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전쟁할까?
윤석준의_차밀 작성자: 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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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9-07 10:50:49
<윤석준 차밀, 2020년 9월 7일>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전쟁할까?
최근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상공에서 갑자기(?) 대립하면서, 향후 미중 간 남중국해에서의 대규모 전투 또는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사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지난 8월 26일∼27일 미국 공군 U-2와 RC-135 정찰기가 중국군이 훈련을 위한 설정한 남중국해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8월 27일 중국군 로켓사령부는 수발의 DF(東風)-21D와 DF-26B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을 남중국해 쪽으로 발사해 대응한 것이 발단이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8월 28일 중국 해군 진(晉)급 핵전략잠수함(SSBN)이 쥐량(巨良; JL-2A) 또는 신형 JL-3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남중국해에서 발사하였다”고 보도하였으며, 미 해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지스 머스틴 구축함을 남중국해에 급파하여 항행의 자유작전(FONOP)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중국 남부전구사령부 대변인은 “중국 해군 함정이 이를 퇴출(expell)시켰다”며 대응하였다고 선언하였다.
이와 같이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대결 도메인이 수중, 해상 그리고 공중으로 확대되고 있어, 국내외 매체들은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대립이 향후 대규모 전투 또는 전면전 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국내외 매체들은 11월 미국 대선을 둔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차단 실패와 홍콩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등으로 외교적 고립에 직면한 시진핑 주석이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력 세(勢) 경합으로 국내외 현안을 해소시키려 한다며 향후 미중 간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나타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호주 통합국방사관학교(ADFA) 명예교수 칼 테이어 박사와 디폴로멧(The Diplomat)의 안키트 판다 박사 등 해외 해양안보 전문가와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망과 달리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대규모 군사적 충돌 또는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본다. 주된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남중국해 분쟁의 본질을 국제법 적용 문제로 보아야 하며, 여기서 파생된 문제인 미중 간 군사적 대결 국면은 과장되었다는 논지였다.
왜 이런 시각 차이가 있나?
일종의 저널리즘 시각의 우세이다. 대부분 매체들이 남중국해 분쟁을 주로 미중 간 “힘의 장(場)”으로 보며, 강대국 반열에 오른 중국에 대해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분쟁을 갖고 있는 아세안 연안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그리고 대만이 군사적으로 맞서기 힘들어 하자, 미국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군사적 대결을 불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로버트 카플란 박사가 2011년 8월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 간 미래 대결의 장이다”의 기고문을 발표하고, 이어 2015년에 『아시아의 분쟁지역: 남중국해와 태평양 안전』 책자를 발간한 저널리스트적 논지가 여과없이 안보 전문가들에게 인용되면서 ‘기정 사실화’되었던 원인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힘의 정치(power politics) 이론에 심취한 국제정치학자들은 남중국해 대립을 “힘에 의한 강자 질서(rule of the strong)”의 대표적 사례로 들면서 남중국해 분쟁을 중국과 아세안 연안국 간 지리적 여건과 국제법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이견에 의한 국제법적인 문제임을 간과하고, 쇠퇴하는 강대국과 부상하는 강대국 간 힘의 전이(power transition) 논리가 남중국해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이는 남중국해 문제를 힘의 우위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강대국 결정론을 주장하는 미국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공세적 현실주의에 익숙한 국제정치 학자들에게 힘의 논리를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있어 불변의 진리로 인식한 연유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을 유엔해양법협약 적용 상의 문제로 보는 해양안보 전문가와 군사력 운용에 대해 고민하는 군사 전문가는 과연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제정치 논지 보다, 군사적 운용을 위한 교리와 군사작전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국제정치학자와 안보 전문가들의 논리와 다른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통상 군사력을 투입할 경우 지휘관은 항상 국제법적 당위성, 당사국들의 의견 그리고 사후 처리 등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받고 행동한다면서, 지금과 같이 미 해군 7함대와 중국군 남부전구사령부가 주도하는 정찰감시와 항행의 자유 작전 그리고 맞대응 작전이 극단의 힘의 우위 논리 증명을 위한 군사력 투입은 아니라면서 조심스런 전망을 내리고 있다.
실제 이는 한국군이 한국전쟁 당사국이지만, 한미 연합방위체계와 유엔사 정전위원회의 통제를 받아 비무장지대(DMZ)과 북한한계선(NLL)에서 북한의 도발행위에 맞대응함에 있어 군사력 운용 제한성을 받는 사례와 같이 남중국해도 비슷한 사례라는 주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의 성격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남중국해 분쟁은 국제법의 적용과 해석 문제에서 비롯된 당사국 간 양자 문제로 출발하였고, 국제법에 이어 국내법까지 적용되고 있는 복잡성을 띄게 되었다. 즉 국제법 적용에 대한 합의 없이 국내법을 마구잡이식으로 제정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단순한 지도를 근거로 역사적 기득권을 주장하고, 미국과의 강대국 경쟁 국면과 역내 이행당사국 호주, 일본 그리고 인도의 이해까지 겹치어 “새로운 분쟁 지역(new flash point)” 또는 ‘혼동의 장(cauldron)’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중국이 1974년, 1988년, 1998년에 이어 2013년부터 남중국해에서 대대적 인공섬을 조성하고, 이에 따라 자연적 섬의 지위를 부여받으려는 의도에 대해, 미국은 남중국해를 공해(High Sea 또는 Open Sea) 또는 국제해(international water)로 해석하여 항행의 자유작전(FONOP)을 실시함으로써 중국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려 하자, 미중 간 대결국면으로 확전되었고, 미국이 FONOP에 동맹국과 파트너십국이 참가해 주기를 요청하여 국제문제화(internationalization)로 되었다.
또한 남중국해에 대한 과도한 해로 폐쇄론과 해저 자원 매장량 주장 등이 남중국해 분쟁의 수준을 달리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분쟁국들이 국제법적 합의 이전에 국내법으로 자국의 국가 해양관할권을 선포하여 당사국 간 해양경계획정, 어업권 그리고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분쟁국 국내정치에 영향을 주는 민족주의적 성향을 나타낸 현상이었다. 특별히 이러한 현상은 국제법적 보다 역사성을 강조하는 중국에게 매우 심(深)하였다.
분쟁 당사국들은 어떤 해결방안을 원하나?
분쟁 당사국 중국과 아세안 연안국 모두는 국제법에 의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선호하며, 군사적 해결 방법에는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중국과 비교시 열세인 아세안에게 강하며, 중국 역시 힘의 우위 하에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국제법적으로 어떻게 합리화하는가에 역점을 두며, 가능한 군사적 수단 동원은 자제하면서 해양경찰(CCG)과 해상민병대(maritime militia)를 투입하여 남중국해 분쟁을 평시도 아닌 전시도 아닌 애매모호한 『회색지대(grey zone)』 상황으로 만들며 당사국과 지역 내 이해상관자들의 개입을 어렵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이러한 접근이 ‘살라미스 전략’, ‘양배추 전략’ 또는 ‘중국식 먼로주의 강요’ 등으로 보도화되어 중국에 부담이 되자, 아세안과 2002년 남중국해 행동원칙선언(DOC) 합의에 이어 2018년 단일화된 행동규범(COC) 초안에 합의해 제3자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아세안 간 이견을 활용하는 지혜를 보였으며, 아세안은 DOC와 COC를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 현상유지 타파(revisionist) 행위를 자제해 주기를 기대하였다.
여기에 미국이 개입된 것은 아세안 문제도 한몫하였다. 아세안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비교시 열세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3자의 직접적 도움에 주저하며, 직접적 개입보다는 가능한 아세안 주도의 다자간 협의체에 의해 영향력을 발휘해 주기를 원하였다. 이는 ASEM회의, ARF+, ADMM+ 등의 아세안 주최 회의 진행에서 찾을 수 있었으며, 이에 한계를 느낀 미국이 FONOP라는 극단의 군사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렸다. 즉 중국만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며, 여기에는 아세안의 실수도 한 몫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일방적 인공섬 조성과 건축물 구축에 대해 2013년 1월에 필리핀이 아세안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법률자문회사 도움을 받아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부속서에 따른 국제중재를 요청함으로써 국제법 해결이 현실화되었다.
하지만 필리핀이 2016년 7월 12일에 국제상설중재원(PCA)으로부터 원칙적이며 유리한 중재판결을 받았으나,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과 민다나오섬 이슬람 반군작전을 지원하는 등의 매력 공세를 하자, 필리핀은 PCA 판결을 적극적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친중(親中) 성향을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임(前任)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에 남중국해에 대한 FONOP을 개시하였으며, 당시 주된 목표는 공해상 항행의 자유와 영해에서의 무해통항 권리를 행사하여 중국의 무리한 영유권 주장을 무효라는 것을 묵시적으로 보이며 이를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관습적 국제법 적용사례로 남기겠다는 의도였으며, 아세안은 미국의 FONOP이 미중 간 강대국 국면의 또 다른 모습을 확산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ONOP을 미중 간 강대국 국면의 수단으로 활용됨으로써 이는 아세안에게도 부담이 되는 형국으로 변질되었다. 예를 들면 2018년 미 해군 디카터 구축함에 대해 중국 해군 Type-052C형 란조우(蘭州)함이 고의적 충돌침로 접근하여 35야드 근거리에서 충돌을 모면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였다. 즉 현장 지휘관들의 무리한 지휘권 행사가 나타난 것이었으며, 이는 남중국해 분쟁에 미중 간 강대국 대결국면에 겹치는 것을 원치 않는 아세안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었다.
향후 미중 간 대규모 확전 또는 전면전이 나타날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확전을 기정 사실화하는 저널리즘적 언론 보도와 달리, 해양안보와 군사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전투와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첫째, 미국과 중국 모두 군사력을 개입시킬 명분이 ‘없다’.
남중국해는 군사적 문제가 아닌 국제법 문제이다. 특히 당사국 간 해양경계 획정 합의가 되지 않아 해양경계선이 없어 영토 보존을 위한 군사력 운용이 애매모호하다. 특히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이 아니며, UNCLOS 회원국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국제법 문제에 발언권이 없다는 것은 아니나, 남중국해 분쟁에 물리적으로 개입할 명분은 없다. 중국 역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선언하며 군사적 해결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UNCLOS가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유일한 기준인 상황하에 미국과 중국 모두 남중국해에 군사력을 개입시킬 명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현재 미중 간 군사적 힘겨루기는 법률전(法戰: legal warfare)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양경계선을 두고 대규모 해군력을 상시 배치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남북한이 정전상태로 동서해 북방한계선을 두고 상시 해군력을 배치하여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음으로 현재의 행동-대-행동 대립(action for reaction cycle)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FONOP를 실시하고, 중국이 맞대응하는 일종의 법률전(法戰: legal warfare)으로 이는 서로 자국에 유리한 국제법적 명분을 구축하려는 의도로서 군사적 대결국면은 아니다.
최근 미국은 FONOP 실시에 추가해 국제법 원칙 존중 입장을 보였다. 지난 7월 13일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대한 국제법 적용에 대해 중립을 지키던 입장에서 “중국의 역사적 영유권은 무효이자 불법이며, 2016년 PCA 판결을 존중한다”며 아세안 편에 섰다.
이후 해양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이 FONOP 실시에 따른 중국의 역사적 영유권 무효화 시도에 추가하여 중국과 남중국해에 대한 법률전(legal warfare)을 개시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셋째, 우발사태 경험과 메카니즘을 갖고 있어 확전 가능성이 낮다.
우선 과거의 전력-대-전력 간 우발사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예를 들면 2001년 미 해군 EP-3와 중국 해군 J-8 전투기 간 공중 조우는 밀고 당기는 힘의 과시이지 직접적 총격에 의한 전투는 아니었으며, 2018년 10월 2일 미 해군 디커터 이지스 구축함이 남중국해에서 FONOP을 실시할 때에 중국 해군 Type-052C형 란조우(蘭州)함(DDG-170)이 충돌침로로 접근하여 약 35야드 거리를 두고 충돌을 방지한 사건 역시 같은 사례로 모두 현장상황으로 마무리되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발사태를 현장 지휘관의 임무완수를 위한 압박과 책임 완수의 긴박성에 따른 현장에서의 “작은 우발적 충돌(skirmish)”로 보며 확전을 방지하는 교전규칙(RoE)이 있는 한 현장 지휘관의 책임으로 종결된다고 본다.
지난해 9월 중국 모(某)대학 해양법 세미나에 참가한 필자에게 중국 해양안보와 국제법 전문가는 “2018년 10월 2일 사건 이후 중국 해군은 각 함정에게 미 해군 FONP에 대한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도록 지시되었으며, 당시 란조우(蘭州) 구축함장은 문책을 받았다”고 귀띔하였다. 당시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주제는 “국제해양법과 해군작전 간 조화”이었다.
따라서 미중 간 남중국해에서의 작은 우발적 충돌에 의해 대규모 전투 및 전면전으로 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특히 양국 간 전략적 메카니즘이 운용되고 있는 상황하에 미 해군 7함대사령부와 중국 남부전수사령부 간 모든 전력을 투입하는 결전(decisive battle)이 발생될 이유가 없으며, 단지 외교적 항의와 반박이 있을 뿐이다.
넷째, 미중 양국은 제2의 베트남 전쟁을 원치 않는다.
미국과 중국 모두는 베트남 전쟁 트라우마를 겪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하였으며, 한국전쟁에 이어 베트남 전쟁과 같은 향후 직접적 군사 개입은 무리라는 교훈을 얻었다. 중국과 아세안 연안국 그리고 동아시아 이해상관자들이 복잡하게 억힌 님중국해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제2 베트남 전쟁을 재현하는 것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중국은 1979년 중국은 베트남 전쟁 이후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베트남에 대해 군사적 교훈을 주었으나, 결과는 오히려 중국군의 열세와 전력과 작전의 노후성만 노출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나, 바로 전투를 마무리하고 베트남과 대화를 하였다. 이런 중국이 군사적으로 우세한 미국에 대해 남중국해에서 무리하게 군사력을 동원하여 대결할 이유는 없다.
다섯째, 아세안은 남중국해 분쟁에 미국의 개입을 원치 않는다.
아세안 국가들은 1974년 4월 남사군도에서 월남과 중국 간 무력충돌이 있었을 때 미 해군 7함대는 ‘못들은 척’ 했으며, 1988년 3월 다시 베트남과 중국 간 남사군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여 6개의 산호초를 중국이 점유하고 72명이 사망할 당시 캄란(Cam Ranh Bay)기지에 전개되었던 구소련 함정들은 “출항”조차 하지 않았던 사례에서 강대국은 아세안 ‘편’이 아니라고 본다.
당시 미국과 구소련은 남중국해에서 물리적 함대 결전이 일어나는 것은 제2 베트남 전쟁이라고 간주하여 미국과 구소련에 도움을 요청하는 베트남에게 중국과의 해양영유권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권고하였다. 당시 이러한 강대국의 모습은 베트남을 크게 실망시켰고 1995년 베트남이 아세안에 가입한 이후 아세안 주도의 남중국해 문제 해결(ASEAN Centrality) 지향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아세안 주도의 해결이 가능한가?
상기 배경과 이유는 아세안에게 아세안이 단결하여 중국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주었으며, 군사적으로 우세한 중국에 대해 아세안은 미국과 유럽연합 카드를 대(對)중국 압박용으로 사용하는 유연성을 보이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특히 아세안은 우세한 중국의 해양위협과 압박에 직면하고 있으나,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이는 아세안 국가의 해군력이 미국 또는 중국과 군사협력할 능력과 여력이 없어 강대국 개입에 따른 부담을 덜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 해군과 미 해군과의 훈련은 해적 등 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수준이며, 이는 2019년 제18차 동남아시아 협력 훈련(SEACAT)와 2019년 9월에 최초로 실시한 미국-아세안 해양안보 훈련(AUMX) 훈련 양상에 증명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남중국해 개입에 정치외교적 대가를 아세안에게 항상 요구하였다. 지난 7월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닉슨 도서관 및 박물관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 공산당 독재에 대응하여 자유국가들과 단결하여 중국 공산당의 학정에서 중국 인민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이는 아세안에게 미중 간 강대국 경쟁에서 미국 쪽에 줄을 서라는 무언의 요청이었으며,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은 자국 정치제도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아세안 주도의 남중국해 문제 해결은 남중국해가 갖고 있는 지경학적 잠재력과 지정학적 가치가 소진하여 당사국 모두가 영유권 주장을 자제함으로써 국제법적으로 해결하는 시점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강대국 경쟁 국면이 대규모 군사적 전투 또는 전면전으로 갈 가능성이 낮다는 객관적 평가를 전제로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갖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향후 한국 해군이 확보할 경항모를 남중국해까지 보내 해상교통로(SLOC)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아직도 남중국해 분쟁을 너무 『힘의 대결』 국면으로만 보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작성자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한국해로연구회 연구위원 및 육군발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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