰다섯 살쯤 되는 노숙한 역이었지요. 내가 ‘한국인의 밥상’ 프로를 시작할 때 일흔 살이었는데, 지방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최불암씨는 아흔다섯 살은 됐을 거로 아는데, 얼굴이 생생하시다. 어디 성형이라도 했소?’라고 합니다.”
-최 선생님의 브랜드를 만든 ‘수사반장’은 1971부터 1989년까지 했지요?
“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수사반장’에 함께 출연한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은 모두 고인이 됐습니다. 조언해준 최중락 총경도 그렇고요. (그는 개인 수첩을 꺼내 보여주며) 이 명단은 여순경으로 출연한 배우들인데, 세월이 오래돼 자꾸 잊어서 적어놓은 겁니다. 김영애, 염복순, 김화란 등의 순으로 출연했지요. 이분들도 고인이 됐거나 소식이 끊겼습니다.”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 ‘전원일기’(1980∼2002년)에서 응삼이 역을 했던 박윤배씨가 돌아가셨지요?
“어머니 역을 했던 정애란씨가 돌아가셨고 이제 응삼이가 저세상으로 갔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함께하는 배우나 스태프는 제게 가족이고 동지였지요.”
불안감
-최 선생님은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 회장 역을 하면서 ‘국민 대표 아버지’가 됐지요. 연기를 시작한 뒤로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온 거죠?
“작가가 써준 대로 배역을 맡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작가의 펜 끝에 연기자의 운명이 달렸다고나 할까요. 드라마에서 내가 아버지 역을 맡고 있으면, 현실에서 내가 그 그려진 아버지에게 자신을 맞춰 좇아가고 있어요.”
-집안에서도 드라마에 비친 그런 아버지였나요?
“자녀들이 자랄 때는 방송 일로 워낙 바빠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 했지요. 내 아이도 곁에 있는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인지 드라마에 나오는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인지 헷갈렸을 겁니다. ‘전원일기’를 찍던 시절 집에서 TV를 보고 있으면 아내가 ‘허리 좀 펴고 앉으세요’라며 면박을 줘요. 아이도 ‘양촌리 김 회장님 같아요’라고 했으니까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회장을 맡은 지 40년이 됐는데, 그 계기도 ‘전원일기’ 속의 연기(演技) 때문이었다고 했지요?
“1981년이었어요. 농기구를 사러 장터에 갔는데 ‘금동이’가 앉아 동냥하고 있었어요. 내가 발걸음이 안 떨어져 뒤돌아서 천원을 주려다가 ‘우리 집에 갈래? 더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형(兄)아가 입던 옷도 있다’며 데려오는 장면이었어요. 그 방송이 나간 뒤 ‘당신 훌륭하다’는 격려 전화와 편지가 쇄도했어요. 작가가 써준 대로 연기한 것뿐인데 내가 위선자 아닌가, 그런 고민을 할 때 누군가가 여길 소개해 줬어요.”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하듯, ‘전원일기’에 나오는 김혜자씨를 최 선생님의 부인으로 생각한 이도 많았습니다.
“내 친구들도 ‘김혜자와 사나, 김민자와 사나? 낮에는 김혜자, 밤에는 김민자냐?’고 짖궂게 놀리곤 했지요. ‘전원일기’를 오래 하다 보니 아내한테 미안하게 됐지요.”
-김혜자 선생은 아주 드물게 문자를 보내오는데 나라 걱정이 많더군요. 언론에 몸담고 있지만 시원한 답변을 못 해줬습니다.
“내 아내(김민자)도 뉴스를 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걱정이 많더군요.”
-이런 분들까지 ‘나라가 어떻게 될까’ 걱정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지금 정치가 크게 잘못됐다는 방증이겠지요.
“정치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려는 것인데, 지금 시국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내 주위 사람들도 다들 불안해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속 말을 바깥으로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말 잘못하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민주화 이후로 지금까지 다른 정권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한 불안감이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받아들여 온 가치나 예의, 상식 기준이 급격히 허물어져버린 것 같아요. 아예 대놓고 이를 조롱하고 폄하하는 무리도 생겨났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왜 이렇게 가고 있는지 답답하죠. 현 정권 출범할 때만 해도 많이 기대했는데’'', 문 대통령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국민은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좀 더 분명하게 알았으면 해요. 모르니까 불안한 거죠.”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며 가야 할 길의 청사진을 이미 보여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것 같군요.
“우리가 못 알아들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하고 의문을 제기해도 대통령의 대답을 들을 수 없어요. 국민은 그걸 알 권리가 있잖아요. 대답이 정 어려우면 ‘지금은 이런 이유로 말을 못 하겠다’ 하든지’’'. 그러다가 대통령이 겨우 답변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그게 무슨 뜻이고 무슨 의도가 담겨있는지를 모르겠어요.”
문 대통령의 의중
-설마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니겠지요?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거죠. 국민이 다들 불안하고 무언가 알고 싶어 하는데, 왜 터놓고 알아듣게 얘기해주지 않느냐는 겁니다. 지도자의 뜻을 알아야 국민이 따라가잖아요. 국민에게 납득이 안 되는 전략을 쓰니 불안한 거죠.”
-문 대통령이 하는 말과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다릅니다. 세간에서는 문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반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들 하지요.
“아마 대통령도 고민이 많을 거예요. 그렇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속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나요. 차라리 노무현처럼 ‘힘들어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하는 게 더 낫겠어요. 지금 모든 국민이 불안하게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점심 자리에서 그는 앞서 빠뜨렸던 정말 중요한 얘기를 꺼냈다.
“오늘 최 형을 만난다니까 아내가 ‘말씀 조심하고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하라’고 걱정했어요. 우리처럼 얼굴 내놓고 사는 사람은 참 말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나는 지금껏 자기주장을 별로 안 내세우고 살아왔어요. 남들과 충돌하지 않고 세게 고집부린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 시국을 보면 너무 답답합니다.”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장남 문준용(38·사진)씨가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 지원’을 신청해 서울시에서 14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문씨는 최근 개막한 본인의 개인 전시 준비 명목으로 지원금을 신청해 수령했다. 문씨는 지난 5월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지원 작가로 뽑혀 약 3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은 문화예술인 및 단체 지원을 위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예술 활동 지원을 통한 문화 예술계 위기 극복 및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안내하고, 서울에 활동 거점을 둔 예술인들에게 코로나 피해 사실 확인서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피해 사실 확인서에는 구체적인 피해 내역을 기술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 측은 “지원 시점까지 당초 문씨가 참여하려던 전시 3건이 코로나로 취소돼 손해가 크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접수는 4월 6일부터 17일까지였고, 결과는 29일 발표됐다. 문씨가 지원한 시각 분야에는 총 281건이 접수돼 문씨를 포함한 총 46팀이 선정됐다. 최저 지원금은 600만원, 최고액은 문씨 등 36명이 받은 1400만원이었다.
지난 17일 개막한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개인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 전시장 전경. 가운데 작품은 올해 신작으로, 가격이 5만달러로 책정됐다. /정상혁 기자
문씨의 개인전은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지난 17일 개막했고, 이곳 사장이 문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곳은 대통령 딸 문다혜씨가 2년간 보조 큐레이터를 한 곳이기도 하다.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20일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 아들인 문씨와는 대학 졸업 때부터 작가적 태도 등을 조언하며 관계를 맺어왔다”며 “이번 전시 개최가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대통령 아들의 개인전 소식은 정파적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 18일 방송에서 “대통령 아들의 개인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이 미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주장을 폈고, 국민의힘은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을 비판하며 “대통령 가족은 이 와중에 8년 만에 전시회를 연다는 뉴스도 있었다. 추구하는 바는 이해하지만 이 시국에 모범을 보여야 국민도 따르지 않겠나”라는 대변인 논평을 20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전시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갤러리 관계자는 “하루 방문객은 많아야 25명 정도”라고 했다.
문씨는 그림자가 빛의 각도에 따라 왜곡된 윤곽을 보여주며 이것이 환시를 빚어낸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영상 작품 5점을 선보였다. 가장 비싼 건 5만달러(약 5500만원)로 가격이 책정돼있다. 한 점은 비매품, 나머지는 600달러~2만달러 수준이다. “아직 팔린 작품은 없다”고 갤러리 측은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행정법원에 정직 징계에 대해 소송을 내자 여권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히 맞서려는 것이냐”고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끝까지 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객기”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 모임은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모습은 비상식적 반발”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문 대통령은 사실은 아주 무서운 분”이라며 “마음먹으면 무섭다”고 위협했다.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말 대통령과 싸움을 계속할 거냐”고 했다.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했으면 무릎 꿇고 조아리라는 투다.
검찰총장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모든 공무원은 상관, 장관, 대통령에 앞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봉사'와 ‘대통령에 대한 봉사'가 충돌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공무원이 국민을 배반하더라도 승진시켜주고 좋은 자리 보내주는 대통령에게 먼저 충성한다. 지금 정권 인사들은 윤 총장에게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법치와 민주, 헌법 논리가 아니라 조직폭력단의 논리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억지 징계하는 것은 자신과 정권의 불법행위를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권 불법을 수사하지 않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윤 총장을 법무장관에 임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조국의 파렴치, 월성 1호 평가 조작 등을 수사하자 어떻게든 윤 총장을 쫓아내 이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엉터리 이유와 공작적 절차로 윤 총장을 징계하려고 한다.
윤 총장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면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는 묻히고 만다. 나라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윤 총장이 소송을 통해 바로잡는 것은 법치를 세워야 할 검찰총장의 의무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재임 중 문제로 재판받고 수감돼 있다. 문 대통령도 불법을 저질렀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법치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과 공무원은 왕(王)을 받들며 살지 않는다. 이른바 ‘민주화' 운동권의 권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 행태를 개탄한다.
[강천석 칼럼] ‘대통령의 상식’이 有故 상태다
後進的 지도자·정부·정치, 코로나 불길에 국민 가둬… 似而非 일자리· 사이비 청정에너지· 사이비 개혁이 나라 거덜냈다
대통령의 상식이 有故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뉴시스
재난(災難) 방송은 정확해야 한다. 위험과 희망을 부풀리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 사령탑(司令塔)이 우왕좌왕하면 세상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아수라장으로 변해 희생을 몇 십 배 키운다. 세월호 어린 희생자들 영전(靈前)에 ‘고맙다’는 글을 남기고 들어선 정권이라 이런 이치만은 단단히 깨쳤겠거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발언록을 좇아가 보자. 지난 13일 ‘지금은 절체절명의 시간이자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나흘 전엔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말을 세 번 되풀이했다. 11월 21일 G20 화상(畫像) 정상회담에선 ‘한국은 신속한 진단 검사와 역학 조사로 확산을 막았다. 한국 경험이 세계 각국에 참고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그날 255명이던 확진자는 사흘 뒤 553명으로 뛰었다. 침몰 직전 세월호 선내(船內) 방송도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백신 확보 여부에 따라 코로나 ‘불길에서 탈출하는 나라’와 ‘불길 속에 갇힌 나라’로 양분(兩分)됐다. 영국·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회원국 27곳과 일본은 백신 접종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다. 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도 상당량의 백신을 확보했다. 구조 사다리 없는 한국은 제3 세계 국가들과 이 탈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 계약했다는 영국산(英國産) 백신은 임상(臨床) 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약품 심사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영국 의약품규제청조차 이 자국산(自國産) 백신 심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걸 국민에게 접종하겠다고 한다.
세계 최고 최첨단 반도체·자동차·석유 시추선을 생산·수출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한국의 ‘지도자 경쟁력’ ‘정부 경쟁력’ ‘정치 경쟁력’이 낙후(落後)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부 대기업과 K팝·영화 산업의 선전(善戰) 덕분에 세계에서 선진국 또는 선진국에 가까운 나라로 대접받는 데 익숙해졌다. 국가 지도자는 물론이고 상당수 국민도 이걸 당연스레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선진(先進) 부문과 후진(後進) 부문이 병존(竝存)하는 이중 구조 국가다. 일부 대기업·건강보험·공항·항만·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은 선진 부문이다. 반면에 지도자의 현실 인식과 미래 비전, 법치(法治)의 안정성, 정부 역할과 정치 행태, 노사 관계, 복지 시스템의 효율성, 시민 단체의 도덕성과 공공 의식은 후진의 허물을 벗지 못했다. 대학도 중진국 수준이다.
문제는 후진 부문이 선진 부문을 지휘·감독·감찰하고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런 역행(逆行)은 상향(上向) 평준화가 아니라 선진화된 부문의 토대까지 허물 위험이 크다. 이 정권 들어 건보(健保) 재정이 급속히 악화하고 노동 부문이 더욱 경직(硬直)되고 있는 것은 국가의 노화(老化)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코로나 불길에 갇힌 나라 모습은 ‘후진’에 짓눌린 ‘선진’이 내는 비명이다. 사이비(似而非)를 걷어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도 근본이 전혀 다른 걸 ‘사이비’라고 한다. ‘사이비 종교’만 해로운 게 아니다. 사이비 과학은 미신(迷信)만도 못하다.
기업 투자가 없어도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제학은 ‘사이비’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Energy For Future Presidents)’의 저자 리처드 뮬러 버클리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방사선 누출로 인한 사망자는 한 사람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회 증언에서 지구온난화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미국 의회의 생각을 바꿔 놓은 인물이다. 대통령은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현재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사이비 물리학’에 감염(感染)된 것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없는 죄를 만들지 않고 있는 죄를 덮지 않는 것’이다. 검찰총장 징계 과정은 ‘없는 죄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생중계하듯 보여줬다. 대통령 혼자 속고 속이는 개혁이다.
사이비에 대한 해독제(解毒劑)로는 건전한 상식만 한 것이 없다. 대통령의 상식은 무고(無故)하실까.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정(司正)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독재 운운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의 상식과 판단력이 유고(有故) 상태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우리 국적을 포기한 남성이 국적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유승준 방지법’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가수 스티브 유(44·한국명 유승준)가 19일 “이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다.
유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40여분 분량의 영상에서 “대한민국 국민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내가 무슨 정치범이냐, 공공의 적이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씨는 이어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한 나라가 유승준이라는 연예인 하나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이렇게 난리법석이냐”고 했다.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앞서 17일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한 패키지 법안(국적법·출입국관리법·재외동포법·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남성’의 국적 회복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병역을 마치지 않고 외국인이 된 남성이 45세까지 재외동포 체류 자격(F-4 비자)을 부여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국내 체류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유씨의 입국 제한 근거가 보다 확실해지는 것이다.
유씨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상실감과 허탈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년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고요?”라며 “솔직히 바른말로 추미애 장관의 아들 황제휴가나 조국 전 장관의 말도 안 되는 사태들 때문에 나랏일 하시는 정치인들의 비리들과 두 얼굴을 보면서 (청년들이) 더욱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국민들의 그 모든 분노를 한 연예인에게 뒤집어 씌워 시선 돌리기를 하느냐”고 말했다.
스티브 유는 1990년대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여러 차례 ‘군대에 가겠다’고 밝혔지만, 2002년 1월 미국으로 출국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병역 면제를 받았다. 법무부는 그 해 2월 병무청의 요청에 따라 스티브 유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지난 3월 정부를 상대로 낸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올해 10월 또다시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다시 비자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필자는 지난 10월 1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곳은 터키 이스파르타(isparta). 터키 동부 아나톨리아 내륙에 자리 잡은, 로마제국 때부터 장미향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코로나19 음성 판정 증명서를 떼러 갔다가 거짓말처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호텔 방에서 10일간 격리생활
필자가 머물던 호텔 관계자가 양성임을 알려왔을 때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호텔 매니저가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 1시간 뒤 로비로 내려갔다. 그러자 필자 눈앞에 호텔로 급속 배달된 코로나19 판정서가 펼쳐졌다. 종이에 ‘포지티브(Positive)’란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결코’ 믿을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터키인과의 접촉이 없었다. 말도 안 통하는 현지인과 얘기를 나눌 만한 필연적인 상황도 전무했다. 평소 취미인 고대 유적지나 역사 무대를 찾는 것이 터키에서의 일상이었다.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와 달리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곳이 터키의 고대 유적지다. 유일하게 마주치는 것은 방목 중인 소, 양, 염소와 목동뿐이다. 음식도 가능하면 직접 만들어 먹었고, 자동차도 장기 렌털했기 때문에 사람과 얼굴을 맞댈 이유가 별로 없었다. 물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터키의 코로나19 검진소는 휑한 벌판에 의자 하나 두고 검사를 실시하는 원시적인 시설이다. 오진했거나 다른 사람으로 오인했을 것이라 믿고 호텔 매니저에게 재검진을 요청했다. 그러나 허락되지 않았다. 이미 확진된 이상 곧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고맙게도 호텔과 병원 어디를 격리장소로 원하는지 물어왔다. 물론 호텔이다. 병원에 가면 일단 언어 문제도 있고, 음식 문제와 더불어 다른 환자와의 접촉도 필연적이다. 호텔 매니저는 필자를 위한 격리용 방 하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호텔 측은 필자의 방이 있던 6층의 다른 방 20개를 전부 비웠다. 10월 14일부터 얼떨결에 호텔방에서의 새로운 ‘팬데믹 망명’이 시작됐다.
이탈리아행을 위한 음성 증명서가 화근
격리기간은 10일이었다. 14일간 하는 나라도 있지만 터키와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10일로 규정하고 있다. 음식, 휴지, 타월 등의 필수품은 전화를 하면 방문 앞에 두고 갔다. 터키의 보건소에서 약 하나를 보내왔다. 내용을 보니 영양제다. 보건소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자가 무증상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열이나 기침이 전혀 없다. 격리 첫날 체온은 36.5도였다. 호텔 방에 머무는 동안 수시로 4·7·8호흡을 했다. 4초 정도 코로 숨을 들이마쉰 뒤, 7초 정도 중단했다가, 8초 동안 내쉬는 호흡법이다. 산소도 공급하지만, 폐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호흡법이라고 한다. 평소 수영장과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했지만 방 안에 있는 동안은 체조를 하면서 몸을 풀었다. 순식간에 격리생활 10일이 후다닥 지나갔다. ‘진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의 몸 상태 그대로여서 양성 판정이 엉터리란 생각만 들었다.
더불어 전염된 장소를 추정해 봤지만 어디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몇 날 며칠 1분1초를 되돌리며 곰곰이 되새긴 결과, 어렴풋이 답이 나왔다. 음성 판정 증명서를 받기 위해 돌아다녔던 병원 어디선가 걸린 것 같다. 검진소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문의하며 무려 3일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전염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스탄불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터키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추적 앱을 운영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추적 앱 운영하는 터키
격리 10일이 지난 뒤 이스파르타의 호텔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별 탈 없이 10일이 지났다고 하지만 양성이란 낙인이 있는 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다. 호텔 종업원들이 필자를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담을 주지 않고, 필자 역시 자유롭게 지내자는 생각에서 북쪽의 고도(古都) 아피온(Afyon)으로 옮겼다. 몸 관리를 할 수 있는 자연온천이 있는 호텔로 정했다. 터키는 코로나19 추적 앱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은 무조건 등록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추적이 가능하고, 호텔이나 공공교통을 이용할 경우 추적 앱의 고유번호를 알려줘야만 한다. 필자는 격리기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미 건강 상태가 정상으로 분류돼 있었다.
몸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아피온의 호텔로 옮긴 지 3일 뒤, 즉 양성 판정 후 13일째부터였다. 가까운 고대 유적지에서 돌아온 직후인 오후 6시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가벼운 어깨 근육통도 시작됐다.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몸도 데웠지만, 점점 추위가 뼛속으로 파고드는 듯했다. 감기 때 느끼는 한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체온은 36.5도 그대로다. 기침도 없고 그냥 한기와 어깨 근육통만 느껴지는 상태다. ‘10일 격리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13일이나 지난 지금은 아니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한기와 근육통 속에서 어렵게 잠을 청했다.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기인 옥시미터. 아래는 지난 10월 14일 필자가 받아든 코로나19 양성 통지서.
13일째 몸을 공격해온 바이러스
눈을 뜬 것은 새벽 2시쯤이었다. 숨쉬기가 힘들어지면서 깬 것이다. 폐 속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을 크게 쉴 수도 없는, 100m를 달린 뒤에나 나타날 거친 호흡이 계속됐다. 숨쉬기가 힘들어지면서 난생처음 죽음이 어떤 형상인지 피부로 느껴졌다. 전부 무너지거나 한꺼번에 불타는 식이 아니라 작은 연결고리가 어긋나면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풍선처럼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헤매다가 벽에 부딪치는 듯한 느낌이다. 뇌·심장·신장·근육을 비롯한 신체 전부가 튼튼한데도 숨쉬기 하나가 어려워 질식 사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황당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이 갑자기 한순간에 몰려왔다는 점이다. 낮에는 약간의 한기만 들었지만 밤이 되면서 한순간 몸 전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폐 속이 꽉 막히는 괴로움
필자는 혼자 여행하는 동안 일어날지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찍부터’ 코로나 준비를 해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3개의 비상 준비물이다. 첫째 스테로이드제다. 인터넷을 뒤지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공표한 의학 지식을 나름대로 수집한 결과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코로나19에 나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위해 2주간 복용한 덱사메타손.
트럼프의 치료제 덱사메타손 구입
덱사메타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치료에 쓴 약이다. 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10월 15일, WHO(세계보건기구)는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에 듣는 유일한 약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처방 결과를 알아낸 뒤 곧바로 터키 현지 약국을 찾아갔다. 고맙게도 터키에서는 덱사메타손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필자가 양성 판정을 받기 정확히 1주일 전, 6㎎짜리 2통을 구입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을 아스피린
두 번째로 준비한 것은 아스피린이다. 이미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지만, 아스피린이 코로나19 환자들의 혈액응고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결과이다. 한 알에 100원 정도 하는 진통제 아스피린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에 있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인체 내 면역체계의 과도한 반응이다.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면서 펼쳐지는 대규모 염증 반응이 코로나19의 치명타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통해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고, 혈액응고 작용을 담당하는 혈소판 또한 과활성화할 수 있다. 혈액응고는 산소공급 차단을 의미한다. 멀쩡하다가도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혈액응고가 일어나면서 심장이 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김기덕 감독이 그 같은 경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스피린은 혈액응고의 원인이 되는 혈소판 과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복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스피린이다.
셋째는 ‘옥시미터(Oximeter)’란 전자기기다. 적외선 파장을 이용해 혈중 산소포화도(Blood Oxygen Saturation)를 측정하는 기기로, 폐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보통 수치가 95~99로 나타날 경우 정상이며 그 이하는 비정상이다.
코로나19 증상이 심해져 2차 격리에 들어갔던 아피온의 바리다호텔.
폐 속의 산소포화도 검사해보니
양성 판정 13일째의 심야로 돌아가 보자. 가파른 호흡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옥시미터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다. 중국산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수차례 측정한 결과 대략 93 정도란 것을 알게 됐다. 일단 비정상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내려가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꿈속의 얘기 같지만, 불과 하룻밤 만에 폐 전체에 바이러스가 밀려든 셈이다. 추측건대 무려 13일이나 몸속에서 싸우다가 마침내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폐를 무대로 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여겨졌다.
코로나19의 특징이라는 후각 상실 여부도 확인해봤다. 평소 갖고 다니던 10여종류의 향수 냄새를 전부 맡아봤다. 무슨 향인지는 알겠지만, 후각의 민감도가 ‘확실히’ 떨어졌다는 것을 감지했다. 누가 봐도 인정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다. 필자에게는 유일한 처방만 남았다. 가능하면 복용을 피해야만 한다는 덱사메타손이다. 병원에 가고, 처방을 받고 할 틈이 없다.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사 친구와 상의해 어느 정도 양을 복용할지는 파악해뒀다.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6㎎ 복용이 기준이다.
덱사메타손 2주간 복용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필자는 지금까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적이 없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무모하게, 그것도 의사 허락 없이 멋대로 독한 약을 복용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이다.
2차 격리에 들어가면서 호텔 종업원에게 부탁해 구입한 금붕어 어항. 무슨 일이 생길 경우 금붕어 두 마리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친구가 될 것이라는 심정이었다.
눈가의 타는 듯한 통증과 설사
밤새 고통에 시달린 다음 날, 병원으로 갈지 여부를 고민했다. 일단 법적으로는 정상인이지만 실제는 감염자다. 호텔 매니저와 전화로 상의를 했다. 가능하면 호텔에서 격리생활을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놀랍게도 호텔 내에는 이미 필자와 비슷한 상황의 터키인이 두 명 더 있었다. 매니저의 도움으로 따로 떨어진 방에서 다시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방을 배정받은 즉시 호텔 직원에게 ‘특별한’ 부탁 하나를 했다. “생명체를 하나 넣어달라”고 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격리된 방에 있는 동안 함께할 생명체다. 100달러를 주면서 시장에 가서 눈에 띄는 대로 알아서 사갖고 와달라고 전화로 부탁했다. 2시간 뒤 호텔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문 앞에 갖다놨다는 것이다. 문을 열자 작은 어항과 금붕어 두 마리가 보였다. 남은 돈 95달러도 함께 문 앞에 놓여 있었다. 가슴속으로 뜨거운 감정이 밀려왔다.
바이러스의 폐 공격은 양성 판정 14일째인 밤에도 이어졌다. 덱사메타손 덕분인지 첫날 고통에 비해 약한 공격이었다. 한기도 덜해졌지만 반대로 눈 주변이 타들어가면서 불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잇몸이 시리면서 음식을 씹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15일째부터는 설사가 시작됐다.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복통이 시작되면서 거의 탈진 상태가 됐다. 약하지만 두통도 시작됐다. 목소리도 노인처럼 쉰 소리로 변해갔다. 그러나 덱사메타손을 먹으면 대략 1시간 이내에 상태가 급속히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6일째부터는 근육통도 완전히 사라졌다. 17일째부터는 비정상적인 증상이 전부 사라졌다. 의사 친구의 자문에 따라 2주간은 계속 복용하기로 했다. 양성 판정 이후 27일째 되던 날이 덱사메타손 마지막 복용일이었다. 스테로이드제의 후유증으로 얼굴이 검어졌다. 간에 부담을 주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걱정을 했지만 양성 판정 후 35일째로 접어들던 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감염이란 청천벽력을 체험한 지 세 달째로 접어들었다. 가벼운 감기 걸리듯 스쳐지나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후유증은 남아 있다. 먼저 불면이다. 필자는 불면에 시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양성 판정 후에는 자다가 거의 1시간마다 깬다. 총수면시간도 종전의 7~8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왼쪽 폐의 고통도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아직 X선 촬영은 안 해봤지만 뭔가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분명하다. 종전에 비해 폐 기능이 떨어진 듯하다.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
코로나19 감염 사실은 가족은 물론 모두에게 비밀로 했다. 예외적으로 한국의 친구 몇 명에게 전하자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내 주변에서 처음 만난 감염자.” “항체가 생겼겠네.” 그러나 12월 들어 한국 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거꾸로 필자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크게 두 가지를 전하고 싶다. ‘코로나19에 절대 안 걸린다’는 생각보다 걸렸을 경우에 대비하라는 것이 총론으로서의 첫 번째 조언이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나온다. 병상이나 음압기 여부만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의 지속적인 투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필자의 경우지만 불과 하루 만에 바이러스가 폐로 밀려온다. 걸릴 경우 어떻게 행동할지 예비훈련을 미리 시행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조언은 미리 스스로 준비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치료약과 의료기기, 심지어 격리시설도 각자가 알아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골 집이나 여관, 호텔 같은 곳이다. 정부의 도움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부가 내 목숨까지 돌봐줄 것이란 환상은 일찍부터 깨는 것이 좋다. 백신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을 듯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백신 접종이 내년을 넘겨 2022년에나 가능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는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식 사고방식의 정반대편에 도사리고 있는 존재다. 장기전이 필요하고 장기전이 당연하다. 아무도 원치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할 시간이다. 2021년은 바이러스 감염을 염두에 둔, 각자도생의 해로 기록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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